소설리스트

BJ 돈미새-104화 (104/225)

어쩐지 싸고 좋더라. 5

이름을 지어놓고 흐뭇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마음에 드는데요 형님들. 그렇지 않나요?”

ㅡ 존슨은 좀···

ㅡ 미친놈인가?

ㅡ 귀신을 대폭발하게 할 셈이야?

ㅡ 이 새끼 이거 귀신 무섭다는 거 다 개뻥이야

ㅡ 전에 강령술 했던 거 까맣게 잊었나 봄

ㅡ 지옥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는 건가

ㅡ 휴··· 연우 빠2

ㅡ 그는 잠시 후에 벌어질 일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11시 44분.

12시가 되려면 아직 16분이 남은 상황.

모든 불을 다 끄고 손전등에만 기대 의지하고 있었다.

“형님. 16분 남았네요. 기다리는 동안 뭘 해야 하나요?”

[ 재난지원금받고삽니다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우리 연우 재롱 좀 보자. 뭐 할 줄 아냐?

나는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얘기했다.

“형님. 18번 곡 한 번 뽑을까요?”

ㅡ 18번 곡? 오. 너 노래 좀 하나 본데?

ㅡ ㄴㄴㄴ 님아 제발

ㅡ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노래가 아닙니다

ㅡ 들으면 깜짝 놀랍니다.

ㅡ 시발 이게 18번 곡이라고? 할 겁니다

ㅡ 아니 손전등 좀 아래에서 비추지 마. 귀신같아

“음. 크흠. 잠시만요 형님. 목 좀 풀고요.”

나는 갑작스러운 노래로 목이 다치기 않게 하기 위해 잔잔한 목소리로.

아니. 그냥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우아아아아악! 음. 크흠!”

그리고 카메라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형님들. 방송 초반에 했던 제 실력 생각하시면 큰일 납니다. 제가 요즘에 배우고 있는 창법인데 이제 거의 마스터했거든요. 자 합니다.”

나는 한 손을 허공에 띄웠다.

남은 한 손으로는 관자놀이를 살며시 짚었다.

그리고 눈을 살며시 감고 노래에 심취했다.

“외우우로워도오오 슬퍼도오우워어어 나아하아나는 안 울어우예···”

ㅡ 아니 옘병 어떻게 배워야 저렇게 노래하는 거야

ㅡ 나 지금 귀에서 피남

ㅡ 레알 고막파괴자

ㅡ 노래 선곡 미쳤네

ㅡ 시발 이게 18번 곡이라고?

ㅡ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다야. 알앤비 배우는 거냐

ㅡ 아니 목소리를 꺾어야지 왜 자꾸 목을 꺾어

ㅡ 목뼈 부러진 줄

ㅡ 아니. 그래도 흉가 아니라고 여유 좀 있네? ㅋㅋ

ㅡ 그만해 씨발. 다른 거

급하게 두 손을 내리고 감았던 눈을 떴다.

“왜요 형님. 이상한가요? 저 이거 흑인 소울 영상 보면서 하루에 1시간씩 엄청 연습했는데.”

ㅡ 제발 부탁인데 이제 어디 가서 절대 노래하지마라.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시벌.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한참을 시청자들의 채팅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어느샌가 12시가 다가왔다.

나는 화장실로 곧장 들어가 물에 잠겨있는 인형.

아니. 존슨을 바라봤다.

쥐포가 가지고 놀아 항상 봐왔던 인형.

입이 웃고 있다.

평소에는 귀엽게 느껴지던 인형이 오늘은 강령술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이 귀여운 인형 안에 귀신의 주술을 넣는다는 거지?

그럼 귀신이 이 인형 안에 들어가 나를 찾는다는 건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주술이긴 한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나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쥐포야. 형이 예쁜 인형으로 하나 다시 사줄게. 미안하다. 자 그럼 형님들. 인형 찌릅니다!”

과일을 깎아 먹기 위해 가져왔던 과도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인형의 배를 마구 찔렀다.

푸슉. 푸슉. 푸슉.

과도가 인형 몸 속 안에 깊숙이 박히며 바람 빠지는 이상한 소리를 낸다.

마치 아파 몸부림치듯 인형의 몸은 계속 움찔거렸다.

“으으으. 시벌. 형님들 느낌이 이상해요!”

ㅡ 보고 있는 우리도 느낌이 이상하다

ㅡ 뭔가 강령술이란 건 항상 이렇게 긴장감이 넘치는 건가

ㅡ ㅅㅂ 근데 이거 되는 거 맞긴 하냐?

ㅡ 사실 나도 듣기만 하고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서 모름

ㅡ ㅋㅋ나참 이게 애들 장난이지. 뭔 귀신을 부르는 주술이야

ㅡ 인정. 인형에 귀신 들리면 무섭기나 하겠냐?

ㅡ 쥐새끼만 한 인형에 씌이면 귀신도 손해 아님?

ㅡ ㅇㅇ 걍 걷어차이면 끝

나는 곧이어 인형을 바라봤다.

“너는 존슨이야. 너는 존슨이야. 너는 존슨이라고!”

자. 이 정도면 얘는 무조건 존슨이 됐다.

이제 마지막 절차다···

가방에서 소금을 꺼냈다.

명품천일염.

한 주먹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어차피 마실 물이 아니기에 세면대 수돗물을 곧장 입에 받아 넣었다.

“혀니드. 와가가가가윽.”

ㅡ 알겠어. 이제 도망가. 들키지 않을 곳에 몸을 숨겨

들키지 않을 곳이라···

하지만, 이곳은 남은 가구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하게 비워진 상태인데?

어. 아니다.

순간, 부엌 끝에 붙어있는 자그마한 문이 보였다.

작은 창고 같은 곳이었다.

이건 그때 못 봤는데, 이런 곳도 있었어?

이 넓은 공간에 창고까지. 완전 더 마음에 드는걸.

그렇게 나는 조심스럽게 고양이 발걸음을 하며 창고로 자리를 옮겼다.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었고.

전 집주인이 쓰다 남은 물건인지 잡다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는 창고 안으로 몸을 숨겼다.

ㅡ 워. 이런 공간도 있었어?

ㅡ 집이 크긴 크다. 창고도 무슨 방 한 개 만하네

ㅡ 오 근데 긴장되긴 한다.

ㅡ 불 다 꺼놓고 있으니 제법 분위기가 오싹함

ㅡ 근데 입에 소금물은 왜 머금고 있는 거예요?

ㅡ 소금물을 머금고 있으면 저주받은 귀신인형이 못 찾는대요

ㅡ 아 그래요? 레알 그게 되나 진짜?

ㅡ 되긴 뭘 돼?ㅋㅋ 나참 웃겨죽겠네

집 안은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숨소리 하나조차도 크게 울릴 만큼.

그 분위기 때문인 걸까.

아주 조금은 장난스럽게 여겼던 그 마음도 썰물처럼 싹 빠져나갔다.

나 역시도 긴장되는 그 순간에 집중하며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만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10분 후.

ㅡ 거봐. 이렇다니까

ㅡ 강령술은 뭔 강령술? 아무 반응 없쥬?

ㅡ 귀신사바 같은 거랑은 아주 차원이 달라. 걍 애기들 장난 아님?

ㅡ 어라? 뭔가 좀 기대했는데 실망이네

ㅡ ㅅㅂ 고양이 발소리라도 들려야 되는 거 아니냐

ㅡ 너무 조용해서 하품이 다 나오네

ㅡ ㅋㅋ 거봐라. 내가 입 아프게 백번 얘기했잖아.

나 역시도 반신반의하며 그 채팅창 상황에 동요했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내겐 좋은 일이었다.

미션도 성공 시키고, 내가 살집에 귀신이 없다는 것도 인증하고.

하지만 내 바람과 현실은 반대인 것을 인증하듯.

갑자기 내 귀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소리가 내 눈을 번뜩이게 했다.

“···!?”

마치 물에 잔뜩 젖은 듯한 발소리.

그 소리가 화장실이 있는 위치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툭.툭.툭.

발자국 소리 맞지 이거?

젖은 몸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노골적으로 들려온다.

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져 소리에 방향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처음엔 안 방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는 듯했다.

솜털이 곤두서며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기 시작했다.

마른침이 절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억지로 참아보지만 소금물이 조금씩 목뒤로 넘어가면서 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ㅡ 시발? 뭐야?

ㅡ 발소리? 발소리 들리는 거 맞죠?

ㅡ 물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는데?

ㅡ 와! 시발 개 레전드다. 이거 어떻게 설명해?

ㅡ 주작이라고 하기에는 발소리가 인위적이지 않아. 진짜 인형에서 나는 것 같다고

ㅡ 에이··· 설마. 주작. 아니··· 진짜인가?

ㅡ 이 새끼 소금물 삼킨듯

ㅡ 저거 수돗물 아님?

[ 치지지익- 치지지지지지익- 치지지익- ]

안방에 두고 온 고스트 박스가 갑자기 켜졌다.

시벌. 저건 이 타이밍에 왜 또 켜지는 건데?

설마 이거 고장이 아닌 거 아냐?

[ 치지지익- 어디 치지지익- 숨었지 치지지익- 어디 ]

축축 처지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이거 아까 들었던 그 남성의 음성 아닌가?

터져 오를 듯 커진 소름들이 내 온몸을 감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안방에 두고 온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이 강령술 도중에 내 곁에서 울렸을 걸 생각하면···

ㅡ 야. 저거 아까 그 남자 목소리 아님?

ㅡ 아니. 저 인형에 그 귀신이 들어간 건가?

ㅡ 와. 시발 이게 가능한 건가

ㅡ 어휴 시발 소름 끼쳐

ㅡ 이건 주작이란 소리를 차마 못 하겠다. ㅅㅂ

ㅡ 개 소름 돋는다. 진짜 이 집 귀신이 있었던 거지?

ㅡ 그런 듯. 워··· 소름이 너무 돋아서 움직일 수가 없네

귀신이 있었던 거야.

그 귀신이 고스트 박스를 통해 음성을 흘려냈던 거고.

계속 흘러나오는 고스트 박스 음성 때문에 몸이 절로 움찔움찔댄다.

덕분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금고 있던 소금물이 점점 적어져만 간다.

괜히 의욕만 앞서 한 주먹을 넣었더니, 목뒤로 조금만 넘어가도 찔끔찔끔 닭똥 같은 눈물도 나온다.

시벌. 그리고 이거 수돗물인데.

발소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작은방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똑같이 누군가를 찾는 듯한 음성을 뱉어냈다.

[ 치지지익- 여기인가 치지지익- 아니네 치지지익- 어디지 ]

시, 시벌. 진짜···

저 발자국 소리. 지금 나를 찾고 있는 거 맞지?

절묘하게 매칭되는 발자국 소리와 고스트 박스의 음성.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소금물을 머금고 있어서 그런지 전혀 내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치지지익- 여기 치지지익- 아니네 치지지익- 저기 ]

이제 곧 내가 있는 부엌 쪽도 찾아올 것 같은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섬뜩한 상황에 나는 벙찐 얼굴로 카메라만 쳐다봤다.

어떡해요 형님들. 시벌!

난 애초에 이 정도일 줄 모르고 시작했다고!

문을 살며시 열어 문틈 사이로 조금이라도 훔쳐보고 싶지만.

그것도 무섭다.

아니. 혹시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작은방을 다 헤집고 다니는 발자국 소리는 결국 그곳을 벗어났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 치지지지익- 부엌 치지지익- 가자 치지지익- 부엌 ]

몸에서 떨어지는 듯한 물방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은 더 크게 요동쳤다.

마치 몸 밖으로 튀어나와 내 귀에 대고 울리는 것처럼.

그 때문에 나는 숨도 못 쉬고 그 상황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ㅡ 시발. 이쪽으로 온다. 이쪽으로 온다!

ㅡ 와 시발. 이어폰으로 도저히 못 듣겠다

ㅡ 난 5분 뒤에 올테니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얘기해 주셈!

ㅡ 야. 후원 창 울리지 마라. 이거 좃댄다 진짜

ㅡ 숨도 쉬지 마. 그냥 조용히 있어!

내가 있는 창고 앞.

부엌을 온통 헤집고 다니던 발자국 소리.

차박.

툭.툭.

그렇게 1초··· 2초··· 10초···

나는 필사적으로 숨을 참고 들키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입에 쏟았다.

하지만 금세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샌가 입에 머금고 있던 소금물을 다 먹어버렸다.

머금고 있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짠 소금물.

긴장되는 그 순간마다 조금씩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시벌. 좃댔다. 이걸 어쩌지.

소금물을 머금고 있을 때만 나를 못 찾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 생각이 무섭게, 창고 앞 부엌에서 발자국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툭.툭.툭.툭.툭.툭.

멈춰선 몸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계속 들려왔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미션이고 뭐고 문 열고 도망쳐야 되나?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고스트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이 일제히 멈췄다.

발자국 소리는 나를 떠나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 치지지지익- 여기도 치지지익- 없네 치지지익- 어디갔지 ]

하··· 후. 후. 후.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다.

시벌. 다행이다. 입에 아직 남은 소금기가 있어서 그런 걸까?

천만다행이다 진짜.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고스트 박스에서는 전원이 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끝난건가?

나는 그제야 입 밖으로 시원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시벌··· 형님들 진짜 무서워 뒈···”

내 등 뒤에서 아주 차가운 한기가 서렸다.

[ 여기 있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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