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06화 (106/225)

어쩐지 싸고 좋더라. 7

[ 선녀보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ㅎㅎ 잘 지내셨나요?

뜻밖의 선녀보살님의 등장에 내 입가는 찢어질 듯 벌어졌다.

참을 수 없는 기쁨에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포효했다.

“그럼요! 선녀보살니이이이이이이임!”

선녀보살님의 존재를 전혀 모를 새로운 시청자들을 위해 설명을 해주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시청자들조차도 선녀보살님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피 흘리는 전원주택의 영상이 다른 영상들보다 평균적으로 조회 수가 높았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을까.

ㅡ 꺄아악! 선녀보살이다아아아!

ㅡ 안녕하세요오오! 선녀보살누나!

ㅡ 헐. 저 사람이 전원주택에서 나왔던 그 무당 맞죠?

ㅡ 벌레랑 쥐 퍼포먼스는 진짜 기가 막혔습니다

ㅡ 와 나는 얼굴 보느라 다른 거 못 봄

ㅡ ㅅㅂ 얼굴이 연예인보다 더 예쁘던데?

ㅡ 여보 왜 이제 온 거야

ㅡ 아니. 얼굴 좀 보게 차라리 합방을 했어야지! 연우야!

ㅡ 그럼 시청자 수가 폭발했을 거 아니냐!

ㅡ 저런 똥 멍청이가!

물론 나 역시도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출장도 많이 왔다 갔다 하실 정도로 바쁜 선녀보살님을 괴롭힐 순 없었다.

“선녀보살님은 잘 지내셨어요? 엄청 보고 싶었습니다. 엉엉.”

응석 부리듯 몇 마디 인사를 더 주고받았다.

그리고 나는 선녀보살님이 있다는 사실에 두 걸음을 성큼성큼 옮겼다.

시벌. 정말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의 힘이 필요했는데, 하늘이 날 도왔다.

설마 선녀보살님이 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

이왕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선녀보살님이 계실 때 이 집을 확실하게 케어하는 거야.

그렇게 100m는 멀어진 그 집을 단숨에 도착했고.

활짝 열린 문안으로 자신 있게 몸을 집어넣었다.

집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선녀보살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선녀보살님. 여기 제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계약을 생각하고 있는 집인데요. 집 주인 사모님에게 어렵게 부탁을 받아서 하룻밤 자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잠방하려고 방송 켠 건데··· 오신 김에 이 집 괜찮은지 한 번 같이 봐주시겠어요?”

ㅡ 오 정말요? 너무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의심할 수 있는 시청자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리얼리티를 지향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살이 벌벌 떨려오는 이 감각을 꾹 꾹 참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집 안을 조심스럽게 비추기 시작했다.

일단 입구를 지나 거실.

그리고 집 안의 전체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골고루 담았다.

“어떠세요? 선녀보살님.”

ㅡ 도배를 싹 해놨네요? 근데 이 집에 뭔가 숨···

[ 하지마 ]

순간,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선녀보살님의 후원창과 동시에 전자파가 섞인 뭉개진 음성이 함께 들린 것 같은데···

그 때문에 후원창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ㅡ 근데 혹시 이 집 사람이 얼마나 살다 나간 곳인가요?

“중개사 사장님 말로는 불과 며칠 전까지 살았던 사람이 있었고요. 5년 인가 넘게 살다가 이번에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들었어요···”

선녀보살님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나저나 그건 왜 묻는 거지?

나는 다시 현실에 집중하고 주위를 살폈다.

도망 나왔던 부엌 끝의 창고가 보였고, 정면에는 화장실이 보였다.

아까 바닥에 흥건하게 있던 물방울 자국이···

어? 뭐야? 시벌.

바닥에 흘러넘치는 발자국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곳저곳을 다 살펴보지만 발자국은커녕 물자국 하나도 남아있질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어 형님들··· 여기 아까···”

ㅡ 어 시발. 뭐냐?

ㅡ 그새 말랐다고?

ㅡ 아니 말랐어도 발자국은 남아있어야지.

ㅡ 야 그럼 인형은?

ㅡ 인형도 없어졌잖아 어디 갔어?

나는 놀란 마음에 곧장 화장실로 뛰쳐 들어갔다.

“시, 시벌··· 존슨 너 왜 또 여기에···”

인형이 세면대에 몸을 담근 채 웃고 있었다.

처음 모습 그대로.

ㅡ 인형? 혹시 뭐 하셨어요?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카메라에 대고 대답했다.

“네. 미션이 들어와서··· 강령술을 했는데···”

맞다. 분명히 이 강령술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ㅡ 뭐라고요!? 혹시 금기사항은 정해진 데로 다 지켰나요?

때마침 있는 선녀보살님에게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나는 시청자 목록에 있는 한 아이디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카메라에 대고 입을 열었다.

“그게··· 어쩌다가 보니 금기사항을 다 어기게 됐어요···”

ㅡ 아이고 큰일 났네. 그건 강령술이 아니에요. 주술에 가깝다고요. 말이 숨바꼭질이지. 자신의 영혼을 인형에 담아서 가두는 주술이라고요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대답했다.

“네에에에!?”

내 영혼을 인형에 담아서 가두는 주술이라고?

시벌. 뭐가 도대체 어떻게 돼가는 거야?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아까 돌아다니던 인형하며,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나 내 귓속에 속삭이던 그 목소리 하며···

도대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 12시 ]

알람시계가 울림과 동시에.

드르륵. 끼이.

내가 들어왔던 입구의 문이 제멋대로 닫혀버렸다.

게다가 자물쇠까지.

철컥.

놀랄 틈도 없이 순식간에 생긴 일이라 그저 벙찐 얼굴로 입구 문만 바라봤다.

[ 치지지지익-찾았다 치지지익- 여기다 치지지익- 죽여 ]

고스트 박스가 다시 켜지며 소름 끼치는 남자의 음성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기겁하자.

ㅡ 거기 어디예

[ 닥쳐 ]

순간, 잘 나오던 수신이 갑자기 끊겼다.

동시에 또 뭉개지는 남자의 음성이 함께 들려왔다.

시벌. 아까도 그렇고 뭐지?

누군가가 중간에 개입해서 방해하는 느낌이다.

“선녀보살님. 선녀보살님? 아니 형님들? 제 말 들리시나요?”

시벌. 미치겠네.

아니 안테나가 풀로 터지는 곳인데 왜 이래 갑자기?

결국, 채팅창은 먹통이 돼버렸다.

이런 경우가 있어?

키이이이익-

[ 치지지익- 죽여 치지지익- 네몸 치지지익- 갖는다 ]

이게 무슨 소리지?

고스트 박스와 섞여 들려오는 이 소리.

쇠붙이가 벽에 갈리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대번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화장실 어디에도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시, 시벌. 설마 내 과도···

“후··· 후··· 후웁···”

선녀보살님이 채팅창에 들어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동시에 얼마나 자신감이 넘쳐흘렀는지 모른다.

그런데 자신만만하게 집에 들어온지 10분도 채 안 돼, 이 사달이 났다.

문도 잠겼다.

이제 나 어떻게 되는 거지?

공포스럽게 나를 위협하는 소리는 점점 더 거리를 좁혀갔다.

부엌 끝 창고에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거실··· 그리고 이제 곧 화장실까지.

나는 다급하게 입구에서 멀어져 화장실 안쪽 끝 벽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손전등을 겨우 붙잡고 입구를 비추었다.

“시, 시발. 누구야 너! 누구야? 오지 마. 오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 발자국 소리는 도통 멈출 생각이 없었다.

문 앞에 다가오는 그 누군가 때문인지 심한 탄내와 누린내가 함께 흘러 들어온다.

숨이 가빠져온다.

정신이 혼란스럽다.

속이 토할 것처럼 미슥거린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구역질을 억지로 참고 있던 그때.

내 눈앞에는 충격적인 모습의 한 남자가 화장실 입구 앞에 섰다.

“으어어어어! 시바아아아알!”

온몸이 시커멓다.

마치 온몸이 화재에 휩쓸려 모조리 탄 것만 같았다.

그 때문에 군데군데 보이는 살색의 살들이 흐물흐물 거리다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누린내도 함께 풍겨왔다.

이게 살이 불에 타서 나는 냄새였구나.

그때, 순간 남자의 눈이 희번득거렸다.

흰 자만 잔뜩 보이는 눈이 나를 향하는가 싶더니, 손에 들린 과도를 들고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벌. 시발. 시발. 시발.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세요!”

[ 치지지익- 죽어 치지지지익- 불태워 치지지익- 다죽어 ]

그대로 굳어버린 내 몸.

아니 내 얼굴 앞까지 다가온 그 귀신은 말없이 나를 한참 째려보는가 싶더니.

손에 든 과도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내려칠려는 그때.

ㅡ 연우 씨. 연우 씨? 정신 차려요! 기에 눌리면 안 돼요!

후원창이 나를 살렸다.

“헉! 헉! 커헉!”

마치 목이라도 졸린 듯 넘쳐흐른 한기에 압박에 숨도 못 쉬던 내가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다행히도 내 앞에 있던 그 귀신도 갑자기 사라졌다.

ㅡ 뭐 하는 거야 이놈

ㅡ 아니 갑자기 허공에 대고 왜 소리를 지름?

ㅡ 앞에 뭐 있냐? 누구보고 오지 말라는 겨

ㅡ 선녀보살님 이 새끼 귀신 들린 것 같아요

ㅡ 레알 강령술 하더니 미쳐가는 듯

ㅡ ㅅㅂ 야생곰 큰손 형님 때문에 이렇게 됨

나는 채팅창을 살펴봤다.

어라?

방송이 분명 끊겼었는데 어떻게 혼자 제멋대로 켜진 거지?

아니 그것보다 지금 내 앞에 분명···

사방을 살펴보지만 발자국조차 남아있는 게 없다.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 한 상황.

“시, 시발. 분명히 내 앞에···”

믿기 힘든 상황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손전등을 비추며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ㅡ 일단 정신을 똑바로 차리세요. 그리고 당장 거기 불 다 켜세요.

불?

나는 선녀보살님의 말대로 모든 방에 불을 켰다.

온 방이 환해지자 미슥거렸던 내 속도 한결 나아졌다.

“네. 선녀보살님. 여기 아무래도 집이 이상한 것 같아요.”

ㅡ 맞아요. 일단 정신 바짝 차리고 인형을 챙기세요. 그리고 안 방으로 한번 가보세요

나는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한 후.

선녀보살님의 말대로 존슨을 챙겨 안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방에는 내가 두고 왔던 가방이 쓸쓸하게 혼자 있었다.

얼른 가방을 집어 들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내게 선녀보살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왔다.

ㅡ 역시 이 집. 큰 화재사고가 있었던 것 같아요. 바로 연우 씨가 있는 그 방에서 시작이 된 것 같은데··· 혹시 온몸이 불에 타서 피부가 축축 늘어지는 남자를 보셨나요? 그 남자가 화재사고로 죽은 이 집의 주인인 것 같습니다

순간 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방금 전 화장실에서 과도를 들고 나를 죽이려 들었던 그 귀신.

그 귀신 말하는 거잖아 지금!

온 몸에 솜털이 곤두서고, 체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것이 마치 얼음 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마, 맞아요. 저 방금 화장실에서 그 남자한테 죽을 뻔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없다.

무슨 일인지 잠시 모습을 감춘 것만 같았다.

ㅡ 그 집은 사람이 살만한 집이 아닙니다. 며칠 전에 이사 갔다고 했던 중개사 사장의 말도 거짓말일 확률이 높아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ㅡ 그 집에 자살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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