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07화 (107/225)

어쩐지 싸고 좋더라. 8

자, 자살 귀라고?

화마에 자살귀까지.

한 집에 두 귀신이 살고 있었단 말이야···?

그것도 독하기로 유명한 귀신 둘씩이나?

ㅡ 그게 끝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잡귀들도 셋, 넷. 보이는 것을 보니···

나는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경계했다.

“시, 시벌. 도대체 뭐야 이거. 귀신 하우스야 뭐야!”

ㅡ 헐··· 무당이 얘기하니 신빙성이 높다···

ㅡ 근데 어떻게 방송화면으로 그걸 다 보지?

ㅡ 그만큼 기운이 넘사벽이라는거지

ㅡ 워··· 연우 이 집 계약이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ㅡ 애벌렌드 귀신의 집, 귀신도 이것보다는 적겠네

ㅡ 아니 그럼 결국 중개사 사장은 거짓말했던 거네?

ㅡ 그냥 어떻게든 팔아야 자기도 돈 버니까

잠깐만 이거, 내가 이 집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선녀보살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ㅡ 이제 얼른 그

[ 할수없다 ]

[ 얼른 ]

순간, 선녀보살님의 말을 덮어버린 음성에 움찔거렸다.

여자 목소리?

죽이자? 빨리?

나 보고 말하는 거지?

근데 이 음성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나는 닭살이 잔뜩 오르는 그 음성을 떠올렸다.

그래. 시벌. 이 집에 처음 중개사 사장이랑 들어왔을 때 갑자기 고스트 박스가 켜져서 울렸던 음성중에 하나였어.

그땐 간절한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

ㅡ 연우 씨. 정신 차

[ 죽이자 ]

[ 빨리 ]

내가 들어온 문이 저절로 또 잠겼다.

동시에 켜졌던 불이 일제히 다 꺼져버렸다.

“이런 시, 시발···”

다급하게 손전등을 켰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손전등도 휴대폰 화면도 모두 까맣게 물들었다.

사방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살벌한 살기도 함께 느껴진다.

아까 맡았던 그 탄내와 누린내가 동시에 진동하며 그 와중에는 짐승의 것으로 느껴지는 퀴퀴한 냄새도 전해져왔다.

냄새를 맡은 이후로 머리가 한순간 어지러워지며, 금방 토할 것 같은 기분이 한꺼번에 또 밀려왔다.

도망가야 해. 도망가야 해! 시발!

“어디야. 입구! 시바아알!”

ㅡ 네 뒤에 있잖아

ㅡ 불도 켜놓고 왜 안 보이는척함?

ㅡ 근데 이놈 눈이 왜 이렇게 흐리멍덩해진 것 같지?

ㅡ 귀신에라도 홀렸나?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네

ㅡ 워··· 왜 갑자기 심봉사 연기 중?

ㅡ 연기라고 하기엔 넘 리얼한데

모든 방이 빛 하나 없는 암흑으로 휩싸였다.

이것이 지옥일까.

대충 생각 나는 데로 걸음을 천천히 옮겨보지만, 도무지 잡히는 게 없다.

여기쯤 분명 문이 있었는데 왜 만져지는 게 없는 거야···

희한하게도 아무리 걸어도 내 앞엔 뭐 하나 잡히는 게 없었다.

아니. 그때였다.

무언가가 내 손에 잡혔다.

[ 히히 ]

[ 도망못가 ]

마치 얼음장 같은 그것은 잡자마자 문이 아님을 확신했다.

사람의 몸이다.

아니. 사람이 아닌 귀신이 몸이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십자가를 붙잡아 사방에 들이밀었다.

“와아아악! 시벌 넘들아! 내가 너네한테 잡혀 먹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 엄마 교회 장로야 시바아아알!”

ㅡ 교회 장로가 대단한 거였나

ㅡ 아니. 얘 왜 이러는 건데요? 진짜 귀신한테 홀림?

ㅡ 야! 뒤에 있는 문 놔두고 왜 자꾸 창고로 가냐고

ㅡ 이 새끼 이거 돈 벌려고 일부러 생쇼 하는 거 아니져?

ㅡ 아니. 선녀보살 말대로 귀신에 홀린 것 같은데?

ㅡ 헐. 그럼 대박인데 이거 어떻게 깨움?

ㅡ 정신 차려 인마! 정신!

사방에서 얼음장같은 손이 불쑥 불쑥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내 몸을 서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으으으윽. 으아아아아아아!”

그 손이 몸에 닿자 나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그저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가만히 굳은 채 그 손길을 느껴야만 했다.

온몸에 힘이 쭉쭉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의식은 흐려져만 갔다.

“시···벌··· 자꾸 힘이 빠져요 형님들···”

점점 시야가 휘청거린다.

온몸에 힘은 흐물흐물 빠져간다.

도저히 서서 버틸 힘이 없는 나는 그렇게 바닥에 쓰러졌다.

아니. 누군가의 호통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선녀보살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ㅡ 정신 차려요 연우 씨!

순간, 온몸에 전기가 흐르며 내 눈앞의 시야가 밝아졌다.

그리고 내가 서있던 곳은 입구가 아님을 그제야 깨달았다.

창고?

나는 다시 급격하게 펌핑 되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재빨리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으아아아아아! 후원 감사합니다 선녀보살누니이이이이임!”

ㅡ 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후원만 받으면 산다

ㅡ 이걸 위한 큰 그림일 수도 있다

ㅡ 선녀보살님 낚임

ㅡ ㅅㅂ 눈 초롱초롱 해진 것 봐

ㅡ 방금까지 죽어가던 놈 맞음?

집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진다.

덕분에 빠졌던 힘도 다시 살아난다.

안 따라오지? 내 몸에 붙어있는 거 아니지?

나는 온몸을 먼지 털 듯 털어내며 있는 힘껏 뛰었다.

“미친 귀신의 집! 저런 집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 아, 하마터면 내가 살 뻔했구나 시벌!”

집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안심하고 큰 숨을 내쉬었다.

“헉. 헉. 커헉. 헉. 헉···”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올려 정면을 바라봤는데.

“와아아아아악! 귀신!”

앞에 웬 나이 든 할머니가 감정 없는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기겁하며 두 손을 번쩍 들고 십자가를 냅다 내밀었다.

“뭐여? 왜 그렇게 놀라는 겨?”

“와아악! 귀신이 걱정을 해줄··· 리가 없는데? 누구세요?”

피부가 쭈글쭈글 처진 데다 흰머리가 가득한 머리.

자다 일어나신 건지 머리가 산발인 모습이 70은 넘어 보이시는 것 같았다.

할머니가 식은땀이 잔뜩 난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순간, 움찔했지만 가만히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여기 동네 사람이지 누구여. 근디 왜 이렇게 땀을 흘리는 겨.”

느껴진다.

따뜻한 체온.

분명히 사람이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다시 쉬며 할머니에게 대답했다.

“휴. 할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못 볼 걸 보고 깜짝 놀라가지고.”

내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마저 훔쳐내자.

할머니는 내 상태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물었다.

“귀신이라도 본 겨?”

“어, 네. 네!? 어떻게 아셨어요? 무당이세요?”

할머니는 내가 뛰어온 집 쪽을 한번 훑더니 말을 이었다.

“설마 저기 저 집 갔다 온 겨?”

“아니. 들어가는 사람마다 족족 죽어나가는 집에는 왜 또 들어간 겨.”

나는 반사적으로 할머니에게 물었다.

“네? 사람이 죽어나가요?”

“그려. 한 번은 불나서 다 타죽고, 한 번은 목매달아 죽고··· 저기 사람 안 산지가 5년이 넘었는디 저길 뭐 하러 가는 겨.”

“5, 5년··· 이요?”

시벌. 중개사 사장 개자식.

분명히 5년을 살다 며칠 전 아파트로 이사 갔다고 했는데?

할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걸음을 옮기시며 내게 얘기했다.

“어여 집에 가. 여기 밤길도 살벌허이 무서웅게 다신 오지 말고.”

나는 벙찐 표정으로 저 멀리 사라지는 할머니를 쳐다봤다.

ㅡ ㅅㅂ 미친 중개사 사장 새끼

ㅡ 이번에 5년을 살다간 게 아니라 5년 전에 죽은 거네?

ㅡ 와 저런 집을 새집처럼 꾸며놓고 사람 받으려고?

ㅡ 몇 년 지나면 사람들한테 잊힐 테니까

ㅡ 3천만 원 개 오바긴 했다. 최소한 1억은 할 집이

ㅡ ㅅㅂ 따지러 가자. 중개사 새끼!

그래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어찌 됐든 문제없이 내가 살아나왔잖아.

그래. 그게 중요한 거지.

ㅡ 야 뭐야 이게? 이러면 미션 실패지. 환불받아야 된다

아차? 시벌. 이걸 깜빡하고 있었네.

귀신에게 쫓긴 나머지 깜빡하고 있었다.

시벌··· 2백만 원 미션이었는데···

이걸 어쩌지?

하··· 다시 들어가야 되는 건가?

ㅡ 저 사람이 미션 준거에요? 재난 지원금?

나는 눈을 껌뻑거리며 대답했다.

“네. 선녀보살님.”

무슨 일이지?

하지만 그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 말을 가로막듯 후원창이 또 울려댔다.

ㅡ 야. 뭐 하는 거야? 환불해 줄 거야? 아님 들어갈 거야? 빨리 결정해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되지?

안 그래도 정신을 놨다 잡았다 하는 판에 다시 저길 들어간다면 살아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리고 방금 이 동네 산증인인 할머니가 하는 소릴 들으니 더욱더 저 집이 꺼려진다···

“형님. 방금 할머니가 얘기하신 거 다 들으셨잖아요. 이제 다시 저 집에 가면 연우 죽습니다.”

ㅡ 아니. 그건 네 사정이고 후원금 받았으니 할 건 해야지. 아니면 환불을 해주던가

이야. 이 형님 완전 막장이네.

나를 저격하러 온 수준이 아니라 그냥 매장 시키러 온 것 같은데?

지금 저 광경을 보고도 나보고 집에 들어가란 소리가 나오는 거야?

아무리 집을 사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지만 이건 좀···

하지만 나는 금세 생각을 바꿨다.

이 기회를 놓쳐도 되는 걸까···?

집을 사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리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언제 이런 후원금을 주는 사람을 만나겠어?

게다가 다음 주 선지곤 정신병원 300만 원 미션도 예약이 돼 있는데 혹시 저 형님 토라져서 나가버리기라도 한다면···

나는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고 카메라에 대고 얘기했다.

아니. 오히려 시청자들이 나서서 대신 얘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ㅡ 에이. 큰손형님 그건 좀 아닌 듯요. 연우 허공에 소리 지른 거 못 보셨음?

ㅡ 저희가 연우 자주 봐서 아는데 저 정도면 진짜 미친 거예요! 정신 나갔다는 거지!

ㅡ 큰손 형님 돈도 많고 능력도 있는 사람인데 그렇게 무식한 사람 아니잖아요? 그쵸?

ㅡ 인정. 원래 능력 있는 사람들이 여유가 있는데. 재난 형님 말투만 봐도 여유가 철철 넘쳐흐르는데?

뭐야 갑자기.

큰손 형님 달래기 하는 거야?

아니. 무지막지하게 날 저격하러 온 사람인데 아기같이 달랜다고 그게 될까?

ㅡ 그래. 알겠다. 그 대신 선지곤 정신병원에서 미션 난이도 두 배다

커헉. 됐다···

무슨 초등학생 다루듯 말 몇 마디에 금세 누그러든거야?

아니 시벌. 이럴 거면 멋있게 본인 입으로 나한테 먼저 말을 해주지···

재난 형님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송에서 나가버렸다.

평소와 의미가 다른 큰 고비를 넘긴 듯한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형님들··· 제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요!”

지쳐있던 내게 후원 창 하나가 더 울렸다.

ㅡ 연우 씨. 인형 가지고 있죠? 지금 빨리 인형 가지고 저희 집으로 오세요. 시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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