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구독 이벤트. 6
마라탕 형님의 후원창에 나는 몸을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웁··· 혀, 형님! 기싸움 중입니다!”
- 내가 보기엔 행위예술 에로비디오 찍고 있는 것 같은데
이 형님이 지금 무슨 소리를.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부정했다.
“아, 아니에요 형님! 오해하지 마십쇼. 저는 그런 것 단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이 연우한테 에로 비디오가 웬 막말입니까!”
[ 연우야진실의방으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진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솔직하게 대답하면 2만 원
순간, 내 인상이 몹시 구겨졌다.
눈썹과 입술은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이런 시, 시버어얼! 딱 한 번 있습니다 하, 하지만 그건 실수였습니다 형님드을!”
[ 연우야진실의방으로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양심고백 좋았다. 그럼 그 마음가짐으로 그대로 임아린에게 영상편지하면 3만 원.
나는 내 이마를 부여잡았다.
시바. 임아린을 걸고 넘어진다고?
난 곧장 진심 어린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며 중얼거렸다.
“어··· 아린아. 나는 저, 절대 그런 거 보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거 알지? 난 초 순수한 천연기념물···”
[ 연우야진실의방으로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응. 넌 원래 그런 변태 ㅅㄱ
시간이 지날수록 차가운 손길이 나를 더 노골적으로 건드린다.
그럴 때마다 내 몸 구석구석에는 터져버릴 것 같은 닭살이 돋아 올랐다.
시벌··· 이 더러운 느낌.
욕구불만의 사람에게는 이런 느낌이 쾌감으로 둔갑되어버리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 아무리 봐도 즐기는 것 같은데
- 맞지? 얼굴 빨갛게 달아오른 거 맞잖아?
- 귀신 퇴치 이벤트가 아니고 귀접 홍보 이벤트 아니냐
- ㅅㅂ 느낌 겁나 궁금하네
- 미친. 귀신한테 홀려서 죽고 싶음?
- 그나저나 이거 계속 당하고만 있어야 되는 거야?
- 아님 일부러 그러고 있는 거야?
방법을 바꾸자.
이대로 공격 없이 방어태세만 갖춘다면 나아질 게 없었다.
나는 모든 손을 축 늘어트리며 고스트 박스를 향해 얘기했다.
“안 되겠다. 너는 나랑 대화할 생각이 없지?”
[ 치지지익- 나랑하자 치지지익- 황홀해 치지지익- 빠져든다 ]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것 같네.”
나는 방 안이 크게 울릴 만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내가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아무것도 준비를 안 하고 평소처럼 너희들을 만나러 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내가 정말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게.”
그리고 곧장 가방 안에서 준비했던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 뭘 꺼내는 거야?
- 북어?
- 엥 떡이랑 생고기도 있는데?
- 뭐 하려고 준비한 거야?
- 귀신 회식이라도 시켜 주는 거냐
- 아? 같이 술 한잔하면서 얘기 나누자 뭐 그런 건가
- 그렇지. 깊은 얘기는 술 한잔하면서 하는 거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스트 박스를 쳐다봤다.
아니.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잡귀들을 쳐다보듯 방 안 곳곳을 둘러봤다.
곧장 북어 입에 잘게 자른 생고기를 욱여넣었고.
그 뒤에는 똑같이 크기에 맞춰 잘라놓은 붉은 팥 시루떡을 벌린 북어 입에 차례대로 넣었다.
바쁜 선녀보살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어렵게 얻어온 비방술이다.
“아니요 형님들. 이건 이 귀신들이 일단 사람들을 해하지 못하게 막는 비방술입니다.”
- 비방술은 영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하지 않았냐
맞는 말이다.
불과 며칠 전 야생곰이 나에게 했던 비방술 같은 경우도 역시 그랬다.
일반인이 아무리 비방술을 해봤자 효력이 없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선녀보살님이 나를 보며 말씀하시길.
[ 연우 씨. 귀문(鬼門) 이 많이 열렸어요. ]
즉, 나 역시도 이미 영적인 기운을 몸에 두루고 있었다는 사실.
물론 그 기를 어떻게 컨트롤하고 사용하느냐는 그 사람의 능력인 것이다.
나는 선녀보살님보다 한참 떨어지는 컨트롤 능력을 가졌지만, 그래도 이 비방술은 충분한 효력이 있다.
게다가 상대가 어설픈 잡귀라면 말이다.
[ 치지지익- 하지마 치지지익- 안아줄게 치지지익- 사랑해 ]
“이건 일종의 결계 같은 거예요. 이걸 세워둠으로써 나쁜 기운들은 모두 이 북어에게 실릴 겁니다. 그럼 더 이상 섯다 형님을 괴롭히는 일은 없는 거지요.”
보호 개념의 비방술이다.
나는 그렇게 준비를 끝마친 북어들을 방 곳곳 모서리에 세워두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짧은 기도를 드렸다.
- 시벌.개 멋있다 연우?
- 나무꾼보살님. 진짜 찬양합니다
- 근데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왜 이제야 하는 거냐
- 이 새끼 이거 일부러 즐긴 거지?
- 이건 무슨 느낌인가 하고?
- 졸라 수상하네
- 임아린이 분명히 이 영상 볼 텐데 확실히 해명해라
나는 기겁하듯 카메라를 보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형님들. 사람이든 귀신이든 모든 대화가 우선입니다. 대화로 풀어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그랬거든요. 그다음이 강제로 이어지는 이런 비방술들이죠.”
물론, 선녀보살님의 귀신 퇴치와 내가 하는 귀신 퇴치는 의미가 다르다.
선녀보살님은 귀신들을 성불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저 이 집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수준이랄까.
내가 이렇게 비방술을 해줌으로써 잠시나마 귀신을 쫓아주고, 이 앞으로는 섯다 형님.
그리고 할머니가 잘 해주어야만 앞으로의 미래가 좀 더 깨끗해 질 수 있다.
근데, 왜 이렇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걸까.
“형님들. 일단 비방술은 끝냈습니다. 아마 귀신도 이곳에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났을 거예요.”
- 에이. 구라 치지 마. 아님 말 걸어서 확인해서 보여줘 봐.
그리고 말없이 계속 고스트 박스만 다시 쳐다봤다.
1초··· 2초··· 5초··· 10초.
- 아니.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 걸어 보라니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첫 귀신 퇴치 비방술을 실행에 옮긴 순간이었다.
선녀보살님이 시킨 데로 했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나는 한참 뜸 들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니. 방송화면을 쳐다보고 얘기했다.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 이런 ㅅㅂ 지금 슈퍼스타게이 찍냐?
- 왜캐 뜸 들여
- 쿡쿡 밥통이야 뭐야?
- 워메··· 이상한 것도 잔뜩 배워온 것 같은데
- 선녀보살이 가르쳐줬을 리는 없는데
- 스스로 배워왔단 소리야?
- ㄴㄴ 선천적으로 몸에 밴 습관이다 이건
- 천재적인 재능이라는 거지
정확히 60초 후.
나는 고스트 박스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귀신 아무나 대답해 봐.”
긴장되는 그 순간.
고요한 정적이 흐르던 할머니 방에서 고스트 박스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치지지지익- 치지지익- 치지지지익- ]
비방술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고스트 박스에서는 라디오 채널 주파수를 맞추는 듯한 소리만 흘러나올 뿐.
다른 음성은 일체 흘러나오지 않았다.
- 오. 우연의 일치 아니지? 많이 컸네 연우.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바로 두 손을 모았다.
그 두 손을 하늘 높이 처 들었다가 땅바닥에 대고 절을 올리며 소리쳤다.
“하이고오오오. 우리 마라탕 형님께서 소중한 십만 원으으을! 이 모든 게 마라탕 형님의 아주 스파르타식 미션 덕분입니다요오오!”
그동안 휘황찬란한 미션을 얼마나 많이 받았던가.
내 기가 그나마 세진 것도 다 그 덕분이었다.
- 오. 대박 진짜 귀신 없어졌나 봐
-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 그나저나 후원받을 때마다 저놈 얼굴 얄미워 죽겠네
- 왜? 난 귀여워 죽겠는데. 히죽거리는 거
- 야. 솔직히 말해라. 너 귀신이랑 짰지?
- 이제 귀신까지 섭외하는 건가
- 그는 대체···
“자, 그럼 형님들. 일단 귀신을 물러서게는 했어요. 하지만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모릅니다. 이 집에 사시는 할머니와 섯다 형님이 지켜야 할 사항을 제가 나중에 일러두겠습니다. 그전에 일단···”
나는 아까부터 자꾸 머릿속에 맴도는 잡생각에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살폈다.
가장 오래된 물건으로 보이는 것.
하지만 너무 많아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난 보조 핸드폰으로 섯다 형님께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여보세요?
“네 섯다 형님. 맛있는 것 좀 드시고 잘 쉬고 계세요?
-고마워요 덕분에 잘 쉬고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뭐 좀 여쭤보려고요.
-네 물어보세요.
“혹시 이 집에 있는 물건 중에 제일 오래된 물건이 뭐예요?”
옆에 계시는 할머니에게 여쭤보는지.
한참 대답이 없던 섯다 형님이 뒤늦게 내게 얘기했다.
-거기 보시면 큰 전신거울이 하나 있을 거예요. 그게 저희 부모님 살아계실 때부터 있던 거울이에요.
나는 그 이후로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 전화를 끊었다.
- 갑자기 전화한 이유가 뭐야?
- 귀신 퇴치했다고 생색내려고?
“아니요 형님들. 귀신 퇴치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일단 어떻게 이렇게까지 상황이 크게 벌어졌는지 좀 알아보려고 전화했어요.”
[ 귀신이고칼로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잉? 오래된 물건이 뭐냐고 밖에 안 물어봤잖아?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이곳에 제일 오래 머물며, 이 집의 환경을 낱낱이 보고 있었던 물건.
나는 섯다 형님이 말해주신 거실 전신거울 앞에 섰다.
심호흡도 한 번 했다.
“형님들. 저 잠깐만 기 좀 모으겠습니다. 말 안 해도 가위눌리거나 죽은 거 아니니까 이해 좀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다.
자. 어떤 돌팔이 무당이 할머니한테 잡신을 내렸는지 한 번 보자.
흑백으로 물들었던 내 시야가 밝아진다.
동시에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집에 상문살이 꼈어. 최근에 혹시 죽은 사람 있어?”
누가 봐도 인상이 날카로운 남자 무당이 나이가 한참 더 많은 섯다 형님의 할머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반말을 찍찍 해댄다.
할머니는 그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남자 무당이 하는 질문에 답했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손자 애비, 애미가 교통사고로 죽었어유. 그 와중에도 그 어린 우리 손자를 살려 보겠다고 불타는 차 밖으로 손자를 혼자 빠져나가게 하고···”
듣기만 해도 슬픈 사연을 입으로 뱉어 내시면서도 입가에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바로 손자인 섯다 형님이 곁에 있으셨던 것 때문인 것 같았다.
남자 무당은 손자인 섯다 형님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술만 먹으면 맨날 개 패듯이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 이 개차반은 누구야?”
질문이 던져지자마자 할머니는 알고 있다는 듯이 곧장 답했다.
“우리 남편. 간암으로 작년에 죽었어유···”
“그 인간도 손자 몸에 밥 먹듯이 드나들고 있어.”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잠깐 보였던 폭력성도 단지, 환청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아 나오는 본인의 습관이 아니었다.
할아버지에게 빙의가 되었었던 것.
그나마 다행인 건 돌아가신 부모님이 지난 1년간을 귀신들에게서 수호령 역할을 해주시며 보호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얘기가 한참 오갔을까.
남자 무당이 마지막에 나지막하게 한 마디를 건넸다.
“가진 돈 있어?”
“얼마나요···?”
“얼마나 가지고 있는데? 적어도 이 상문살을 막으려면 이천만 원은 있어야 될 것 같은데.”
눈이 휘둥그레진 할머니의 얼굴이 갑자기 울상이 되시며, 두 손을 싹싹 비벼대기 시작하셨다.
“아이고··· 그런 돈이 당장에 어딨어유···”
하지만, 남자 무당은 그런 안쓰러운 할머니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신당을 차리고 신을 모실 금액이야. 무조건 준비해. 그렇지 않으면 남은 저 손자도 이제 곧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