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도 더 된 폐 광산. 1
아니. 야생곰이 도대체 뭘 했길래 인터넷 뉴스 기사에 뜨는 거야?
나는 그 기사를 바로 눌러 확인했다.
[ 경찰관 두 명을 폭행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용진 경찰서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Y씨(32) 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Y씨는 지난 12일 오전 3시 40분 폐 정신병원에서 경찰관의 얼굴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 피해를 입은 경찰관은 당시 “진정하라는 말에도 거침없이 두 주먹을 휘두르고 마치 짐승처럼 눈알을 뒤집고 사람을 무는 듯한 행동을 했다‘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움을 주려는 경찰관을 이유 없이 폭행, 반성하는 행동이 전혀 없는 등 죄질이 매우 나빠 구속했다”라고 밝혔다. ]
그 병원에서 있었던 일로 구속까지 된 거야?
진짜 스펙터클한 사람이다.
그나저나 구속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인터넷에 쳐보니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제136조 (공무집행방해) 제1항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쓰여있다.
얼씨구··· 난리 났네.
워낙 영향력이 있던 에이전시의 유트버라 댓글들도 엄청났다.
- 그래도 흉가 유트버하면 야생곰이었는데 한방에 가는구나
- 잘 가랏. 마중은 나가지 않겠다!
- 이제부턴 정연우의 시대다!
- 근데 저 사람 왜 그러는 거임?
- 걍 연우한테 밀려서 화딱지 나서 그런 거 아님?
- ㄴㄴ 모르시는구나. 저거 돈 써서 저주 퍼부었다가 자기가 도로 맞은 거임
- ㅇㅇ 이사 통해서 구입했다는데, 나중에 저렇게 되고 나서 이사가 손절함.
- 결국 혼자 뒤집어쓰고 구속
- 진짜 귀신 들렸는지 허구한 날 깽판 치고 난리 남.
- 님들 이거 영상 보셈 (링크)
한참 댓글을 살펴보다 제일 밑에 링크 된, 야생곰이 구속되기 전 한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에는 생각보다 멀쩡한 얼굴의 야생곰이 방송을 틀어놓고 가만히 서있다.
댓글로 공격하는 시청자들에게 맞서 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한다.
[ 다른 유트버들이랑 비교해 보라니까! 내가 그 새끼들보다 방송시간이 훨씬 길어! 아 진짜 맞다니까! ]
야생곰은 그래도 식지 않는 채팅창 분위기를 읽으며 안경까지 집어던졌다.
입고 있던 옷까지 손으로 찢어 버리더니 또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 왜 나에 대한 기준만 이렇게 타이트한건데에에에! 나도 사람이야! 한 번만 봐 달라니까!? ]
분에 이기지 못한 야생곰은 그대로 방송 화면을 벗어났다.
아니. 어디서 구해왔는지 박 바가지를 가져와 자기 머리에 내리쳤다.
채팅창에는 야생곰을 조롱하는 웃음 채팅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 응. 그래도 나락이쥬
- 이제 끝났쥬
- ㅃ2쥬
- 옷은 왜 찢음?
- 몸이 야생곰이 아닌데? 야생 멧돼지로 바꿔라
- 19금 걸어. ㅅㅂ 한쪽 가슴만 보이게 옷 찢은 건 네 플랜이냐?
- 박 바가지는 언제 구해온 건데? 존나 웃기넼ㅋㅋㅋㅋ
- 너무 웃겨서 구독 취소 눌렀습니다
- 진심 같아 보여서 구독 취소 눌렀습니다
- 전 그냥 심심해서 구독 취소 눌렀습니다
- ㅅㄱㅇ
잘 가라. 야생곰.
그동안 고생했다.
그러니까 마음을 곱게 먹었어야지.
50만 명이었던 야생곰 구독자 수가 순식간에 20만 명까지 줄었다.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속도다.
와. 진짜 구독자들 살벌하네.
진짜 나락 중에 초고속 나락 아니야?
그에 비해 내 구독자 수는 실시간으로 늘어가고 있다.
43.2만 명.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아린이와 한 평생 살고시퍼워우우어예에.”
한참을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집에 금세 도착했다.
텐션이 잔뜩 업된 그 마음으로 집 문을 열려는데, 검정 박스 하나가 눈에 띈다.
박스에는 낯익은 영어 단어가 적혀있다.
YOUTU···
유트브? 뭐야? 거기서 왜 나한테 택배를 보냈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저 눈치를 살피며 가방 안에 넣어 방 안으로 잽싸게 들어왔다.
“이게 뭐야 도대체?”
포장지 겉에는 죄다 영어로 된 송장 스티커가 붙어 있다.
나는 박스를 천천히 개봉했다.
지지직. 지직. 지직.
검정 박스를 뜯어내자 화려하게 빛이 나는 은색 재생 버튼이 눈에 확 띈다.
“우와아아아 시벌! 이게 뭐야!?”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육두문자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 소리에 놀란 엄마가 부엌에서 내게 물어온다.
“아들.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 했어 방금?”
“어? 아, 아니! 신발! 신발이 너무 예쁘다고 엄마!”
그저 하얀 박스에 중간 부분이 실버로 장식된 재생 버튼만 있을 뿐인데, 너무 예뻤다.
그 밑에는 내 유트브 채널의 이름인 정연우가 쓰여 있었고, 다행히 조그마한 명함과 편지지가 들어있었다.
편지지 내용은 다 해석할 수 없었지만, 대충 내용은 이랬다.
10만 유트버가 된 거에 대해서 축하한다.
이제 100만 유트버를 한번 도전해 봐라. 등등의 내용.
10만 구독자를 벗어난지는 꽤 됐지만, 남들보다 빠른 시간에 이뤄낸 탓일까.
늦게 받는 상도 기분이 째질 듯 좋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익도 확인했다.
아직 환급받지 않은 금액이 1900만 원.
그리고 총 수익을 계산해 보니 무려 2500만 원이나 됐다.
숨이 절로 막히는 금액이다.
19살인 내 손에 2500만 원이 쥐어져 있다.
파란 지붕을 가진 전원주택을 산다는 선녀보살님의 선견이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유트브 실버 버튼을 들고 내 방에 들어가 기념샷도 하나 찍어 올리고, 집에서 얼른 나와 선녀보살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녀보살니이임!”
-안녕하세요 연우 씨. 문제는 잘 해결했어요?
“네! 선녀보살님 덕분에 색귀를 깔끔하게 저승 고속 열차 태워 보냈슴다!”
-하하. 잘 하셨어요. 이제 폐가 가셔도 더 이상 귀신이 안 무섭겠는데요?
“아니. 그건 좀···”
그것과는 별개다.
굳이 흉가가 아니더라도 그 흉측한 귀신 얼굴을 마주치면 바로 숨이 멎어 버릴 것만 같다고요.
이번엔 운 좋게도 색귀를 만났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임아린으로 변해버린 귀신의 모습에 무섭다기보다는 자칫하면 홀릴까 봐 두려웠다.
메이드복···
요즘 자꾸만 내 앞에 아른거려서 미치겠단 말이지···
-연우 씨. 앞으로도 복숭아 나뭇가지는 항상 챙겨 다니세요. 단순한 것 같아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방에 한 개씩 꼭 가지고 다닙니다요!”
-그래요. 혹시 다음 장소는 어디 가실 예정이세요?
“음··· 글쎄요. 아직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는데, 왜요?”
-오래된 정자가 하나 보이고··· 흠. 신령님께서 소리를 조심하라고 하시네요.
“소, 소리요?”
-네.
나는 몇 가지 더 당부를 듣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서도 뜬금없는 선녀보살님의 말에 나는 한참을 멍 때렸다.
소리를 조심하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한참 머리를 굴려봐도 답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선녀보살님이 얘기한 정자를 바탕으로 폐가를 찾기 시작했다.
정자가 있는 폐가라···
더 빠른 정보 습득을 위해 시청자들도 불러 모았다.
[ 그곳이이젠죽었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형님드으을 하이입니다! 오! 그곳 형님도 들어오셨네요. 반갑습니다! 몸은 괜찮으시죠?”
[ 그곳이이젠죽었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네. 연우 씨 덕분에 꿀잠 잤습니다 ㅎㅎㅎ
나는 뿌듯한 마음에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다행입니다 형님! 앞으로도 몸 관리 잘하셔요!”
이번에 가야 할 곳은 어디가 좋을까.
나는 시청자들에게 곧장 물었다.
“그나저나 형님들. 이번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요? 추천받습니다. 어디든 아시는 곳이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다만, 흉가는 말고요.”
- 음? 폐 수영장?
- 나도 연우 접영하는 거 보고 싶다
- 폐 교회 한 표
- 폐 학원도 괜찮겠다
- 폐 축사 같은 것도 있네. ㅋㅋ
많은 의견들이 터져 나오지만, 정작 내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음. 어디를 가야 하나. 이 왕이면 좀 편한 곳을 가고 싶은데.
- 폐광산 어떰? 우리 집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진 산속에 있는 건데 굉장히 오래됨.
순간, 뜨는 후원창에 나는 문득 시선을 돌렸다.
오. 폐 광산?
뭔가 느낌 오는데? 그 무슨 동굴같이 생긴 그런 곳인가?
어렸을 적 동네에 있는 산속 동굴을 탐험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신선한 그 장소 추천에 곧장 시청자에게 대답했다.
“형님! 폐 광산 괜찮은데요? 혹시 그 장소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 강원도인데, 어른들 말로는 50년도 더 된 광산이라고 함. 지금은 버려진 지 5년 정도 됐음.
시청자가 보내준 몇 개의 사진을 받고서는 나는 마음을 정했다.
좋다. 왠지 옛날 어렸을 적 느낌도 나고.
“좋아요 형님들. 결정했습니다. 폐 광산으로 하겠습니다!”
- 예아.빠꾸없다.
- 가즈아! 폐광산 귀신들 조지러!
- 하지만 조져지는 건 연우였다.
- 그래도 이제 세미 무당 정도 됨.
- 근데 은근 쉬운 곳 찾아가려는 것 같애
- 그쵸? 나도 그런 느낌이 듬
- 근데 뭐 폐가는 가봐야 아는 거 아님?
- 많이 들락날락하는 곳이 아니라서 더 위험할지도
- 소문에 의하면 이 폐광산. 경찰들도 무서워하는 곳으로 유명함.
경찰들도 무서워하는 곳이라고?
시벌. 그걸 왜 이제야 말해주는 건데.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다른 곳을 간다고 했을 텐데.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그 시청자에게 살며시 물었다.
“그, 그래요? 혹시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대충 얘기를 들어보고 너무 위험하다 싶으면 핑계 대고 다른 곳을 갈 생각이었다.
위험하다는 곳을 굳이 스스로 걸어 들어갈 이유는 없잖아.
- 안 알랴줌
너무 예상대로라 아주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갑자기 덮쳐온다.
다른 곳을 간다고 할까?
좋은 핑계가 없을까나.
잠시 고민하고 있는 사이 후원창이 한 번 더 울렸다.
- 사실 난 잘 모르고, 거기 폐광산 들어가기 300m 전에 낡은 정자가 하나 있는데, 거기 항상 앉아있는 할머니가 있대.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는데.
할머니···? 아니 그것보다 정자라고?
설마 선녀보살님이 말했던 그 정자 말하는 건가?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 해도 어차피 이 장소를 가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마지못해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알겠습니다 형님들. 그럼 저는 준비하고 바로 강원도 폐광산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조금 있다가 봐요. 하트!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