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41화 (141/225)

극사실화. 1

이게 뭐야?

그 순간, 내 눈앞이 한 번 더 번쩍였다.

“아들. 아들!”

나를 흔들어 깨우는 엄마 때문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워어어! 감사합니다 형님··· 이 아니고 엄마?”

엉뚱한 대답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던 엄마가 내게 물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얘가 요즘 왜 이렇게 형님 소리를 자주 해? 요즘 이상한 거 하고 다니는 거 아니지 아들?”

나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대답했다.

“어? 아니야. 아르바이트하다가 좋은 형을 만나게 됐는데 자꾸 부르다 보니 입에 배어버렸네.”

엄마는 입술을 깨물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근데, 무슨 꿈을 꿨길래 그렇게 기분이 좋아? 뭘 자꾸 그리는 것 같던데?”

그제야 문득, 내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맞다. 그 정해수 형님에게 받은 선물.

연필이었다.

까만 색상의 연필.

마치 목탄 연필 같은···

나는 일단 엄마에게 급하게 둘러댔다.

“아 정말? 내가 뭐 그림이라도 그리는 꿈을 꿨었나?”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꿈속에서 정해수 형님이 준 선물을 가지고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특이한 목탄 연필 같았는데 희귀하면서도 예쁘게도 생겼달까.

근데 그 연필을 준 의미는 뭘까?

나는 그림 실력은 완전히 꽝인데···

사자를 고양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수준이랄까.

“아이고. 아들이 꾼 꿈도 기억 못 하니. 얼른 와. 밥이나 먹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연스럽게 손을 쳐다봤다.

실물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뭘까?

그나저나 잠을 너무 많이 잤는지 벌써 대낮이다.

엄마가 차려주신 음식을 밥 세 공기와 함께 후다닥 해치워 버리고 방에 잽싸게 들어왔다.

그리고 유트브 영상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구독자 수. 48.9만 명.

영상 평균 조회 수 20만.

제일 처음에 올렸던 오래된 영상들은 지금 40만, 50만까지도 넘어버렸다.

입이 절로 찢어진다.

편집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는 임아린 덕분에 이뤄낸 결과물들이었다.

이 정도면 수입이 어느 정도 들어올까?

단순하게 계산해서 조회 수 1당 1원이라고 생각하면···

크··· 얼른 통장에 들어왔으면 좋겠네! 푸른 지붕 집! 푸른 지붕 집!

나는 한참을 혼자 실실 웃고 있다 다시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데, 그건 도대체 뭐였을까?

그냥 연필일까?

아님 특별한 능력이라도 부여가 된 걸까?

“음···”

턱을 잡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여태까지 말도 안 되게 내게 부여됐던 능력을 생각해 보면···

일단 나를 새벽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이 엄청난 신체능력.

그리고 전원주택을 다녀온 후 얻게 된 사이코메트리 능력.

따져보면 모두가 하나같이 말 그대로 ‘능력’이었다.

그럼 그 연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다.

실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무슨 힘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팔을 내 뻗어 허공에 별을 그리고 주문하듯 소리쳤다.

“변신! 얍! 짠! 시벌! 뭐냐? 무슨 능력이냐!”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부엌에 있는 엄마가 반응했다.

“아들? 욕한 거 아니지? 엄마가 잘못 들은 거지?”

나는 급하게 헛기침을 하며 둘러댔다.

“어? 아냐 엄마. 심하게 잘못 들었어. 신발! 신발 얘기한 거야.”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그런 평범한 선물 인건가?

하루 종일 목탄 연필을 생각하다 시간을 다 보냈다.

체력이 조금 떨어진 탓에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푹 쉬었고.

난 오늘 또 어느 때와 같이 학교에 등교했다.

이제 학교에서는 완전히 유명 인사가 되어버려 이쪽 저쪽에서 레이저를 쏴댄다.

[ 정연우! 나 구독했어. ]

[ 나도! 우리 엄마도 구독했대! ]

[ 연우야. 혹시 이번엔 어디로 갈 거야? ]

[ 근데 그거 혹시 주작 아니야? ]

[ 너 저수지에서 배 던질 때 그거 대포인 줄. ]

[ 혹시 수영 배웠어? 난 네가 물개인 줄 알았어. 접영 왜캐 잘해? ]

매 시간마다 와서 질문 해대는 바람에 내 입은 쉴 틈이 없었다.

대충 대답해 주고 이제 막 쉬려는데.

아주 강력한 내 애청자가 나를 강제로 불러댔다.

“연우야. 담임 선생님께서 너 오라는데?”

“킥킥. 너 무슨 잘못한 거냐?”

“혹시 선생님한테도 후원해달라고 함?”

학교에 온 것만으로 그저 기진맥진.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교무실로 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다.

학생주임 선생님이 손바닥을 들며 내게 인사했다.

“어이구 연예인 왔네. 이번엔 또 누굴 때려잡으셨나?”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하··· 안녕하세요. 근데 아무도 안 때려잡았는데···”

저 멀리 담임 선생님이 영상을 열심히 집중해서 쳐다보고 계시는 게 보인다.

멀리서 봐도 어떤 영상인지 대번 알 수 있었다.

이번 폐광산.

마치 범죄의 실마리라도 잡듯 아주 매섭게 관찰하고 계셨다.

담임선생님께 다가가 조심스레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선생님. 부르셨습니까.”

“어우 시벌. 아 미안. 왔니 연우야.”

잠시 동안 벙쪄 눈을 껌뻑거렸다.

담임선생님이 유트브 영상을 급하게 멈추고 최소화시킨 후. 내게 물었다.

“음. 크흠. 연우야. 선생님이 오늘 부른 이유는···”

공부 문제 아닐 것이다.

틈틈이 던져주시는 선생님의 질문에도 아주 척척박사처럼 대답해왔으니까.

담임 선생님이 주위를 눈치 보더니 내게 더 다가와서 속삭이듯 물었다.

“근데 너 이번 폐 광산에 가서 허공에 대고 떠드는 거 정말 연기 아니니···?”

3초간 정적이 흘렀다.

선생님이 민망한 지 말까지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냥 선생님이 궁금해서 그래. 혹시나 우리 연우가 어디 아픈 건 아닐까 하고··· 크흠.”

내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형님. 아니 선생님. 그 뒤에 영상을 안 보셨구나··· 뒤에 보시면 나오긴 하는데, 제가 만났던 귀신이 정자에 계시던 할머니 아드님이셨어요.”

마치 영화의 결말이라도 미리 들은 듯.

담임 선생님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어머머머. 정말? 말도 안 된다 얘.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남다른 리액션에 잠시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꾹꾹 참았다.

그러자 선생님이 헛기침을 다시 한번 하고는 내게 물었다.

“선생님이 보기엔 위험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열심히 공부해서 커리어가 쌓이는 다른 직업을..."

"전 지금이 좋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물으신다.

"혹시 너 그 유트버 하면서 얼마나 버니? 힘들지 않아?”

나는 아직 초짜지만, 그래도 50만을 향해 가는 유트버로서 선생님에게 성심껏 설명을 해드렸다.

그 이후에도 마라탕 형님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왜 그렇게 나에게 후원을 많이 하는지 등등을 여쭤보셨다.

이 질문들··· 오늘이 끝이 아니겠지?

진짜 레알 흉가 다녀온 기분이다···

그렇게 전쟁터 같은 학교생활이 끝나고 오랜만에 또 엄마와 몸보신을 할 생각으로 시장을 들러 장을 보고 있었다.

오골계 한 마리를 사고 이제 나머지 재료만 사면···

“아주머니. 아주머니~”

자주 보던 아주머니가 웃으며 나오셨다.

“아이고. 또 왔네. 뭐 줄까?”

“저 그 백숙해 먹을 건데 안에 넣을 재료 좀 사러 왔습니다.”

“아 저번에 그거? 잠깐 기다려 봐.”

갑작스럽게 화장실이 급해 내가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여기 화장실 좀 잠깐 써도 될까요?”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시며 키를 건네주셨다.

“이거 가지고 저기 옆 건물 1층 들어가.”

“감사합니다. 오골계 이거 여기 잠깐 놓고 갈게요.”

“응응 그려.”

그렇게 볼일을 마친 후.

화장실에서 나오려는 그때.

작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사람 살려어어어!”

그 비명소리는 방금까지 나와 얘기를 주고받던 아주머니 소리였다.

나는 다급하게 화장실에서 나가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아주머니가 한 방향을 손가락질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가보니 저 멀리 온몸을 검은색으로 도배한 남자 하나가 도망가고 있었다.

영문모를 상황에 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 아주머니 무슨 일이세요?”

“아이고오! 도둑이야! 도둑! 저 도둑 새끼가 내 곗돈을 다 가지고 달아났어!”

아니. 좁은 이 동네에서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여기 19년 동안 살면서 단 한 번의 소문조차도 들어보지 못했다.

워낙에 몇 안 되는 사람들끼리 사는 좁은 동네라 인심이 두터워 도둑질을 커녕, 가게를 비워놔도 알아서 양심껏 기다려주던 동네인데···

남자를 뒤따라 가보려 쳐다봤지만, 어찌나 빠른지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머니는 발을 동동 구르며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 경찰서죠! 빨리. 빨리 여기 도둑놈이 내 곗돈을 가지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뒤늦게 확인해보니, 시벌놈이 내 오골계까지 가져갔다.

다른 의미로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흥분한 채로 나는 아줌마에게 물었다.

“아, 아줌마. 혹시 얼굴 보셨나요?”

아줌마가 안절부절못하는 그 상황에서도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누가 강도 짓을 하는데 버젓이 얼굴을 드러내놓고 왔겠는가.

나는 조심스럽게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난장판이 된 물건들을 천천히 짚어보기 시작했다.

시벌··· 내 오골계.

넌 잡히면 죽는다.

폐가나 흉가가 아닌 이런 곳에서의 능력 사용은 처음이었다.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결국 그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며칠 전 같았다.

한 남자가 멀리서 숨어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그 남자는 한 장소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낯설지 않았다.

바로 내가 지금 있는 그 가게였다.

가게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

그곳에 세워둔 차 조수석에 탄 남자는 운전석에 있는 사람에게 중얼거렸다.

“야. 곗돈 분명히 그 냉장고에 있다. 돈 일이십이 아니다. 500만 원이 넘는 금액이야. 그것만 빼오면 돼.”

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CCTV는 없다 그랬지?”

조수석에 있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들··· 이 동네 사람들이었구먼.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소름이 잔뜩 돋아 올랐다.

어떻게 같은 동네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지?

잠시 동안 얼굴을 아주 자세하게 관찰한 나는 능력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경찰차가 가게 앞에 도착했다.

곧이어 망연자실하며 바닥에 앉아 신세한탄을 하는 아줌마에게 경찰이 다가갔다.

수많은 얘기가 오고 갔고.

경찰은 주위에 CCTV가 없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주머니 혹시 얼굴 보셨어요?”

아줌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거 카메라 없는 거 알고 저지른 거 같은데?”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내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걸 말해줘 말아?

괜히 나섰다가 안 좋게 엮이는 건 아니겠지?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나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경찰 앞에 다가가 얘기했다.

“그 범인. 제가 봤어요. 아주머니 혹시 그림 그릴 흰 종이 같은 거 있나요?"

그림의 '그'자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몽타주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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