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45화 (145/225)

극사실화. 5

피비린내가 채 사라지지 않은 사체.

어린아이라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일으켜야 정상이었다.

그런 사체를···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자아이에게 얘기했다.

“어, 어떻게 먹는데?”

여자아이는 해맑은 웃음을 유지한 채, 오골계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매달려있는 오골계를 떼내어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털 하나 뽑히지 않은 그 생 사체를.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나는 오골계를 여자아이의 손에서 재빨리 떼 놓았다.

“어. 어! 어!? 안 돼! 그거 그렇게 먹는 거 아냐!”

내 호통에 여자아이도 놀랐는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무서움도 느꼈는지 살짝 뒷걸음질 쳤다.

나는 다급하게 헛기침을 하고, 웃으며 다시 부드럽게 얘기했다.

“아니. 오해하지 마. 화내는 게 아니라, 잘못된 방법이라 가르쳐 주려고 하는 거야.”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던 거야. 너란 아이는···

이 오골계를 이렇게 먹었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가슴이 아프다 못해 구멍이 뚫릴 것만 같다.

아무리 못 사는 동네라지만, 나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아이가 있었다니.

한편으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순수한 아이에게 제대로 된 방법을 가르치진 않고, 그 아줌마란 사람은 대체 누구야···?

- 와. 식겁했네

- 그 생 사체를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버리네

- 내가 알던 그 먹방 유트버 딸인 줄

- 고마 처, 처, 처 지기네!?

- 야이씨. 적어도 소금은 쳐야지

- 연우 가방에 소금 있잖아

- 충격이다. 아무리 그래도 죽은 거잖아. 상했을 거라고

-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마인드?

- 그래도 그냥 먹으면 안 되는 거지!

- 저건 후원이 들어와도 못 먹는 거라고!

- 연우는 가능해

- 그나저나 레알 충격이네

“너 혹시 몇 살이니?”

여자아이는 손가락을 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잘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았지만, 대충 어림짐작은 할 수 있었다.

여자아이가 들어 보인 손가락 수는 일곱 개.

대략 잡아 한두 살 차이는 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 먹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잘못된 지식과 방법을 주입시켰겠지.

이렇게까지 변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가방에 있는 과일을 꺼내 내밀었다.

“저거는 상했으니까 못 먹어. 차라리 이 과일을 먹어. 싱싱하거든.”

여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과일을 가져다가 입에 물었다.

사각. 사각.

그 작은 입으로 껍질을 벗겨서 야무지게도 먹어댄다.

- 너 과일 그거 씻어오기는 한 거지? 안 그럼 애 농약 섭취 시키는 거다.

“형님. 절 무슨 바보로 아시나! 그 정도는 기본 센스라고요.”

그나저나 많은 질문을 쏟아붓고 싶지만, 상황상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다.

일단 이 아이를 안전한 곳에 보호를 시키는 게 급무.

이 꺼림칙한 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형님들. 아무래도 오늘 이 폐가 헌팅은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아이를 내일 안전한 곳에 이동시켜 줘야 할 것 같아요.”

이대로 뒀다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의식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필요하다.

이 아이를 이 집에 혼자 방치해둔 것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배 오려면 아직 멀었잖아?

- 네가 데리고 텐트에서 자면 되겠네

- 머리 내놓고 자는 거 잊지 마라

- 10만 원이니까

- 야. 차라리 방송을 켜놓고 자

- 너 역시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감시해 줄게

- 오. 좋은 생각이네

- 잠방하자!

“네 알겠습니다 형님들. 저 역시도 오늘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네요 잠방이나 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과일을 순식간에 해치운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쳐놓은 텐트에 가자. 거기는 좀 덜 추울 거야.”

나는 가방에 여유 있게 챙겨온 겉옷 하나를 여자아이에게 걸쳐주었다.

- 언제나 우리 연우 스펙터클하구나. 매일매일이 레전드네

이러다가 정말 돌아버리겠다.

나는 질색하듯 허공에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텐트 쪽으로 아이를 데려갔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어설픈 돌계단을 지나 저 멀리 텐트가 보인다.

멀리서 비추는 헤드랜턴 끝자락에 검은 실루엣 하나가 사라지는 게 눈에 띄었다.

뭐야? 사람!?

“혀, 형님들. 텐트에 방금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

나는 다급하게 여자아이를 데리고 텐트로 뛰어갔다.

“저기요? 저기요!”

하지만, 아무리 사라진 그쪽을 향해 소리를 질러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야생동물을 잘못 본 건가?

아니야. 분명 사람이었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반복되어 들려오는 그때.

나는 몸을 흠칫거렸다.

텐트 옆에 뭔가 수상한 기운이 맴도는 걸 느꼈다.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다가가자마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본능적으로 아이를 뒤로 숨겼다.

“와아아아아아악! 시바알! 뭐야 이거!”

텐트 옆에는 물에 잔뜩 젖은 고양이 한 마리가 쓰러진 채, 얕은 호흡을 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여자아이가 내 옆에 다가온다.

나는 다급한 나머지 아이의 눈을 가리고 저 멀리 떼어놓았다.

“저, 저기 가 있어. 잠깐만.”

- 으. 시벌 뭐야?

- 아니. 아까 텐트 칠 때부터 있었던 거야?

-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 또 생 먹방이여!?

- 진짜 처, 처, 처지기네!

- 설마 방금 연우가 봤다던 그 실루엣 진짜 사람인가?

- 그 사람이 하고 간 짓 아니야?

- 에이 설마. 섬마을 사람들 몇 안 되는데, 그런 짓을 굳이 왜?

- 그럼 멀쩡한 고양이가 왜 갑자기 텐트 옆에서 자연사를?

- 물에 젖은 거 보니까 파도에 휩쓸렸을 수도 있지

나는 얼른 가방에 있는 장갑을 꺼내 고양이를 들었다.

고양이는 내 손에 닿자마자 두 눈을 뜬 채로 안타깝게 숨이 끊어졌다.

“시, 시벌···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흙이 있는 곳까지 재빨리 달려가 고양이를 내려두었다.

그러다 문득 수상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나는 휘둥그레진 눈을 하고 카메라에 중얼거렸다.

“혀, 형님들··· 이 고양이 사고로 죽은 게 아니었어요··· 목에 칼로 베인 듯한 자국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목 전체가 크게 베인 상처였다.

갯바위나 그 바위에 붙은 조개들도 충분히 날카로운 흉기가 될 수 있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목 전체가 깊게 잘린 흔적이었다.

- 뭔가 느낌이 안 좋다. 거기

불안감이 내 몸에 휩싸인다.

나는 잽싸게 주위를 헤드랜턴으로 비추었다.

하지만 역시나 보이는 건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고양이를 얼른 묻어주고 간단한 기도까지 끝내준 후.

아이를 텐트 안에 데려왔다.

“많이 기다렸지? 고양이가 안타깝게 사고로 죽었나 봐. 그래서 아저씨. 아니 오빠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묻어주고 왔어.”

이제 새벽 2시가 다 돼가는 상황.

나는 여자아이를 안심시키고, 텐트 안에 먼저 재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먼저 빠져나와 주위를 경계하며 시청자들과 남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형님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아까 고양이··· 분명히 누군가가 일부러 죽인 거였어요. 목을 날카로운 칼 같은 걸로 벤 상처가 있어요.”

- 헉 레알?

- 뭐냐 공포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 누가 고양이 먹방 하려고 했나?

- 그 유트버 온 거 아님?

- 근데 왜 연우 텐트 옆에다가 그런 짓을 해놨대

- 설마 그 아줌마라는 사람 여기 있는 거 아니냐?

- 개 소름 끼치네. 그런 소리 하지 마셈

- 연우 무서워서 잠자겠나

- 날 새야지 뭐. 일단 만약을 대비해서 형들이 지켜본다

- ㅇㅇ 새벽 내내 철야 뜀

“감사합니다 형님들. 저도 너무 걱정돼서 졸리진 않아요.”

나는 문득 그 아줌마라는 사람을 떠올리며 심각하게 말을 이었다.

“한참을 생각해 봤는데요. 그 아줌마라는 사람이 저 아이를 혹시 제물로....”

-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를 굶어죽지 않게 유지를 시키는 것도.

죽은 동물을 눈앞에 계속해서 방치해두는 것도···

모든 게 꺼림칙한 이 의식과 관련이 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날이 밝는 데로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빨리 옮기고, 경찰들에게 이 현장을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 내 생각도 그래

- 근데 너 진짜 잠 안 자고 버틸 거냐

- 배 들어올려면 아직 한참 먼 거 아니야?

- 밤 모기가 세서 밖에서는 못 버텨. 텐트라도 들어가

- 피곤해 보이기도 하네

- 오늘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랑 동물 때문에 많이 놀라서 그런 듯

- 이제 다시는 오골계 안 먹겠는데?

- 레알 ㅋㅋ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더 하다가 끝내 텐트로 들어왔다.

텐트 안에 들어오니 여자아이가 곤히 잠들어있는 게 보인다.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마치 누군가에게 혼나는 듯 계속해서 반복되는 소리를 뱉어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말 잘 들을게요. 말 잘 들을게요.”

화가 잔뜩 치밀어 오르지만,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안쓰러움 마음이 든다.

나는 내가 입고 있던 겉옷까지 벗어 아이에게 덮어주고 나도 옆에 살며시 누웠다.

머리가 삐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다리를 오므렸고, 그 상태로 시청자들이랑 계속해서 채팅을 하며 떠들어댔다.

그렇게 몇 십분이 흘렀을까···

나는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잠이 들어있었다.

꿈을 꾸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곳에는 불이 켜진 양초가 가득했고.

사방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벽으로 막혀 있었다.

그 벽에는 맨몸의 남자들이 날카로운 창과 칼을 들고 무언가를 찌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모습이 특이했다.

머리카락은 중간이 비어 양옆에 뾰족 튀어나오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치아는 짐승처럼 뾰족 튀어나와있었다.

그래. 치아가 아니라 짐승의 이빨이었다.

‘윽. 시발··· 가위에 눌린 걸까?’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지를 못으로 고정해놓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감각을 알아차렸을 땐 내 두 눈이 부릅떠졌다.

암흑이 가득한 천장 속에서 무언가가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모습의 사람이었고, 손톱은 한참을 자르지 않아 길게 뻗어 있었다.

얼굴은 화상을 입은 듯 까만 재가 잔뜩 붙어 있었는데,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았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제발 깨라!

이런 곳에서 가위라니!

신기했다.

가위를 눌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모습을 노골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른 내가 되어서 말이다.

천장에서 눈만 빼꼼 내놓고 나를 쳐다보고 있던 그 무언가가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거미처럼 벽에 붙어 천천히···

다리를, 팔을, 머리를.

그렇게 다가온 그 정체 모를 것은 움직이지 못하는 내 앞에 자신의 괴상한 얼굴을 들이밀며 씩 웃어댔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괴상한 그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헝클어진 머리, 초점이 없는 눈.

게다가 얼굴은 앞을 향한 채로 나를 죽일 듯 째려보는 모습을 보고 확신이 섰다.

그 여자였다···

방송 초창기 시절, 오골계를 매달아놨던 의문의 폐가에서 살던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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