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46화 (146/225)

극사실화. 6

내 얼굴 코앞까지 다가온 그 여자에게서 들숨과 날숨이 오가는 게 느껴진다.

“하아···”

이질감이 든다.

이게 정녕 사람의 기운인가?

귀신이 따로 없다.

내가 만났던 어느 귀신보다도 악질적인 기운이 넘쳐흘렀다.

“히익.”

잠시 나를 보며 씩 웃는가 싶던 여자는 순간 표정을 죽였다.

싸늘한 표정을 하고 손에 들고 있던 칼로 내 배를 찌르기 위해 높이 들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 여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슉!

다행히 가위에서 풀려났다.

반사적으로 내지르던 소리는 간신히 참아냈다.

그 와중에도 혹시나 옆에서 곤히 자고 있을 여자아이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헉··· 헉··· 헉···”

짧은 시간 어찌나 시달렸는지 온몸이 땀으로 다 젖어있었다.

나는 내 주위에 광경을 보고 한 번 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이게 다 뭐야?”

온 사방에 양초가 널려 있다.

보조배터리까지 끼워 놓은 방송이 웬일인지 꺼져있었다.

나는 문득 생각난 여자아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가 사라졌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놀란 마음에 내 주위에 켜져 있는 양초를 얼른 끄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갔어!? 지아야! 지아야!”

당연히 여자아이는 없었다.

시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다급하게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무 문제 없이 핸드폰이 켜진다.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꺼진 게 아니라는 증거였다.

“배터리 70%?”

그렇다면 도중에 누가 내 핸드폰을 강제로 껐다는 건가···

나는 곧장 방송도 켰다.

[ 대추나무사람걸렸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방송이 켜지자마자 하나둘씩 들어오는 시청자들은 내 얼굴이 보이자마자 따지듯 물어댔다.

- 뭐야? 방송 켜졌네

- 난 너 죽은 줄만 알았다

- 옆에서 뭐 하는지도 모르고 세상모르고 자던데

- 많이 피곤했나 봐

- 애는 어디 갔어?

- 혹시 어제 그 사람이 데리고 갔나?

나는 채팅창을 살펴보자마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 사람이 데리고 갔다고?

“형님.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사람이 데리고 갔다니요?”

- 몰라. 어두워서 잘 안 보이긴 했는데, 머리가 산발이고 흰옷을 입은 것 같았는데···

내 미간이 잔뜩 모아진다.

산발인 머리에 흰옷을?

그 여자다.

혹시 내 꿈에 나타난 건 우연이 아니었던 거야?

“그, 그 다음에는요 형님들?”

- 그다음에는 방송이 꺼졌어. 근데 너는 깨지도 않고 잠을 잘 수가 있냐?

잠만 잔 것이 아니다.

무언가의 힘에 의해 가위에 눌렸고, 그 가위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태 잠들어 있었을 뿐.

그 사실을 증명하듯 하나의 후원창이 더 울렸다.

- 야. 너 옷부터 확인해 봐

나는 곧장 고개를 내려 내 옷을 확인했다.

“워어어어! 시발! 뭐야 이거!”

내 티셔츠에는 아직 다 굳지 않은 새빨간 피로 역십자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그 옷을 후다닥 벗어 집어던졌다.

- 어머나 19금

- 박력 있네 연우. 그냥 벗어젖히네

- 와. 연우 너 몸 뒤지게 좋다

- 운동을 얼마나 한 거냐?

- 야. 그 배에 있는 빨래판 좀 빌려줘. 발가락 양말 빨래 좀 하게

- 하필 발가락 양말?

- 야 핏물은 찬물에 씻으면 잘 씻긴다.

- 더 굳기 전에 얼른 씻어내

저것 때문일까.

내가 가위에 눌렸던 이유가.

나는 벗어던진 티셔츠를 바다 앞에 가져가 물에 재빨리 씻었다.

다행히 시청자의 말대로 핏물은 쉽게 씻겨 내려갔다.

“어우씨 형님들. 정신이 없네요. 뭘 어떻게 해야 하지?”

- 경찰에 먼저 신고해. 원터치 텐트 침입 죄로.

“신고요···?”

원터치텐트 침입 죄는 아니더라도 정말 신고를 해볼까?

아니야. 귀신이라든지, 악마 숭배자라든지.

일면식도 없는 내 말들을 경찰이 과연 믿어줄까?

분명 나를 미친놈 취급할 것 같긴 한데···

“괜히 신고했다가 미친놈 취급받을 것 같은··· 아! 잠시만요.”

수많은 잡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 그때.

난 방송 폰이 아닌 옆에 있는 보조 폰을 꺼내 들었다.

밖에서 자는 것이 처음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상 녹화를 켜두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영상에 분명 내 텐트를 들어오는 모습이 찍혔을 것이다.

그걸로 대충 신고를 해볼까?

“잠시만요 형님들. 어제 영상 좀 확인해 볼게요.”

그렇게 보조 폰에 배터리를 연결하고 녹화된 영상을 틀었다.

적은 시간의 녹화본이 저장되어 있었지만, 내가 당한 그 현장을 확인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내가 잠든 그 이후부터의 시간.

30분.

순간,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놀랍게도 내가 잠든 틈을 이용해 흰 소복의 기괴한 모습을 한 여자가 텐트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왔다.

여자는 잠든 나를 보고 씩 웃더니 곧장 핸드폰에 켜져 있는 방송을 껐다.

그리고 가져온 양초를 사방에 둘렀다.

곧이어 손에 들고 온 오골계의 사체에서 피를 묻혀 내 가슴에 역십자를 그렸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이런 시벌··· 이 피와 주문 때문이었어···”

- 워. 여자 웃을 때 소름 돋았다

- 뭐 하는 사람이야 도대체?

- 아니. 저 정도면 정신이 나간 거 아니냐

- 흰 소복을 도대체 왜 입고 다니냐고?

- 너는 어떻게 그 보조 폰을 녹화해둘 생각을 했냐?

- 개 천재네 진짜.

-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고?

- 연우가 후원받는 쪽으로만 천재인 줄 알았더니···

그 여자는 모든 게 끝난 후.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여자아이를 깨웠다.

그리고 손을 잡고는 텐트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온몸에 소름이 잔뜩 돋아 오른다.

여자는 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내 텐트에 몰래 들어왔다.

즉,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설마 내 방송을 보고 있었던 건가···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요 형님들. 저 잠시만 경찰에 신고 좀 할게요.”

나는 이 모든 사실을 곧장 경찰에 신고해서 알렸다.

“네. 여자아이가 납치한 여자가 정신이 미쳐 있어요. 아이에게 생 오골계를 먹게 하고 온몸에 피칠을··· 여하튼 빨리 좀 와주세요!”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서둘렀다.

아이가 혹시나 살인사건이 났던 집으로 돌아갔는지 확인부터 해야 했다.

급하게 텐트를 정리하고 그 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해가 버젓이 하늘에 떠있다.

하지만 잠시 후 도착한 폐가는 시간과 관계없이 끝없는 살기를 흘리고 있었다.

“지아야! 여기 있니? 나야. 아저씨. 아니 오빠야.”

폐가 구석구석을 둘러보지만,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으로 보아 아이는 이곳에 오지 않은 것 같았다.

도대체 그럼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사라진 거지?

다른 곳에 있는 건가?

꺼림칙한 기분과 함께 촉박함을 느꼈다.

자신의 몸이 제물로써 바쳐지는 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 여자아이를 얼른 찾아내야 한다.

- 어디 갔지?

- 설마 이 섬에 또 다른 폐가가 있나?

- 폐가는 많을 텐데, 굳이 다른 곳으로 갔을까?

- 의식을 치른 곳이라 아마 쉽게 이동하진 않았을 듯

- ㅇㅇ 나도 그렇게 생각함.

- 게다가 여기는 살인사건이 났던 곳이라 기운도 남다르잖아

- 맞아. 장소 이동하기 쉽지 않을 듯.

- 와. 애청자들 맞네. 완전히 박사들이여.

- 이 정도쯤이야. 훗.

그렇게 30분쯤이 훌쩍 지났을까.

내 보조 폰이 울려 댔다.

경찰이 이 섬마을에 도착했다는 전화였다.

“네. 도착하셨나요?”

나는 경찰을 마중 나가기 위해 얼른 방파제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만난 경찰 둘.

“네. 접니다.”

경찰은 어린 나이의 나를 살짝 의심하듯 경계하며 물었다.

“다시 한번 현장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일단, 저는 바다 건너 사는 학생이고요. 이쪽에 캠핑을 왔는데 여자아이를 하나 만났어요. 집이 없는 아이였는데, 학대를 당하는 것 당하는 것 같아요. 아무도 없는 폐가에서 혼자 잠을 재우고··· 생 오골계를 먹이고···”

나는 차마 의식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못했다.

나를 미친놈으로 보게 된다면 이 신고가 의미 없어질 테니까.

최대한 경찰이 이해할 수 있는 얘기로만 전달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다 믿지는 못하는지 경찰은 내게 되물었다.

“그 아이가 지금 사라졌다고요?”

“네. 제가 잠시 텐트에서 보호하고 있었는데, 제가 잠든 사이에 그 여자가 몰래 데려간 것 같아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경찰들.

나는 그 경찰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가지고 있던 영상을 꺼내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 그 여자가 등장하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찰들.

흰 소복에 피 칠까지 해있는 모습으로 등장했으니까.

내 얼굴을 번갈아보던 경찰이 얘기했다.

“그 폐가가 어디예요? 안내 좀 해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경찰들을 그 폐가로 천천히 안내했다.

순식간에 도착한 폐가.

하지만, 나는 도착하자마자 입을 떡하니 벌렸다.

“뭐, 뭐야 이거? 다 어디 갔어?”

- 헐? 뭐지?

- 누가 청소부 불렀어? 왜캐 깔끔해?

- ㅅㅂ 그 사이에 이걸 다 치웠다고?

- 어떻게 치웠지?

- 아니. 연우가 왔다간 그 짧은 사이에?

- 청소 장인인 걸까?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오골계들이 깡그리 모습을 감췄다.

바닥에 굳어있던 핏자국조차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물론 사방에 널려있던 초 역시도 마찬가지.

아니. 30분 전만 해도 있었는데···

그 잠깐 사이에 이 현장을 말끔하게 다 치워뒀다고?

[ 아무래도 날이 밝는 데로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빨리 옮기고, 경찰들에게 이 현장을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어제 내가 방송에 대고 시청자들에게 말했던 것이었다.

나는 미간을 모으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그 여자가 제 방송을 훔쳐보고 있는 것 같아요.”

경찰은 그저 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못해 폐가 안을 대충 둘러보기 시작했다.

안방, 그리고 작은방, 화장실.

하지만 전혀 사람의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경찰은 터덜터덜 걸어와 한숨을 쉬며, 나에게 얘기했다.

“일단 저희가 조사 좀 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돌아가세요.”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요! 그렇게 되면 아이가···”

언제 의식을 치러 아이가 제물로 바쳐질지 모른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계속 흘려보낼 순 없다고!

하지만, 경찰을 설득시키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경찰들에게 못 이겨 나는 그 폐가에서 잠시 빠져나왔고, 다시 방파제로 이동해 경찰들을 먼저 보냈다.

“안 타세요? 여기 하루에 두 번 밖에 배 안 뜨는데.”

“네. 저는 캠핑하러 온 거라 오늘까지 자고 가려고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경찰들이 떠가나는 배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그 폐가 쪽으로 몸을 옮겼다.

어디 간 거냐. 도대체···

경찰이 찾지 못했다면, 내가 찾아야지.

나는 경찰들이 살펴보았던 집 구석구석을 다시 천천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분명 이곳을 떠나진 않았을 거야.

혹시 다른 숨겨진 공간이 있는 걸까?

안방을 지나 부엌··· 그리고···

그러다 문득 눈에 띄는 한 공간을 발견했다.

“설마 다락인가?”

순간, 마른침이 꿀꺽 삼켜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다락의 공간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끼이이이익.

순간 나는, 새빨갛게 핏줄이 터진 흰자의 눈을 하고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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