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47화 (147/225)

극사실화. 7

그 눈을 보자마자 사고가 정지됐다.

평소라면 비명이라도 터져 나왔어야 했지만, 웬일인지 입조차도 굳어버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다락문을 닫았다.

쾅.

“어, 음. 아무것도 없네. 어, 어디 갔지? 어디 갔을까···”

힘 조절이 안 된 나머지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그 압력에 안에 머금고 있던 차가운 공기와 싸늘한 살기가 섞여 흘러나왔다.

동시에 역겨운 냄새도 터져 나왔다.

시체가 썩는 냄새랄까.

- 뭐야? 왜 보지도 않고 닫아

- 방금 뭐 보였던 것 같은데

- 야 연우야. 안에 뭐 있지 않았냐

- 고양인가?

-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렇게 쫄았어

- 설마 그 아줌마 여기 숨어 있는 거 아냐?

- 다시 열어 봐!

순간, 그 냄새의 정체가 의심되었다.

어? 설마 아이를 벌써 어떻게 한 건 아니겠지?

나는 다급하게 다시 문을 열으며 소리쳤다.

“지아야!”

문을 열자마자 귀신같은 모습의 그 여자가 내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산발인 머리에 초점이 없는 눈.

손에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들고 나에게 휘둘렀다.

나는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그 휘두르는 팔을 잡아챘다.

“워어어어! 십!”

그리고 땅바닥에 그대로 꽂아버렸다.

생각보다 너무 세게 내리꽂은 나머지 내 몸이 움찔거렸다.

바닥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 죄다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으윽! 내 등···”

그 순간, 나는 미간을 잔뜩 모았다.

정말 산 귀신같던 그 여자에게서 정말 인간적인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오잉?

- ㅅㅂ 뼈 부러지는 소리 들렸는데

- 깜짝이야. 사람인가?

- 어라? 이 여자 어제 그 여자 아님?

- 업어치기 제대로 당했다

- 살아있나?

- 뭐가 순간 날라오는 것 같았는데 그새 땅바닥을 비추고 있어

- 바닥에 뭐야 그거? 설마 칼이냐?

나는 일단 다락 위.

눕혀져 있는 지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아야.”

미동이 없다.

그저 양 팔을 벌린 채 조용히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다급하게 지아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그제야 지아가 눕혀져있는 얇은 천 모양이 눈에 띄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오르기 시작한다.

십자가를 거꾸로 뒤집은 모양이었다.

역십자(逆十字).

의식의 준비 같았다.

역십자 주위에는 수많은 양초와 오골계의 피를 잔뜩 깔아 발라놓은 듯했다.

난 다급하게 지아의 맥박을 체크했다.

“제발··· 제발···”

그 간절함이 닿았던 건지.

지아의 몸이 움찔거렸다.

숨을 쉬고 있다는 증거였다.

- 이런 미친년이

- 돌아도 아주 제대로 돌았네

- 어린애 가지고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 정말 제물로 바친다던 그 의식을 하려고 했던 거야?

- 개 소름 돋네.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 야 이거 주작 아니지?

- 연우가 대기업이랑 손잡고 있다는 게 맞긴 맞구나.

- 스케일이 시벌 장난이 아니다

- 미친놈들. 이거 실제 상황이야. 빨리 신고 좀

- 주소 좀 불러주셈

- 구촌동 경찰서

- 경찰 방금 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냐 ㅅㅂ

-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지.

- 그리고 저 여자에게는 그냥 불행이고

- ㅇㅇ 뒤지게 맞을 일만 남았다.

지아를 흔들어 깨워보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나는 이를 꽉 깨물며 굴러떨어져 처박혀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다락이라는 공간을 참 좋아하는 것 같네.”

의문의 폐가에서도 숨겨진 다락에서 이런 의식을 치르는 걸 발견했었지?

물론, 그때는 이런 의식인지도 몰랐지만···

바닥에 처박혀 있던 여자가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린다.

뭐라는 거야?

자세히 들어보니 무언가의 주문을 외우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분노감에 버럭버럭 소리쳤다.

“야 이 미친년아! 다 끝났어! 이제 철창행이라고. 경찰이 다시 오고 있다. 알아 들었어!?”

지난 몇 달간.

지아에게 했던 온갖 행패들.

학대, 의식, 강제 납치 등등.

지아가 받은 마음의 상처까지.

모든 죗값을 받게 할 생각이었다.

여자가 살벌한 표정으로 나를 죽일 듯이 째려봤다.

그것도 잠시, 갑자기 미친 듯이 씩 웃더니 또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저는 모든 신을 믿지 아니하고, 오직 대 악마를 믿사오니 더럽고 타락한 제 육체를 바칩니다.”

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자신의 육체를 바친다고?

다락 입구문이 거칠게 닫혀 버렸다.

“워어어어! 뭐야!?”

누가 닫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다급하게 그 문을 뜯어내듯 힘을 써보고, 발로 쾅쾅 차 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낡은 문이 마치 철문처럼 단단하게 굳어 막혀버렸다.

나는 숨을 고르듯 지아를 쳐다봤다.

곧이어 다락 안은 어둠이 스며들었다.

살벌한 한기가 다락 안을 메꿔가기 시작했다.

느껴진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서려 나오는 것 같더니.

조금씩, 조금씩··· 바람이 부는 것 같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가며. 내 머리털을 바짝 세웠다.

“시, 시벌. 혀, 형님들! 뭐가 잘못된 것 같아요!”

- 문 누가 닫음?

- 여자가 닫았나?

- ㄴㄴㄴ 여자는 한참 앞에 쓰러져 있었는데?

- 여자가 중얼거리니까 혼자 닫힌 것 같은데

- ㅅㅂ 악마 숭배자가 아니고 마술사 꿈나무였냐

- 야 연우야. 안 보여 헤드랜턴 켜!

- 8282 시바

그 말에 맞춰 나는 헤드랜턴을 켰다.

그런데, 그토록 발악을 해도 열리지 않던 문이 스스로 열렸다.

아니. 누군가가 열었다.

그 여자였다.

나는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확보하고 경계했다.

잠시 후, 경악스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주문을 외운 여자의 눈빛이 한층 더 맛이 간 상태로 바닥에서 칼을 주워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자해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떨어져 있는 생 오골계를 주워 먹기까지 했다.

아그작. 아그작.

날카로운 생 닭 뼈에 자신의 혀와 입안이 찢어져,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미친 듯 웃어대며 오골계를 입에 넣었다.

“시, 시발. 형님들. 아니. 지아야! 지아야!”

뭔가 잘못돼가고 있는 것 같았다.

기괴스럽게도 사방에 있는 죽은 오골계들의 날개가 저절로 퍼덕였다.

파다다닥! 파다다닥!

뭐야? 진짜 악마에게 자신을 바치기라도 한 거야?

나는 가방에 있던 소금과 팥을 여자의 몸에 뿌렸다.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여자에게는 일절 소용이 없었다.

소금과 팥을 맞으면서도 그저 날 보며 살벌하게 웃어댔다.

“킥킥. 킥킥. 킥킥킥.”

방법을 바꿔 몸에 지니고 있던 목걸이 십자가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급하게 귀신 퇴치 주문을 중얼거렸다.

“예수의 이름으로 명령하니, 악하고 더러운 귀신들아. 믿음의 자녀들에게서 즉시 떠나가라. 사랑의 하나님. 마귀와 귀신들이···”

누군가가 내 머리카락을 한 올씩 잡아올리는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소름 따위가 아니었다.

두올, 세올, 네올···

정전기라도 잔뜩 오른것처럼 뒷머리가 바짝 서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방송 휴대폰을 나에게 비추었다.

“으아아아악! 시벌! 뭐야 형님드으으을!”

- ㅅㅂ 뭐야 방금? 머리카락이 혼자 선 것 같은 느낌이···?

- 야 앞에! 미친 여자! 미친 여자!

난 고개를 홱 돌려 다시 여자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여자가 앉아 있는 그 위치 뒤로 검은 형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한눈에 보아도 꺼칠꺼칠하고 죽은 사람의 생기 없는 피부를 가졌는데, 끔찍하게도 온 얼굴에 실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그 정체는 여자를 얼굴을 살며시 잡는가 싶더니, 입에서 피를 토해 여자의 입으로 옮겼다.

“끄아아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여자.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흉가 컨텐츠를 진행한지도 몇 달째.

이미 익숙해진지도 꽤 됐다.

수많은 귀신을 봐왔지만, 오늘 같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솜털이 바짝 서고, 숨이 턱턱 막히며 감히 무언가를 할 생각조차 안 들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 여자 혼자 입 벌리고 뭐 하는 거냐

- 야 저 여자 진짜 미친 것 같아.

- 연우야 그냥 상대하지 말고 경찰한테 넘겨라

- 여자아이 빨리 깨워서 도망가라!

- 어? 시벌. 여자 얼굴도 바뀐 것 같아

- 귀신 들린 것 같은 기분인데

- 아까랑은 완전히 딴 판이야

그 검은 정체는 아무래도 나에게만 보였던 것 같다.

입에서 입으로 피를 전해 받고 나서는 앞에 있던 여자의 얼굴이 그 검은 정체와 같아졌다.

얼굴이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허옇게 변했고, 실핏줄이 잔뜩 돋아 올랐다.

눈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땅에 떨궜던 칼을 살며시 다시 집어 들었다.

“시, 시벌. 자, 잘못했어요. 아줌마.”

천천히 한 발짝씩 다가오던 여자의 두 눈이 급격하게 커짐과 동시에 날카로운 칼을 내 몸 깊숙이 들이밀었다.

“와아아악! 시발! 뭐 하는 짓이에요! 그거 진짜 칼이라고요! 찔리면 죽어요! 죽어! 내려놔!”

하지만, 그 말이 들릴 리 없었다.

이미 여자의 정신은 무언가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죽은 사람처럼 생기가 없었으니까.

다시 한번 여자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휘이익!

가까스로 휘두르는 팔을 다시 잡았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그저 괴물 같은 그 힘은 성인 남자를 훌쩍 뛰어넘는 파워였다.

“으아아아아! 형님들! 경찰! 경찰 좀 빨리! 연우 죽어요!”

- 야 시발 이거 장난 아닌데

- 연출이 아닌 것 같다고 얘들아

- 아까 진짜 경찰 신고 한 사람 있냐?

- 신고는 진작에 했음. 근데 그냥 장난전화 취급 한 건가? 연락이 없는데?

- 신고 한 사람 어딨어? 말 좀 해봐

- 저러다 진짜 우리 연우 죽겠다고 시벌!

- 미친. 여자한테 죽겠냐? 전과 24범 때려잡은 놈이야!

- 그래도 위험해 보인다고!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순간, 정말 기적처럼 칼이 내 몸에 닿기 전에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여댔다.

내 머리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휘둘러대도 그 칼은 내 몸에 닿지도.

아니. 스치지도 못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만약이라는 상황을 생각해야 했다.

이대로 계속 피하기만 한다면 옆에 지아도 그렇고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어. 어!? 하지 마! 시벌! 그만!”

본능적으로 몸이 또 한 번 움직였다.

칼을 휘두르는 여자의 품으로 오히려 파고들었다.

곧이어 바닥에 넘어지며 여자의 머리와 칼을 든 팔을 내 두 다리로 감싸 안았다.

내 발목은 두 다리를 강하게 묶어버렸고, 팔을 넘겨 손에 쥔 칼을 빼냈다.

내 몸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골반을 뒤로 살짝 뺐다.

오른쪽 다리를 여자의 목뒤에 걸고서 남은 왼쪽 다리로 걸어 삼각형을 만들어 잠갔다.

그리고 여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 쪽으로 눌러버렸다.

“끄으으악···”

괴상한 소리를 내며 나를 죽일 듯 쳐다보던 여자의 눈이 희미하게 감겨져 간다.

1초, 2초, 3초··· 결국.

몸에 모든 힘이 풀리며 여자는 내 몸 위로 풀썩 쓰러져 버렸다.

- 이런 미친

- 트라이앵글 초크?

- 아니. 이 와중에 트라이앵글 초크를 한다고?

- 이거 연우 네가 짠 연출이지? 시부랄놈아

- 칼을 든 상대한테 초크를 시전하는 미친놈이 어딨어. 도망을 가야지

- ㅅㅂ 진짜 미쳤다 너.

- 이젠 귀신보다 네가 더 무섭다.

- 형 그동안 죄송했어요

- 여자 죽은 거 아냐?

- 후원 안 해주면 나한테도 트라이앵글 초크 걸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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