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51화 (151/225)

해외 첫 고스트헌팅. 3

내 제안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후원창이 울렸다.

- 아주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이죠. 좋습니다. 그럼 지카이 숲으로 가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나는 짧은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 헐. ㅅㅂ 설마 세계 7대 불가사의 숲?

- 미친. 거길 가겠다고?

- 거긴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공포의 숲이라는데

- 괜찮겠냐 연우야?

- 어째 너는 항상 네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 같다

- 혹시 장래희망이 포클레인기사 인가

- 거기 진짜 어마어마한 곳이야

- 근데 설마 너 그곳에 아린이를 데려갈 생각은 아니지?

- 그건 진짜 미친 짓이다.

나는 씩 웃었다.

“형님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더 이상 위험한 곳에 데려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린이는 집에서 모니터링을 시킬 거고요. 지카이 숲은 저와 악마 연구가 염세환님 단둘이 갑니다.”

편집을 무료로 해주고 있는 임아린이다.

이번 기회 삼아 해외여행이라는 큰 선물을 주고 싶었다.

- 올. 멋있네. 근데 너 거기 가서 버틸 수나 있겠냐? 세계 7대 죽음의 숲. 즉, 자살의 숲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더 이상 내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어린애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함께 동행해 줄 대단한 경력의 어른도 있다.

상대는 악마 연구가.

어중간한 기를 가지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살기가 넘치는 흉가를 밥 먹듯이 들락날락해도 아무 사고나 문제없이 여태 살아온 산증인이니까.

오히려 이 사람 앞에서 영적인 존재들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 같아 그게 더 걱정인데···

아니. 내가 미쳤나 보다.

나 지금 무슨 걱정 하고 있는 거야?

“형님들. 제가 누굽니까! 흉가 컨텐츠계의 전설 정연우 아닙니까! 문제없습니다.”

- 오. 센 척 오졌다.

- 센 척 오지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는 어쩔 수 없쥬?

- 누가 다리 잡아 흔들고 있냐?

- 전기 충격기 맞은 것 같어

- 문제가 없다고? 맨날 시벌시벌! 와아아아악! 이 지랄함서?

- 네 소리 지르는 거 때문에 우리가 더 놀라 ㅅㅂ

- 이번엔 멋진 모습 보여주길 바란다.

- ㅇㅇ 악마 연구가 앞에서 그럼 창피하잖아

- 아니지. 반대로 그렇게 악마 연구가를 겁에 질리게 할 수도

- 아하?

어느새 악마 연구가 염세환은 내 방에서 퇴장했다.

자, 일단 계획은 만들어졌고··· 이제 준비해야 할 게 또 뭐가 있을까?

떠오른 건 한 사람이었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서 조언과 정보를 더 모아야 했다.

분명 지카이숲을 다녀왔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분.

“자리를 이동하겠습니다 형님들. 그분을 만나 봬야 할 것 같아요.”

- 그분이라면 설마···?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녀보살님이요.”

“감사합니다. 택시 아저씨.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야.”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마중 나온 선녀보살님을 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 이렇게 딱딱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거지?

진짜 무당의 감이란 건 날카롭고도 무섭다.

웬일인지 오늘만큼은 다른 날보다 한층 더 단아해 보이는 선녀보살님.

예쁜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한 쪽 머리 뒤에 예쁜 리본 모양의 핀까지 꼽고 계셨다.

“선녀보살니이임! 저 왔습니다!”

대답 없이 눈웃음과 가벼운 목례로 날 반겨주시는 선녀보살님.

- 와 미치겠다.

- 언제 봐도 사랑스러워.

- 임아린이랑은 다른 성숙함. 너무 섹시해!

- 여보오오오오! 머리에 꼽은 머리핀이 날 미치게 하네!

- 차라리 지카이숲에 선녀보살님을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니냐

- 그러네.그럼 2:1로 줘 팰 수 있자너

- ㄴㄴ 님들 무슨 소리하셈. 그럼 연우가 겁에 질린 모습을 못 보잖아

- 개 노잼 방송 보고 싶음?

- 아차. 그건 아니지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이 형님들. 왜 그러세요. 그런 말 자제 좀.”

곧이어 앞에 있는 선녀보살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또 찾아왔습니다. 제가 이번에 먼 여행을 떠나게 돼서요. 조언 좀 구하려고요.”

“그래요. 들어오세요.”

선녀보살님의 뒤를 따라 신당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나 엄청난 위엄을 보여주는 장군 동상.

나는 동상을 쳐다보자마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자, 잘 계셨지요. 형님. 아니 신령님.”

내 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시며 자리에 방석을 깔아주시는 선녀보살님이 얘기했다.

“여기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선녀보살님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가는 곳이 한국이 아닌가 봐요. 하늘에 떠있는 모습을 잠시 봤는데, 혹시 외국인가요?”

내 입이 화들짝 놀라 닭똥집처럼 변했다.

“오우! 어떻게 아셨어요? 진짜 대박쓰.”

- 이것이 대한민국 1등 무당의 위엄

- 얼굴만 1등인 줄 알았더니 여윽시!

- 듣자마자 내 몸에 소름 돋아 올랐다. 그걸 어떻게 알지?

- 연우 새끼. 미리 스포 해준 거 아니냐?

- 아니면 선녀보살님 부캐로 방송 훔쳐보고 있었다거나

- 님. 그 정도로 못 믿으면서 사회생활 가능?

- 그냥 해본 말이야. 이 색갸!

선녀보살님이 잠시 눈을 감고, 무구 방울을 천천히 흔들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무언가를 보신 듯 방울을 흔들며 내게 중얼거리셨다.

“울창한 숲이 보이네요. 크기가 어마어마해요. 한 번 들어가면 길을 잃을 위험이 커 보이는···”

선녀보살님이 무구 방울을 갑자기 멈추며 내게 물었다.

“혹시 일본의 지카이 숲 가시는 거예요?”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네. 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선녀보살님의 표정이 한껏 진지해지셨다.

다시 이리저리 무구 방울을 흔들더니 내게 얘기했다.

“같이 가는 사람이 누구예요? 연우 씨한테 아주 강한 적대심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나는 방송중인걸 감안하고 둘러대며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귀신’이라는 영적인 존재에 있어 저희 둘은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표현하고 있거든요. 같이 가시는 분은 악마 연구가 염세환이라는 분입니다.”

선녀보살님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혹시 이미 마주치신 분인가?

“혹시 아시나요?”

“워낙에 저희 쪽에 유명하신 분이라 들어는 봤어요.”

아직 만나시지는 않았구나.

무당 천 명을 만났다는 기사에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 음··· 그치. 선녀보살님이 악마 연구가에게 질 리 없지

- 아마 서로 마주쳤으면 피 튀겼겠는데

- 인정. 악마 연구가 벌레랑 쥐로 몸 샤워했을 듯

- 설마 그 전원주택에서 그거?

- ㅇㅇ

- 그건 연우가 섭외한 거 아님?

- 미친. 벌레랑 쥐를 뭘로 섭외하냐 색갸

- 후원으로?

선녀보살님이 오방기를 들었다.

이리저리 섞기 시작하더니, 슬쩍 내게 내밀었다.

“······??”

“자, 아무거나 한번 집어보세요.”

나는 눈을 껌뻑거리다 오방기를 하나 집어 들었다.

빨간 깃발.

선녀보살님은 살짝 웃으시며 다시 깃발을 가져다가 섞으셨다.

그리고 다시 내밀었다.

“한 번 더 집어보세요.”

나는 곧장 오방기 하나를 또 집어 들었다.

하얀 깃발.

음··· 서로 다른 깃발이 나왔는데···

빨간 거는 혹시 나쁜 의미 인가?

나는 궁금함에 선녀보살님에게 물었다.

“혹시 이 깃발의 의미가 뭔가요? 나쁜 의미인가요?”

선녀보살님이 깃발들을 천천히 보여주며 내게 얘기했다.

“오방기는 동, 서, 남, 북, 중앙을 뜻해요. 이동수 변동수를 볼 때라든지 그 사람의 운을 볼 때 쓰지요.”

곧이어 빨간 깃발을 들어 말을 이었다.

“이 빨간 깃발은 산신을 뜻해요. 또는 재수 깃발이라고도 하죠. 이 깃발은 오방기의 색중에 제일 재수가 좋고, 금전이라든지 사업 쪽 영업 문이 열린다.라고 보면 됩니다.”

내가 입을 떡하니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 역시 돈미새 녀석이라는 걸 오방기로 바로 인증해버리네

- 진짜 개 소름이다 미친 ㅋㅋㅋ

- 거침없이 뽑은 게 빨간 깃발 ㅋㅋ

- 이 새끼 돌잡이 때 뭐 잡았는지 개 궁금한데?

- 대박이다 진짜.

- 쟤 도대체 뭐임?

- 뒤에 강력한 수호신이라도 있는 거 아님?

- 그나저나 하얀 깃발은 뭐임?

선녀보살님이 시청자들과 내 궁금증에 풀어주듯, 하얀 깃발을 들며 얘기했다.

“이 하얀 깃발은 불사 할머니를 뜻해요. 집안에 우환이나 가환을 걷어주고 아기를 점지해 주시는 할머니 신이기도 하면서 하늘을 뜻해요.”

나는 화들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네, 네!? 아, 아기요!?”

순간, 오해를 넘어서서 그 짧은 시간에 모든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며 별 상상이 다 된다.

아기라고···?

그렇다면 임아린과 내가···

선녀보살님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미소를 지으며 내게 얘기했다.

“왠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네요?”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방어하듯 손을 휘저으며 핑계 댔다.

“오우! 아니에요 형님. 아니. 선녀보살님. 아무 생각 안 했는데요? 새, 생 사람 잡으시네!”

곧이어 선녀보살님이 웃음을 참지 못하시고 미소를 유지한 채 얘기했다.

“하하하하. 연우 씨한테는 의미가 달라요. 건강이나 하늘에 복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하여튼 간 저 변태 같은 녀석

- 너 앞으로 육하원칙에 의해 디테일하게 보고하라고 했다

- 임아린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대면 후원은 없다

- 악마 연구가 그 사람한테 방을 끝에서 끝방으로 떨어트려 달라고 하자.

- 밤새 기도한다 시벌.

- 귀 새빨개진거 봐. 엉큼한 새끼!

선녀보살님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선녀보살님. 솔직히 지카이 숲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죽음의 숲이라 저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이 깃발이 나왔다는 건 거기에 가도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건가요?”

1973년부터 2003년까지 발견된 시신은 1177구.

미스터리한 현상과 의문의 죽음들.

해마다 자살도 엄청나게 많이 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지카이 숲에서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곳에 가려 하고 있다.

선녀보살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디까지나 운을 보는 거예요. 100%라는 건 없습니다. 그리고 이 깃발들이 좋은 의미를 가지는 건 사실이지만, 반대의 의미도 갖습니다.”

나는 이마를 탁 쳤다.

“아··· 이런.”

“그러니 항상 조심하셔야 해요.”

“라고 말씀드려도 우리 연우 씨는 또 무리하시겠죠?”

“······그, 그게 상황에 따라 피치 못할 사정이···”

진땀이 흐른다.

어느 누가 목숨까지 걸어가며 그런 위험한 폐가와 흉가를 드나들겠는가.

나 역시도 타고난 감각 덕분인지 몰라도 내 안전이 보장된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했기에 그런 무리도 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 감각과 자신감은 어디서부터 나온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선녀보살님이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리고 내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선녀보살님이 내민 그것은 새빨간 닭피로 쓰인 부적이었다.

하지만, 평소 내가 가지고 다니던 부적이랑은 느낌이 달랐다.

쓰인 글씨도 빼곡하게 부적 모든 면을 채우고 있었다.

“이건 제가 한 달 동안 공들여 만든 부적이에요. 즉, 한 달 걸렸다는 말이죠. 적절한 타이밍에 연우 씨에게 드리려고 했는데 그게 오늘 같네요.”

부적을 건네받기만 했는데도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정말 아주 위험할 때 그 부적을 꼭 손에 쥐세요. 그럼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다만···?”

선녀보살님이 장난기 없는 얼굴로 얘기했다.

“그 부적은 일회성이에요. 절대 그 이상의 상황은 만들지 마세요.”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런 누추한 저에게 이런 귀한 걸다···“

선녀보살님이 내게 하나를 더 내밀었다.

순금 같은 색의 방울이었는데 마치 무구에서 하나 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방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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