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59화 (159/225)

해외 첫 고스트헌팅. 11

“와아아아악! 머, 머리가죽이··· 머리가죽이! 다 뜯겼···”

충격에 휩싸여 그대로 놀라자빠졌다.

귀신을 봤을 때 보다 내 심장이 더 쿵쾅거렸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정말 몸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시바아알! 내 가발!”

괴성과 같은 울부짖음에 모든 동작이 일시정지를 누른 것처럼 멈췄다.

느낌상으론 땅 밑을 휘적거리던 정체 모를 손도.

염세환을 붙잡고 늘어졌던 그 귀신도.

모두 염세환의 머리를 보고 사고가 정지된 것 같았다.

- 커헉!

- 시발! 이게 뭐야?

- 대머리?

- 도대체 이 문어는 누구야!?

- 누가 어디서 낙지 주문했냐고

- 영화 식스센스 이후로 아주 강력한 충격이다

- 헐! 잘생긴 연예인도 대머리면 이런 느낌일까?

- 사람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네ㅋㅋㅋㅋㅋㅋ

- 완벽한 M자 탈모···

- 이 정도면 사기 아니냐?

[ 찬란하게빛나는네머리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이 시벌. 문어대가리 빨리 씌워줘! 수치사 할지도 모른다!

“어? 어! 네 형님!”

나는 아직 어벙벙한 그 상태로 다급하게 염세환 머리 위에 가발을 살짝 얹었다.

하지만, 가발을 처음 만져본 터라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 찬란하게빛나는네머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건 뒤잖아! 아 내가 다 속상하네! 울고 싶다!

현재 시청자 수. 1987명.

내 방송 역사상 첫 2천 명 돌파를 앞둔 상황이었다.

염세환의 팬들까지도 모조리 내 방송을 찾아와 보고 있던 상황.

그의 숨겨진 비밀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자, 채팅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 헉. 세환님 머리가···

- 뭐야 이거? 실화인가? 악마 연구해서 그런 거예요?

- 내 인생 최고 깔끔한 민머리?

- 아니. 내가 좋아하던 유트버가 대머리였다니···

- 가슴 아프지만, 뭔가 속은 느낌이다.

- 그래도 염세환님 끄, 끝까지 응원할게요.

- 그런데 혹시 염세환님은 타코야키 드시나요?

- 머리가죽 벗겨진 줄 알고 깜짝 놀랐네

- 괜찮아요. 저도 탈모에요. 힘내세요.

- 머리 감을 때 샴푸 덜 들잖아요

“10년간을...”

염세환의 표정이 좋지 않다.

모든 의욕을 잃은 것만 같은 표정이다.

진흙탕에 더 빠지기 않기 위해 발버둥 치던 몸도 그대로 멈춰버렸다.

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니. 이, 이럴 때가 아니에요 염세환님. 우리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 치지지익- 諦めて 치지지이익- 死んじゃう 치지지익- じゃあ楽だよ ]

[ 포기해. 죽어. 그럼편해. ]

“워어어어! 시바아아알 미친!”

어느샌가 염세환의 등에 딱 달라붙어있는 귀신.

마치 어린아이를 부추기듯이 귀에 대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방울을 쥐었던 터라 염세환도 당연히 기겁하며 온 난리를 쳤어야 정상이지만.

이미 정신줄을 한참 놓고 있었다.

그런 염세환이 정말 충격적인 말을 뱉어냈다.

“그래. 차라리 죽는 게 나아···”

화들짝 놀란 내가 염세환의 등 뒤에 붙어있는 귀신에게 소금과 팥을 뿌려댔다.

“뭐, 뭐라고 속삭이는 거야. 이 미친 귀신아아아!”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허탈한 모습으로 진흙 범벅까지 돼버린 염세환은 계속해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젠 모두 끝이야···”

- 뻘 낙지?

- 소금이랑 팥 귀신 노린거 맞지?

- 죄다 염세환 얼굴에 꽂히는데

- 구멍 나는거 아님?

- 저 사람 완전히 인생 포기한듯한 표정이야

- ㅅㅂ 나 같아도 그런 비밀을 들켰으면 허탈하겠다

- 얼마나 수치스럽겠어

- 거봐. 수치사 한다니까! 저 사람 빨리 여기서 내보내. 괜히 발작하는 거 아니냐

- 맞어. 괜히 빙의라도 되는 거 아니냐 연우야

- ㅅㅂ 낙지 빙의?

염세환의 눈이 하얗게 떠버렸다.

영혼이 나간듯한 눈동자.

저 귀신이 속삭이는 말에 동요하고 있는 거야···

무언가에 잔뜩 홀린듯한 사람의 눈동자였다.

또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염세환에게 괴성을 질러댔다.

“저 귀신이 하는 소리 절대 듣지 말아요! 염세환니이이이임! 제발!”

[ 치지지익- みんなあいつの仕業だよ 치지지익- あの子が元凶だよ 치지지지익- 殺そう ]

[ 모두 저 녀석의 짓이야. 쟤가 원흉이야. 죽이자. ]

그 생각 하기 무섭게, 염세환 눈빛이 금방 살기를 띄었다.

곧장 분노의 화살은 나에게로 향했다.

질퍽이던 땅바닥에 뒹굴던 염세환이 그 자리에서 점프 뛰듯 번쩍 일어나서는 갑자기 나를 향해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시, 시벌! 정신 차려요 정신!”

나를 죽일 듯이 째려보며 달려들던 염세환은 계속해서 귀신이 귓가에 중얼거리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뱉어냈다.

“그래.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 뭐야? 이게 뭔 상황이야? 실수로 가발 벗긴 건데 넘 하는 거 아냐?

- 저 사람 눈빛이 이상한데. 설마 빙의된 거 아님?

가까스로 염세환이 휘두르는 주먹을 피하고 있지만,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얼른 염세환을 정신 차리게 만들어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아 시벌! 맞아요 형님들. 이 사람 지금 귀신한테 홀렸어요! 귀신 안 믿는다면서 왜 귀신한테 홀리냐고오오오!”

이 사실을 믿지 않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함부로 손도 댈 수 없었다.

어쩌지 시벌!

- 뭐야? 실화냐 이거?

- 실수로 가발 벗겼다고 주먹질은 좀 오바 아니야?

- 인생에 길이 남을 흑역사를 제대로 만들어줬는데 님 같으면 안 빡치겠음?

- 칼부림 안 난 게 어디임.

- ㅇㅈ. 근데 저 사람 눈빛이 좀 이상한데?

- 딴 사람 같아. 뭐지?

- 진짜 귀신한테 홀리기라도 한 거야?

- 레알 낙지 빙의 된 거임?

- 운동신경이 제로라서 흐느적거리는 느낌이야

시청자의 말대로 운동신경이 없는 염세환이 두 팔을 사정없이 휘두른다.

하지만, 질퍽대는 바닥에서 중심조차 잡지 못하는 염세환은 자꾸 땅바닥에 넘어졌다.

그럼에도 계속 오뚝이처럼 일어나며 험한 말을 쏟아냈다.

그 젠틀했던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말들을.

“너를 갈기갈기 찢어서 이 숲에 뿌릴 거야. 이 개자식아.”

“시벌! 가발은 미안해요! 좋은 걸로 하나사주면 되잖아요! 정신 좀 차려봐요 좀!”

시간이 갈수록 난폭해지는 염세환.

등 뒤에 붙어있는 귀신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릴 때마다 염세환의 표정은 점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래. 저 귀신.

저 귀신부터 어떻게든 떼어내야겠다.

나는 염세환에게 멀리 감치 떨어져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혹시 감성을 건드리면 되지 않을까.

“여, 염세환님! 집에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죠! 그 부모님을 생각하세요! 예!?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된다고요!”

반응이 없다.

곧이어 이를 꽉 깨문 듯, 볼이 실룩실룩거리더니 입에선 새빨간 피가 주룩 흘러내렸다.

“나 부모님 없어 이 개새끼야. 죽어 그냥!”

“워어어어! 시벌 또 미안해요!”

- 헐. 발작 버튼.

- 연우가 아픈 가정사를 들춰내버렸다.

- 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있는데 없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 아니. 근데 저 사람 도대체 왜 그러냐고!

- 가발 벗겨서 그런 거라니까

- ㄴㄴ 저거 귀신에 빙의 됐어. 눈빛 봐봐

- 하얗게 질린 게 정신이 나갔잖아 이미

- 아니. 왜 죄다 연우만 만나면 사람들이 빙의를 해대냐고!

- 시벌! 닥치고 일단 저 가발 좀 뒤로 다시 씌어줘 좀!

- ㅅㅂ 겁나 불편하다고!

- 야 연우야. 말로 안 되면 그냥 때려눕혀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안 돼요 형님들! 어떻게 사람을 때려요!”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빨리 어떻게 좀 해봐라.

턱도 자동적으로 벌어졌다.

시, 시벌. 처, 천만 원···

심각한 그 와중에도 나는 염세환을 피해 도망가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괴성을 질러댔다.

“이런 시버어얼! 마라탕 형님께서 처, 천만 원으으으을! 이 연우가 얼른 귀신한테 홀린 염세환님을···”

반사적으로 내 큰 손바닥이 염세환의 뺨에 닿을뻔했지만.

머리를 쳐다보는 순간 금세 그 마음은 가라앉았다.

시벌. 도저히 미안해서 손을 댈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사람은 저 귀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염세환이 뒤늦게 뱉은 말 한마디가 나를 잔뜩 흥분시켰다.

“너네 엄마도 고양이도 내가 찾아가서 죽여버릴 거야. 다 죽여버릴 거야.”

나는 그 자리에서 서서 정색하며 염세환을.

아니. 등 뒤에 있는 귀신을 째려봤다.

‘이런 시벌놈이··· 가족까지 건드리게 해?’

- 헐. 연우 발작 버튼.

- 연우 가족을 건드린다고?

- 이건 중간 다리를 30분 내내 얻어맞아도 할 말 없다

- 미쳤다. 이런 식으로 연우를 도발하다니

- 저놈은 칼 든 전과 24범을 맨손으로 때려잡은 놈이라고!

- 자살을 이런 방법으로도 하나?

- 미친. 끝났다 이제.

- 사요나라

난 무엇보다 염세환의 움직임을 한 번에 봉쇄할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을 금방 생각해냈다.

높이 올렸던 손바닥을 살며시 내려놓고.

주머니 안에 있던 부적을 매만졌다.

선녀보살님이 내 안전을 위해 만들어주신 소중한 부적.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보다 이 사람에게 쓰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양기가 잔뜩 들어간 귀한 부적인데··· 이걸 쓰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염세환 님. 그래도 무조건 참으세요!”

나는 염세환에게 재빨리 다가가 이마에 부적을 갖다 붙였다.

부적을 붙이자마자 염세환이 흰자를 뒤집으며, 괴로운 신음 소리를 뱉어낸다.

“끄윽··· 끄, 끄윽···”

그와 동시에 등 뒤에 매달려있던 귀신이 눈을 희번덕거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리를 입으로 뱉어냈다.

[ クアアアアッ! やめろ!やめろ! ]

[ 콰아아악! 그만해! 그만해! ]

놀랍게도 입에 거품까지 잔뜩 물은 채로 축 늘어지는 염세환.

그대로 바닥에 기절해버렸다.

“하··· 하··· 시벌. 이 부적 효과 무엇···”

귀신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졌고, 이마에 붙였던 부적은 탄 것처럼 까맣게 썩어버렸다.

스스슥.

나는 서둘러 염세환을 팔을 들어 업쳐매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벌! 대체 저기까지 어떻게 올라가!”

다른 방법은 없었다.

언제 또다시 귀신이 나타나 우리를 위험에 빠트릴지 몰랐다.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 헐··· 연우 체력 뭐냐 진짜

- 성인 남성 업은 거 맞지 지금?

- 미친 저 높은 곳을 지금 남자를 업고 올라가고 있는···

- 내 눈이 의심스럽다.

- 쟤 좀 있으면 하늘도 나는 거 아니냐?

- 저런 놈에게 대들다니, 낙지 저 양반은 부적 없었으면 진짜 뒤졌다

- ㅇㅇ. 바로 저승사자한테 퀵으로 보냄

- 어? 저거 뭐야?

- 뒤에 뭐가 보이는 데

[ 치지지지익- 行かないで 치지지익- 送らないよ 치지지지익- 絶対 ]

[ 가지마. 안보낼거야. 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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