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또는 지옥
- 일본 도쿄 3대 라멘집 중 한곳을 가서 라면을 먹는다! 50만 원!
미션을 받고도 한참 눈을 껌뻑거렸다.
폐가에 가라는 것도 아니고 흉가에 가라는 것도 아니고···
이게 정말 미션이라고?
“형님? 레알 이게 미션입니까···?”
너무 생뚱맞은 미션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 형님 혹시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냐?
라면 집을 찾아갔는데 망해서 흉가로 변해 있다거나.
아니면 그 라면 집 좌표가 지카이 숲 한가운데 찍혀 있다거나···
- 왜 싫으냐?
나는 일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아, 아니요 형님! 저 라면 진짜 좋아합니다요!”
가난한 탓에 항상 달고 살았던 라면은 내 주식이다.
- 이건 라면이 아니다. 라멘이야. 중국의 수타 탕면인 라몐이 일본에서 현지화된 식품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자장면이랄까.
나는 손바닥을 치며 감탄했다.
“아하! 그렇군요!”
그나저나 큰 손 형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하도 극 난이도의 미션을 많이 받았던지라, 의심부터 하게 된다.
- ???
- 미션 무엇?
- 뜬금포 라멘이라···
- 라멘 집에 귀신 있나?
- 전과 18범 범죄자가 있을 수도
- 스읍. 이 형님이 이런 미션을 줄 사람이 아닌데
- 무덤 안에 들어가라고 하는 형님 이잖슴.
- 관 속에도 들어가라고 함.
- 인정. 원조 악당이지
- ㄷㄷㄷ 그냥 라멘 먹는 미션인데 왜캐 무섭냐.
- 미쳤거나 빙의됐거나 둘 중 하나임.
- 결국 그 말이 그거 아님?
- 오해하지 마라. 그냥 내가 가지 못해 대리만족 하려는 거니까
진짜지?
믿어도 되는 거지?
괜한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라탕 형님. 그럼 잠시만요. 제가 바로 3대 맛집 중 최고로 가고 싶은 곳을 한 군데 정하겠습니다!”
나는 옆에 있는 임아린과 둘이 히죽거리며, 맛집을 찾기 시작했다.
3대 맛집.
정보가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내가 찾은 세 곳은 이러했다.
Japanese Soba Noodles 츠타,
소바 하우스 콘지키호토토기스, 중화 소바 긴자 하치고.
미쉐린 가이드 별을 품고 있는 일본 라멘 맛집이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곳으로 정했다.
“형님. 그럼 저는 중화 소바 긴자 하치고로 가겠습니다.”
- 오. 역시. 탁월한 선택이다. 저 세 곳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야. 역시 너란 놈은···
나는 검지를 코밑에 갖다 비비며 눈썹을 씰룩거렸다.
“후훗···”
- 확률이 아무리 33.3%라지만··· 나 참.
- 나무꾼 보살 미쳤다. 화경을 통해 봤냐?
- 당연히 찍은 거지 ㅅㅂ 뭔 화경
- 아니. 어떻게 저놈은 매번 딱딱 들어맞냐고
- 개 신기하네 정말
- 신령님 왈. 흉가에 맨날 쫓겨 다니는데 그 정도는 도와주자
- ㅇㅋ ㅋㅋㅋㅋㅋㅋ
내가 입을 열었다.
“형님. 그럼 저희 아직 숙소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한 군데 들렸다가 가도 될까요?”
- 뭐? 혹시 거기 호텔 수영장 들리려는 거냐?
순간, 눈이 가늘어지고 입꼬리는 자동으로 씨익 올라간다.
“네. 그렇습니다 형님.”
- ㅇㅇ 그려
남은 이 시간을 이 호텔의 하이라이트 수영장에서 아린이와 만끽해야지!
임아린과 물놀이를 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지카이숲에서 고생을 했는지···
생각하면 눈물, 콧물이 다 흘러내린다.
“형님들! 이제 저희가 이 숙소에 머물 수 있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제대로 즐기려면 방송을 꺼야 할 것 같습니다.”
숙소에서 혼자 편집하랴 모니터링하랴 고생한 임아린도 방송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놀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얼른 놀고 싶은 마음에 말을 이었다.
“이번 방송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형님들! 제가 좀 있다가 라멘집으로 넘어가서 방송을 다시 켜는 걸로 하겠습니다요!”
[ 비키니심사위원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바, 방송 왜 끄려는 거야 개색갸! 끄지 마 제발.
- 내 인생 최대 부탁이다.
- ㅅㅂ 끄면 죽인다.
- 무조건 귀신 만들꺼여!
- 제발. 나도 눈 좀 호강하고 싶다고!
- 형이라 부를게. 아니 형! 끄지 마!
- 야 이 개색갸. 손 흔들지 마! 말라고!
- 그 와중에 연우 괴롭히는 거 말고는 전혀 관심 없는 큰 형님.
나는 눈썹을 실룩거리며 카메라를 쳐다보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안녀어어어엉!”
정말 몸이 어묵처럼 탱탱 다 불어버릴 정도로 수영장에서 한없이 놀았다.
지치면 맛있는 스시를 먹고 와서 또 놀고··· 또 놀고.
내 인생 통틀어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
시벌··· 나중에는 방송이 아닌 데이트 목적으로 아린이와 또 와야지!
그렇게 피곤한 것도 잊은 채. 호캉스를 즐겼을까.
꼬르르르륵.
분명 그 많은 스시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배꼽시계는 하루 종일 배고프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해댔다.
우린 곧장 숙소에서 나와 큰 손 형님의 미션을 완료하기 위해 도쿄 3대 라멘 맛집을 찾았다.
아차. 이거 이 가게에서 촬영하는 것을 안 받아주면 어쩌지?
그럼 완전 낭패인데.
나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단장했다.
임아린도 내 눈치를 살피더니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을 고쳤다.
가게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종업원에게 물었다.
“こんにちは。私はYouTube放送をしているチョンヨヌと申します。 ここで食べるものを撮影してもいいですか。”
[ 안녕하세요. 저는 유트브 방송을 하고 있는 정연우 라고 합니다. 혹시 이곳에서 먹는 것을 촬영 해도 되나요? ]
일하던 여자 직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한참 빤히 쳐다본다.
“あなたがチョン·ヨヌ?”
곧이어 번역기 어플에서 중얼거린다.
[ 당신이 정연우? ]
나는 임아린과 눈을 마주치고 껌뻑거리며 다시 직원을 쳐다봤다.
“네. 아니. 하이”
여자 직원이 입을 틀어막더니 주방 안으로 후다다닥 들어간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거?
하얀 머리띠를 두른 대머리 아저씨가 나와서 눈웃음을 친다.
갑작스럽게 나에게 악수를 청하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こんにちは。チョン·ヨヌ、ユートバー。 ニュースに出たあの方ですか。 ファンです。放送撮影はいくらでも構いません。”
[ 안녕하세요. 정연우 유트버. 뉴스에 나오신 그분 맞나요? 팬입니다. 방송 촬영 얼마든지 해도 상관없습니다. ]
사고가 정지되었다.
다른 것보다···
사장님이 야쿠자라고 해도 될 만큼 굉장히 험상궂게 생긴 외모를 갖고 있는데.
목소리는 하이톤의 소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또, 그 모습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일제히 나에게 집중되었다.
정연우 유트버라는 사실에 직원, 손님할 것 없이 나를 영웅 보듯 우러러보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아린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こちらにお迎えします。”
[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
뒷머리를 긁적이며 나는 임아린과 안쪽에 숨겨져 있던 넓은 공간의 자리에 안내받았다.
혹시나 불편하게 치근덕댈 손님이 하나도 없는 숨겨진 VIP석이랄까.
굉장히 깔끔하고 조용했다.
나는 흐뭇하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방송을 켰고.
한껏 높아진 텐션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형님드으으을! 제가 도쿄 3대 맛집을 찾아왔습니다요오오오!”
옆에 있던 아린이도 손을 흔들며 합세했다.
“아린이도 같이요오오오오!”
- 용캐 도착했구나! 거기 줄 서서 먹는 곳이야. 사람 엄청 많다.
“엥? 사람이 분명 많기는 했는데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
그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손님이 들이닥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email protected]#&^*@$%#@]
[ $#@%$!^%^&%$&%#$& ]
“헐. 진짜네. 근데 형님. 저희는 사장님께서 여기 안쪽에 마련된 공간에 자리를 내주셨어요.”
- 도대체 왜?
- 네가 뭔데?
- 왜 라멘집에서까지 네가 대우를 받는 건데?
- ㅅㅂ 임아린 비키니 입은 거 못 본 것도 열받는데 개색기 죽일까!
- 몽달귀신 만들까 시벌!
- 저도 힘을 합치겠습니다.
[ 아리가또고자냐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이미 일본 뉴스에서 연우 유트브 방송탐. 아는 사람들은 다 알걸
“아··· 진짜요?”
임아린이 옆에서 기쁘다는 듯이 물개박수를 쳐댄다.
짝!짝!짝!짝!
이건 좋아할 게 아닌데···
나 엄마한테 걸리면 등짝 스매싱 맞는다고···
뭐 일단은 나쁘다고 할 만한 소식은 아니니까.
나는 카메라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뭐, 마라탕 형님. 소개해 주신 맛집에서 제가 아주 맛있게 먹방을 해보겠습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먹방.
찜질방 먹방을 그렇게 욕심냈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받아주지 않아 하지 못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 오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먹방을 하리다.
그렇게 20분 정도 흘렀을까.
사장님이 직접 우리 식탁에 서빙을 해주셨다.
“当店最高のメニューです。”
[ 저희 가게 최고의 메뉴입니다. ]
열심히 음식을 만들다 왔는지.
머리 곳곳에 땀이 송골송골 이슬처럼 맺혀있다.
어울리지 않게 다시 한번 내게 눈웃음을 치던 사장은 마지막 말과 함께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チョンヨヌファイト!”
[ 정연우 파이팅! ]
나는 과한 친절에 말까지 더듬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 감사합니다! ]
그렇게 보기만 해도 화려한 라멘을 보며 사진을 찍어대는 임아린.
나는 그런 모습을 한참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형님. 그럼 라멘 먹방 시작하겠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찾아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돈을 버는 기회가!
새하얀 면이 진한 갈색 라멘 국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그 위에는 얇게 썰어 얹은 고명과 군침이 줄줄 흐르는 차슈, 아지타마고가 자리하고 있다.
국물 한 숟갈을 떠 내 입속에 넣는다.
“크··· 진짜 미쳤다. 이건 해장. 아니. 그냥 최고의 음식인데요 형님!”
- 방금 해장이라고 하지 않음?
- 나도 들은 거 같은데
- 저 새끼 학생 아님?
- ㅇㅇ. 웃긴 건 저놈 담임 선생님도 방송 맨날 봄.
- 학교 가면 뒤졌네 저거
- 술 하나도 안 먹는 척하더니만 뭐? 해장?
- 해장이 아니고 이제 매장 당할 일만 남은 듯
- 그나저나 연우 왜 이렇게 맛있게 먹냐. 미치겠다
- 나는 이미 라면 물 올림.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2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와. 시바 왜캐 맛있게 먹냐.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하··· 미치겠네. 소주 땡긴다. 야! 국물도 좀 먹어 줘!
후루루룩!
맛있다. 너무 맛있다.
정말이지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찾아올까.
내가 사랑하는 임아린과 일본 도쿄 3대 맛집에서 라멘을 먹고 있다.
게다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후원까지!
천국이 따로 없다.
그렇게 맛있게 라멘을 반쯤 남겨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원창이 울린다.
- 자, 천국을 갔으니 이제 지옥을 한 번 가야지? 이번에는···
순간, 후원창을 보자마자 개정색을 해버렸다.
시벌··· 그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