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3
“얼굴 앞뒤가 똑같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리가 없는데 발소리가 자꾸 들렸어요···”
하루양은 설명하는 그 와중에도 책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마치 보물단지처럼.
“그래서 너무 놀라가지고 이 책을 떨어트렸다니깐요! 제가 진짜 얼마나 애지중지하는 책인데···”
그나저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나를 한 번도 안 쳐다본다.
그저 들고 있는 책과 카메라만 의식하며 얘기하고 있다.
하루양은 벌떡 일어나 책을 책장에 다시 가져다 놓고, 나를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이쪽에도 있어요. 따라 와보시겠어요?”
“네.”
안내받은 방을 따라가자마자 사람 세 명이 누워도 될만한 큰 사이즈의 침대가 먼저 보였다.
게다가 옆에는 사람만큼 커다란 인형이 서있었다.
아. 여기가 하루양이 자는 곳이구나.
그때. 하루양은 구석에 서있는 큰 인형을 가리켰다.
“인형···? 왜요?”
하루양이 말을 이었다.
“혼자 자기 무서울 때 저거 끌어안고 자면 잠이 잘 오거든요.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 좀 하려고요. 오빠 고마워요. 나 아직 선물 받은 거 안 버리고 있어요.”
마라탕 형님이랑은 도대체 무슨 관계였던거야?
어설프게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물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이 방에서는 딱히 문제는 없었나요?”
하루양이 곧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가끔 새벽마다 집에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요.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나니까 내 품에 안겨 있어야 할 인형이 베란다에 가있더라고요.”
내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돼 물었다.
“네? 이렇게 큰 곰 인형이 베란다에 혼자 스스로 걸어갔단 얘긴가요?”
“모르겠어요. 저도 너무 놀라서···”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다.
뭐야? 지금 농담하는 거지?
- 에이 설마
- 그게 말이 되나?
- 곰 안에 사람이 있나 확인해 봐
- 뒤에 건전지 꼽혀 있는 거 아니냐
- 이거 왠지 주작 냄새가 흐른다!
- 귀신 땜에 힘든 사람 같지가 않아
- 그것도 그렇고 마라탕 형님한테 받은 선물 어필 쩌네
- ㅅㅂ 맨날 껴안는다더니 인형이 왜캐 꼬질꼬질해
- 심지어 양념 튄 자국도 있는 것 같은데?
- 걍 애초에 베란다에 처박아 놓았던 거 같음
- 그나저나 저 침대에 누워보고 싶다.
- 아니. 냄새라도···
- 미친 정신차리셈.
나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마라탕 형님에게 어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느낌이 드는데.
그때, 하루양이 말을 이었다.
“요즘 자꾸 집안 물건들이 혼자 작동되고, 번호키도 혼자 눌리는 소리가 들리고요. 별의별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요. 아마 조금 있으면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날걸요?”
하루양의 말이 끝나자 나는 방 주위를 천천히 살폈다.
“진짜요···?”
“네.”
긴가민가하다.
순간순간 들려오는 쿵쿵 소리.
게다가 저렇게 진지하게 떠들어대니 나로서는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직접 몸을 움직였다.
집안 전체를 탐색해 보면 뭔가 답이 나올 것이다.
곧장 가방에 있는 EMF 측정기를 꺼내들었고.
탁!
하루양에게 얘기했다.
“그럼 제가 지금부터 조사해 볼게요. 형님들 이거 아시죠? EMF 측정기입니다. 심령 에너지와 비슷한 전자기장을 측정하여 심령 존재 확인을 해주는 장비죠. 이걸로 일단 반응이 오는지부터 탐색 한 번 해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방안에 보이는 곳곳부터 EMF 측정기를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비교하듯 아주 꼼꼼히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자기기가 많은 터라 1단계에서 2단계를 평균적으로 왔다 갔다 거리긴 해도.
그 이상은 반응이 없었다.
아니. 나는 금방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EMF 측정기가 순간 4단계를 치솟았다.
뭐야 시벌. 이런 집에서 어떻게 4단계를 반응하는 건데?
오류인가?
“스읍···”
그때.
띠링.
지이이이이잉.
하루양과 내 고개가 동시에 같은 곳을 향했다.
전자레인지였다.
동시에 옆에 있던 하루양이 입을 틀어막고 집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댔다.
“꺄아아악! 저거 봐요 연우 님! 저 전자레인지가 밤마다 자꾸 혼자 작동된다니깐요!”
하루양의 괜한 호들갑에 나까지 덩달아 긴장된다.
뭐야 시벌. 저게 어떻게 움직이는 거야?
물건들을 떨어트리는 현상은 봤어도, 전자레인지를 작동시키는 현상은 처음이었다.
곧이어 또 다른 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띠.띠.띠.띠.띠.
“워어! 뭐야 형님들?”
- 헐. 뭐야?
- 도어락 누르는 소리?
- 오. 시발. 하루양 놀라는 모습 개 예쁘네.
- 미치겠다. 개 귀여워. 계속 놀란 표정 해주셈!
- 하··· 못 참고 팬 가입 하고 옴.
- 이걸 노리고 초대 한 것 같기도 하네.
- 정신 차려라 얘들아.
- 근데 귀신 공부만 5년짼데 이런 건 처음인데?
- 도어락은 사람 아님?
- 이 밤에? 12시가 다 돼가는데?
- 하루양 남자 있는 거 아님?
- ㄴㄴ 남자친구도 없다고 그랬는데.
- 시벌. 평생 없었으면 좋겠다. ㅠㅠ
- 뭐지 도대체.
나는 다급하게 하루양에게 물었다.
“혹시 이 시간에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나요? 가족이라든지 아니면 남자친구라든지···”
하루양이 카메라를 의식하며 기겁하듯 소리쳤다.
“가족은 멀리 떨어져 살고 여기 이사 온 것도 아직 몰라요. 그리고 남자친구라뇨! 저는 방송하면서 단 한 번도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어요. 마라탕 오빠가 더 잘 알걸요, 그쵸 오빠?”
나는 잠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려 반응을 확인했다.
어째서 마라탕 형님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그럼 스토커아냐? 빨리 현관 나가서 확인해 봐.
나는 그 후원창이 울림과 동시에 이미 현관 쪽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덜컥. 덜컥.
“어? 이거 왜 안 열려?”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인마. 열림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지. 촌놈 시캬! 그것도 모르냐!
아니다.
아무리 내가 시골 촌 동네에 산다지만, 디지털도어락을 사용해 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으니, 하루양이 옆에 다가와 중얼거렸다.
“아, 혹시 몰라서 제가 이중 잠금장치를 해놨어요. 죄송해요.”
“이런···”
뒤늦게 문이 열렸다.
띠리리링.
띵동.
[ 남녀칠세부동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이 정도 시간이면 벌써 도망치고도 남았겠네.
그래도 나는 곧장 복도를 이리저리 살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도에 대고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거, 거기 혹시 누구 있으세요? 계시면 대답 좀!”
복도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 하··· 그 물음에 누가 대답하겠냐고.
- 사실 대답하는 게 더 소름 끼침.
- 그나저나 사람이 아닌가?
- 그럼 저절로 번호 키가 눌렸다는 소리임?
- 말이 안 되지. 그냥 좀 이상해.
- 뭔가 평소 폐가랑 흉가 갔을 때랑 현상들이 너무 다른데?
- 인정. 근데 하루양 너무 예쁘다고 시발!
- ㅅㅂ 갖고 싶어. 꿈에라도 나와줬으면 좋겠어.
- 오토바이 리액션 같은 거 풍선 몇 개부터 임?
- 풍선 몇 개 쏘면 식사 데이트 같은 거 해주나요?
- 미친놈들. 정신 차려라.
- 연우야. 네 생각은 어떤데
현재 시간. 12: 14분.
현재 시청자 수. 1321명.
나는 채팅창을 보고 한참을 미간을 찌푸렸다.
나 역시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이 시간에 선녀보살님에게 연락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난 곧장 전자레인지 앞에 다가가 열심히 돌고 있는 전자레인지 작동을 중지 시켰다.
띠링.
“도대체 뭐지?”
“제 말이 맞죠? 혼자 살다 보니 너무 무서워서 경찰을 부른 적도 있어요.”
전자레인지를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문제는 없었다.
당연히 전자식인데다 어느 정도의 힘이 들어간 터치를 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제품.
이런 전자제품을 혼자 작동시킨다는 게 말이 되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EMF 측정기를 살펴보지만 역시나 2단계를 평균적으로 유지하며, 4단계가 가끔씩 반응한다.
있기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대체 어디지?
반응이 살짝 있다가도 금방 사라져버리는 탓에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괜한 마른 침만 절로 꿀꺽 넘어갈 뿐이었다.
그 순간.
솨아아아아아!
이번에는 저 멀리 구석의 화장실쪽에서 요란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워어어어! 시벌 뭐야?”
“꺄아아악! 연우님! 저 소리! 가끔 화장실에 샤워기도 저렇게 자기 멋대로 틀어져요!”
이, 이게 가능한 거야?
나는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니. 무섭다고 내 팔을 붙잡고 늘어지는 하루양 때문에 잠시 멈춰섰다.
“잠시만요. 가서 일단 확인을 좀···”
“저랑 같이 가요! 무섭단 말이에요.”
할 수없이 나는 하루양을 일단 진정시켰다.
그런데, 곧이어 화장실에서는 스스로 문 닫히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쾅!
“워씨!”
“꺄아아아악!”
무슨 용기가 나서일까.
난 곧장 물 소리가 나는 화장실로 급히 향했다.
터벅. 터벅. 터벅.
솨아아아아아!
그리고 서둘러 EMF 측정기부터 갖다 댔다.
0단계.
뭐야? 영가가 있으면 분명 측정기에 반응을 할 텐데.
전혀 반응이 없다고?
나는 화장실 곳곳을 스윽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
- 왜?
- 0단계네? 반응이 아예 없는데?
- 그럼 뭐지?
- 야 시발. 쟤 일부러 사람 불러다 놓고 장난치는 거 아니냐
- 아까부터 집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왜캐 들리냐.
- 층간 소음임?
- 위에서 사람 뛰 다니는 소리 같은데
- 아냐. 이거 이 집 소리다. 난 이어폰이라 잘 들림.
- 뭐야. 그럼 사람 숨어 있다는 건가.
- 연우야. 이거 왠지 주작 같다. 방 안 곳곳 잘 살펴봐봐. 사람 있나.
나는 채팅창을 한번 쭉 훑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직 확인해 보지 않은 베란다로 시선을 돌렸다.
“하루양님 혹시 베란다에는 뭐가 있죠?”
하루양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게 답했다.
“베란다요? 거긴 그냥 창고랑 짐 밖에 없는데···”
“제가 좀 봐도 될까요?”
“거기 진짜 아무것도 없는데··· 왜요? 혹시 뭐라도 있을까 봐 그러시는 거예요?”
“그런 건 아니고 베란다만 아직 확인을 안 해봐서···”
나는 곧장 움직였다.
혹시 몰라 베란다를 향해 한 발짝씩 걸음을 떼는 순간에도 EMF 측정기를 확인하고 있다.
어느새 베란다 앞에 도착했고.
베란다 문을 천천히 열어젖혔다.
드르르륵.
그런데···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에 다시 화장실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다시 그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그 모습에 당황한 하루양이 내 뒤를 졸졸 쫓아오며, 내게 물었다.
“연우 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아까 문득 스쳐봤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답했다.
“뭔가를 본 것 같은데, 제대로 본 게 맞나 싶어서요.”
“화장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뭔데?
- 뭐라도 본 거야?
- 구라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귀신 있는 거 아냐?
- 연우 표정 심각한 거 보니까 찐 리얼인데
- ㅅㅂ 이런 새집에도 귀신이 산다고?
- ㅎㄷㄷㄷ 괜히 긴장되네
- 뭐야? 뭔데 빨리 말 좀 해줘 봐!
그렇게 나는 말 한마디 없이 다시 화장실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마른침을 한번 삼켜 넘겼고.
꿀꺽.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열어젖혔다.
드르륵.
“······”
나는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생각했던 그 위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틀어막았다.
당황한 하루양이 내게 물었다.
“무, 무섭게 왜, 왜 그러세요 연우 님.”
나는 세상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려 그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기겁하듯 소리쳤다.
“치, 칫솔이 왜 두 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