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6
저런 미친 새끼들 다 봤나···
도대체 고인한테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나는 남자의 가슴팍에 붙어있는 이름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현수?
남자의 행동은 한치의 거리낌도 없었다.
늘 하던 행동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여자의 입에 립스틱을 바르고 난 후.
싸늘하게 누워있는 여자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난 이곳에서 온갖 사람들을 다 봐왔어. 갓난아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그중에는 팔 다리가 없고, 머리가 반으로 찢어지고··· 또 한 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사람들도 봤었지. 그런데 넌··· 아주 말끔하네? 김유미. 유미야 고마워.”
곧이어, 남자는 죽은 여자의 입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저런 미친 인간.
내 인상은 반사적으로 찌푸려지며 욕이 튀어나왔지만 아쉽게도 닿을 리 없었다.
남자는 여자의 머리카락으로 시선을 돌려 이마와 함께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입을 떡하니 벌리며 남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머릿결이 정말 비단결 같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거 그냥 이대로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데···”
한참을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남자는 갑자기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언가를 가져왔다.
가위였다.
“괜찮아. 그러고 보니 너 연고도 없다며··· 쯧쯧.”
나는 연달아 이어지는 남자의 행동에 입을 떡하니 벌렸다.
남자는 싸늘하게 죽은 여자의 머리를 아주 세심하게 자르기 시작했다.
슥. 슥. 슥. 슥.
어느 누군가가 죽은 사람 몸을 가지고 저런 짓을 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지만, 그 충격적인 행동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그런 무례한 행동을 싸늘하게 죽어버린 저 여자도 느꼈던 걸까.
순간,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의 고개가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 쪽으로 기울었다.
우두둑.
하지만, 남자는 일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씩 웃어 보이며, 다시 고개를 제 자리로 돌려놓고 얘기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어차피 또 보게 될 거니까.”
남자는 작업을 다 끝냈는지 하얀 천을 뒤집어 씌우고, 시신을 사체 냉장고 안에 다시 넣어두었다.
쿵.
덜컥.
그리고, 자른 머리카락을 들고 천천히 방을 빠져나갔다.
***
찰싹!
“연우 님! 괜찮으세요?”
찰싹! 찰싹!
“괜찮으시냐고요!”
- 이러다 죽겠는데
- ㅅㅂ 진짜 귀신 만들 셈인가
-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때리랬지. 그냥 바로 때리랬냐!
- 저렇게 세게 맞는데 미동하나 없는 연우가 더 무섭다
- 시벌. 또 정수리를.
- 뭐야 도대체? 접신이라도 한 거야?
- 난 저놈 저럴 때마다 섬뜩하다니까.
- 정신 돌아오면 뭔가를 보여줄 듯
- 호들갑을 보여주겠지
- 인정. 맨 정신에 회초리 한 대만 맞아도 호들갑 쩌는데 이상하네
- 조금만 기다려보셈.
띵동.
[ 모르는개산책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옜다. 가발 미션금.
순간, 온몸에 전해지는 소름을 닦아내며 사이코메트리에서 벗어났다.
“아아악따거 시벌!”
- 돌아왔네
- 내 말 맞지?
- 헐. 연우 전문가들.
나는 주위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다들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내 얼굴을 심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그 와중에도 난 머릿속을 정리하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김유미··· 죽은 고인의 이름이에요.”
띵동.
[ 안졸리나졸리지 님이 3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진짜야? 아니면 나중에 환불이다? 근데 그게 전부야?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본 건 이게 다가 아니었다.
나머지 내가 본 모든 걸 다 말해줄까?
잠시나마 곰곰이 생각했지만, 난 결국 사실대로 토해냈다.
“근데 형님들··· 더 심각한 사연이 있었어요.”
- 그게 뭔데?
- 뜸 들이지 말고 얘기해 봐.
- 근데 그 가발은 계속 뒤집어쓰고 얘기해야 하는 거냐
- 가슴팍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일부러 거치대에 옮기고 비추는 거 보니까 컨셉아님?
- 우리를 웃기려고 하는 거야 뭐야?
- 그냥 방송 천재 새끼.
- 그 와중에 심각한 표정 보소
- 미세하게 눈썹 꿈틀대는 거까지 완벽.
- 아이씨. 알겠으니까 빨리 말해.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믿어줄 까.
다만, 나는 원치 않게 이승을 헤매고 다니는 이 영가를 가발 안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었다.
“여자는 일단 연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울증 때문인지 강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했어요. 그런데··· 사체 냉장고에서 기괴한 모습을 봤어요. 시체를 정리하는 일을 하는 남자가 이 여자의 입에 립스틱을 바르고 뽀뽀를 하고, 거기다가 마지막엔 머리카락까지 잘랐어요···”
띵동.
[ 크리스티나아길내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오늘 왜 이렇게 디테일해? 아무리 우리가 찾을 수 없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고 해도 그건 넘 오바한 거 아니냐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래서 그 죽은 여자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라서 만든 게 네가 쓴 가발이다?
나는 후원창을 읽다 기겁하듯 가발을 머리에서 떼내어 저 멀리 내팽개쳤다.
“와아아아아악! 시벌! 나 이거 왜 쓰고 있어!”
뒤에서 하루양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미션 들어오니까 0.1초 만에 뒤집어쓰셨잖아요···”
“아···”
나는 가발을 재빨리 창고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다시 문을 닫았고.
쿵.
오색천으로 다시 칭칭 감았다.
“형님들. 저는 제가 본 것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믿고 안 믿고는 형님들이 선택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난 카메라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사람들의 흥미와 재미를 사기 위해서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 오우. 그렇게 말하니까 무섭잖아
- 무당들의 화경이라는 건 무섭도록 디테일한 건가
- 근데 그 정도면 사건 아니냐
- 어디에 사건 기사라도 있는 건가?
- 연우 말대로라면 그 여자의 머리카락은 원치 않게 가발로 완성된 거네?
- 와··· 근데 개 소름 끼친다
-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
- 나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봄.
나는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를 떠올렸다.
곧장 카메라를 보며 그 단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 남자는 네크로필리아였던 거 같아요.”
띵동.
[ 연쇄할인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잉? 그건 뭐시기여?
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네크로필리아. Necro(시체)와 philia(사랑)의 합성어인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는 일반적으로 시체를 사랑하는 이상 성욕을 의미하고 시체와 성관계를 하거나 훼손하는 성 도착증을 말합니다.”
띵동.
[ 남녀칠세부동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너는 미성년자 놈이 그런 걸 어떻게 그렇게 빠삭하게 알고 있어? 해명해 ㅅㅂ
생각할수록 내 온몸엔 솜털이 바짝 서버렸다.
공포 컨텐츠를 시작한 지도 수개월째.
내 방송을 보러 와주는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남는 시간에 이 컨텐츠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내가 알고 있어야 위급상황에서도 대처가 빠를 테니까.
“형님들··· 제가 맨날 보는 게 귀신인데 이 정도는 공부해야죠. 이것 말고도 별의별 것들, 인터넷만 치면 나옵니다요.”
- 고럼고럼
- 유트브 60만이 다 돼가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 누구처럼 얄팍하게 남을 이용해 먹진 않지?
- 우워··· 난 이렇게까지 연우가 공부하는 줄 몰랐는데 대박이네
- 사람이 달라 보인다?
- 멋있었다 방금. 쭉 이대로만 가다오.
- 꺄아아아아 연우 옵빠 짱!
- 님. 여자인 척하지 마셈.
나는 기억 속에 있던 그 남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방현수··· 죽은 고인의 몸을 희롱하고 훼손한 남자의 이름이었어요.”
그 순간.
쾅! 쾅!쾅! 쾅!
“와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워어어! 뭐야 씨발!”
창고 앞에 서있던 우리 무리가 황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뭐야 방금? 문을 두드렸어?
아니. 이건 발로 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충격이 컸다.
그 남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던 이유 때문일까.
황당한 광경에 우리들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그 때문에 집 안 전체에는 조용한 적막만이 흘렀다.
잠시 후.
띠리링.
고요한 정적을 깨고 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천천히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
하루양이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을 떨며 핸드폰을 떨궜다.
타다닥!
옆에 있던 편집자는 그런 하루양을 걱정하며 품에 끌어안았고.
나는 재빨리 하루양의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핸드폰 화면에는.
[ 그걸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았어? 가발 주인의 사연 같은 건 나도 모르지··· 근데 가발 기부한 사람의 이름이 김유미라는 건 알고 있어. 20대 여자래. ]
그 화면을 보자마자 나는 내 핸드폰 화면에 천천히 들이밀었다.
참을 수 없는 소름이 온몸에 터져 올랐다.
이 순간, 어느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마치 오한이 온 것처럼 몸의 온도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이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겁에 질린 하루양의 모습에 오히려 화가 났던 건지.
갑자기 하루양의 편집자가 돌발 행동을 해댔다.
“연우 님. 이제 고만 하고 나가 주세요. 더 이상 방송 못 하겠으니까 지금 빨리 나가주세요.”
“네? 갑자기?”
편집자의 얼굴은 심각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자신에게 안긴 하루양의 표정을 살펴보는가 싶더니, 다시 버럭 소리쳤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그냥 재미있게 몰카 이벤트나 좀 해준다고 해서 도와주러 왔는데, 뭔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니, 시체에 립스틱을 바르고 뽀뽀를 했다느니 이상한 개 소리나 하고 앉았고··· 그런 미친 소리 듣기 싫으니까 그냥 이 집에서 나가라고요!”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소리쳐대니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한편으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저 편집자뿐만 아니라 우리 시청자들 중에도 널렸으니까.
하지만,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절대 여기서 멈춰서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 저 창고에 있는 가발은?
그리고 이미 이 집에 깃들어버린 저 영가의 영혼은?
내가 얘기했다.
“지금 이 상황을 단순하게 여기시는 것 같은데, 저 가발을 이 집에 가져온 건 하루양 님이에요.
확실하게 알려드리자면 저 가발의 주인은 일반 영가들과는 달라요. 자신의 몸이 훼손 당하고 그에 대한 원한이 아직까지 강하게 머물러 있다고요. 이대로 두었다간 정말 제가 아니라 하루양님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편집자가 몸을 움찔거린다.
동시에 하루양의 꼭 안은 채로 표정을 살펴댔다.
- 이거 도대체 뭔 상황이냐?
- 쟤네 둘이 뭔가 있다니까
- ㅅㅂ 저게 연인 사이지. 편집자랑 사장 사이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냐
- 와··· 저런 여우 같은 년한테 큰 형님이 당할 뻔했던 거?
- 다행이네. 연우가 실체를 밝혀줬네
- 큰 형님도 뭔가 좀 알고 있던 눈치 같던데
- 오호··· 이제야 알겠군. 칫솔이랑 면도기의 주인을
- 저런 미친. 어디 우리 큰손형님한테 사기를 칠라고
- 여봐라! 당장 저년을 잡아 주리를 틀어라!
순간, 하루양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하지 마. 방송 중이잖아.”
그 목소리와 동시에 다시 한번 편집자의 돌발행동이 이어졌다.
“이런 시발. 뭐? 고스트헌터가 어쩌고 저째? 저런 좃같은 가발 하나에 뭔 귀신이 씌여있다고 지랄 옘병을 하는 거야?”
편집자는 곧장 창고 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덥석 문을 열어젖히더니 가발을 주워 들고는 온 힘을 다해 손으로 찢기 시작했다.
지지지직.
지지지이이익.
그 황당한 광경에 나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중얼거렸다.
“어!? 시벌! 저런 미친.”
현재 시청자 수. 2103명.
내 방송 역사상 최대 시청자 수를 찍었다.
리얼한 돌발 상황에 시청자 수가 점점 더 치솟는 그 순간.
탁!
“꺄아아아악!”
“와아아악 시발!”
하루양 집의 모든 불이 꺼져버렸다.
동시에 집 안 전체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물들어버렸다.
우린 그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 암흑 속에서 핸드폰 화면과 청각에만 의존해야 했다.
그 순간.
슥. 슥. 슥. 슥···
낯익은 소리가 우리들의 귀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