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91화 (191/225)

어느 유명 여캠의 사연. 9

어휴··· 정말 어떻게 찾지?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선 짧은 한숨만 계속 연달아 내뱉어진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인마. 한숨만 고만 쉬어. 땅 꺼지겠다.

띵동.

[ 내이름은고난탐정이죠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니면 그냥 경찰에 신고하든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과연 경찰에 뭐라고 신고를 할 수 있을까?

“아니 형님들. 경찰에 도대체 뭐라고 신고할 건데요. 영안실에 일하는 어떤 남자가 시신의 머리를 훼손해서 만든 가발인데, 이걸로 그 사람 좀 잡아달라? 아니면 그 사람이 성 도착증을 가지고 있는데 립스틱을 바르고 뽀뽀를 하고 흉측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조사 좀 해달라?”

나는 얼굴로 도리도리 춤까지 춰가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제가 미친놈으로 잡혀갈 겁니다. 귀신 보는 것도 저 같은 특이체질인 사람이 볼 줄 아는 거지. 형님들··· 지금 가족한테 이 얘기를 한 번 해보세요. 무슨 반응을 하는지···”

- 뭐 잘못먹었냐는데?

- 날 그냥 한심하게 쳐다보고 감

- 내 동생은 조용히 내 머리에 빨간약 발라줌

- ㅅㅂ 난 누나한테 정신 차리라고 뺨싸대기 맞음

- 그렇구나. 난 시도 안 해야지.

- 연우 말이 맞는 말이다.

- 그럼 어쩌냐?

- 범인 잡을 거야?

- 네가 여태까지 사건사고 해결한 것을 보면 절대 거짓말은 아닐 것 같은데.

생각할수록 산 넘어 산이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도 감이 오질 않는다.

그래도 나는 상자 안에 봉인해놓은 가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들은 안 보이는 곳에서 항상 저를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귀신과의 약속이라도 그 약속 지켜야죠 형님들.”

띵동.

[ 귀신씨나락까먹는소리하고있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여윽시 둘리랑 달라. 넌 참된 놈이다.

띵동.

[ 네뒤에처녀귀신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둘리였으면 어벌쩡 대충 하는 척 연기하고 그냥 넘어갔을 듯.

나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다 가발을 봉인 해둔 상자를 집어 내 앞으로 가져왔다.

그 행동 때문이었을까.

하루양과 편집자, 지인이 숨죽이고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방금 자신들은 TV 속 영화에서나 보았을법한 광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오히려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긴장감 속에 마른 침만 삼켜댔다.

“일단 뭐라도 단서를 찾으려면 이 가발을 다시 만져봐야 할 것 같은데···”

그때.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하루양이 내게 말을 건넸다.

“여, 연우 님. 그거 안전한 거예요? 괜히 꺼내서...."

하루양은 오빠라고 외쳤던 남자를 힐끔 쳐다봤다.

"다시 이 사람 막 변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네?”

나는 상자에 칭칭 감아둔 오색 천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장 EMF 측정기에 반응을 내밀어 보여주며 얘기했다.

“아니에요. 그럴 일 없을 것 같습니다.”

EMF 측정기는 정확하게 0단계를 반응하고 있었다.

- 워. 이럴땐 진짜 영화 주인공 같네

- 새끼. 이거 많이 컸단 말이지

- 평소라면 잔뜩 겁먹어서 자기가 호들갑 떨었을 건데

- 인정. 시, 싫어요 시벌! 했겠지.

- 오줌도 질질 흘렸을거다.

- 그래서 맨날 검정 바지 입고 다니는 거라면서요?

- 안에 기저귀 차고 다닌다는 소문도 있음

- 방금 목소리 살짝 떨린 것 같은데

-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느낌임

- 툭 건드리면 소리 지를걸?

시벌··· 내가 누구 때문에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데!

지금 너희들에게는 안 보이겠지.

이미 흠뻑 젖어버린 내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대는 내 다리가.

상자 안에서 뭐라도 튀어나올까 봐 온 근육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상태다.

그렇게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상자를 다시 열었다.

스윽.

그때.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잠깐만!

“와아아악! 시벌!”

후원 창 알림 소리와 함께 상자에서 잽싸게 손을 떼고는 괴성을 질러댔다.

나는 뒤늦게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껌뻑거렸다.

“크흠. 형님들. 후원 창 때문에 놀란 거 아닙니다. 근데 왜요?”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 인터넷 뒤져보다가 비슷한 기사를 찾았는데 아니었네. 쏘리.

“······”

난 한참을 방송 화면을, 아니,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잠시 후.

다시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스윽.

그런데···

“워어어어! 뭐야 이거!”

“왜, 왜요. 연우 님!”

“꺄아아악!”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상자를 손에서 떼내고 카메라로 비추었다.

“시, 시벌! 형님들 이거 보세요!”

이리저리 찢겨있던 가발이 놀랍게도 원상태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새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어,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 뭐야? 가발 아까 편집자가 찢었잖아?

- 근데 어떻게 다시 새것처럼 변했지?

- 와. 내 몸에 소름 어쩔 거야 시발.

- 이젠 마술도 하냐

- 레알? 이거 마술임?

- 몰라. 근데 연우가 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 말이 안 되는데. 그 머리카락이 어떻게 죄다 스스로 붙어

- 심지어 방송화면으로 봐도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것 같네

- 미쳤다 진짜

나는 한참을 멍 때리다 조심스럽게 다시 가발을 바라보았다.

마치 전동드릴을 만진 것처럼 손이 덜덜덜 떨린다.

저걸 다시 만질 수 있을까?

괜한 억울함에 나는 카메라에 대고 하소연했다.

“아씨···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고오오··· 이걸 어떻게 만져!”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이 자식. 너 좀 뜨더니 변한 것 같다.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시청자 3천 명 돌파야 인마! 후원의 힘까지 더 해 함 만져봐라!

후원창이 울리는 화면으로 얼굴을 돌렸을 땐, 이미 내 입가에 미소와 함께 가발이 머리에 뒤집어 써져 있었다.

시벌. 지금 3천 명이라고 했어?

게다가 십만 원···

내 입에선 자동적으로 감사 인사가 터져 나왔다.

“하이고오오오! 형님들. 정연우입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 하겠습니다아아아아!”

- 저런 미친놈 그럴 줄 알았다

- ㅅㅂ 무섭다는 거 다 핑계여

- 반응속도 진짜 개 오지네

- MAX 귀신보다 네가 더 소름이야 개색갸

- 가발 쓰니까 80년대 락커같다

- 공포와 개그 그 사이 밸런스를 조절해 주는 좋은 남자

- 이래서 이 방송을 안 질리고 볼 수 있는 거지

사이코메트리 능력 때문일까.

순간, 내 시야가 흐릿하게 변해가며 기억이 읽히는가 싶었는데.

희한하게도 별다른 기억을 보지 못했다.

나는 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맨 정신으로 돌아와서는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형님들. 어떡하죠? 더 이상 보이는 게 없는데요.”

띵동.

[ 연쇄할인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레알? 아니 그럼, 몽타주라도 그려봐. 너 저번에 보니까 그림 잘 그리더구만.

문득, 울리는 후원창에 나는 손뼉을 쳐댔다.

“오호! 그거 좋겠네요 형님.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나는 옆으로 시선을 돌려 하루양과 그 지인들에게 부탁했다.

“혹시 여기 큰 종이랑 연필이나 그림 그릴 수 있는 펜 같은 거 있을까요?”

하루양과 지인들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금방 자리에서 벗어나 물건들을 찾아 내게 갖다주었다.

“이거면 될까요?”

“네. 감사합니다.”

종이와 펜을 받은 내가 깊은 한숨을 한번 쉬고는, 그 남자의 얼굴을 떠올려 천천히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슥. 스스슥. 슥슥.

얼굴형이 완성되고 눈썹, 눈, 코···

하나씩 모든 게 천천히 완성되어간다.

그림이 완성되는 걸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하루양 무리들.

난장판이었던 분위기와 몰골도 잊은 채 옆에선 손뼉을 쳐대며 감탄사를 흘려댄다.

짝.짝.짝.짝.

“우와··· 연우 님.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셨어요? 완전 대박이네요.”

“뭐지? 이건 그냥 그림이 아니라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될 정도 수준···”

“와. 미쳤다 진짜. 빙의 같은 거 해서 왔다 갔다 하시는 건가?”

여러 추측과 감탄사가 귀에 들려오지만, 나는 완성할 때까지 최대한 집중하였다.

그렇게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림은 완성이 되었고.

완성된 그림을 카메라 정면에 들이밀며 얘기했다.

“형님들. 제가 기억에서 본 남자의 몽타주. 아니. 얼굴입니다.”

- 진짜 도른자다 너

- 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 피카소보다 더 잘 그리는 것 같다

- 그냥 사진 갖다 박은 거랑 뭐가 달라?

- 저 미세한 주름이랑 점 하나까지도 다 그린 거 봐 미친.

- 심지어 턱 수염까지 저렇게 생생하게

- 아니. 이걸 10분 만에 그렸다고?

- 앞에 그림 보면서 그려도 그 시간엔 못 그리겠다 ㅅㅂ

- 그나저나 범죄자가 말끔하게 잘생겼는데

- 인정. 범죄자라고 생각이 안 드네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

뒷머리를 긁적이며 수줍은 듯, 나는 시청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하하··· 형님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ㅋㅋ 미친놈. 그게 수줍어하면서 할 말이냐?

띵동.

[ 우럭아왜우럭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과찬이십니다가 정상 아니야? ㅋㅋ

그렇게 그림 하나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동시에 내가 그린 그림이 지금 내 방송을 보는 3천 명에게 전파가 되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인원수이지만, 이 사람들이 직접 움직여 홍보만 해준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단서를 좀 잡을 수 있으려나?

나는 한 번 더 시청자들에게 각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형님들. 이 남자가 그 몹쓸 짓을 한 범인입니다. 홍보 좀 부탁드릴게요.”

그때.

띵동.

[ 안졸리나졸리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근데 확실한 증거 없는데 이렇게 얼굴 막 뿌려도 되냐? 이것도 어떻게 보면 범죄야.

순간, 아차 하는 생각에 나는 급하게 보여주던 그림을 감추고 시청자들에게 얘기했다.

“아 이런. 정말요 형님? 근데 이 사람 진짜 범인은 맞는데···”

띵동.

[ 안졸리나졸리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렇다 할 증거가 있어? 없잖아. 괜히 일 커질 수 있다. 그냥 못 본 걸로 할게.

- 그것도 그런가?

-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 그림이라서 괜찮음.

- 에이. 아무리 그래도 찾아 내기만 하면 무조건 연우가 증명하지 않을까?

- 저놈이 지는 건 상상이 가질 않아.

- 질 것 같으면 우리가 후원해 주면 되잖아.

- 그럼 승률 200%

- 시발. 나쁜 놈이잖아. 어떻게든 잡아야지.

- 그러니까! 그런 새끼 숨 쉬고 있다는 게 나는 소름 끼친다.

“흠···”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정말 그 남자가 멀쩡하게 지금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면···

지금 내가 하는 섣부른 행동이 진짜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을 상황인 것 같기도 했다.

어쩌지? 그런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나도 모르게 벙어리가 되어 채팅창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때.

갑자기 울려대는 후원 창 하나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띵동.

[ 소잃고뇌약간고치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씨발··· 나 그 사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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