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199화 (199/225)

선녀보살님의 추천 장소. 7

“허. 도대체 이게 무슨···”

사람이 흉내 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리얼한 짐승의 소리.

남자는 손을 바닥에 대고 사족 보행을.

아니, 이제는 혓바닥을 내밀고 개 호흡까지 해댔다.

“헥. 헥. 헥. 헥.”

이 짧은 사이에 도대체 몇이나 빙의가 된 걸까.

너무 많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생각보다 너무 심각한 남자의 상태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선녀보살님은 어떤 생각으로 날 이곳에 보낸 것일까.

나는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이 와중에도 남자는 개처럼 코를 들어 씩씩대며 무언가를 찾았다.

- ?

- 뭐야?

- 왜 갑자기 개 흉내를 내는 거야?

- 저 사람 정상 아니라니까.

- 빙의 된 거네.

- 뭐가? 설마 저 앞에 죽은 개가?

- ㅇㅇ. 순돌이라고 했을 때 왈왈! 했잖아.

- 헐. 이건 처음 보는 광경인데

- 워어어어. 나 진짜 온몸에 소름 돋았어 시발.

- 남자 표정 뭔데?

- 진짜 개가 된 것 같잖아

- 와··· 연우 방송 보면서 이런 건 또 처음 보네

혼란스럽다.

어쩌지···

나는 귀신 하나도 성불 시키는데 진을 다 빼야 하는데.

이건 도대체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영가가 왔다 갔다 한다···

괜한 내 머리를 잡아 뜯으며 난 중얼거렸다.

“시벌··· 형님들. 도대체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 꺼내기 무섭게, 남자의 돌발 행동이 이어졌다.

내 가방을 향해 코를 킁킁 대기 시작했다.

가방 안에 든 과일과 포의 냄새를 맡았던 것 같다.

남자는 마치 일주일 굶은 짐승처럼, 갑자기 내 가방에 달라붙었다.

마치 개처럼 가방에 대고 킁킁대더니, 이빨로 가방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힘이 어찌나 장사 같은지 두 발을 밀어내는 힘에 몸이 휘청거리며 바닥에 자빠졌다.

털썩!

“어우 씨 형님들. 힘이 완전 장사에요···”

성인 남자의 몸에 대형견의 개가 빙의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신기하게도 남자는 유독 지퍼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전에 개에게 비슷한 경험이 많았던 탓일까.

곧이어 그 입질을 버티지 못한 가방의 지퍼는 손쉽게 열려버렸다.

후두두둑.

과일과 초, 포 등등.

내가 가방에 넣어두었던 물건들이 차례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나는 당황하여 급하게 내용물들과 가방을 사수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어? 안 돼요. 안 돼. 저기요! 정신 차려요!”

하지만, 남자는 도저히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다급하게 내 가방에 입을 들이밀고, 무언가를 입에 넣기 위해 연달아 입질을 해댔다.

- 흠··· 이거 심각해 보이네

- 뭔가 흔하게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소름이 돋는다

- 어우··· 동물이 사람 몸에 빙의가 될 수 있구나

- 진짜 신기하면서도 뭔가 섬뜩하네

- 그래도 공격적이지 않아서 다행이다야

- 짐승이 빙의됐는데 공격이라도 하면 막 물어뜯고 할 거 아냐

- 우리 오빠 새끼가 가끔 술 먹고 저러긴 하는데

- 사족보행하고 물어뜯고?

- 네

나는 그런 남자를 요리조리 피하며 저지했다.

그리고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카메라에 대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형님들. 흥분한 개 진정시키는 방법 좀! 빨리요!”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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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큰 소리로 손가락 내밀면서 앉아! 시켜!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런 방법이 이 상황에 도움이 될까?

하지만 별다른 방법은 없기에 나는 곧장 행동에 옮겼다.

시청자의 말대로 남자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대웅전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시벌! 앉아!”

하지만, 좀처럼 개. 아니 남자는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 안 되잖아요 형님! 빨리 다른 거! 다른 방법 좀요!”

띵동.

[ 모르는개산책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를 내봐. 쓰읍! 안 돼! 이렇게.

나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시며, 개에게 검지를 들이밀었다.

“쓰읍! 순돌아 안 돼!”

그 순간.

남자의 엉덩이가 바닥에 얌전하게 닿았다.

이내 드러낸 이빨을 감추고는 내 가방을 주시하며 침을 질질 흘려댔다.

뭐야 이게 도대체···

진짜 개 그 자체잖아.

- 허··· 진짜 개인데.

- 이걸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 아니, 저 넋이 나간 듯한 눈으로 짐승처럼 행동하니까 난 소름 돋는데

- 인정. 나도 지금 온몸에 솜털이 다 섰음

- 저 새벽에 저런 모습을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연우가 대단하다

- 인정. 나 같았으면 그냥 줄행랑 쳤을 것 같은데

- 어우. 그럼 사족보행으로 따라올까 봐 개 무서운데.

- ㅅㅂ 상상되잖아.

나는 일단 아까 순돌이에게 주었던 말린 명태를 다시 조금 찢어 남자에게 주었다.

남자는 그런 명태를 손도 아닌 입으로 냉큼 받아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쩝. 쩝. 쩝. 쩝.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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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어떡하냐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경찰에 신고해서 이 남자를 넘긴다 한들, 상태가 회복될까?

이런 증상을 치료하지 못하고 여태 이렇게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대충 짐작은 간다.

“신고는 당연히 해야 되긴 하는데···”

나는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 남자 상태가 너무 심각한데요. 제 데이터에 따르면 이 남자 이대로 두었다간···”

영가들이 남자의 몸에 드나들 때마다 종이 인형처럼 몸이 들썩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괴롭힘을 당해왔던 것이 몸에 축적이 됐을 것이다.

영가들은 왜 이 남자를 이토록 괴롭히는 걸까.

한참을 생각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이 남자의 몸.

내가 공부했던 데이터대로라면 그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두고 있을 것이다.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띵동.

[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레알? 그래서 뭐? 네가 어떻게 해볼 거야?

순간,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가요···?”

나는 그저 이 남자와 똑같은 일반인인데···

하물며, 이런 수많은 영가들을 마주하고 성불시킬 능력도 없다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 네가 안 하면 누가 해줘?

- 선녀보살도 너한테 맡겼잖아

- 아니면 그냥 신고해서 경찰한테 맡기든지

- 아니, 근데 진짜 경찰한테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

- 신고를 해주더라도 케어를 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상태가 너무 심각해

- 사회생활이 아예 불가능 하겠지?

- 이러다가 정말 몸을 빼앗겨 죽는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님.

- 진짜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많잖아.

- 뭔가 좀 안쓰럽다.

- 어찌 보면 연우랑 나이가 비슷한 것 같지 않음?

- 어 맞어. 분위기도 비슷한 것 같아.

그때.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한 번 해봐.

내 눈이 한 번 더 커졌다.

“뭘요 형님?”

금방 그 의미를 알아챈 내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에이 형님··· 저는 무당이 아닌데요?”

아니··· 그동안의 수많은 미션은 그래도 어찌어찌 해내긴 했었다.

운이 좋았다.

선녀보살님이 주신 부적의 힘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나는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마라탕 형님. 죄송하지만 이건···”

띵동.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2,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해. 그냥.

“형님!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제 몸에 빙의를 시켜서라도 이 남자를 꼭 살려내겠습니다. 꼭.”

나는 불끈 쥐고 있던 주먹을 카메라에 비추기까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벌. 그래. 이것도 인연인데.

이렇게 된 거 이 사람을 한 번 도와줘 보자.

물론, 후원 때문이 아니라 마음속으로는 이 남자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나랑 나이차가 많이 나 보이지 않아서일까.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그땐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는 곧장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사람 가족이 있긴 한 건가?

- ?

- 빛보다 빠른 태세 전환

-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인가?

- 우리는 그저 강 넘어 불구경.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 괴물보다 더 셈 ㅅㅂ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생명체임

- 그 생명체의 원동력이 돈이라는 게 신기할 뿐.

- 그나저나 뭐 어떻게 퇴마를 할 건데?

- 방법이라도 있는 거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시벌. 그런 게 있었으면 고민을 했겠냐고···

나는 일단 말린 명태를 다 먹고 더 주기를 바라듯.

개처럼 엉덩이를 대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 남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수, 순돌이 너 집이 어디야?”

하지만, 그저 해맑은 표정으로 혓바닥을 날름 거리며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아니, 너 집이 어디냐고. 순돌아. 집. 집! 집 몰라? 하우스!”

그르르르릉.

순간, 남자가 개처럼 이빨을 드러냈다.

나는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남자를 지켜봤다.

띵동.

[ 모르는개산책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강조되고 반복되는 소리는 강아지를 불안하게 하는 거 몰라?

“하 시벌··· 큰일이네. 개가 빙의가 돼가지고 사람 말을 못 알아들으니 원···”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자고로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위치에 서라고 했다.

정말 하기 싫었지만, 나는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고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두 손, 두 다리를 땅에 짚은 나는 순돌이를 보며 짖어댔다.

“왈왈! 집! 왈왈! 어디! 왈왈! 가자!”

띵동.

[ 모르는개산책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저런 미친··· 네가 가진 다른 방법을 쓰라고!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나 역시도 맥을 못 추는 걸까.

괜한 황당한 행동을 하게 된다.

나는 셀프 뺨을 몇 차례 때리고선,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벌. 그럼 이 방법 밖에 없다.

여태 귀신을 쫓아냈던 방법··· 그걸 총집합 하는 거야.

일단 작전 1단계.

천일염과 팥을 꺼내 들어 남자의 몸에 사정없이 뿌려댔다.

기운이 약한 잡귀들을 쫓아내는 데에는 양기를 받은 이 재료만큼 효과가 좋은 건 없었다.

파바바바박.

“일단 대화가 통해야··· 뭔가 소통이라도 해서 내보내지··· 순돌이 너는 맛있는 것도 줬고, 착한 애 같으니까 얼른 좋은 곳으로 가서 쉬어라!”

순간, 남자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멈추지 않고 작전 2단계에 들어갔다.

이번엔 액세서리에 담긴 양의 기운을 직접 몸에 갖다 댔다.

게다가 가방에 있는 복숭아 나뭇가지로 사정 없이 남자의 몸을 때려댔다.

찰싹! 찰싹!

“훠이! 훠이! 좋지 않은 기운의 영가들은 얼른 이 몸에서 나와 성불하거라!”

- 헐. 소금 팥 싸대기에 매질까지

- 혹시 죽이려는 걸까?

- 저 정도면 몸에 구멍 나지 않음?

- 귀신이 아파서 성불할 듯

- ㅅㅂ 저걸 버티는 저 남자가 용하네

- 근데 효과가 좀 있는 것 같은데

- 아닌가?

현재 시청자 수 2131명.

2131명의 시청자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이 의식이 잘못 이루어져 남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면 그 모든 죄는 내게 덮여 씌워질 것이다.

귀신을 믿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이러한 의식들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질 테니까.

제발··· 제발··· 효과가 있어라.

그 순간.

남자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경련이 온 것처럼 눈알이 하얗게 뒤집어지더니 자리에 힘없이 풀썩 쓰러져 버렸다.

뭐지? 다행히도 빠져나간 건가?

반응하는 횟수를 보아하니 짐승 말고도 무언가가 더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이후,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대웅전 안에서 나는 남자를 숨죽이고 주시했다.

그렇게 1분이 흘렀을까.

아무런 반응도 없이 쓰러져 있는 남자가 걱정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저, 저기요? 괜찮으세요?”

말을 뱉고 난 후, 나는 재빨리 EMF 측정기를 확인했다.

그런데···

무려 4단계를 반응하고 있었다.

“시벌··· 아직인가?!”

순간, 내 몸이 움찔거렸다.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남자 몸에서 흐르는 분위기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것만 같았다.

등줄기 사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남자에게 물었다.

“지, 지금은 누, 누구신가요? 저랑 대화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순간, 남자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이내, 두 발로 서더니 나와 눈을 마주쳤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는 낯설지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순간, 남자는 감정 없는 표정으로 날 보며 씩 웃었다.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중얼거렸다.

“귀목산에서 봤던 그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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