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01화 (201/225)

선녀보살님의 추천 장소. 9

부적을 입에 쑤셔 넣고 난 후.

나는 남자에게서 세 걸음 물러 났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조심스레 상태를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양기를 듬뿍 담은 소금물에 부적을 태워 남자가 삼키게끔 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생각해낸 방법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 ···

- 시벌··· 너 지금 어디서 꺼낸 걸 입에 쑤셔 넣는 거냐···

- 귀신을 질식사 시키는 새로운 방법인가?

- 너 속옷 갈아입긴 한 거야?

- 이 정도면 알아서 성불할 듯.

-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못하게 되네.

- 이 방법으로 정신이 들어도 문젠데

- 방송 보고 수치사 하는 거 아니냐

- ㅅㅂ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 갑자기 내 입이 텁텁하다 시부랄

- 옘병! 이 방법이 맞긴 한 거지!?

뒤척이던 남자의 움직임이 일제히 멎었다.

아니. 순간 갑자기 인상을 팍 찌그러트렸다.

곧이어 눈알이 터질 것처럼 크게 뜨더니 구역질을 할 것 같은 움직임을 취했다.

“웁!”

나는 재빨리 물러났던 걸음을 다시 가까이 붙였다.

그리고 남자가 부적을 뱉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았다.

“시벌! 선녀보살님이 직접 써주신 귀한 부적인데, 감히 뱉어내게 할 순 없지!”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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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괴로워 하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닐까.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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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에도 귀신이 있나 봐 시발! 똑같이 헛구역질이 나온다고!

남자는 굉장히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리저리 내 얼굴과 머리를 잡아 뜯는 것도 모자라 두 다리를 가만있질 못 하고 발버둥 쳐댔다.

그런 남자의 손짓에 생채기가 잔뜩 생겨났지만, 나는 끝까지 남자가 토하지 않고 삼키게끔 유도했다.

“사, 삼켜! 삼켜야 그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고오오오 시벌!”

그 순간.

꿀꺽.

남자의 목뒤로 부적 넘어가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사, 삼킨 건가?

일단 큰 거사를 하나 치렀다는 생각에 내 이마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아···”

물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으으으으··· 으으아아아아···”

남자의 괴로운 신음이 이어졌다.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몸을 표현하는 행동도 이어졌다.

나는 섬뜩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

- 워··· 개 소름 돋네

- 이게 도대체 뭔 소리야···

-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야 이게?

- 시발! 얼마나 괴로우면 저런 소릴 내!

- 도대체 속옷을 얼마나 안 빤 거야. 이 개색갸!

- 그나저나 진짜 효과가 있는 건가?

- 와··· 레알 리얼 상황이다.

- 방법은 조금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제법 무당 같은 카리스마가 보인다.

- 속옷에 있던 부적을 남의 입에 쑤셔 넣는 모습에서요?

남자는 한참을 가슴을 부여잡고 발버둥 쳤다.

그리고 이내 점점 움직임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마침내 희멀건 액체를 연달아 쏟아냈다.

“우웨에에엑! 우웨에엑!”

그 모습이 마치 영가가 몸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을 풍겼다.

나는 재빨리 남자의 등 뒤를 힘껏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나쁜 기운이 있다면 모두 다 쏟아내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 다 쏟아 내세요. 이제 끝났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남자 등을 두드려주었을까.

남자의 몸이 종이 인형처럼 흔들거렸다.

곧이어, 몸을 유지하지 못하고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털썩!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휴 시벌··· 드디어 빠져나온 건가?”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뭔가 계속 손에 땀을 쥐게 하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쓰러진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며 시청자들에게 대답했다.

“영가를 몸에서 빠져나오게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일러요. 정신이 드는 순간, 또 영가들이 한꺼번에 달려들 겁니다. 산을 내려가는 동안 남자를 보호해 줄 비방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 이걸 볶을만한 조리기구가 없으려나···”

- 조리기구?

- 갑자기 그건 왜?

-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 ㅅㅂ 괜히 내가 마른침을 삼키게 되네

- 방금 이걸 볶을만한 조리기구라고 하지 않았어?

- 사람을 볶으려는 건가?

- 미친. 그런 말 하지 마. 진짜 할 것 같다고.

- 너희들이 부적 먹었냐? 정신 차려라.

나는 이리저리 열심히 눈을 굴린 덕분에 다행히도 한 곳에 비치되어 있는 도구들을 발견했다.

“오. 여기 마침 다 있네. 하늘이 이 분을 돕는구나! 프라이팬, 버너, 나이스! 부탄가스까지.”

나는 정신없이 움직였다.

모든 도구들을 가져와 남자 앞에 앉았다.

그 사이 나쁜 기운의 영가들이 혹시 남자의 몸에라도 붙을까.

EMF 측정기에 고스트 박스까지 켜놓고, 1분간을 그대로 지켜봤다.

“오케이. 문제 없어.”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가방에 있던 마른 쑥과 천일염, 팥, 고춧가루 등을 꺼냈다.

그리고 서둘러 불을 켜기 위해 버너 점화 손잡이를 잡았다.

띵동.

[ 포카리시멘트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잠깐! 미친! 그거 부탄가스 유통기한 지난 거 아니냐?

나는 화들짝 놀라 버너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채팅창을 보며 중얼거렸다.

“네? 부탄가스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형님들?”

띵동.

[ 발광머리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당연하지! 3년 인가 그럴걸? 유통기한 지난 거 썼다가 폭발하는 사고도 많아! 확인해 봐.

정말이지. 머리가 새하얗다.

미처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 후, 부탄가스를 확인했다.

200909031615A.

“허···”

순간, 내 입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앞에 있는 숫자만 나열해서 읽어본다면 2009년도 9월.

지금 시기와 계산해 봐도 3년은커녕, 유통기한을 한참 지난 수준이었다.

“시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시간이 촉박한데다 정신이 너무 없어 나도 모르게 큰 실수를 할 뻔했다···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휴우··· 형님들. 감사합니다.”

그 순간.

[ 치지지지익- 아깝다 치지지익- 아깝다 치지지지익- 낄낄낄낄 ]

섬찟한 그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고스트 박스에서 뚜렷하게 흘러나왔다.

“워어어어어! 시벌! 뭐야?”

- ?

- 뭐야?

- 방금 그 목소리 아까 저 남자 목소리 아님?

- 워우 씨··· 소름 돋아.

- 지금 아깝다고 한 거지?

- 설마 저거 돌려서 터지길 바란 거 아니냐

- ㅅㅂ 미친. 어디 귀신 새끼 주제에 우리 연우를 다치게 하려고

- 연우는 우리가 지킨다. 이 귀신 색갸!

- 물론 입으로만

나는 한참을 멍 때렸다.

하지만, EMF 측정기에 찍힌 반응을 보고선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남자가 깨어날 그 순간만을 노리고 있는지, 반응이 점차 세지고 있다.

0단계였던 반응이 1단계. 1단계 반. 이제 2단계를 막 솟구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다시 난관에 부딪혀버렸다.

“시, 시벌! 그나저나 불이 있어야 이 재료들을 볶을 수 있는데··· 이 재료들을 볶을 만한 불이 없어요 형님들!”

띵동.

[ 대추나무사람걸렸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야! 여기 산이잖아! 밖에 나가면 낙엽이든 나무든 뭔가 있겠지. 얼른 나가봐!

나는 후원창을 듣자마자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운이 좋게도 딱 불을 붙이기 좋은 나뭇가지 여러 개와 낙엽들이 모여있는 것들이 내 눈에 띄었다.

“오우 씨! 좋았어 형님들! 고마워요!”

나는 그것들을 한가득 안고 들고 들어왔다.

혹시나 화재가 나지 않게 밑에는 부엌에 있는 큰 은쟁반을 깔아두었고, 그 위에 가지런하게 나뭇가지와 낙엽. 그리고 가방 안에 있던 신문지 몇 장을 꺼내 모았다.

그런데···

탁! 탁! 탁!

이번엔 잘만 켜지던 라이터가 말을 듣지 않는다.

유일하게 하나 가지고 다니던 라이터.

하필이면 이게 왜 지금에서야 고장이 나는 건데!

“아씨!왜! 왜 말을 안 듣냐!”

그 와중에 고스트 박스에서는 그런 내 모습이 재밌는지, 배를 잡고 웃어대는 여럿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치지지지익- 낄낄낄 치지지지익- 킥킥킥 치지지지익- 키잌키잌 ]

“제발! 제발! 제발!”

계속해서 부싯돌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던 그때.

“왈! 왈!”

“와아아악! 깜짝이야!”

내 눈앞에 놀랍게도 순돌이가 있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옆에 있던 상자를 번갈아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뭐야. 죽은 순돌이는 아직 저기 있는데···?

쌍둥이? 아니지. 혹시 핏줄인 건가?

- 헐. 순돌이?

- 뭐야? 시벌?

- 내 눈이 의심스럽다. 뭐냐 이거

- 갑자기 살아 돌아왔다고?

- 뭐지? 좀비인가?

- 아님 분신술인가?

- ㄴㄴ 저 상자에 지금 죽은 순돌이 또 있잖아.

“뭐, 뭐야 너··· 왜 이름이 똑같아? 일부러 그렇게 지은 건가?”

나는 개의 목에 걸려 있는 이름표를 보며 중얼거렸다.

[순돌이]

상자 속에 있는 순돌이와 이름이 똑같다.

특정 이름의 동물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경우를 더러 보긴 했다.

눈, 코, 입.

뭐 하나 빠짐없이 똑같이 생긴 데다 크기가 살짝 작은 것으로 보아 설마 새끼인 건가.

시벌. 귀신에 홀려서 환각 보는 줄 알았다.

나는 급한 나머지 순돌이를 뒤로하고, 다시 라이터 부싯돌을 돌려댔다.

“그나저나 제발! 불! 불 좀 붙어라!”

그때.

“왈! 왈!”

옆구리로 다가온 순돌이가 갑자기 바닥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뭐해 순돌아?”

나의 시선이 자연스레 향했다.

순돌이의 발에 흙들이 비산하며 뭔가 반짝거리는 게 나타났다.

눈이 부릅 떠졌다.

그건 빨간 라이터였다.

“어 시벌? 라이터? 너 설마 천재견이냐?”

그 말에 순돌이는 우렁차게 짖어댔다.

“왈! 왈!”

나는 곧장 나뭇가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일단은 이것부터 처리를 하고···

탁!

기가 막히게도 라이터는 단 한 번에 부싯돌로 불을 활활 뿜어냈다.

나는 얼른 신문지에 붙을 붙였다.

그리고 내 입 바람까지 더해 불을 키웠다.

아주 타기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나뭇가지와 낙엽은 금세 불을 머금고 활활 잘 타올랐다.

곧이어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프라이팬에 넣어둔 재료들을 열심히 볶았다.

그 때문에 대웅전 안은 금세 쑥 냄새와 고춧가루 냄새와 함께 뿌연 연기가 일렁였다.

- 슈퍼개인가?

- 헐. 개 천재?

- 천재견도 저런 천재견이 없다

- ㅅㅂ 뭐지? 도대체 주인은 뭐 하는 사람이야?

- 근데 연우는 뭐 하는 거?

- 재료들 볶고 태워서 귀신들 접근 못 하게 비방하는 중

- 뿌얘가지고 우리도 화면이 제대로 안 보이는데 지금

- 귀신들 눈을 멀게 하는 수법인가

- 엄청 맵겠다 이거

- 귀신들은 이런 매운 냄새를 싫어한다고 들음.

그렇게 볶아야 할 재료는 다 볶았다.

준비도 끝났다.

나는 가방에 있던 물을 꺼내 불을 껐고, 곧이어 그 재료들을 가방 안에 있던 통에 담았다.

때마침, 기절해있던 남자가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으으···”

“어? 정신이 드세요?”

아까와는 다르게 정말 차분하고 맑은 목소리로 남자는 대답했다.

“여, 여기가 어디예요?”

뭐야.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아무것도?

하지만, 모든 걸 다 대답해 줄 여유는 없었다.

나는 솟구치는 EMF 측정기의 반응을 살피며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일단 이것 받으세요. 절대 손에서 놓지 마세요.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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