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11화 (211/225)

선녀보살님이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자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엄마의 손을 잽싸게 붙잡았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쳤다.

애청자가 제보해준 그 집. 1

“엄마! 우리 ‘새 집’ 보러 안 갈래?”

엄마는 그런 내 얼굴을 한참 지그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 아들이 얼마나 좋은 집을 봤나 한 번 보러 가자.”

***

그렇게 다시 찾아간 꿈의 집.

엄마는 넓디넓은 집의 마당을 보며 묘한 감정이 스치는지,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한껏 들뜬 마음에 마당 이곳저곳을 엄마 손을 붙들고 구경시켜 주었다.

그리고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가 제일 큰 방으로 엄마를 안내했다.

“여기가 엄마 방으로 쓸 곳이야. 엄청 크지?”

“아이고···”

지금 집의 부엌과 방 하나를 합쳤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넓은 방.

엄마가 놀란 표정을 짓는 건 당연했다.

“엄마는 이렇게까지 큰 방이 필요 없는데···”

“아니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이 방을 썼으면 좋겠어. 앞으로는 예쁜 우리 엄마 화장하는 화장대도 놓고, 허리에 좋은 침대도 놓고··· 그래도 공간이 엄청 많이 남겠다! 그치!”

이리저리 신난 내 표정을 보며 엄마가 마지못해 흐뭇하게 웃었다.

- 연우 어머니가 성격이 참 좋으시네

- 인성은 곧 얼굴 아니겠어?

- 저 정도 미모면 인성도 특 SS 급이 당연하지

- 근데 오늘 시벌 이게 대체 뭔 방송이냐

- 우린 대체 이 방송을 왜 보고 있는 거여?

- 글쎄. 나도 그냥 마지못해 보다 보니 몇 시간이 흘렀네

- 아니. 연우 이 새끼가 더 웃겨. 왜 이걸 죄다 방송 키고 보여주는 거야

- 그 안에 후원이라도 떨어질까 봐 킨 거 아닐까?

- ㅅㅂ 소름 돋는다.

“그럼 아들 방은 어디야? 우리 아들 방도 보러 가야지.”

나는 곧장 안방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작은방 문을 열었다.

덜컥.

작은방이라고 하긴 하나, 이 방 역시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방.

새 도배지를 바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깔끔한 방이었다.

“여기가 내 방이야 엄마. 어때?”

“너무 예쁘네. 우리 아들 이제 긴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겠네?”

방 안에 물건이라도 들일 때면 좁은 공간 탓에 다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자야 했던 작은방.

이제 그런 걱정도 필요 없었다.

몸을 마음껏 휘저어도 남는 공간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엄마는 모든 공간을 천천히 살폈다.

그러다 문득 자리에서 멈춰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아들··· 이 집 가격이 어떻게 된다고 했지?”

“1억 5천.”

“······”

무언가가 걱정되는지, 한참 심각한 표정으로 있다 이내 중얼거렸다.

“엄마는 이런 큰 집을 사는 게 걱정이네. 엄마가 버는 돈도 그렇고 대출은 너무 위험해···”

나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려는 그때.

덜컥.

“그건 제가 설명드릴게요.”

때마침, 남재신이 등장했다.

게다가.

“마침 여기 계셨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집 주인입니다.”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도와줄 남재신의 어머니까지 같이 찾아오셨다.

***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내내 나는 그 분위기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집주인과 입주자가 입장이 바뀐 느낌이다.

집주인이 입주자를 반대로 설득하고 있다.

무이자 대출까지 생각하며 저희 집에 꼭 살아달라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싶지만.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당황스러울 우리 엄마를 천천히 설득시켜주시는 바람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우린 남재신의 가족과 나머지 이야기를 나눴고.

천천히 집 밖으로 나왔다.

“연우 어머니. 저희한테는 이렇게 인연이 닿은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몰라요. 제 동생과 저희 아들에 대한 은혜는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희가 오히려 더 감사하죠. 이런 예쁜 집을 선뜻 내주시고···”

이사 날짜가 정해졌다.

정확히 보름 뒤.

아주 기가 막히게도 엄마가 말씀하시길.

지금 집 월세 계약도 끝나는 시기와 맞물렸더랬다.

신기했다.

나는 들뜬 마음을 안고, 마지막으로 남재신과 포옹까지 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형. 혹시나 보이지 않아야 될게 보인다거나, 몸이 이상하다거나 하면 나한테 연락 줘. 내가 가서 콱! 다 소금으로 그냥···”

“하하하. 알았어. 나무꾼 무당 님.”

곧이어 엄마와 남재신의 어머니도 인사를 나눴고.

“그럼 어머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요.”

우린 남재신의 가족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갑작스럽게 숨겨놨던 비밀과 사실들을 털어놨던 걸까.

엄마는 집에 가자마자 기진맥진해버리셨다.

곧 바닥에 털썩 앉더니 하소연하듯 중얼거렸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몸이야.”

나는 그새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엄마 뒤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 곧장 강약 조절을 해가며 특급 마사지를 시전했다.

“엄마. 오늘 엄청 고생했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좀 쉬어.”

“왜? 우리 아들이 집안일이라도 해주게?”

“그럼 당연하지. 맡겨만 두라고!”

“그래. 그럼 오늘 하루는 엄마가 아들 덕 좀 많이 볼게.”

나는 그런 엄마의 어깨를 주무르며, 아까부터 잔뜩 올라오는 채팅창을 슬쩍 훔쳐봤다.

도대체 뭐라고 떠드는 거야?

- 시벌 진짜. 집 구경 끝나니까 이젠 마사지 방송이냐

- 돌겠네. 아니 레알 방송은 언제 하는거여?

- 너 이러다가 방송 끊으면 진짜 내가 책임지고 귀신 만든다.

- 아니, 원하던 계약 다 했으니까 아까 줬던 후원금 다시 내놔 개색갸!

- 아니면 오늘 저녁에라도 폐가 찾아가든지. 그럼 용서해 줌.

- 인정. 도대체 집 방송을 몇 시간을 하는 거여

- 총 6시간 한 듯.

- 옘병 진짜··· 그걸 다 보고 있는 우리가 더 레전드다.

- ㅋㅋㅋㅋㅋㅋㅋ 웃음만 나오죠.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보며 윙크까지 해댔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냥 죽일까 저거. 남자 윙크 따위 받고 싶지 않다고.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임아린이라도 미리 데리고 와서 대타로 썼어야지!

띵동.

[ 우럭아왜우럭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코카인! 코카인! 코카인!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한 특급 마사지는 30분이 되도록 진행되었다.

덕분에 노곤해졌는지 엄마는 일찍 자야겠다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이때다 싶어 방에 들어가 카메라 볼륨을 켜고 말했다.

“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요 형님들.”

- ㅅㅂ 존나 오래 기다렸지

- 기다리다 귀신 되는 줄 알았다 옘병!

- 중요한 사실 알려줄까?

- 우리만 네가 켠 방송 보면서 기다린 게 아냐

- 큰 형님도 6시간동안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그것도 말 한마디 없이

- 레알 ㅎㄷㄷㄷ

“아 정말요? 죄송합니다 형님들. 저는 이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형님들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진짜로!”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지랄. 그냥 엄마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를 이용해 먹은 거잖아 개색갸!

나는 검지를 들어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다.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하십니까 형님! 저 그런 놈 아닙니다.”

그리고 곧장 시청자들을 위해 보조 휴대폰을 꺼내들어 비쳤다.

“형님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제가 꿀잼 드리려고 준비해놨다니깐요. 어때요? 저?”

띵동.

[ 안토니오밥다됐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뭐. 사양은 안 하겠다만···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재미없는데 가면 바로 구독 취소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애청자 분이 제보해 주신 곳인데요··· 살던 집 주인이 건물을 짓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덩그러니 남겨진 집. 앞에는 커다란 우물이 딸려 있는 게 특징인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이 연우가 직접 그 집을 방문해서 탐험해 볼 생각입니다.”

거리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차 타고 1시간 거리.

게다가 산속으로 30분만 걸어 들어가면 집이 보인다고 했다.

현재 시각 8시 40분.

나는 시간을 체크 후,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그럼 형님들. 제가 배터리 좀 충전하고 정확히 2시간 있다 다시 방송을 켜는 걸로 하겠습니다.”

- ㅇㅋ

- 기다린 보람이 있군.

- 폐가 안 가고 방송 접었으면 네 허리도 접을 뻔

- ㅇㅇ 니가 접혀 ㅅㄱ

- 그건 인정.

- 그나저나 그 애청자가 누구야?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 아하

- 좀 있다가 보자고!

나는 채팅창을 확인하고 곧장 방송을 종료했다.

[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

***

가슴속에 항상 달고 살았던 무게 추를 드디어 떼어낸 날.

이제 더 이상 비밀은 없었다.

당당하게 방송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새로운 집에 대해 들뜬 기분이 아직 남아있는 채로, 그곳을 향하고 있다.

애청자가 추천한 폐가.

버스를 타고 내려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주위를 바라보며 문득 든 생각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길이 맞나··· 생각보다 길이 너무 깨끗하고 좋은데···”

매일 같이 보던 비포장길이 아니었다.

하얗게 깔린 깔끔한 아스팔트 길, 중간중간 켜져 있는 가로등도.

게다가 아직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은 집들이 여기저기 불을 켜고 있는 게 보인다.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문득 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스팔트를 따라 저 멀리에 애청자가 말했던 그 집이 보인다.

2층 집으로 보이는 그곳.

집 전체를 나무줄기가 감싸고 있는 그 모습이 한눈에 보아도 굉장히 음습한 느낌을 풍겼다.

놀라운 건 그 집 주위에는 그 어떠한 집도 붙어있지 않았다.

혼자 동떨어져 있었다.

나는 곧장 방송을 켰다.

[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

[ 귀신빤스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뒤돌아보지마라탕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입장하였습니다. ]

“형님드으을! 연우가 금방 Comeback 했습니다요!”

- 후. 진짜 잠들 뻔했다.

- 무표정으로 6시간 집 방송 본 게 타격이 컸다 시벌.

- ㅋㅋㅋ 아니. 그걸 도대체 왜 보고 있냐고

- ㅅㅂ 나도 몰라.

- 저놈 탓이여.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방송을 보게 된다고!

- 시청자를 귀신 만드는 유트버 ㅎㄷㄷ

- 그나저나 그 집은 다 온 거냐?

나는 저 멀리 있는 집을 비춰주며 말했다.

“이 길 따라 쭉 가면 집 하나 보이죠? 저기입니다.”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으으. 쳐다보기만 해도 괜히 소름이 돋네. 넌 괜찮음?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저 형님은 뭐가 소름이 돋는다는 거지?

아직 새 집에 대한 들뜬 기운이 남아있던 탓일까.

활짝 웃으며 난 대답했다.

“그럼요 형님. 그리고 여기 다른 곳보다 길이 너무 깨끗한데요? 아스팔트 깐지도 얼마 안 된 것 같고.”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저 집 들어가면 너도 백 프로 소름 돋을 거라는거에 내 손모가지 건다.

나는 콧방귀를 끼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이래 봬도 산전수전 다 겪은 나였다.

이제 이런 폐가쯤은···

그렇게 모든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결국 애청자가 말했던 그 집 앞에 도착했다.

목재로 만든 2층 집.

그 앞은 커다란 철문이 집을 지키듯 막고 서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시청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자 그럼 형님들. 애청자가 제보해 준 폐가의 사연. 한번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곧장 두꺼운 철문을 밀어젖혔다.

끼이이이익-

애청자가 제보해준 그 집. 2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몸을 욱여넣었다.

쉬이이이이-

스스슥.

절묘한 타이밍이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내 몸을 덮쳤다.

옷깃을 스쳐 내 살결까지 서서히 스며든다.

순간, 왠지 모르게 소름이 잔뜩 돋아 올랐다.

나는 괜스레 온몸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어우 씨. 날씨가 많이 추운 건가. 바람이 차네···”

띵동.

[ 티끌모아파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잉? 무슨 소리야. 나는 더워서 선풍기까지 틀었는데

띵동.

[ 보일러댁에아버님놔드려야겠어요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너는 무슨 옷을 두 겹을 입어놓고 춥다고 난리냐.

“응? 그러고 보니 사실 아까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덥다고 느끼긴 했는데···”

방금 왜 그렇게 느꼈던 거지?

나는 문득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려 온도를 확인했다.

20.4도.

전혀 추위를 느낄만한 온도가 아니었다.

“뭐지···”

난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 집을 둘러보았다.

썩은 나무줄기에 둘러싸인 그 모습은 누가 봐도 귀신이 사는 집처럼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날씨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게 아닌 건가?

그럼 뭐지?

순간, 나는 애청자가 제보해 주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 지금은 막아 놓은 커다란 우물이 있다는 데··· 옛날에 사람들이 거기 이유 없이 많이 빠져 죽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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