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 사촌간볼빨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나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데, 네 등 뒤 봐봐. 거기서 소리 나는 것 같은데?
후원창이 울리는 동시에 나는 등짝에 차오르는 소름을 잔뜩 느꼈다.
정말 등 뒤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천장 쪽이랄까.
무언가가 매달려 천천히 흔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차오르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재빨리 고개를 홱 젖혔다.
동시에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도 들이밀었다.
그런데···
“······”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 어라. 방금 분명 등 뒤에서 소리 들린 것 같았는데
- 삐걱대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어
- 의자가 아니었구나
- 뭐였던 거지?
- 아니 그것보다 그 소리를 내는 원인이 눈에 안 보인다는 게 소름이네
- ㅅㅂ 뭐야 이 집?
- EMF 측정기에도 3단계가 떠있는데?
- 지금 또 사라짐
- ㅎㄷㄷㄷ
“뭐, 뭐야··· 분명히 등 뒤에 뭐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건가?
아닌데···
이후, 이곳저곳을 둘러보지만 그렇다 할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흔들리는 의자 빼놓고는 있는 물건이 없었으니까.
띵동.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고스트 박스 해보자. 근처에 있으면 대화가 되지 않겠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벌써 필살기를 꺼내자고요···?”
띵동.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시발! 십만 원이다? 빨리 꺼내.
“아주 좋은 제안이었습니다 형님.”
나는 이내 표정을 풀고 가방에서 고스트 박스를 꺼내들었다.
탁!
[ 치지지익- 쉬이이 치지지지지익- 스스슥 치지지지지익- 쉬이이이 ]
전원이 켜지자마자 울리는 소리들.
사람의 음성은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바람 소리인가? 낙엽이 흔들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 바람 소리 같은데?
- ㅇㅇ 같이 들리는 건 바람에 낙엽 밀리는 소리 같다.
- 지금 집에는 창문이 다 닫혀 있는데 웬 바람 소리가?
- 그렇게 말하면 낙엽 소리도 마찬가진데
- 이런 적이 있었나?
- ㄴㄴ 괴상한 소리들은 많았는데 이런 소리는 처음인 듯
- 창문 밖에 뭐 있는 거 아니야?
- 자 연우 탐정 이 소리의 원인을 찾아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허공에 말을 던져 보았다.
“근처에 누가 계시나요? 계시면 대답 좀.”
[ 치지지지익- 쉬이이 치지지지익- 스스스슥 치지지지익- 쉬이이 ]
하지만, 같은 소리만 반복하여 들려올 뿐.
대답은 없었다.
아니, 고스트 박스에 바람 소리가 점점 줄어드는가 싶더니.
사람의 음성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 치지지익- $#@ 치지지지익- %!#$$ 치지지익- 쉬이이 ]
하지만, 너무 작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 뭐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잘 안 들리는데요.”
띵동.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마이크 부분에 가까이 가져다 대봐. 우리가 들어 봄.
나는 시청자에 말대로 고스트 박스 음성 출력 부분을 마이크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귀를 붙여 온 신경을 집중했다.
“혼자 뭐라고 중얼대는 거···”
그 순간.
[ 치지지익- 나가! ]
“와아아아악! 시벌!”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낯선 폐가에서 굉장히 화가 난 듯한 여성의 고함 소리가 집 안에 울려퍼졌다.
그 음성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집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하마터면 고스트 박스를 놓칠 뻔했다.
나는 재빨리 의자 위에 고스트 박스를 올려놓은 채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 왁! 깜짝이야 시벌!
- 여자 목소리? 설마 죽은 집 주인인가?
- 여기 살던 사람이 여자였어?
- 생각보다 되게 젊은 목소린데?
- 해봐야 30대?
- 와. 목소리 듣자마자 진짜 소름이 쫙 끼쳤다
- 인정. 나 집에서 혼자 소리 지름
- 뭔데 이 소리?
꿀꺽.
마른침을 삼키자 고스트 박스에선 점점 더 사람의 음성이 뚜렷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치지지지익- 나가! 치지지지익- 나가! 치지지지익- 끼아악! ]
뭐가 그리 화가 난 건지, 나가라는 소리만 버럭 질러대는 여성.
나는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이, 일단 멋대로 들어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집이 너무 예쁜데 안 좋은 소문들이 돌아서, 혹시나 제가 도와드릴 게 있을까 하고···”
난 벽에 몸을 붙이고, 사방을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제,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진짜입니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한이 있으시다면 속 시원하게 제게 말씀해 주세요.”
고스트 박스에선 여성의 음성이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적대적인 반응에 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슬쩍 훔쳐냈다.
고요하고 적막했다.
내 숨소리만 귓가에 맴돌았다.
“어휴··· 형님들. 여기 집이 커서 그런가, 무슨 우퍼 스피커 틀어놓은 것처럼 쩌렁쩌렁하게 울리네요.”
- 그걸 난 20만 원짜리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 나도 이어폰인데, 연우 들숨 날숨이 아주 리얼하게 귀에 꽂힘.
- 오. 개 스릴 넘치겠다
- 안 좋은 점은 진짜 조만간 요실금 생길 것 같다는 거.
- 저놈이 소리 지를 때면 나도 제 자리에서 점프 뜀.
- 근데 여자는 어디 간 거?
- 갑자기 소리가 사라졌는데?
- 어디로 도망간 거 아니냐. 우리 연우 나무꾼 보살인 거 알고?
나는 조심스럽게 숨죽이고 EMF 측정기를 살폈다.
반응이 한 단계 줄어들긴 했지만, 아예 반응이 사라지진 않은 상태였다.
“아니요. 아직 이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나를 살펴보고 있는 건가? 아니면 혹시···”
그때.
[ 치지지익- 첨벙! 치지지익- 첨벙! 치지지지익- 첨벙!첨벙! ]
이번에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그 소리가 사람이 물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소리 같았다.
난 순간, 애청자가 제보해 주었던 말을 다시 떠올랐다.
[ 지금은 막아 놓은 커다란 우물이 있다는 데··· 옛날에 사람들이 거기 이유 없이 많이 빠져 죽었대. ]
“시, 시벌··· 형님들. 이거 왠지 느낌이 안 좋은데요.”
안 좋은 느낌은 항상 적중했다.
고스트 박스에서 갑자기 다급한 음성이 터져 흘렀다.
[ 치지지지지익- 엄마 치지지지익- 첨벙! 치지지지익! 으아앙 ]
굉장히 앳된 목소리였다.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정도의 나이랄까.
나는 다급해 보이는 이 소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애청자에게 물었다.
“누추한 형님. 혹시 여기 우물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아니. 난 모르지. 이 집은 소문으로만 들었으니까.
순간,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안방에 붙어있는 창문을 주시했다.
그리고 곧장 그곳으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보았다.
드르륵.
생각보다 쉽게 열리는 창문.
난 열린 창문 밖을 보자마자 무언가를 보고 흠칫거렸다.
“어? 저거 설마 우물 아니에요 형님들?”
평평한 평지에 유난히 우뚝 솟아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사람 허리만큼 오는 높이.
그 바로 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하나 서있는데, 굵은 나뭇가지 하나가 길게 뻗어 우물 위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곧장 우뚝 솟아있는 부분에 색이 다 바랜 나무판자가 씌어 있는 걸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맞는 것 같네요. 우물.”
- ㅅㅂ 뭐냐 이거
- 뭔가 귀신이 우물로 유인하는 느낌인데
- 가도 되는 거임?
- 혹시라도 우물에 빠지면 성인이고 뭐고 나올 수가 없는 구조잖아
- 아니, 멀쩡한 우물에 왜 빠지냐고.
-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연우를 시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겠지
- ㅅㅂ 후원해 주면 저기도 빠져나오겠지?
- 미친. 끔찍한 소리 하고 앉았네. 그런 생각을 하다니
- 근데, 솔직히 겁나 궁금하긴 해.
- 인정. ㅋㅋ 쟤는 어떻게든 나올 것 같다고!
난 안방에서 나가 우물로 통하는 길을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집 마당에서 우물로 따로 향하는 길이 없었다.
“뭐야? 왜 길이 없지? 일부러 막아 놓은 건가?”
한참을 찾다 못해 나는 결국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또다시 혼자 흔들리고 있는 의자를 보았지만, 이내 무시하고 창문 쪽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아기가 고통 속에 혼자 몸부림치고 있는 저 목소리가 무섭기도 했지만, 아련하고 안타까운지 귀에 밟혔다.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웬일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냐? 서비스 뭐 그런 거야?
나는 온 신경을 쏟아 사방을 살폈다.
순간, 뭐라도 튀어나올까 봐 초 긴장 상태였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우물 쪽으로 다가갔다.
나무판자 위에 수많은 이끼가 끼어있다.
아까 보지 못했던 무거운 돌도 나무판자 위에 여러 개 쌓여있는 게 보였다.
“아예 쓰지 못하게 봉쇄를 해놨네··· 설마 여기서 아이들도 죽었던 건가?”
난 고스트 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 치지지지익- 첨벙! 치지지지익 첨벙! 치지지지지익 첨벙! ]
여전히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 우물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확실한 것 같은데?
- 동굴처럼 울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보니 그러네
- 어린아이 목소리도 들리지?
- 그럼 저 우물에 아기가 빠져 죽은 거임?
- 그건 모르지. 왠지 연우를 이쪽으로 유인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 애초에 고스트 박스에서 들리는 소리잖아
- 이런 거 보면 소름을 넘어서서 넘 신기하지 않음?
- 과학적으로는 증명하지 못해도 신기한 게 많긴 함.
- ㅇㅈ
“근데 여기 물은 아직 있긴 한가···”
나는 우물 위에 쌓여져 있는 나무판자에 조심스럽게 왼쪽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 때문에 내 얼굴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눕혀졌다.
그 순간.
삐걱. 삐걱. 삐걱. 삐걱.
내 몸이 움찔거렸다.
뭐야? 또 이 소리가···
그때,
오른쪽 눈 끝 시야에 무언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우물 위로 쭉 뻗은 나뭇가지 사이로 무언가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뭐, 뭐야 저거···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면 정확하게 보일 테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그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피가 통하지 않아 시퍼렇게 핏줄이 선 채로 둥둥 떠서, 천천히 흔들리고 있는 그것.
그것은 성인 여성의 두 발이었다.
애청자가 제보해준 그 집. 4
사고가 정지된다.
동시에 섬뜩한 한기가 내 온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한다.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재빨리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명령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안 보인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나는 곧장 눈을 감은 채로 나무판자에 댔던 귀를 떨어트렸다.
한 발짝. 한 발짝···
우물에서 조심스럽게 멀어졌다.
그렇게 열 발자국을 넘게 뒤로 뒷걸음질 쳤을까···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삐걱. 삐걱. 삐걱. 삐걱.
일정한 타이밍에 맞춰 내 귀를 간질이는 이 소리가 도저히 멀어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야 시벌···
벌써 열 발자국은 넘게 뒷걸음질 친 것 같은데···
분명 길게 뻗어 나온 저 나뭇가지에서 충분히 멀어졌을 거라고···
그런데, 대체 이 소리는 왜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그저 삐걱대는 소리만 내 귀에 꽂히듯 선명하게 들려올 뿐이다.
나는 용기 내어 눈을 살며시 떠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질끈 감았던 한쪽 눈을 천천히 떴는데.
“와아아아아악!”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그대로 자빠져 버렸다.
아까 보았던 그 두 발이 괘종시계에나 달려있을 법한 시계 추처럼 내 눈앞을 왔다 갔다 거리고 있었다.
- 얘 왜 이럼?
- 뜬금없이 왜 문워크를 하는 건데
- 뭐 귀신이라도 본 건가?
- 마이클잭슨 귀신?
- 어우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
- 귀신이 아니라 네 목소리 때문에 항상 더 놀란다고!
- 그래도 얘 덕분에 내 FPS 사플 실력이 점점 좋아짐
- 나름 연우 덕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네.
- 등 뒤에 적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함.
나는 앉은 채로 뒷걸음질 쳐댔다.
그리고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는 손을 높게 치켜들어 나뭇가지를 가리켰다.
“시, 시벌! 형님드을. 저기··· 저기!”
[ 치지지지익- 끄으윽 치지지지익- 끅끅 치지지지익- 컥! ]
그 순간.
나는 제대로 눈을 마주쳐버렸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너무 빨리 뛰니 마치 멎은 듯한 느낌도 든다.
30대처럼 보이는 여성이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과 산발이 된 머리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