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20화 (220/225)

- 혹시 할머니도 후원을 좋아하셨나요?

그것도 잠시.

[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님을 강제 퇴장시켰습니다. ]

빛의 속도로 로비로 보내졌다.

“형님들. 다른 질문 없나요?”

- 방금 누가 뭐라고 떠들었던 것 같은데

- 그는 장렬하게 전사했다

- 이번엔 연우가 직접 보낸 것 같은데?

- ㅋㅋ레알? 돈미새는 후원에 민감하다. 조심해라들.

잠시나마 후원창이 뜸하자 나는 내 스스로 엄마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럼 이번엔 내가 질문!”

엄마는 이미 방송에 적응이 된 듯,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우리 아들 뭐가 궁금해?”

나는 선녀보살님이 내게 해주었던 비밀스러운 얘기들을 종합하여 떠올렸다.

[ 귀문이 많이 열렸어요. ]

[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될 거예요. ]

[ 연우 씨는 이제 일반인들과는 다른 신분이 되는 거예요. ]

[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

방송을 시작하며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쳐왔지만, 결국 내게 남은 건 언제나 따뜻한 기억들뿐이었다.

이 일. 나한테 정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즐겁다.

내가 꾹 닫았던 입술을 떼고 얘기했다.

“엄마는 내가 무당이 되면 어떨 것 같아?”

엄마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내 발언이 살짝 충격이었는지, 한참을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뒤늦게 내게 말했다.

“아들. 무당 선생님이 그래?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아직은 아니지만···”

많은 영혼들 앞에 서서 그들을 위로해 주고, 이해해 주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한을 풀어주고 좋은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것.

내게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 일들로 인해 내 몸과 경제적인 부분까지도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고.

엄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아들··· 인생은 반드시 대가가 뒤따라. 그게 언제 올지 몰라.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 있다면 엄마는 아들을 응원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엄마가 막아 볼거야.”

많은 생각이 담긴 엄마의 대답이었다.

혹시 할머니도 나와 같은 상황을 겪으셨던 걸까?

아님 혹시 선녀보살님에게 무슨 얘기라도 들으신 걸까?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엄마를 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시작과 끝은 하나다. 1

“명심할게 엄마. 고마워!”

그 시기가 다가온다면 그땐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절대 후회 없는 그 결정을.

뭐 그래도 아직 내게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으니까.

나는 엄마를 보며 씩 웃었다.

“엄마 아들 믿지?”

“그럼.”

엄마는 나를 한참 빤히 바라봤다.

나는 화제 전환을 위해 채팅창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형님들. 다음 질문 주십쇼!”

띵동.

[ 집수리오형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머님 혹시 재혼 생각은 없으신지

[ 집수리오형제 님을 강제 퇴장시켰습니다. ]

“형님들. 제대로 된 질문 부탁드립니다.”

- 개 무섭네

- 연우가 누군가를 강퇴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 후원해 주는 시청자를 강퇴 한다고?

- ㄴㄴ 연우 쟤가 어떤앤데

- 그 말은?

- 여태 후원 한 번을 안 했던 놈일 수 있음.

- 만 원과 함께 로비 귀신이 되었구나.

- 잘 보세요. 후원도 천원 했음.

- 강퇴한 이유가 있구나···

잠시 후.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임아린이랑 결혼한다며. 언제 할 거야?

띵동.

[ 우럭아왜우럭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너 어머니한테 여자친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드리긴 한 거야?

연달아 울리는 후원창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동시에 엄마의 눈치를 재빨리 살폈다.

이런 시벌···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그러고 보니 엄마에게 여자친구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있다는 얘기만 꺼냈지, 다른 이야기를 일절 꺼낸 적이 없었다.

만년 모쏠인 아들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니까 정말 기뻐하셨는데···

엄마의 부탁도 있었지만, 집에 초대도 못 해보았다.

나름 고민이 많았다.

일단 처음 겪은 일이라 낯선 게 첫 번째 이유랄까.

“그러게 아들. 여자친구 생겼다면서 왜 엄마 한 번도 안 보여주는 거야. 집으로 데려오라니까··· 엄마한테 소개해 주기 싫어?”

“어. 크흠. 그게 무슨 소리야. 소개해 주기 싫다니. 다름 아니라 아린이가 필라테스 하느라고 바빠서 그래. 나중에 성인 되면 필라테스 강사 한다고 열심히 준비 중이거든.”

당황하기 시작하니 말이 많아진다.

그 때문에 호흡도 불규칙하다.

- 연우 쫄?

- 급 당황한 것 같은데

- 유트버님. 귀가 빨개지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런 겁니까?

- 저놈은 뭐 맨날 필라테스 핑계야?

- 근데 레알로 임아린이 필라테스로 바쁘긴 함

- 언제나 전화해도 필라테스 하고 있음. 그게 레전드

- 인정. 첨에는 피하려고 핑계 대는 줄 알았는데 진짜 필라테스하고 있었음

- 필라테스 하다가 죽은 귀신 붙은 거 아님?

- 그럼 임아린 성불 시키자

- 임아린한테 붙은 귀신을 성불시켜야지.

좀처럼 긴장한 기색이 가라앉질 않는 그때.

띵동.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머니! 연우 쟤 임아린이랑 같이 외박도 했어요!

순간, 토마토처럼 내 얼굴이 새빨개졌다.

저런 미친놈이···

나는 다급하게 채팅창을 만지작거렸다.

[ 낮말은새가듣고밥말은라면이먹고싶다 메시지 삭제됨 ]

엄마가 유심히 살펴보다 내게 물었다.

“아들. 방금 이 사람이 뭐라고 한 거야?”

“어? 아, 아니야! 이상한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 인생 일대 이렇게 당황한 적이 있던가.

가빠진 호흡과 함께 나는 흉가에서나 돋을 법한 소름이 온몸에 퍼져 흘렀다.

나는 다급하게 카메라를 보며 외쳤다.

“자, 혀, 형님들. 다른 질문요!”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내게 물었다.

“아들. 저번에 엄마랑 통화한 그 아가씨 맞지?”

“저번에? 어. 그렇지. 맞아. 임아린. 크흠.”

“둘이 외박도 하고 그러는 사이니?”

“무슨 소리야 엄마! 아직 딥키스. 아니 뽀뽀도 안 했는데···”

- 구라가 많이 늘었어

- 방금 딥키스라고···

- 너 저번에 임아린이랑 뽀뽀했다고 당당하게 떠들지 않았냐

- 자기 촌놈 아니라고 버럭 하던 게 엊그제 아님?

- 그때 지가 구촌동아나콘다라고 했던 것 같은데···

- 이거 솔직하게 답변해 주는 Q&A 아니냐!

- 뭐야 이거 공갈 Q&A도 아니고!

- 엄마 앞인데 좀 봐주자.

- 너네 좀 심하긴 하다.

- 연우 긴장한 거 안 보이냐?

- 인정. 이미 영혼이 나간 것 같은데

- 아직 귀신 되긴 이르긴 하지? 살려준다 내가.

흉가를 온 게 아닌데도 식은땀이 절로 흐른다.

생각지 못했던 질문에 마른 침만 연달아 삼키고 있었다.

사실, 예의 있게 인사부터 드리러 오겠다는 임아린을 가까스로 말렸었던 기억이 있다.

좋은 집으로 이사해서 좋은 타이밍에 멋지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던 것.

그것이 나름 두 번째 이유였다···

나도 멋진 남자로 보이고 싶다고!

띵동.

[ 이렇게귀한곳에누추한분이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혹시 방문 이벤트 같은 건 또 안 해?

순간, 울리는 후원창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벌··· 감사합니다 형님.

나는 황급히 건치를 내보이며 말했다.

“어? 누추한 형님! 그런 질문 아주 좋습니다요! 방문 이벤트 같은 경우는 나중에 상황 보고 또 한 번 진행하겠습니다.”

띵동.

[ 호이가계속되면둘리인줄안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마지막 3대 흉가는 언제 갈 거야?

그 이후로도.

- 이사는 언제 하는 거야?

- 이사하고 새 집 귀신 있나 확인 방송해야지?

- 이번 폐가는 거품 물만 한 곳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어떠심?

- 장례식장 한 번 더 가자.

- ㄴㄴ 폐 병원 재방문 해야지.

-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체 냉장고 10만 원에 들어가주는 거 어떠냐?

수많은 질문들이 연달아 울려댔다.

나는 엄마의 표정을 슬쩍 살펴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계셨다.

난 화면을 슬쩍 돌려 내 얼굴을 비추며 입을 열었다.

“자! 형님들. 이제 그만 정리해야겠습니다. 저희 엄마가 이런 방송이 익숙지 않아서 많이 피곤하신 것 같거든요.”

- 네가 더 피곤해 보이는데

- 인정. 그 짧은 시간에 10년은 늙은 것 같다.

- ㅅㅂ 다크서클 내려온 것 봐.

- 너 곧 귀신되는 거 아니지?

- 연우 시청자들 보통 아니네.

- 귀신 되면 연락 좀 줘.

- 내가 소금 싸대기 후려치러 간다.

- 난 배 대포 도전해 보러 감.

- 그래서 벌써 방송을 끄겠다고?

- 후원 쏙 빼먹고 그건 좀 아니지 않아?

턱을 쓸어내리던 내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아쉬워하실 수 있는 형님들을 위해서. 음··· 주말이고 하니까 나머지 방송은 제가 좀 있다가 따로 켜는 걸로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ㅇㅋ 올해 들어 제일 듣기 좋은 발언이구나.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우워어어어어어어! 나이스 샷! 어머님 고생하셨습니다!

엄마는 후원창을 보고 씩 웃으며 손을 흔들더니, 내게 조심스레 속삭였다.

“아들. 끝났어? 이제 엄마 가도 돼?”

“어. 어! 엄마 이제 푹 쉬어!”

그렇게 엄마는 화면에서 떠났고.

나는 시청자들에게 마무리 겸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단 이 난잡한 채팅방을 훌륭하게 잡아주신 마라탕 형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질문해 주신 형님들도 시벌··· 아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만 전해도 오늘 하루를 다 보낼 만큼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최대한 압축해서 좀 있다 저녁에 꿀잼으로 대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연우 Q&A 마치겠습니다. 형님들 좀 있다가 봐요!”

- ㅇㅋ 재밌었다.

- 좀 있다가 언제 올 건데?

- 말은 해주고 가 개색갸

- 방송 원투 데이 보냐? 저녁 9~10시쯤 되겄지!

- 아까 유입 된 초짜 같음.

- 아쭈. 이거 방송 기강 좀 잡어야겠네

- 어이. 오늘 저녁까지 빵빵하게 후원 충전 해놔라!

- 후원 안 하는 놈 내가 나서서 귀신 만든다.

- 연우 알바 아니지?

- 아 언제 기다리냐! 아직 한참 남았는데!

그렇게 방송을 종료했다.

[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

푹 쉬기만 해도 모자랄 시간이었지만, 나는 쉬지 않았다.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자, 부엌에서는 엄마가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나는 부엌에 계신 엄마를 안 방으로 강제로 모셔다 놓으며 얘기했다.

“엄마. 오늘은 손 하나도 까닥하지 마. 모두 내가 할 테니까.”

“아이고, 할 일이 많아. 같이 해.”

“아냐. 내가 다 할 수 있어. 엄마는 명령만 내려.”

여태 고생했을 엄마를 위해 오늘만큼은 내가 나섰다.

빨래부터 시작해서 청소, 설거지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나를 이렇게 예쁘게 키워준 대가야. 특별 서비스랄까.”

“하하하. 그래? 그럼 오랜만에 대접 좀 받아볼까?”

잠시 Q&A를 진행하며 당황한 순간이 있었지만.

엄마가 그간 고생했을 시간들이 내 가슴 깊이 눌러 앉았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 고생의 깊이를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나마 엄마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얼굴을 앞에 두고 말하기엔 쑥스럽기에 몸으로 대신 표현해 본다.

***

역시나 집안일은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그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3시간, 4시간은 그냥 훌쩍 까먹어버릴 만큼 할 일이 많았다.

이런 걸 엄마는 매일 같이 한다니···

그렇게 집안일을 끝내고 나니 어느샌가 어둠이 찾아들었고···

나는 다시 내 할 일을 위해 작전방으로 들어왔다.

“스읍··· 오늘은 또 어디를 가야 하나.”

매일매일이 고민이지만, 오늘만큼은 특히 고심했다.

오늘 앞으로 특별한 계획을 잡아 두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리 계획해두었던 일은 아니었다.

여러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랄까.

“아무래도 오늘 마지막 방송이 될 것 같은데···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하루다 멀다 하고 방송을 켜달라는 시청자들이기에 내내 마음이 쓰인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충격 발표를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가는 건 아니겠지?

괜한 잡생각에 나는 어디선가 본 속담을 중얼거렸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나는 곧장 휴대폰을 살폈다.

“어디가 좋을까나···”

폐 수영장? 폐 도서관? 폐 오피스텔?

아니면 남은 3대 흉가?

여러 장소를 생각해 보지만 마땅히 마음이 가는 곳은 없었다.

그래도 온 집중을 다해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장소를 찾았다.

이왕 마지막으로 방송하는 거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곳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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