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 돈미새-222화 (222/225)

- 귀신들 다 이사 간 겨?

- 건물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네

- 음습하고 서늘한 기운이 아니라 뭔가 좀 따뜻한 느낌이 난달까?

-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구나.

- 나름 이런 분위기도 괜찮은데?

- 반전의 분위기?

- 왠지 어두웠던 주위 환경이 연우로 인해 밝고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좋다

- 인정. 연우의 밝은 기운이 폐 건물도 새 건물로 만드는 느낌이여.

- 크··· 좋다. 이 느낌 그대로 지하로 한 번 가보자!

- 그래! 좋아! 마지막 방송은 새싹 방송이다!

나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분위기인 시청자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내 닫고 있던 입을 열어 얘기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하로 가볼까요 형님들?”

시작과 끝은 하나다. 3

여러 가지 의미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처음 방송하러 내려가서 무언가를 보고 기절까지 했던 폐 건물 지하.

과연 그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을까?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계단을 밟아 내려가며 나는 박필준에게 물었다.

“여기서 몇 명 죽었다고 했지?”

“저, 저번에 자살까지 21명인가···”

순간, 박필준이 멈칫하더니 내게 말을 이어붙였다.

“어? 나 이 상황 어디선가 겪어본 것 같아.”

“설마 데자뷰 말하는거야?”

“어. 어!”

나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그거 여기서 네가 친구들이랑 나눴던 대화야.”

박필준이 수차례 눈을 껌뻑이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아, 아 그래?”

- 금붕어냐. 돌아서면 잊어먹게

- 나도 기억한다 이시키야

- 와 근데 진짜 여기 알려지지 않는 대박 흉가였지.

- 21명이 이 건물에서 죽었으니까.

- 레알 숫자만 들어도 개 소름이네

-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길이 남을 레전드 사연아님?

- 인정. 그냥 소문만 들어도 섬뜩한 곳임

- 신기한 건 그때 박필준은 당당했는데 지금 개쫄보 됨.

- 연우랑 기숙사가서 된통 당한 이후로부터 사람이 달라졌지ㅋㅋ

- 귀신이 개과천선 시킨 셈이네

극도의 두려움으로 이 계단 내려가는 것도 사지가 벌벌 떨렸었는데.

나름 지금은 당당해졌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탓일까.

나는 그때 시절을 떠올리며 장난치듯 얘기했다.

“그때 여기서 네가 나한테 휴대폰 거치대 건네주면서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크흠. 내가 혹시 심한 욕이라도 했었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얘기했다.

“‘내가 오늘 널 최고 BJ로 만들어줄게. 킥킥’ 이라고 했었어.”

박필준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아··· 맞다! 기억난다! 이야··· 그럼 지금의 널 내가 만든 거 아냐?”

“음··· 확실히 일조한 건 맞지?”

그게 내가 방송을 하게 된 계기였다.

건네 받은 휴대폰 거치대를 들고선 혼자 이 지하로 떠밀려 내려왔었다.

10년간 방치되어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는 이 지하를.

살이 떨리다 못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서 간신히 서있었는데···

터벅. 터벅. 터벅.

그렇게 지하 바닥에 발을 내딛고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나는 또다른 자리에 멈춰섰다.

날 뒤따라오던 박필준도 영문도 모른채 그 자리에 멈춰서서 날 빤히 바라봤다.

“······왜?”

나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다.”

“뭐가?”

“내가 방송 켜고 이 자리에서 기절했었거든.”

마치 냉동창고에 들어온것처럼 목덜미와 팔 다리에 아주 싸늘한 바람이 스치는 것은 물론.

온몸에 큰 돌을 얹어 놓은 듯, 어깨가 짓눌리는 경험도 했었다.

알 수 없는 인기척에 사방을 경계하다 휴대폰 불빛을 밑으로 내리깔고 앞을 쳐다봤을 그때.

난 검은 물체와 마주치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더랬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 그때 죽은 줄 알았다.

- 나도

- 기절하기 직전에 까만 무언가가 연우 덮치지 않음?

- 고양이 그림자 일 듯.

- 그리고 나서 그 뒷 영상이 더 개 소름이었지

- 어떻게 됐는데요?

- 손전등 없이 지하에서 혼자 막 돌아당김

- 헐? 연우가?

- ㅇㅇ 혼자 구석에 들어가더니 남자 하나 들고 와서 앉혀놓고 울었던 거 생각하면 으···

- 그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음.

- 맞아. 그때 얘 여자 목소리도 냈었잖아

- ㅅㅂ 상상 하니까 개 소름 돋네

채팅창을 살펴보던 박필준이 내게 물었다.

“너 그때 기억나?”

“아니.”

신기하게도 그 기억은 아직도 나질 않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빙의가 됐었던 걸까.

여자의 목소리로 시신 앞에서 흐느끼던 그 모습은.

나 역시도 병원에서 처음 보고 온 몸을 떨만큼 소름이 돋았다.

“그때 절 담당하셨던 형사님이랑 녹화된 영상 보고 진짜 한참을 벙쪘어요. 너무 놀라서.”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그때 연우는 완전히 멸치였는데. 키도 이 만큼 안 컸고.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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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바람 불면 쓰러질 정도로 빈약했지. 다리가 아파서 그랬던 거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자 나는 과거에 나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두 다리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쵸.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던 몸이니까요.”

그런 내가 이제는 남들보다 더 튼튼하고 멋진 국보급 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터벅. 터벅. 터벅.

나는 그 두 다리로 다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발자국을 걸었을까.

다시 제 자리에 멈춰서서 전과는 다른 깨끗한 바닥을 바라보며 흠칫거렸다.

“여기도 쥐포 가족들이 다 죽어있었던 자리인데, 이제는 흔적은 물론··· 그 악취도 싹 사라졌네요.”

들고 있는 EMF 측정기도 1단계 이상을 올라가질 않는다.

그저 그 단계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 오우 진짜 뭔가 분위기가 넘 달라진 것 같네

- 정말 귀신 없는 거 아냐?

- 에이 설마 귀신이 없다는 게 말이 됨? 이런 폐 건물에?

- EMF 측정기가 아예 반응이 없잖슴.

- 그게 좀 희한하긴 하네.

- ㅅㅂ 나는 반응이 없으니까 더 무섭다.

- 인정. 아무리 달라졌어도 21명 죽어나간 폐 건물이라고.

- 저 시간에 저길 혼자 갔다고 생각해 봐. 거품 물지

- 이제 와서 보니 연우가 진짜 많이 세졌네 ㅋㅋ

- 무서워서 박필준 부른 거 아님?

- ㄴㄴ 저놈 있으면 골치 아픈 게 더 많음.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님들. 벽을 치는 소리도 없고 발소리처럼 들리는 현상도 없고··· 이거 너무 이상한데요?”

너무 반응이 없으니 내가 민망해질 정도다.

마지막 방송인데 이거 너무 찝찝한데···

나는 박필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 와중에도 박필준은 마치 똥 마려운 개처럼 고개를 홱홱 돌려가며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상하기는··· 조, 좋은 거지.”

사실 이곳에 박필준을 불러내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

폐 기숙사를 다녀온 이후로 폐가나 흉가엔 다시 가고 싶지 않다던 박필준.

마지막 방송 기념을 첫 번째 무기 삼아 꼬셨다.

게다가 절대 귀신을 부르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하에 이곳에 온 것이었다.

순간, 내 입가엔 원인 모를 미소가 그려졌다.

“그럼 우리 형님들을 위해서 귀신들을 좀 불러 내볼까요?”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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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올해 들어 제일 반가운 소리네. 가즈아아아!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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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강령술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지?

박필준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이내 딴 곳을 쳐다보는 척하며 복화술로 내게 중얼거렸다.

“야. 야 정연우.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나 그때 이후로 머리가 안 자란다고!”

- 다 들려 이 새꺄

- 뭐? 탈모라고?

- 여기 밀폐된 지하 공간이라고

- 개 쫄았구만?

- ㅋㅋ 뭔가 분위기가 심심했는데 아주 좋다

- 귀신 불러내는 거 대 찬성!

- 불러내서 박필준 남은 머리 다 쥐어뜯자!

- 오케이! 가즈아아아아아!

박필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간다.

“야. 연우야. 제발···”

나는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장난이라고 말하려는데.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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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준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순간, 박필준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그것도 잠시 건물이 떠나갈 듯 날 보며 소리쳤다.

“야 정연우! 뭐해? 뭐라도 해야지! 시청자분들께서 기다리잖아!”

박필준은 뒤늦게 채팅창을 보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어? 현지 누나? 왔었네.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나야.”

- ?

- 태세 전환 뭐임?

- 연우랑 왜 친구가 됐는지 알겠다

- 우럭도 여자 앞에선 맥을 못 추는 구만.

- 모쏠이잖아. 이해 좀.

- 어쩌다 본 척 하는 연기 자연스러웠다.

- 이 폐 건물에서 나갈 때가 상상되는군.

- 남은 머리 잡혀서 질질 끌려 나가겠지

- ㅋㅋㅋ 상상만 해도 개 웃기네

- 야. 연우야 빨리 불러줘라.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박필준을 바라봤다.

“야. 진짜 괜찮아?”

덜덜 떨 땐 언제고, 고개를 필요 이상으로 쳐들며 목소리를 잔뜩 깔고 얘기한다.

“당연하지. 다 불러! 이왕이면 젤 센 애로 불러. 내가 아주 그냥···”

박필준은 마치 소싸움 대회라도 나간 황소처럼 허공에 콧 바람을 거세게 내뱉어댔다.

나는 그런 박필준을 보며 가까스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때.

분에 차지 않는지 박필준이 나를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야. 뭐해? 내가 해? 어떻게 하면 돼? 사람들이 꿀잼 기다리잖아.”

“그래? 그럼 방법을 알려줄게. 네가 해 봐.”

순간, 박필준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강령술 까진 아니고 그만큼 효과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바로 휘파람인데···”

“휘, 휘파람?”

“어. 이 새벽에 이런 곳에 와서 휘파람 불어봤어?”

“다, 당연히 없지.”

“집중해서 한 번 해봐. 그럼 주위에 있는 귀신들이 네가 부르는지 알고 알아서 달라붙을 거야.”

“······”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박필준이 멍 때리고 있자 어느샌가 후원창이 울렸다.

띵동.

[ 멍청한건죄다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우럭 파이팅!

띵동.

[ 모자란것도죄다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밋밋한 이 분위기를 함 띄워보자 가자미 녀석!

박필준이 마른침을 연달아 삼키는 소리가 내게 들려온다.

꿀꺽.

잠시 망설이는가 싶던 박필준은 결국 입을 잔뜩 모았다.

- 입 무엇?

- 닭똥집?

- 갑자기 술 땡기네

- 안 되겠다. 나는 주문해야겠어

- 뭐지? 이렇게 닭똥집을 주문하게 만든다고?

- 신개념 먹방 유도 프로그램인가

- 유도 금메달리스트 친구도 예사롭지 않네

- 근데 쟤 떨고 있냐? 몸이 왜 이렇게 흔들려

이마엔 어느샌가 식은땀도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잠시 후.

분위기에 못 이긴 박필준의 휘파람이 건물에 퍼지기 시작한다.

휘이이이이이이.

그 와중에 복화술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제발 오지 마세요. 제발.”

휘이이이이이.

나는 무르익어가는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입을 보탰다.

“그때 방송 보셨던 형님들은 기억하시죠? 저 여기 지하 내려오자마자 1층 현관 입구문이 혼자 닫힌 거.”

띵동.

[ 하나도안무서워오늘은엄마랑자야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어. 나 그때 제 자리에서 점프 뛰었다.

띵동.

[ 귀신빤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

- 나는 소리 질렀다가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음.

나는 긴장한 박필준을 보며 괜한 거짓말을 보탰다.

“오늘 그 현상이 또 일어날 겁니다! 형님들!”

박필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야 씨. 무슨··· 그거 거짓말인 거 다 알거든. 입구 문이 혼자 어떻게 닫혀?”

그런 박필준이 다시 입을 모아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이이이이.

그 순간.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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