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자영업자
36화
* * *
비전조 게이트에 휘말린 것부터 시작해 센터 소속 에스퍼까지 함께하고 가이드임을 드러낸 이상 센터 가이드 등록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난생처음 들어와 본 가이드 등급 측정실은 무슨 실험실 같았다.
넓은 방 가운데를 두꺼운 유리창이 가로지르고 있었고, 유리창 건너편 방에는 여러 잡다한 기계가 늘어져 있었다.
생소한 풍경에 주변을 멍하니 관찰하고 있는데, 한참 서류를 살펴보던 흰색 가운을 입은 이가 나를 불렀다.
“이번 비전조 게이트의 관련자이신 김유정 가이드님 맞으시죠?”
“아, 네.”
“으음- 의무 검사 말고도 추가 검사를 몇 번 더 받으셨네요? 지금이라도 가이드인 게 발현되셔서 기쁘시겠어요. 축하드려요.”
나는 두 눈을 끔뻑였다.
……누가 추가 검사를 받아? 나? 김유정이?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각성자 검사는 어릴 때와 성인이 된 뒤로 나뉜다.
그리고 정해진 의무 검사 횟수를 채웠음에도 혹시나 모른다는 희망에 추가 검사를 받곤 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그건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의무 검사와 달리 따로 검사비를 내야 한다.
이 경우, 검사 결과 각성자로 판별 나지 않을 시 검사비는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했고, 금액 자체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 비싼 추가 검사를 내가, 아니 정확히는 나였던 아멜리아가 받았다니…….
‘각성자가 되고 싶었던 걸까? 왜?’
의아했다. 지금껏 주변 반응으로 판단해 본 바 아멜리아가 명예욕에 목숨 거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각성자가 되어서 지원금을 받고 싶었나?’
그렇다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C급 이상의 각성자로 발현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평생 연금을 받는 건 무리였고, 일정 기간 동안만 주어지는 지원금 또한 그리 큰 액수는 아니었기에.
“준비되었습니다. 김유정 가이드님, 이 앞에 서 주세요.”
“네.”
……그래, 생각해 봤자지.
뭐가 되었든 지금 와서는 확인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설령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나는 사람 손을 본뜬 기계 위로 손을 올린 채 기계를 노려보았다.
‘D, E, F 뭐든 좋다! C등급 이상으로만 나오지 마라!’
이미 가이드라는 게 확정된 이상 교육과 복무는 피할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C급 이상이면 꼼짝없이 3년 의무 복무다.
몇 달과 몇 년은 매우 큰 차이였다.
마지막 희망을 놓기 싫었던 나는 평상시처럼 파장을 최대로 낮췄다.
가이드인 이상 가이딩을 아예 없앨 수는 없어도 가이드임을 제대로 알 수 없게끔 파장을 낮추는 것은 내 특기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무슨…… 측정기가!”
한눈에 봐도 몇백억은 거뜬해 보이는 기계가 망가져 버렸다.
* * *
<센터 교육관 출입증>
김유정 가이드
소속- 무소속(센터 교육생)
등급- C등급(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