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자영업자
37화
김유정은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실습과 달리 각성자나 게이트에 관한 기본 지식은 부족했다.
각성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지식이 부족한 것은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특이한 점은 민간인이라도 알 법한 상식들은 모르고, 모를 만한 것들은 또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격변은 언제 일어났었죠?”
“…….”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요.”
김유정을 바라보며 물었건만, 정작 당사자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회피하고 옆에 있던 다른 교육생이 대답했다.
“예, 정답입니다. 그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길드는 센터 아래 소속에 불과했죠. 그 이후로 현재 유명 길드가 창설되었습니다. 그러면 게이트를 닫는 방법은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유정 씨가 말해 볼래요?”
“어…… 보스를 없애거나, 상징물을 파괴하는 거요.”
“맞아요. 게이트가 닫히는 데 얼마나 걸리죠?”
“……바로 닫히던데요?”
“저요! 보스 던전의 경우 게이트가 닫히는데 최소 10분 가량, 상징물의 경우 곧바로 닫힙니다!!”
이번에도 대답한 것은 옆자리의 교육생이었다.
김유정은 그런 교육생을 온화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교육생이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비전조 게이트의 경우 귀환 방법으로 상징물 파괴가 대부분이며, 최종 파괴자의 일정 영역 안에 있어야 귀환이 가능합니다!”
“예, 맞아요. 그래서 보스 던전과 상징물 던전의 차이는-.”
“네!! 보스 던전은 게이트 입구가 있어 보스를 클리어 하면 처음 들어간 통로로 나오면 됩니다. 클리어가 어려울 시 중간에 나올 수 있으며 보스 클리어 후 주어진 시간 안에만 나오면 되니 여유가 있습니다! 반면에 상징물 던전은 파괴와 동시에 게이트가 닫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 또한 둘을 비교해 봤을 때 상징물 던전에 비해 보스 던전이 보통 클리어 난이도가 높습니다!!”
“……예, 잘했어요. 하지만 예외-.”
“레드 게이트!! 레드 게이트로 바뀌면 클리어할 때까지 게이트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악!!”
용암처럼 뜨거운 열정에 교육 담당자는 잠시 회의감에 젖었다.
‘……요즘 교육생들은 담당자를 추월하는 게 유행인가…… 가르칠 게 없는데……?’
교육 담당자의 말문을 잃게끔 한 교육생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김유정을 돌아보았다.
교육생은 김유정에게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다.
등급도 자신보다 낮은 데다가 이론 또한 부족한 이가 좀 괜찮은 가이딩 실력을 보여 줬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와아.”
그러나 정작 그 당사자는 무감한 얼굴로 박수나 치고 있을 뿐이었다.
동정하듯 던져진 반응에 분을 못 이긴 교육생이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짓이겼다.
* * *
‘와, 다행이다. 질문할까 봐 쫄아 있었는데.’
잘못 찍혔는지 교육 담당자가 내 쪽을 쳐다보고 있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매번 실습 끝내자마자 칼퇴근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저번에 깜박하고 인사를 안 해서?
연달아 떠오르는 일들에 입을 꾹 다물고 모르는 척 시침을 떼고 있으니 이젠 내 이름을 콕 집어 묻더라.
그런 나를 구해 준 것은 옆자리 사람이었다. 곤경에 처한 것을 알아보기라도 한 듯 대신 대답해 주는 상냥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천사인가?’
질문만 하지 않는다면 수업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학창 시절에 했던 공부에 비하면 판타지 소설 같기도 했고, 내가 들었던 이야기와 대조해 보면서 듣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세 번 이루어지는 이론 및 실습 수업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카페에 가서 일하는 것이 요즘 나의 일과였다.
자칫 중요한 시기에 계획에도 없던 의무 교육으로 혼란스러울 수도 있었던 카페 운영은, 새 알바생 강민지를 들인 덕분에 수월히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사장님! 쿠아 잼 부족한데 혹시 여분 있나요?”
“거기 서랍 안쪽에 보면 있을 거야.”
강민지는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아는 유능한 일꾼이었다. 확실히 카페 알바 경력이 길어서 그런지 음료 제조도 한 번 알려 주니 능숙하게 해냈다.
그뿐일까. 대표 디저트인 파이 말고도 쿠아 열매로 만든 청과 잼을 판매하는 건 어떻겠냐고 내게 판매 전략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쿠아 열매가 미용이나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된 이유로 수요가 확 늘었는데 따로 구매를 원하는 분들도 많다며 말이다.
한 번 예쁜 유리병에 담아 판매해 봤는데 예상 이상으로 잘 나갔다. 그래서 최근에는 쿠아 잼에 어울리는 무설탕 요거트도 메뉴에 추가했다.
“요거트도 잘 팔리네.”
“요즘 유행이더라고요. 그리고 쿠아 잼을 파는 가게가 여기밖에 없잖아요. 입소문 났던데.”
어쨌든 이렇다 보니 종종 강민지에게 가게를 맡기고 수업을 가곤 했다.
디저트류나 청은 내가 미리 만들어 놓으면 되는 일이고, 바쁜 시간대만 피하면 혼자서 일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장님, 석 달 뒤에 어쩌실 거예요?”
그래, 모든 문제는 석 달 뒤.
알바생도 있고 카페 휴일도 있다 보니 생각보다 수업 듣는 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교육이 끝나는 석 달 뒤, 앞으로의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어떻게 할까가 문제였다.
“저 취직하자마자 잘리는 거예요?”
“안 가면…….”
“사장님, 범법자가 되시기엔 아직 앞날이 창창하신 것 같아요.”
“……민지야 사실 나 가이드 아니야.”
“와, 그런데 제 주변에서 C등급 이상의 각성자 처음 봤어요. 어쩐지 던전에서부터 범상치 않으시더라니.”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아, 점심은 저번에 만들어 주신 잼 샌드위치 또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저 요즘 쿠아 잼 먹고 변비 없어졌잖아요. 사장님, 진짜 최고!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어요?”
“…….”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한 첫날, 강민지는 내게 말을 놓으라고 했다.
그쪽이 편하다는 말에 얼결에 놓았는데, 편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어째 말을 놓은 나보다 강민지가 더 스스럼없어졌다.
“……아.”
재잘거리던 강민지의 입이 닫힌 것은 익숙한 단골이 가게 안으로 들어선 뒤였다.
순간 카페 안이 조용해지며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테이크 아웃보다 카페에서 먹고 가는 손님이 늘었지…….’
손님이 늘어난 데는 처음으로 쿠아 열매 디저트를 만든 가게라는 것도 있지만, 아마 몇 단골손님의 인기도 한몫했을 거다.
“미친, 오늘도 자리가 없잖아?”
여전히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서윤호가 카페 안을 짧게 둘러보더니 인상을 썼다.
은근슬쩍 이쪽을 향하는 시선에 나는 공허한 미소를 지었다.
“요즘 가게 잘 되나 보다?”
“뭐…… 덕분에…….”
“허, 참! 나한테 무진장 고맙겠네. 내 계정이 좀 유명하냐?”
예전 계정으로 내 카페를 추천했던 것을 떠올린 듯 서윤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간다고 믿는 새끼 오리처럼 가슴을 쭉 내미는 게 위풍당당하기 그지없다.
초반에 테이크 아웃만 주구장창 해 갔던 서윤호는 내게 정체를 들킨 뒤로 이제 가게 안에서 먹곤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리가 나지 않아 불만스러운 듯 매번 계산대 앞에 와서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거 아는지 모르겠다. 가게 유명세라면 몰라도 매장 취식 손님이 는 데는 그가 한몫했다는 것을.
“와, 서윤호 에스퍼 오늘도 잘생겼네요! 사나운 인상 때문에 무섭긴 해도 그게 매력이죠.”
강민지가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그 말대로 우리 카페에 들리는 게 서윤호라는 것은 들킨 지 꽤 되었다.
강민지가 말하길 저 덩치와 화려한 외양이 고작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지겠냐고 했다.
더구나 서윤호는 얼굴이 공개된 꽤 유명한 에스퍼인 듯했고, 에스퍼에 좀 관심 있다 싶은 사람이면 대부분 알아본다는 것이다.
‘누구 때문에 자리가 안 나는데.’
서윤호는 주로 수요일에 카페를 찾았는데, 그 이후로 수요일에 유독 매장 취식 손님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들 바라만 볼 뿐 말은 안 거는 걸 보면 아무래도 성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이미 소문이 난 듯했다.
“주문도 안 하면서 왜 계속 길을 막고 있대? 언니, 전 쿠아 라떼 하나 포장이요.”
계산대 앞에서 연신 자기의 업적을 뽐내는 서윤호를 거침없는 입담으로 밀어낸 것은 교복 차림의 여학생이었다.
이름은 조예나. 카페 초창기 SNS로 한창 혼자서 바쁘게 일할 때 컵 받침대를 주워 준 친절한 학생으로, 그녀 또한 에스퍼였다.
당시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C급 이상의 에스퍼들을 위해 센터에서 배급된다는 제어 팔찌로 인해서였는데, 이제는 센터 교육 기간이 끝났는지 손목에 팔찌가 없었다.
어쨌든 집이 가까운 모양인지 그 이후로도 자주 오며 조예나와는 서로 통성명을 주고받은 상태였다.
“뭐야? 이 콩알만 한 건.”
대뜸 밀쳐진 것에 심기가 상한 듯 서윤호가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조예나가 한 성격 한다는 것이었다.
조막만 한 얼굴에 까맣고 동그란 눈. 소형견처럼 순한 얼굴을 가진 조예나는 성격도 소형견을 닮아 장난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베테랑 싸움꾼. 그런 조예나의 성격을 알아본 건 저번 일이었다.
카페 안에서 한 남성 손님이 조예나에게 치근덕거렸다. 예쁜 얼굴이니 번호 한번 따 보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예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남자 쪽은 적어도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여차하면 나설 생각으로 주시하고 있을 무렵, 어깨에 얹어 있던 남자의 손이 조예나의 허리로 내려왔다.
「-귓구멍이, 막혔냐!! 다른 구멍도 막아 버리기 전에 꺼지랬지!!!」
그리고 수플렉스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