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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자영업자 40화 (40/119)

S급 자영업자

40화

그에 길드원은 황급히 말을 돌렸다.

“아, 맞다! 너 다음 게이트 원정 빠진다고 했지? 그때 S급 하나 추가로 참여한다는데 들었어?”

그러나 그게 잘못된 대화 선정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서윤호의 눈이 매서운 것을 넘어 살기로 타올랐기 때문이다.

“씹, S급이면 설마 연우-.”

“미친 내 실수! 걔 말고 이로운 에스퍼! 상부 쪽에 묶인 어린놈 하나 있잖아.”

“아, 걔?”

서윤호는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만들어진 S급. 이로운을 향한 수식어였다.

예전부터 정부는 더 높은 등급의 에스퍼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

안전 구역을 중심으로 방위를 구축하였다고는 하나, 언제고 게이트로 인해 위기가 닥칠지 몰랐기 때문이다.

대격변 이전에는 길드가 아닌 국가 체제가 권력을 틀어잡던 시기였다.

지금보다 군국주의에 가깝던 그 시기에는 암암리에 ‘재각성 실험’이라는 명목하에 각성자에 대한 인체 실험이 수차례 벌어졌다.

실험 대상은 대부분 게이트에 휘말려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었기에 세간의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상위급 에스퍼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수많은 실패 속에서 이로운은 몹시 드문 성공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로운인가 뭔가 그 자식도 제정신은 아닌 거 같던데. 상부 새끼들은 도이현 그놈 사건 이후로 깨닫는 것도 없나? 재각성 하고 난 뒤에 돌아서 다 학살했잖아.”

“야, 그런 거로 따지면 구를 대로 구른 놈들 중 제정신인 놈 찾는 게 더 힘들지. 이로운 정도면 양반이야. 얌전하잖아. 너무 얌전한 나머지 말을 아예 안 해서 문제지만.”

특수 능력 때문에 그간 상부의 관리하에 갇혀 지냈다고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도 지나치게 없고 자의식도 부족한 것 같았다.

이로운은 마치 벗어날 생각조차 못 하는 인형처럼 그저 시키는 대로 상부의 명령만 따랐다.

서윤호는 그런 이로운을 떠올리며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뭐하냐. 상부의 개 노릇이나 하는 놈인데.”

“야야, 넌 법 없이 살 수 있는지 몰라도 어릴 때부터 갇혀 지냈는데 지금 와서 나오긴 힘들지. 계약금 문제도 있을 테고. 너도 알잖아? 인체 실험을 재각성 연구라며 그럴싸하게 포장해 투자 명목으로 어릴 때부터 어마어마한 빚을 덧씌우는 거.”

“길드 도움을 받으면 되잖아? 그 능력이면 받아 주는 곳도 많을 텐데.”

“아니, 그 심리적 요인이라는 게…… 어휴,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해.”

태어나서부터 새장 속에만 갇혀 있던 새가 새장 문이 열린다고 바로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윤호는 무법 지대인 Q구역 출신이었고, 밑바닥에서부터 혼자 기어 올라온 놈이기에 반항조차 하지 않고 따르는 이로운이 이해 안 될 만도 했다.

‘둘이 만나지만 말아라…….’

혹시나 괜한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되었다. 마음에 안 들면 아예 관심을 끄면 될 텐데 서윤호는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도통 가만두고 보질 못했다.

연우진와의 악연도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던가.

헤베 소속의 길드원들은 아직도 그날 서윤호와 연우진의 만남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길드원의 간절한 바람과는 반대로 서윤호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 이로운과 직접 대면하게 된다.

“……이 새끼가 왜 여기에?”

그것도 단골 카페에서 예기치 못한 사람과 함께.

* * *

“……이 새끼가 왜 여기에?”

오랜만에 카페에 온 서윤호가 대뜸 던진 말이었다.

서윤호의 시선 끝에는 큼지막한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로운이 있었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서윤호와 달리 이로운은 초면의 사람을 대하듯 서윤호를 한 번 힐끔 보더니 다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로운아, 서윤호 알아?”

“야, 묻는다고 걔가 대답-.”

“……몰라.”

“-을 하잖아?!”

홱.

서윤호가 나와 이로운을 번갈아 보더니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자 멍하니 눈을 깜빡이던 이로운이 의자에서 일어나 내 앞을 막아섰다.

서윤호가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허…… 이게 무슨.”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겉만 보면 어디 치정극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상황 속에서 나는 조용히 먼 곳을 응시했다.

이런 상황이 된 경위를 설명하자면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주 전.

나는 센터 관리팀 직원에게 한 가지 요청을 받았다.

“……애를 돌보라고요?”

“아뇨, 김유정 가이드님. 이로운 에스퍼님은 엄연히 성인이십니다. 단독 면담을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직원은 해당 교육 담당자에게 기본은 이미 끝난 상태이며, 내 가이딩 실력이 따로 추가 실무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편이라고 들었다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이론 수업은 지금까지처럼 진행하시면 됩니다.”

각성자로 발현된 모든 교육생은 기간 내에 반드시 이수해야만 하는 교육 시간이 있었다.

직원은 그중 내 남은 실습 시간을 특정 에스퍼 면담으로 변경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 이로운 에스퍼의 가이딩을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고 하면 나는 그 애를 위해서라도 거절하려고 했다.

접촉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에게 강제로 가이딩을 하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목숨이 걸려 있다면 몰라도 세간에는 가이딩제라는 대체제도 있지 않던가.

일반적으로 힘의 우위만 나눴을 때 각성자 사이에 강자와 약자를 나누자면 강자는 에스퍼이며, 약자는 가이드다.

그게 세간의 평가이며 나 또한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역가이딩 뒤에 떨고 있던 이로운의 모습은 내 눈에 약자로 비쳤다. 실습 때 상대했던 에스퍼들보다 상위 에스퍼라고 들었는데도.

직원이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저번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 주시면 됩니다.”

저번처럼이라면 달래고 간식 먹인 것밖에 없다.

“이로운 에스퍼님은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없으십니다. 그런데 김유정 가이드님과는 원활하게 대화를 나누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청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교육 기간만 해 주시면 되며, 지원금 또한 정상적으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일 대신 대화나 좀 나누면 된다는 거잖아? 쉽네.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수락했다.

국가 기관에서 시키는 거라 거절하기도 힘들고, 내게도 나쁠 건 없었다.

수업을 대체하는 거였기에 시간적으로도 문제없으며, 가이딩 여부 또한 내 자유였으니 말이다.

그때 겁을 먹었던 소년의 모습이 눈에 밟힌 것도 없잖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면담 첫날.

“안녕, 우리 저번에 봤지?”

“…….”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한동안 주기적으로 나와 만나야 할 거야. 시간은 언제가 편해?”

“…….”

“……말하는 게 싫으면 우리 모스 부호로 대화할까?”

첫날은 나 혼자 떠들다 끝났다.

얼결이긴 했어도 첫 만남 땐 통성명도 하고 말도 놓고 그랬는데. 그건 사실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이로운은 말이 없었다.

둘째 날, 나는 디저트를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

야생의 왕국 너튜브에서도 친해질 때는 먹을 게 최고라고 했다. 사탕에 관심 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단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안녕, 식사는 했어?”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 같은 보라색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이로운의 고개가 내 쪽으로 돌아가며 헐렁한 니트 사이로 사슴처럼 가는 목이 드러났다.

언뜻 흐릿한 흉터들이 보인 것도 같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눈가를 찌푸리며 집중하던 참에 눈이 마주쳤다.

나는 급히 시선을 수습하며 가방에서 챙겨 온 디저트를 꺼냈다.

“단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번엔 이것저것 가져와 봤어. 나 카페 운영하거든. 나중에 시간 되면 놀러 와.”

이론 수업에서 들은 바로는 가이딩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높은 확률로 미각이 둔해지는 부작용을 겪는다고 한다.

그리고 부작용을 겪는 에스퍼들의 대다수가 시거나 단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고 했다.

“붉은 리본 상자에 든 것은 고기파이야. 신 과일 소스랑 견과류가 들어갔어. 파란 리본은 우리 가게에서 제일 인기 많은 쿠아 파이인데 단 편이고 저건 잼 쿠키.”

이로운의 행동 양식은 둘 중 하나였다. 창밖을 구경하거나,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자거나.

햇볕 쬐는 걸 좋아하는지 매번 먼저 와 창가 쪽 자리를 차지했는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이 아니라 인형과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무기력증에 공황 발작, 가이딩이 필수인 에스퍼에게 치명적인 접촉 공포증까지.

사람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르면 무기력해지곤 한다.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지치고 힘들어서 행동을 줄이고 잠을 늘이는 거다.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담스러울 듯하여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내 눈에 띈 것은 방 한편에 배치된 담당 에스퍼에 관한 서류였다.

첫날에 받은 건데 펴 보진 않았다. 기본 인적 사항에 관해서는 직원에게 들었고, 접촉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 경위가 쓰여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팔랑, 팔랑.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던 손이 동작을 멈춘 것은 페이지가 중간을 넘어갔을 때였다.

이로운(20세)

각성- 에스퍼

계열- 방어/보조

소속- 센터(국가 소속)

등급- S급

※ 주의사항- 신체 접촉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음. 가이딩 시 역가이딩 확률 높음. 가이딩제 분류 α4(이상 반응 없음). 접촉만 하지 않으면 위험성 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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