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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자영업자 61화 (61/119)

S급 자영업자

61화

얼굴에 대놓고 드러난 떨떠름함에 조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시아 길마와 아는 사이냐는 자신의 물음에 김유정이 보였던 반응이 일반적인 반응과는 거리가 멀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날 조예나는 메시아 길마의 차에서 내리는 김유정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몰랐다. 대형 게이트 앞에서 지루함이 한껏 고인 얼굴로 대기 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모습과 달리 환하게 웃고 있던 탓이었다.

순간 다른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살짝 붉게 달아오른 눈가에 부드럽게 휘어진 두 눈은 호의를 한가득 품고 있었다.

조예나는 그런 눈을 한 이를 알고 있다.

제 전담 가이드를 보는 권시현이 그러했으며, 이전에 친했던 언니를 보던 오빠의 시선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뭐……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가까이 안 하는 편이 좋은 놈?”

“그럼 나쁜 사람?”

“아니, 나쁜 사람이라기엔…… 으음, 사실 이쪽엔 좀처럼 착한 사람이 없지 않나?”

권시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골머리를 싸맸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존재하고 목적 또한 각자 달랐다.

길드 같은 경우에도 세상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선 단체가 아닌 영리 단체에 불과했다.

각성자들이 능력 사용을 자제하고 법을 준수하는 것 또한 국가 아래 일반인 틈에 섞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아니던가.

물론 그 법을 마땅치 않게 여겨 지키지 않는 이들도 있으나, 각 길드는 서로 견제하고 있으므로 어느 한 축이 너무 규범에서 엇나갔다 싶으면 제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착해서 그런 거냐고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다.

연우진은 그중에서도 특이한 경우였다.

연우진에게 선의라는 단어는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것이고, 그렇다고 이치를 저버리고 엇나갔다기엔 그는 세상의 적이 되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일단 큰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니 대의는 지키는 것이나 그에 거창한 명분이나 신념 따위는 없다.

기껏 해 봐야 마물이 판치는 것보단 인간이 그래도 낫겠지 정도가 아닐까?

“적으로 돌리면 위험한데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지면 그것도 위험한……?”

“그게 뭐야, 무슨 폭탄이에요?”

“오, 맞음. 그거네.”

황당함이 섞인 되물음에 권시현은 드디어 맞는 단어를 찾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폭탄이라는 말은 맞는 가이드가 없어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연우진의 상태를 칭한 거였지만, 지금 보니 인간성 자체도 비슷한 것 같았다.

“아니다…… 걔 맞는 가이드 찾았나?”

연우진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최근 그가 물었던 이상한 질문 또한 떠올랐다.

가이드에 별 관심도 없던 이가 최근 들어 전담 가이드를 어떻게 꾀었느니, 가이드를 어떻게 대하면 되느니 하는 이상한 질문을 하더라.

“네?”

“아니, 아니 방금 말한 메시아 길마 걔 맞는 가이드가 거의 없거든. 근데 최근 찾은 것도 같음. 아, 이거 비밀이다?”

“그거 저한테 말해도 돼요?”

“뭐, 상관없지 않나? 폭주 전조만 여러 번인데 눈치 깔 만한 놈들은 깠을 테고. 설령 알아도 걜 누가 건드림? 죽일 준비도 없이 잘못 건드려서 폭주하게 만들었다간 다 함께 뒤질걸? 그 새끼가 정신력이 강해서 다행임.”

“…….”

권시현이 농담하듯 웃었으나 조예나는 웃을 수 없었다. 그날 연우진에 관해서 들었을 때의 김유정의 굳은 얼굴이 떠오르며 계속해서 찝찝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정 언니, 괜찮은 것 맞겠지? 혹시라도 언니가 그 사람에게 협박이라도 당하는 거면-.’

반드시 세져서 S급이든 뭐든 척추를 접어 버려야지.

조예나는 김유정이 행복하길 바랐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이렇게 호의를 갖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만 해도 어릴 때 친하던 언니와 닮아서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김유정과 그녀는 외양부터 성격까지 닮지 않았다.

그나마 김유정이 전에 꽃집을 했다는 말에 꽃을 좋아하는 점이 닮은 것 같았는데, 정작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김유정은 꽃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수국이 좋아. 하나만 쥐어도 꽃다발을 든 것 같아서 예쁘잖아.」

아주 어릴 적의, 흐릿한 기억 속의 목소리에는 살짝 수줍은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해연 언니가 그렇게 죽을 줄은 몰랐는데…… 에스퍼한테 살해당할 줄이야.’

김유정과 차해연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지금으로선 둘 다 S급 가이드라는 점이 전부였다.

생각도 잠시, 조예나는 머리를 세게 털어 냈다. 뭐든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고인을 비춰 보는 것은 그리 좋은 행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김유정을 진심으로 따르고 있었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갑자기 도리질하는 조예나가 의아하다는 듯 권시현의 조예나의 머리를 덥석 붙잡았다.

두 사람의 키는 20cm가 넘게 차이 났기에 머리를 잡는 데는 아무 이상 없었다.

대뜸 잡힌 머리에 조예나가 인상을 쓰려던 찰나, 권시현이 아차 싶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예나야 너 가이드 지망 1순위 신청이 차진서 가이드였지? 안타깝지만 다른 가이드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아.”

권시현이 재미있게 되었다는 듯 눈꼬리를 접어 미소 지었다.

“걔 우리 말고 다른 길드로 갔던데?”

* * *

그렇게 말하고 난 이후로 연우진은 정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당일만 해도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혼자 남겨 두고 먼저 카페로 들어왔으니.

만약 나를 쫓아 들어왔다면 화냈을 테지만, 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보이지 않자 어째 조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화가 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혼란스러움이 정리되고 감정이 식으니 무슨 애라도 혼자 두고 온 것처럼 마음에 걸렸다.

차라리 그쪽에서 뻔뻔하게 나왔더라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하필 마지막으로 봤던 게 그런 모습이어서…….

“……아니야, 개새끼 맞지.”

나는 마음 대신 주먹을 다잡았다. 한동안 근처에 보이기만 해 봐라.

설마 내 뒷조사나 그런 걸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진짜 죽여 버릴 거다.

어쨌든 기분이 어수선하여 기념일 하루 전날, 가게도 일찍 닫고 센터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복무 선택 마감일 무렵에는 늦은 시각까지 센터를 운영했기에 저녁 시간에 가도 충분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던 도중 그간의 피곤함으로 인해 잠시 잠이 들어 버렸고, 일어나니 내릴 곳을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번쩍 고개를 들어 현재 구역명부터 확인한 나는 아직 안전 구역 내라는 사실을 깨닫고 한숨을 내뱉었다.

다만 다른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거리를 빙 돌아가야만 했다.

저녁이었던 터라 길이 어둡기도 했고, 가로등도 몇 개 고장 나 있던 터라 휴대폰 플래시라이트를 켜고 걸었다.

이러니 무슨 공포 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안 다녀…….”

하긴 클리어 기념일 시즌이라 다들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구역으로 이동한 참이긴 했다.

“도…… 줘!”

그렇게 한참을 걷던 도중 지나던 골목길에서 무언가 비명 같은 음성을 들었다.

귀신? 귀신인가?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마주치는 것보단 귀신이 낫긴 하다.

“……?”

골목길을 트여 있었고, 골목 안쪽에서는 내 쪽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아무래도 어둡기만 한 골목 속에서 내 핸드폰 불빛을 발견한 듯했다.

소리치는 목소리에 나는 급히 정신을 차리고 플래시라이트를 껐으나, 이미 내 빛을 발견한 이의 외침이 더 앞섰다.

“거기, 제발!! 도와줘요!”

내 쪽을 향한 외침, 그리고 곧바로 내 뒤로 그림자가 졌다.

“아…… 미친.”

나와는 비교도 안 될 덩치에 나는 뒤를 확인하기도 전에 욕설을 읊조렸다.

도망칠 새는 없었다. 곧바로 목 뒤로 고통이 닥쳐왔고,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 * *

낯선 천장이다.

흔한 빙의물의 도입부 같은 생각을 하며 나는 눈을 깜박였다.

머리 부근은 누군가에게 맞기라도 한 것처럼 욱신거리고, 두 손은 수갑에 결박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나마 나은 게 있다면 입과 다리는 자유롭다는 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살펴보니 창살이 눈에 띄었다. 감옥?

흔히 판타지 세계에서 볼 법한 지하 감옥과 다른 점을 꼽아 보자면 일단 지하는 아닌 것 같단 점과, 방 내부가 나름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안에 든 것이라곤 소파 하나가 전부이긴 했지만, 창살이 달린 것만 빼면 그냥 평범하게 좁은 방이라 인지했을 정도로.

“흑…….”

누군가의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울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손목의 수갑을 보니 나처럼 잡혀 온 사람인 듯했다. 아니면 쓰러지기 전 내게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저기요. 혹시 여기가 어디인 줄 알아요?”

내 물음에 여자의 울음소리가 잠시 멈췄다. 여자가 얼굴을 감쌌던 두 손을 천천히 내렸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라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묻기 위해 입을 열자, 그보다 먼저 여자가 답했다.

“……하필, 당신이라니.”

얼마나 울었던 건지 목소리가 울음기에 잠겨 있었다. 이윽고 여자가 고개를 들고, 얼굴이 드러났다.

낯익은 얼굴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정은재 가이드?”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자가 버럭 소리쳤다.

“정연제인데요!”

“아, 반은 맞췄네.”

정연제. 나와 같은 시기의 교육생으로 한때 이로운에게 동의 없이 멋대로 가이딩을 하려고 했다가, 역가이딩을 당할 뻔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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