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79화 (79/200)

제79화

11. 곤란하게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유승민의 차를 얻어타고 센터로 돌아온 유은영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1팀이 저희 0팀과 함께 공략을 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몬스터의 수가 많아서라고요?”

“네, 맞습니다.”

“다른 뜻은 없고요?”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혹시 모르죠.”

지화자가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저희 지화자 팀장님께서 여러모로 인기가 많으시잖아요.”

안 좋은 쪽으로요.

유은영은 지화자가 삼킨 뒷말을 쉽게 유추해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조수현 팀장님께서는 지화자 팀장님의 언니분이신.”

“유화의 남자 친구였죠.”

조수현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간다는 듯 지화자의 목소리를 끊었다.

지화자가 기가 차다는 듯 픽 웃고는 날선 목소리로 물었다.

“남자 친구로 끝날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무슨 말입니까?”

“서로 약혼한 사이였잖아요.”

조수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지화자는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렇게 들었어요. 간호 관리 부서에 있을 때요. 아실까 모르겠지만 이혜나 팀장님이 입이 조금 가볍거든요.”

조금 가벼운 정도가 아니라 많이 가볍지.

유은영이 이혜나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뭡니까?”

“그냥 조수현 팀장님께서 왜 저희 0팀과 공략을 나가려는 건지 의문이 들어서요.”

지화자가 유은영의 얼굴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암만 몬스터의 수가 많다고 해도 B급이잖아요? 1팀의 인력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요.”

“제한 시간이 촉박하게 잡힐 것 같다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아하, 그러시구나. 그럼, 저희 0팀이 아니라 인원이 가장 많은 3팀과 4팀의 영웅호걸 팀장님들과 함께 공략에 들어가면 될 텐데요? 아닌가요?”

묻는 말에 조수현이 두 손을 꽉 쥐었다.

그때, 가하성이 유은영에게 소곤거리며 물었다.

“팀장님, 말리지 않아도 돼요?”

“네?”

“조수현 팀장님과 유은영 씨요.”

가하성의 말에 하태균이 동의하며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했다.

“저러다 싸우시는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물론, 조수현 팀장님께서 유은영 씨를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테지만 말입니다.”

“조수현 팀장님이 은영 누님 때리면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맞아, 가만히 안 있을 거야!”

하태균의 걱정을 뒤잇는 라이와 리아의 말에 유은영이 한숨을 푹 내고는 나섰다.

“저기, 유은영 씨? 잠깐 이야기 좀 나누고 오죠.”

그 말에 조수현도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 그를 유은영이 막아섰다.

“조수현 팀장님께서는 잠깐 기다려 주시겠어요?”

조수현이 움찔거리고는 느릿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유은영은 고맙다는 듯 눈웃음을 지어주고는 지화자를 데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지화자를 인적 드문 곳으로 데리고 간 유은영이 미간을 좁혔다.

“지화자 씨, 왜 그래요?”

“내가 뭘?”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지화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유은영은 답답하다는 듯 소리 질렀다.

“조수현 팀장님께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구냐고요!”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조수현이 뭔가를 숨기고 우리한테, 아니.”

지화자가 성큼, 유은영에게 다가가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언니한테 접근하려고 그러니까 이러지.”

지화자의 말에 유은영이 입을 다물었다. 지화자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 몬스터의 수가 암만 많다고 해도 조수현은 단 한 번도 우리 0팀에게 협력을 요청한 적이 없었어.”

그런데 갑자기 협력을 요청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글쎄요, 저는 이상한지 잘 모르겠는데요.”

정말이었다.

애초에 현장 파견 부서에서 ‘지화자’로 활동을 하게 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유은영이었다.

‘그러고 보니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

마음 같아서는 지화자에게 그러지 않냐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언니, 조수현이 왜 저렇게 나오는지 짐작 가는 거 없어?”

“네? 네.”

“고깃집 앞에서 조수현이랑 만났었잖아.”

“그거야 그랬지만…….”

헉! 유은영이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지화자가 비딱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역시 그랬구나?”

“아니, 그게, 저기 있잖아요.”

“변명할 생각은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조수현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화자가 눈가를 찡그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 자식이 저딴 식으로 나오냐고!”

날선 목소리에 유은영이 어깨를 움츠리며 우물거렸다.

“로렌치니 윌던 씨랑 사소한 다툼이 조금 있었어요.”

“로렌치니 윌던? 그 자식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유은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로렌치니 윌던 씨께서 저를 찾아왔었어요. 왜, 제가 그랬잖아요. 술 좀 깨고 들어갈 테니까 먼저 안에 들어가라고요.”

지화자가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유은영 씨,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술 좀 더 깨고 들어갈게요.”

그래, 분명 그랬었다.

“너 설마.”

“네, 맞아요.”

유은영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말을 쏟아냈다.

“로렌치니 윌던 씨의 인기척을 느꼈었거든요. 도대체 제가 있는 곳은 어떻게 찾아왔는지.”

“그럼, 그때 엉망으로 돌아왔던 것도 넘어진 게 아니라!”

“로렌치니 윌던 씨와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고 했었잖아요.”

유은영이 뚱하게 말했다.

“그때, 조금 맞아줬거든요. 물론, 그만큼 되갚아줬으니까 화내지 마세요!”

“이게 화를 내지 않을 일이야?!”

지화자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 꼴을 조수현, 그 빌어먹을 자식이 봤단 말이지?”

“정확히는 제가 로렌치니 윌던 씨를 공격하려던 모습을 봤죠.”

유은영이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조수현 팀장님께서 제가 일방적으로 로렌치니 윌던 씨를 공격한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것같아 보여줬어요.”

“뭐를?”

“상처를요. 이혜나 팀장님께서는 부상이 덧나지 않게끔 조치를 취한 후, 나머지는 시간에 맡기게 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상처든 흉터가 조금 낫는다면서 유은영이 말했다.

“조수현 팀장님께 로렌치니 윌던 씨께 입은 부상을 보여 주니까 엄청 당황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지화자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쓸데없는 짓을 했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조수현 팀장님께서 저를 오해하셨을 거라고요!”

“오해하게 내버려 두지 그랬어! 그 새끼가 나를 오해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네?”

“그냥 혼잣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조수현의 요청을 받아들일 거야?”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유은영이 우물쭈물거렸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조수현 팀장님의 관할 구역에 다른 게이트가 터지면 몰라도.”

그러지 않으면 조수현의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생기지 않았다.

“빌어먹을 조수현 새끼.”

“너무 그러지 마세요.”

유은영이 지화자의 화를 달랬다.

“조수현 팀장님께서 왜 저희 0팀과 게이트를 공략하려고 하는지 대충 이유를 알 것 같으니까 조수현 팀장님과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볼게요.”

유은영이 배시시 웃었다.

“아마, 조수현 팀장님께서는 저한테 사과를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으니까요.”

“사과? 그 자식이?”

“네.”

유은영의 대답에 지화자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어디 한 번 그 자식과 이야기 좀 나눠봐.”

그러고는 유은영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부디 일이 잘 풀렸으면 하네?”

그러지 않으면 제 멱살을 잡을 것 같은 살기 어린 얼굴에 유은영이 꿀꺽 침을 삼켰다.

지화자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두어번 가볍게 두드려준 후 걸음을 옮겼다.

지화자가 사라지자마자 유은영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암만 내 몸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지화자 씨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F급 몸뚱이인 자신의 몸으로 저렇게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단 말인가!

“이러다 제 명에 못 살지.”

유은영이 설레설레 고개를 젓고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조수현 팀장님? 잠깐 저 좀 볼까요?”

* * *

센터의 로비, 카페테리아.

오후 업무 중에 카페인을 충천하러 나온 직원들이 어느 한 곳을 흘긋거렸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센터에서 가장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한 두 사람이 있는 곳이었다.

지화자.

그리고 조수현.

‘웬일로 저 두 사람이 같이 앉아있대?’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센터의 직원들은 괜히 싸움이라도 날까 봐 노심초사하며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지화자’와 조수현이었다.

“괜히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네요. 사람들이 이렇게 저희한테 관심이 많을 줄이야.”

“어쩔 수 없죠. 저희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기 일쑤였잖습니까?”

“제가 일방적으로 화를 내거나 그런 게 아니라요?”

조수현이 입을 다물었다.

‘맞나 보네.’

유은영이 속으로 짧게 혀를 찼다. 그동안 눈앞의 남자에 대한 지화자의 반응으로 감히 짐작해본 거였는데…….

‘지화자 씨께서는 왜 그렇게 조수현 팀장님을 싫어하시는 걸까?’

그 이유가 예상이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조수현은 지화자의 언니인 지유화의 남자 친구였다.

‘그것도 미래를 약속한 사이였다고 했지?’

그런 그녀를 지화자가 죽여버렸다. 그 일로 조수현이 얼마나 지화자를 원망했을지 예상이 가는 유은영이었다.

유은영은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집어 삼키며 입을 열었다.

“어제 일이 신경 쓰여서 그러는 건가요?”

“네?”

“로렌치니 윌던 씨의 일 말입니다.”

유은영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삼키고는 말했다.

“아니면 말고요.”

조수현이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오해할만한 상황이었잖아요?”

“아닙니다!”

조수현이 다급하게 말했다.

“제가 생각도 하지 않고 지화자 팀장님을 몰아붙였잖습니까!”

“그, 그랬나요?”

모르겠는데?

유은영이 떨떠름한 얼굴을 보였다. 조수현은 죄책감 어린 얼굴로 목소리를 내뱉었다.

“지화자 팀장님께 두 번 다시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요, 그렇게 말할 것까지는 없는데.

‘애초에 나는 유은영이라고!’

유은영이 예상치 못한 조수현의 석고대죄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였다.

“지화자 팀장, 조수현 팀장. 두 사람이 무슨 일로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인지?”

“우종문 부장님!”

유은영과 조수현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네, 편하게 앉아 있게.”

우종문이 두 사람을 앉히고는 미소를 그렸다.

“그보다 신기하군. 자네 두 사람이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니. 그것도 센터의 한복판에 있는 카페에서 말이야.”

우종문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가 보이는 웃음에 조수현이 다급하게 변명하듯 말했다.

“사적으로 만나는 건 아닙니다. 오늘 아침에 예고된 게이트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예고된 게이트라면, 조수현 팀장의 관할 구역이지 않나?”

“네, 그런데 지화자 팀장님의 0팀과 함께 공략에 나가고 싶어서 말입니다. A-Index에 따르면 게이트 내 몬스터의 수가 수천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수천? 그렇게 많단 말이야?!

유은영이 놀란 눈으로 조수현을 쳐다봤다.

“흐음, 그렇게 많다면 1팀의 인력만으로 상대하기 벅차겠군.”

“네, 그래서 지화자 팀장님께 부탁 중이었습니다.”

“함께 게이트를 공략해 달라고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뭔가 불안하다.

유은영이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꿀꺽 침을 삼킬 때였다.

“지화자 팀장?”

“네? 네, 부장님!”

“조수현 팀장과 함께 공략에 나설 생각일 테지?”

‘나서라’고 명령 했으면 곤란하다고 대답했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나설 생각일 테지?’란다.

여기서 그런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하면 우종문이 어떻게 나올까?

‘어떻게 나오기는!’

실망이라느니 뭐니 아주 자신을 매도하면서 결국은 조수현의 팀과 공략에 나서게 만들 터.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이럴 때는 간호 관리 부서의 대머리 부장이 간절하게 생각나는 유은영이었다.

결국, 그녀는 이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네, 물론이죠. 안 그래도 조수현 팀장님과 공략 계획을 짜려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개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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