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98화 (98/200)

제98화

유은영은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됐다.

첫 번째.

“회식을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요?”

5년 전, 처음 팀이 만들어진 후 0팀은 단 한 번도 회식을 가진 적이 없었다.

놀라 묻는 목소리에 하태균이 웃는 낯으로 대답했다.

“네, 팀장님. 팀장님께서 그런 쓸데 없는 시간은 왜 가지냐면서 못을 박지 않았습니까?”

우리 0팀에 회식은 없다고.

“태균 오빠, 회식이 뭐야?”

“나 알아! 직장인들이 퇴근 후 모여서 술 마시는 거!”

가하성이 라이의 말에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술도 마시지만 그 자리를 빌려 친목도 도모하지.”

“우리 팀장님께서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으셨지만 말이죠.”

“하성아.”

“왜요? 사실이잖아요.”

가하성이 그렇게 말하면서 고기를 구웠다.

치이익!

소고기가 익어가는 소리가 정말 맛있게도 들려왔다.

“다 익었네요. 드세요, 팀장님.”

“네에.”

유은영이 괜히 가하성의 눈치를 살피며 고기를 우물거렸다.

‘회식을 한 번도 안 했다니.’

하긴, 지화자의 성격상 그런 걸 할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점심을 함께 먹고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볼 수 있을 터.

유은영은 그제야 자신이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가하성과 하태균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했다.

유은영이 제 옆자리에 앉아있는 지화자를 흘긋거렸다.

그녀는 리아와 라이에게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며 잔소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팀원들을 아끼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닌가?

어쨌든 간에 유은영이 0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하나 더 있었다.

‘0팀의 사람들은 따로 시험을 치러 들어온 게 아니다.’

그 말은 즉, 스카웃을 통해 들어오게 됐다는 소리였다.

하태균이야 잘 알고 있었다.

군대에 있었던 사고로 불명예 전역을 당한 후 우종문에 의해 센터에 소속되었다던가?

라이와 리아야 우종문의 보호 아래에 있다가 지화자가 맡게 된 것이니 그러러니 했고.

‘하지만 가하성 씨도 그런 케이스인 줄은 몰랐네.’

가하성이라면 분명 시험을 치르고 센터에 들어온 줄 알았다.

“아, 참. 하성아, 크리스마스 때 애들한테 잘 다녀왔냐?”

“네, 다행히도 팀장님과 유은영 씨께서 배려해주셨어요. 아니었음 애들한테 못 다녀왔을 텐데 말이에요.”

“누구 애들?”

리아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었다. 가하성이 리아의 앞에 고기를 한가득 놓아주며 말했다.

“너는 모르는 애들이니까 고기나 먹어.”

“웅!”

리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모두 입에 넣었다. 가하성이 질색하며 입을 열었다.

“천천히 좀 먹어! 누가 네 고기 다 뺏어간대?”

리아는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유은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다가 물었다.

“오늘 회식할까요?”

모두의 시선이 ‘지화자’에게로 향했다. 유은영이 갑작스럽게 몰리는 시선에 어색하게 웃었다.

“싫으면 말고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대답이 들려왔다.

“네, 싫습니다.”

지화자와 가하성이었다.

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보고는 곧 사이좋게 말했다.

“연말 정산을 끝냈다면 몰라, 겨우 반 정도 끝냈잖아요? 그런데 회식이라니요?”

“유은영 씨 말이 맞습니다, 팀장님. 오늘 야근할 게 뻔한데 회식은 무슨 회식이에요?”

지화자와 가하성의 말에 유은영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 그냥 말해본 거예요.”

“나는 좋은데!”

“저도요!”

유은영이 속으로 리아와 라이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그때 하태균이 말했다.

“그럼, 지금 회식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슨 소리에요, 형님?”

“그렇지만, 하성아. 다른 팀들이 내심 부러웠단 말이다!”

그 말에 가하성이 픽 웃었다.

“형님, 인간적으로 퇴근 후 회식하는 게 좋겠어요? 아님, 퇴근 후 일찍 귀가하는 게 좋겠어요?”

“회식!”

라이와 리아가 외쳤다. 가하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말을 말지.”

그는 속이 탄다는 듯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하태균은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여기요! 소주 한 명이랑 맥주 한 병 주세요!”

유은영이 손을 들며 술을 주문했다. 해가 환하게 뜬 점심 시간에 말이다.

“팀장님!”

가하성과 지화자가 놀라 그녀를 불렀다. 그 목소리들에 유은영이 헤실거렸다.

“가하성 씨랑 지화자 씨 말대로 업무가 밀려서 회식하는 건 힘들 것 같고, 지금 가볍게 분위기만 내요.”

그러면서 유은영은 말했다.

“제대로 된 회식은 다음에 가져보자고요.”

“네, 팀장님!”

하태균의 얼굴이 환해졌다. 가하성은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구시렁거렸다.

“오늘 무슨 날인가? 유은영 씨도 이상하고 팀장님도 이상하시네.”

유은영과 지화자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는 사이 유은영이 시킨 술이 나왔다.

“마실 사람 있나요?”

하태균이 손을 들었다. 라이와 리아도 손을 들었다. 유은영은 아이들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하태균에게 술을 따라줬다.

“팀장님께 이렇게 술을 받게 되다니 이거 참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하태균이 잔을 깔끔하게 비웠다.

“하태균 씨, 천천히 마시세요. 오후에 또 업무봐야하는 거 알죠?”

“하하!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 저 주량 셉니다!”

“그래요? 언제 한번 하태균 씨랑 주량 대결 해봐야겠는걸요?”

“하하! 기꺼이 대결에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장님!”

하태균이 유은영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웃었다.

그때였다.

“저도 한 잔 주세요, 형님.”

“오, 하성아!”

가하성이 술 잔을 내밀었다.

하태균이 싱글벙글 웃으며 가하성에게 술을 따라주고는 ‘유은영’에게 물었다.

“유은영 씨는……?”

“저는 됐습니다.”

하태균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신의 빈 잔에 남은 술을 모두 따랐다.

“태균 형님! 나랑 리아는 안 줘요?”

“우리도 마시고 싶어!”

라이와 리아가 칭얼거렸지만.

“너희는 음료수나 마셔.”

지화자가 아이들의 잔에 사이다를 따라주며 달랬다.

* * *

점심 시간에 작게 가진 0팀의 회식이 끝났다.

사무실로 돌아온 유은영은 업무를 보다 말고 끙끙 앓고 있는 중이었다.

“아으, 머리야.”

숙취가 올라온 거다.

지화자가 헛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타박했다.

“그러게 술은 왜 마셨어요?”

“기분만 좀 내려고 한 거예요.”

유은영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적당히 한잔한 것뿐인데, 이렇게 비실거리게 되다니…….”

지화자의 최대 약점은 사실 술이 아닐까?

“우우, 속 울렁거려.”

유은영이 책상에 얼굴을 묻으며 앓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참.”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퇴근은 안 돼요!”

지금 시간 오후 5시 43분.

곧 퇴근 시간이었다.

“팀장님, 퇴근할 생각 없으니까 저 좀 놓아주실래요? 잠깐 밖에 좀 다녀올 테니까요.”

“다녀온다고 해놓고 안 돌아오면요? 안 돌아오면 잡으러 갈 거예요! 알겠죠?”

“네네, 알겠습니다.”

지화자가 유은영의 손을 떼어내고는 말했다.

“팀장님께서는 제가 보낸 자료나 확인해주세요.”

지화자는 그대로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유은영은 닫힌 문을 물끄러미 보다가 지화자가 보낸 파일을 확인했다.

“오?”

지화자가 보낸 파일은 A-Index에 새로 기록된 몬스터에 대한 자료였다.

0팀이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만난 새로운 몬스터들.

지화자는 그것들을 모두 정리해 유은영에게 보내놓은 것이다.

“가하성 씨, 지금 몬스터 정리하고 있었죠?”

“네? 네.”

“정리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유은영 씨께서 보내주셨어요.”

“그래요?”

가하성이 놀라 말했다.

“유은영 씨께서는 지금 내년 예산안 미리 짜놓고 있는 것 같던데 언제 그걸 정리했데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좋은 일이었다.

“그럼, 팀장님. 저 6시되면 바로 퇴근해도 되죠?”

“네?”

“제가 도울 일 없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그럼 퇴근할게요.”

가하성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태균이 유은영의 눈치를 보다 크흠, 헛기침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팀장님, 저도 오늘은 일찍 들어가보겠습니다!”

“네?”

“유형별로 공략 시간 정리한 자료는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하태균이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요 며칠 헬스를 빠뜨려서 말입니다! 오늘은 절대로 빠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붙잡을 수가 없었다. 하태균이 헬스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후 6시.

가하성과 하태균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퇴근해버렸다.

유은영이 울상을 지었다.

‘조금만 더 도와주지!’

아니야, 유은영! 네가 양심이 있어? 하태균 씨도 가하성 씨께서도 며칠 야근하면서 나를 도와줬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하지만!’

유은영이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문질렀다.

비록 지화자의 카드로 산 거기는 하지만 소고기도 먹었는데, 작게 회식도 가졌는데, 우리 분위기 정말 좋았는데.

“다들 가버렸어!”

유은영이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지화자야, 갑자기 왜 그래? 다들 가버렸다니?”

“우리가 있잖아요.”

리아 씨랑 라이 씨는 도움이 안 되잖아요!

유은영은 그렇게 외치려고 하다 가까스로 정신줄을 붙잡았다.

“그렇죠. 리아 씨랑 라이 씨가 있죠?”

유은영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힘내볼게요…….”

축축 늘어지는 목소리였다.

유은영은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6시 30분이 지날 때쯤.

“뭐야, 가하성 씨랑 하태균 씨 퇴근했어요?”

지화자가 돌아왔다.

“유은영 씨!”

유은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두 팔 벌려 그녀를 반겼다.

“일하기 싫어서 도망가신 줄 알았어요!”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네!

라고 대답하면 안 되겠지.

유은영은 대답대신 헤실거리며 웃었다. 그런 그녀에게 지화자가 작은 병을 내밀었다.

“뭐예요?”

“숙취 해소제요.”

지화자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마시면 좀 나아질 거예요.”

“유은영 씨……!”

유은영이 감격에 젖은 얼굴로 지화자를 쳐다봤다. 지화자는 그 시선을 무시하며 말했다.

“어서 마시고 일하세요. 내일 일찍 퇴근하고 싶으면요.”

“네!”

내일은 한 해의 마지막 날.

한 해의 마지막을 야근으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은영이 지화자가 사온 숙취 해소제를 단번에 비우고는 두 뺨을 두드렸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한 행위였다.

유은영은 곧 두 눈에 불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기필코 오늘 모든 업무를 끝내 버리고 말이다, 그렇게 다짐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가 9시를 가리킬 때.

“어? 어어?”

유은영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그녀의 옆에서 내년 예산안을 짜고 있던 지화자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유은영은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다가 말했다.

“날렸어요.”

“네?”

“파일…….”

유은영이 마우스를 달칵 거리고는 희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 정리한 연말 정산 파일이 모두 날아갔어요.”

“…….”

지화자가 멍하니 유은영을 쳐다봤다. 잘못 들은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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