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08화 (108/200)

제108화

신이시여, 어찌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입니까!

새해 첫 날부터 지화자에 의해 총맞으며 바닥을 굴러다니지를 않나, 상사와 오붓하기는 무슨 불편하기 짝이없는 저녁을 같이 먹지를 않나.

그런데 이제 뭐?

‘긴급 회의?!’

유은영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센터의 국장이 긴급 회의를 소집한 이유야 어렵지 않게 추측됐다.

근 10년만에 게이트가 터졌다.

A-Index상으로 어떤 알림도 뜨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같아도 긴급 회의를 소집하겠지마는.’

그래도 소집하는 거와 그 회의에 불려가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유은영은 울지 못해 웃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이동하지.”

“네, 부장님.”

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상황 정리되면 그대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오늘 일은 내일 이야기나누도록 합시다.”

“잠깐만, 지화자야!”

리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하성이 오빠는?”

“맞아요! 하성 형님이 안 보여요! 설마 형님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니에요.”

지화자가 고개를 젓고는 아이들의 불안감을 덜어줬다.

“가하성 씨께서는 친분이 있는 고아원 아이들을 살피러 갔어요. 금방 돌아오실 겁니다.”

“휴우, 다행이다.”

리아와 라이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팀장님!”

하태균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렇게 유은영은 우종문과 함께 센터로 돌아가게 됐다. 가는 길에 다른 팀장들과 합류해서 말이다.

“아아! 모처럼 쉬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난리래?!”

“영웅, 부장님께서 계시는데 그만 툴툴거려.”

“그렇지만, 호걸!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기분이라고! 그리고 이건 부장님도 그럴걸? 그쵸, 부장님?”

우종문은 사람 좋게 웃어 보이기만 했다.

그런 그에게 나혜선이 물었다.

“부장님께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시나요? A-Index에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나도 그것까지는 모르네. 일단 기술 관리 부서와 시스템 통제 부서의 모든 직원이 출근했다더군.”

“오, 불쌍해라.”

나혜선이 비딱하게 웃으며 기술 관리 부서와 시스템 통제 부서의 사람들의 안위를 빌어줬다.

어쨌거나 그들은 새해가 저물어가는 밤, 센터에 오게 됐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국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국장의 비서가 현장 파견 부서의 사람들을 대회의실로 안내했다.

대회의실 안에는 간호 관리 부서의 구순철과 이혜나가 불려와 앉아 있었다.

“아이고, 우종문 부장님!”

“오, 구순철 부장.”

구순철이 우종문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종문이 그에게 손을 내밀며 웃었다.

“갑작스러운 소란으로 자네도 끌려 나왔군.”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구순철이 우종문의 손을 꼭 잡고 흔들면서 물었다.

“그보다 어디 다친 곳 없습니까? 있다면 바로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살펴봐드리겠습니다.”

우종문을 향해 한껏 알랑방귀를 뀌는 구순철의 모습에 유은영이 입술을 씰룩였다.

우종문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다네. 그보다 우리 팀장들을 좀 봐주게나. 다들 고생을 많이 했거든.”

“아이고! 우종문 부장님께서 봐달라는데 당연히 봐드려야죠!”

우종문이 굽실거리며 외쳤다.

“이혜나 팀장! 뭐해?! 이혜나 팀장도 와서 도와!”

“네? 네에.”

이혜나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종문과 구순철은 계속해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눴다.

“국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더니 안 보이는군.”

“국장님께서는 잠깐 나갔습니다. 기술 관리 부서와 시스템 통제 관리 부서 측에서 부른 모양이더라고요.”

“자기네들이 직접 올 것을.”

“그러게나 말입니다.”

구순철이 ‘지화자’를 살피며 재잘거렸다.

“따지고보면 그 인간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이 지경이 된 것 아닙니까? A-Index가 암만 노후화됐다고 해도 그렇지!”

구순철이 씩씩거렸다.

“돈을 받고 일하면 제대로 일해야할 것을!”

유은영은 기가 찼다.

센터에서 가장 돈을 날려먹고 있는 사람이 누군인데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뻔뻔하기도 하지!’

하지만 구순철이 뻔뻔했던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유은영은 그러려니 했다.

“다들 왔나?”

센터의 국장이 대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건 그때였다.

“국장님, 무탈하십니까?”

“그럼, 나야 뭐 든든한 우리 직원들 덕분에 무탈하지.”

센터의 국장, 나화진이 우종문의 걱정에 걱정말라는 듯 가볍게 대꾸해주고는 말했다.

“다들 앉게. 갑작스러운 상황에 많이 지쳤겠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급하게 모두를 불렀다네.”

“그런 것 치고는 기술 관리 부서와 시스템 통제 부서의 인간들이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구순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말대로 기술 관리 부서와 시스템 통제 부서의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그에 나화진이 말했다.

“지금 문제를 파악하고 있느라 정신이 없거든. 잘못하면 그네들이 책임을 져야할 일이니. 뭐, 그래도 금방 올 거라네. 그때까지 이야기 좀 나누지.”

나화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지화자’를 쳐다봤다.

“지화자 팀장.”

“네? 네.”

“그대가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지? 덕분에 피해를 많이 줄였다고 들었네.”

그걸 어디에서 들은 거야?

유은영은 당혹감을 빠르게 감추고는 겸손을 부렸다.

“마침 살고 있는 곳 근처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 정보도 없이 사람들을 위해 뛰어나가는 건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지.”

나화진이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런 점은 유화와 꼭 닮았단 말이지.”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유은영이 나화진을 흘긋거렸다. 자신이, 아니. ‘지화자’가 지유화를 어떻게 했는지 모를 리가 없을 거다.

그런데 왜 여기서 그녀의 이야기를 꺼낸단 말인가?

‘뻔하지, 뭐.’

유은영이 미소를 그렸다.

‘지화자 씨의 성질을 돋우고 싶나 보구나.’

새삼스레 지화자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우종문에게는 도구처럼 다뤄지고 그 위의 나화진은 의도적으로 지유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속을 긁다니.

‘정말, 지화자 씨도 고생이 많았겠네.’

자신이 간호 관리 부서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을 때, 지화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부조리 속에 있었던 걸까?

회의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지화자에게 나화진 욕을 실컷 퍼부어줘야겠다.

유은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싱긋 웃었다.

“그렇게 봐주시다니 기쁘군요.”

나화진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는 ‘지화자’를 노려봤다. 그의 시선을 돌린 건 조수현이었다.

“국장님, 안 그래도 바쁘실 텐데 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래, 그러도록 하지.”

나화진이 ‘지화자’한테서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먼저, 게이트가 터진 건 저녁 8시 59분. 몬스터가 처음 나타난 곳은 도곡 1동.”

그 후 그곳을 중심으로 차례대로 몬스터가 퍼져나갔다면서 나화진이 말했다.

“가장 위험한 곳은 강남대로였지. 그곳이야, 뭐. 지화자 팀장이 훌륭하게 정리했더군.”

“팀원들과 함께라서 살았습니다.”

유은영이 싱긋 웃었다.

“저 혼자였다면 절대로 S급 몬스터인 독종 라그마하를 쓰러뜨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 말에 회의실이 술렁였다.

“독종 라그마하도 나타났었단 말이야?”

“큰일날뻔 했었네.”

“지화자 팀장도 참, 그런 건 같이 쓰러뜨려야지. 혼자서 쓰러뜨리면 어떻게 해? 우리 체면이 안 서잖아.”

차례대로 신영웅과 신호걸, 나혜선이 중얼거렸다.

나화진은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유은영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유은영이 활짝 웃었다.

나화진, 그는 강남대로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타났는지 알거다.

그러니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니 뭐니 그런 소리를 한 거겠지.

‘그런데 S급 몬스터가 나타난 걸 쏙 빼놓다니.’

도대체 ‘지화자’를 얼마나 싫어하는 거람?

“뭐, 그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고. 다들 게이트가 어쩌다 터진 건지 궁금하겠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간호 관리 부서의 구순철과 이혜나는 심드렁했다.

이 자리를 조금에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찌됐든 나화진은 말했다.

“먼저 예상들 하고 있겠지만 타임 브레이커 유형의 게이트가 제시간안에 공략되지 못해 터진 거라네. 등급은 S급.”

나화진이 유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지 팀장이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녀석을 빠르게 잡아줘서 피해가 적었다네.”

나화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현장 파견 부서의 모든 팀장들을 칭찬해줬다.

“다른 팀장들도 열심히해준 덕분이고.”

유은영을 제외한 현장 파견 부서의 팀장들이 눈치껏 그를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나화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더욱이 우종문 부장.”

“네, 부장님.”

“부하 녀석들에게 맡기지 않고, 기꺼이 현장으로 달려가다니. 내 자네를 정말 높이 산다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이서 아주 죽이 척척 잘맞는다면서 유은영은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 조수현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물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구장님. A-Index 상에 그 게이트가 표시되지 않은 이유는 뭡니까?”

“아아, 그거?”

나화진이 타이밍 좋게 잘 물어봤다는 듯 말했다.

“기술 관리 부서와 시스템 통제 부서가 협력해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네. 뭐, 금방 알아낼 거라고 하더군.”

그거라도 잘해야지.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영웅호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은영은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단순한 오류였다면 기술 관리 부서와 시스템 통제 부서가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있을 리가 없을 터.

‘혹시, 인위적인 조작이라도 있었던 걸까?’

에이, 설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유은영?

‘소설도 적당히 써야지.’

유은영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나화진 국장님.”

“지금 막 중요한 사실을 알아내서 왔습니다.”

기술 관리 부서와 시스템 통제 부서의 부장들이 사이좋게 대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화진이 그들을 반겼다.

“마침 잘 왔네.”

그가 조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수현 팀장이 안 그래도 A-Index 상에 문제의 게이트가 표시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고 있었다네.”

“그랬군요.”

기술 관리 부서의 부장이 입을 열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저희가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시스템 통제 부서의 부장과 눈을 한 번 맞추고는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 후, 그는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이번 게이트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터지게끔 만든겁니다.”

날벼락과도 같은 말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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