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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23화 (123/200)

제123화

유승민의 센터 입사는 순조롭게 처리됐다.

“선배한테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

“다짜고짜 평화를 위해 청와대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나라도 그럴걸? 그보다 오빠.”

유은영이 멈춰섰다.

“이제부터 나 편하게 대하면 안 되는 거 알지?”

“당연히 알지.”

유승민이 싱긋 웃고는.

“사람들 없을 때는 말 놓아도 되죠, 지화자 팀장님?”

능글맞게 물었다.

“물론이죠, 유승민 씨.”

유은영이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유승민이 그녀를 놓칠새라 옆에 찰싹 붙었다.

“그런데 은영아.”

유은영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유승민을 노려봤다. 경고성 짙은 시선에 유승민이 불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어차피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자신이 그것도 모르고 유은영의 이름 석 자를 부를까?

어쨌거나 유승민은 말을 고쳤다.

“지화자 팀장님.”

“네, 유승민 씨.”

“우종문 부장님은 어떠십니까?”

우종문이 옥상에서 추락한 지도 벌써 일주일째.

유은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계세요. 구순철 부장님과 이혜나 팀장님이 매일 방문하고 계신데도 그러네요.”

“머리를 다치셨으니까요. 그래도 금방 회복하실 겁니다.”

“부디 그랬으면 하네요.”

우종문이 병상에 누운 후, 현장 파견 부서는 혼란 그 자체였다.

업무 마비까지는 아니었으나 일이 몇 번이고 꼬여 계속 야근을 해댔다.

다행히도 1팀의 조수현이 우종문의 업무를 이어받으면서 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며칠 동안은 완전 난리였지.’

그때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픈 유은영이었다.

“국장님은 출근하고 계시죠?”

“당연하죠.”

유은영이 상념에서 벗어나 대답했다.

“조수현 팀장님께서 아무리 우종문 부장님의 일을 전담하고 있다 하나, 보고까지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기는 하죠.”

유승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님께서는 지화자 팀장님을 많이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 것 같더라고요.”

유은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화진에게 아직 직접 보고를 하러 간 적은 없다.

그러나 그녀는 알았다.

나화진이 자신을, 정확히는 ‘지화자’를 볼 때마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더욱이 지화자 씨도 자기 입으로 그랬지?’

나화진은 자신을 싫어한다고 말이다.

‘뭐 어쩌겠어.’

싫은 소리를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밖에.

“아, 유승민 씨. 저희 팀원들은 다 아시죠?”

“물론이죠.”

유승민이 싱긋 웃었다.

“팀원분들께서는 제가 오는 걸 알고 있나요?”

“신입이 온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신입이 유승민인 건 아무도 몰랐다.

‘아, 한 명 알고 있지.’

지화자.

유은영이 그녀를 떠올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팀원들이랑 잘 지내주세요. 특히 ‘유은영’ 씨랑요.”

유승민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이죠, 지화자 팀장님.”

제가 어떻게 동생이랑 사이좋게 지내지 않겠습니까?

그는 말을 삼키며 유은영의 뒤를 따랐다.

***

“안녕하십니까? 오늘부로 0팀과 함께하게 된 유승민입니다. 0팀에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툭, 가하성이 쥐고 있던 볼펜을 떨어뜨렸다. 리아와 라이는 두 눈을 데굴 굴렀다.

‘유은영’을 향해서 말이다.

“우와, 이번에 오신다던 신입 분이 저희 오빠였어요?”

‘유은영’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손뼉을 짝짝 쳤다.

그 소리에 맞춰 하태균이 과장된 몸짓으로 유승민에게 인사했다.

“아, 하하! 하하하! 이것 참 오랜만입니다, 유승민 씨! 저는 하태균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잠깐 본 적 있는데 말입니다.”

“네, 기억합니다. 로렌치니 윌던 씨와의 결투 현장에서 잠시 만났었죠?”

서로 인사는 제대로 나누지 못했지만 말이다.

유승민이 하태균과 악수했다.

그에 눈치를 보고 있던 0팀의 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하성이라고 합니다.”

“나는 리아.”

“저는 라이요.”

가하성의 뒤로 리아와 라이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0팀의 환영에 유승민이 선하게 웃었다.

“다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승민이 모두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인사에 맞춰 ‘지화자’가 말했다.

“유승민 씨는 청와대에서 센터로 잠시 특별 파견을 나왔어요. 국장님 요청으로 오신 분이니 다들 잘 대해주시기를 바랄게요.”

“네에!”

라이와 리아가 힘차게 대답했다.

아이들은 손수 유승민에게 자리를 안내해줬다.

“은영 누님 옆자리에 앉고 싶으면 말하세요!”

“맞아! 우리가 바로 자리 비워줄게!”

“하하, 괜찮아요.”

유승민이 아이들의 호답을 거절했다.

제 동생의 몸속에 지화자가 들어가 있지만 않았더라면 받아들였을 거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 웃음을 보이고 있는 여자는 지화자였다.

유승민이 구겨지려는 얼굴을 애써 펴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리아와 라이가 감탄했다.

“유은영은 싸가지가 없는데 유은영의 오빠는 싸가지가 있어!”

“그러게!”

리아와 라이의 말에 유승민이 ‘유은영’을 쳐다봤다.

‘당신, 내 동생 몸으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지화자는 닿는 시선을 무시했다.

그때였다.

“지화자야, 지화자야! 승민이 오빠한테 센터 소개해줘도 돼?”

“네, 그러세요.”

라고 유은영이 대답하던 순간.

“제가 안내해줘도 될까요?”

“네?”

지화자가 나섰다.

“오빠랑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요. 센터를 소개해주면서 겸사겸사 대화 좀 하고 올게요.”

유은영이 유승민을 흘긋거렸다. 유승민이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애써 웃는 낯으로 말이다.

하지만 유은영은 말했다.

“네, 그러도록 하세요.”

“지화자 팀장님!”

유승민이 빼액 소리 질렀다. 지화자는 싱긋 웃었다.

“네, 지화자 팀장님. 감사합니다. 오빠, 가자.”

“그래요, 어서 다녀오세요. 남매끼리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 나누고 오시고요.”

오붓한 시간 좋아하시네!

지화자도 유승민도 똑같이 생각하며 미간을 구겼다.

유은영은 두 사람을 문밖으로 친히 배웅해주고는 손을 흔들어줬다.

그렇게 유승민은 지화자와 함께 센터를 구경하게 됐고, 유은영은.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승민과 앞으로 함께 하게 됐다는 것 때문일까?

괜히 긴장이 됐다.

‘오빠가 나랑 지화자 씨가 서로 몸이 바뀌었다고 팀원 분들께 말할 리가 없는데 말이야.’

어째, 이 몸으로 지내면서 의심만 늘어난 기분이었다.

유은영이 지쳐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데 가하성이 물었다.

“유은영 씨와 유승민 씨, 그렇게 사이가 좋은 건 아닌가 봐요?”

“그럴 수밖에요. 저런 오랑우탄이랑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은영이 닫힌 문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

“지하는 팀장 이상의 직함과 동반해야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네, 알고 계시겠죠.”

지화자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청와대 최연소 정보 수석 비서관, 유승민 씨.”

유승민이 미간을 좁히며 그녀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지화자가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

“은영이는 모르던데 말입니다.”

“언니는 바보니까.”

그 말에 유승민이 험악하게 얼굴을 구겼다.

“장난이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지? 오빠.”

“저는 당신의 오빠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겠어.”

띠잉!

멈춰선 엘리베이터에서 지화자가 먼저 내리며 유승민을 놀렸다.

“껍데기가 당신 동생인데.”

유승민이 질린다는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어서 알려주기나 하죠.”

“계속 그렇게 말 높일 거야?”

“어차피 주변에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다 확인 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하긴, 눈이 좋다고 했지?”

지화자가 유승민을 흘긋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유승민 씨는 그냥 봐주기만 하면 돼.”

“무엇을 말입니까?”

“지유화.”

지화자의 입에서 들린 이름에 유승민이 표정을 굳혔다.

“얼굴 보니까 이제 아나 보네? 우리 언니가 개새끼인 거.”

“…제가 본 기록들이 전부 사실이란 말입니까?”

“그래.”

지화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사실이야. 그러니까 유승민 씨는 봐줘. 지유화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몸으로 나타나는지.”

지유화가 노릴 사람이야 한 명뿐이었으니.

“내 빌어먹을 언니는 분명 나를 죽이려고 들 거야. 그것도 아니면 내 몸을 차지하려고 하던가.”

유승민이 두 눈을 낮게 가라앉혔다. 지금 ‘지화자’는 바로 자신의 동생이었다.

“막을 수 있습니까?”

“지유화가 접근하는 거? 아님, 지유화가 내 몸을 차지하는 거?”

“둘 다요.”

“글쎄, 모르겠어.”

“그런……!”

“하지만.”

지화자가 유승민의 말을 끊으며 목소리를 내뱉었다.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정신계 공격을 막는 방법.

“뭐, 꽤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테지만 말이야. 유은영 씨는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해.”

“그런 무책임한 말을!”

“무책임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잠시 실례 좀 할게?”

지화자가 싱긋 웃었다.

“오빠 동생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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