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30화 (130/200)

제130화

“지화자 씨, 괜찮으세요?”

“응? 아, 응. 괜찮아.”

지화자가 뺨을 타고 흐르는 피를 닦았다. 유은영이 황급히 그녀에게 힐을 시전했다.

“언니, 살짝 스친 것뿐이야.”

그러니까 힐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래도요.”

속상해하는 유은영의 모습에 지화자는 결국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지혈하는 것뿐이라도 해도 지화자의 치료를 끝낸 유은영이 버럭 소리 질렀다.

“오빠!”

“실수였다니까.”

유승민이 어깨를 으쓱였다.

“미안합니다, 지화자 팀장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알아요.”

지화자가 눈웃음을 지었다.

“유승민 씨가 설마 저를 죽이려고 했겠어요? 제가 죽으면 당신이 그렇게 아끼는 유은영 씨도 무사하지 못할텐데.”

유승민의 입매가 비틀어졌다. 그런 그에게 지화자가 물었다.

“그보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총 쏘는 거 보니까 괜찮은 것 같기는 하던데.”

“아아, 괜찮습니다.”

유승민이 방긋 웃었다.

“지화자 팀장님께서 제 동생의 몸으로 열심히 치료해준 덕분에 말이죠.”

“그것 참 다행이네요.”

지화자와 유승민이 서로 마주보고 하하호호 웃었다.

퍽 정답게 느껴지는 분위기였지만 유은영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말했다.

“두 사람 다 그만하죠?”

“내가 뭘?”

지화자가 짜증을 냈고.

“은영아, 그만하기는 뭘 그만하라는 거야?”

유승민은 모르는 척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던 유은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요.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기는? 게이트 공략 해야지.”

지화자가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언니는 여기서 유승민 씨랑 같이 기다리고 있어.”

“싫어요! 저도 갈래요!”

“그 꼴로?”

지화자가 유은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안 그래도 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허벅지에 난 상처 때문이겠지.

“언니, 지금 서 있기도 힘들잖아.”

“아닌데요.”

“고집 부리지 말고.”

“고집 부리는 거 아니에요! 저 정말 괜찮다고요!”

하나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은영아. 그냥 지화자 팀장님 말 듣는 게.”

“오빠는 조용히 하고 있어.”

유승민이 시무룩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지화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오빠의 위엄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동생한테 지는 꼴이라니!

‘한심하다, 한심해.’

어쨌든 유은영은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함께 움직이기에는.’

유은영의 상처가 너무 깊었다. 자신이 낸 상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화자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유은영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유은영이 어깨를 움츠렸다.

“왜요?”

“언니.”

“네?”

“미안.”

지화자가 사과와 함께 주먹을 들어 올렸다.

“지화자 씨……?”

당황하여 묻는 것도 잠시.

“헉!”

명치에 꽂힌 주먹에 유은영의 몸이 늘어졌다.

“은영아!”

유승민이 기겁하며 쓰러지려는 유은영을 붙잡았다.

“지화자 팀장님!”

분노 어린 목소리에 지화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었어. 계속 고집을 부리니 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짜고짜 사람을 기절시키는 법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여기.”

뭐 저런 뻔뻔한 사람이 있담?

유승민이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지화자를 쳐다봤다.

“그렇게 보지마. 유승민 씨도 언니가 나랑 함께 움직이는 건 원하지 않잖아?”

그 말에 유승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다문 모습에 지화자가 웃으며 말했다.

“유승민 씨는 여기서 언니랑 같이 내가 게이트 공략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기나 해.”

“그래도 됩니까?”

“응?”

“당신. 은영이한테 뭔가를 가르쳐 주고 싶어서 이곳까지 온 거 아닙니까?”

그랬다.

지화자는 유은영이 정신계 공격에 제대로 대항하기를 바랐다.

그녀가 자신의 몸으로 있는한, 언제든 지유화의 위험에 노출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곳까지 온 거였지만.

“상황이 너무 안 좋아졌잖아.”

암만 실전이 최고라고 해도 적정 수준이 있는 법.

유은영에게 지금 수준은 너무나 버거웠다. 실제로 정신계 공격에 당하기도 했고.

“걱정 마, 유승민 씨. 생각지 못한 변수로 내가 나서게 됐지만 다음은 없을 테니.”

“또 이런 식으로 은영이를 위험에 빠트릴 생각이라는 겁니까?”

“그런 거 아니야.”

지화자가 걸음을 내딛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언니한테 다가올 위험을 미리 대비시켜주려는 것뿐. 언니를 위험에 빠트릴 생각은 추호도 없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지화자가 사라졌다. 게이트의 핵을 부수기 위해 떠난 것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유승민과 유은영의 주위에 몬스터를 물리는 불꽃을 피워내고서.

“하.”

유승민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라니까.”

그는 정신을 잃은 제 동생을 꼭 끌어안으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다그닥―! 다그닥―!

멀리서부터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지화자는 냅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무기를 집어 던졌다.

쐐액!

빠른 속도로 날아간 무기가 불꽃을 피워내며 몬스터들을 집어 삼켰다.

걔 중 살아남은 몬스터는 지화자가 직접 처리했다.

퍽!

내뻗은 주먹과 함께 몬스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흐음.”

지화자가 몬스터의 몸통에 꽂혀있던 무기를 뽑아 들며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정신계 공격만 번거로울 뿐,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들은 아닌데.”

정체를 모르겠다.

지화자는 A-Index를 통해 몬스터의 정보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만한 여유도 났고.

“어디 보자.”

지화자가 몬스터의 정보를 살펴봤다.

“웃지 않는 도자기 인형?”

유리 같은 몸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자기였다니.

지화자가 픽 웃었다.

“B급 몬스터라.”

그럼, 이 위로 A급과 S급이 존재할 거다.

지금 이곳은 S급 게이트니까.

“A급과 S급 몬스터는 내가 아는 몬스터였으면 좋겠는데.”

정보를 알 수 없는 신규 몬스터와 싸울 때는 항상 신중을 가해야 했다.

그 몬스터가 정신계에 특화되어 있는 몬스터라면 더더욱.

“언니 쪽에 대비를 더 해주고 올 걸 그랬나?”

웃지 않는 도자기 인형(B급)같은 몬스터라면 자신이 피워놓은 불꽃만으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테다.

하지만 A급이나 S급 몬스터는 아니었다.

뒤늦게 걱정이 들었지만.

“됐어.”

유은영과 유승민이 위험에 처하기 전에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면 되는 일.

지화자는 다시 걸음을 박찼고.

“응?”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것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화자가 무기를 휘두르며 자신을 공격하려던 것을 가볍게 쳐냈다.

그녀를 공격하려던 건 화살이었다.

지화자가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코볼트라도 있는 건가?’

고블린보다 작은 체구의 몬스터는 대부분 C급의 몬스터들이었다.

지화자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것들.

그러나 그녀는 신중을 가했다.

이 게이트에 나타난 코볼트라면 평범한 녀석들이 아닐 테니까.

분명 환각이나 환청 등등, 정신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몬스터일 거다.

당연히 C급보다 높은 등급의 녀석들일 테고.

지화자가 비딱하게 웃고는 땅을 박찼다.

코볼트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몬스터들이 다시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흐아아악!”

지화자를 공격했던 건 몬스터 따위가 아니었다.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에 지화자가 황급히 무기를 거뒀다.

“뭐야?!”

짜증을 내며 말이다.

목소리의 주인은 게이트 공략에 함께 나섰던 전남지부 현장 파견 부서의 정우영의 팀원이었다.

“정우영 팀장은 어디가고 혼자서 뭐하고 있는 거야?”

“그, 그게.”

정우영의 팀원이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티, 팀장님이 미치셔서!”

“뭐?”

지화자가 사납게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알아듣게 말해. 누가 미쳤다고?”

“팀장님이요!”

정우영의 팀원이 소리 질렀다.

“팀장님이 갑자기 자기 몸을 막 찌르더니 저희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도저히 그를 막을 수 없어서 다들 도망치기 시작했다면서 정우영의 팀원이 울먹였다.

“너희 바보야? 막을 생각을 하지 말고 제압할 생각을 해야지.”

“그래도요!”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

지화자가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정우영 팀장은 지금 어디 있는데?”

“그, 그건 저도 몰라요!”

“다른 팀원들의 행방도?”

“네.”

정우영의 팀원이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화자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뭔가 일이 귀찮게 된 것 같다.

‘게이트의 핵을 빨리 부숴야만 하는데.’

어서 유은영이 치료를 받게 해야 했다.

지금에야 상처가 터지는 족족 그녀가 힐을 시전하며 지혈하고 있다지만 한계가 있을 터.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찼다.

“너, 일단 저쪽으로 쭉 가.”

“네? 저, 지, 지화자 팀장님이랑 같이 움직이면 안 되나요?”

“상관은 없지만 나 핵 부수러 가던 길인데?”

“아.”

정우영의 팀원이 얼빠진 소리를 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저쪽으로 갈게요…….”

“좋아. 저쪽으로 쭉 가면 내 팀원들이 있을 테니까 합류하도록 해.”

“몬스터들 만나면 어쩌죠?”

“네가 알아서 처리해야지.”

남자가 울상을 지었다. 그에 지화자가 한심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안심시켰다.

“장난이고. 몬스터들 만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내가 다 처리하면서 왔으니까.”

정우영의 팀원이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쿠구구궁!

굉음이 들려왔다.

정확히, 유은영와 유승민이 있는 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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