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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43화 (143/200)

제143화

쿠웅!

뒤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퀸 하르퓌아가 드디어 처치된 거다.

그러나 유은영은 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은 오직 눈앞의 여자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말해.”

유은영이 이를 드러내며 물었다.

“그 아이들, 당신이 그런 거지?”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른다는 소리는 하지마.”

유은영이 여자의 말을 끊었다.

“그 키메라들, 당신이 탄생시킨 거잖아.”

위협적인 목소리에 여자가 이를 딱딱 부딪쳤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다면 어쩔 건데?!”

‘지화자’를 향해 겁도 없이 물었다.

겁이 없는 건 아닐 거다.

여자는 희게 질린 낯으로 벌벌 떨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여자는 오기를 부리는 중이었다.

네가 나를 죽일 수 있겠냐고.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자신을 죽일 수 있겠냐고 말이다.

“당신……!”

유은영이 무기를 치켜 들었다.

“지화자 팀장, 안 돼!”

그것을 신영웅이 막았다.

“지 팀장! 답지않게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굴어?!”

그거야 자신은 ‘지화자’가 아니니까 그랬다.

유은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저 빌어먹을 여자 때문에 죄없는 아이들이 죽었어요.”

그것도 제 손으로 죽였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야! 가하성!”

‘지화자’를 막고 있는 신영웅이 소리 높여 그녀의 팀원을 불렀다.

“지 팀장이 웬 아이들을 죽였다는데 맞아?”

“아니에요.”

가하성이 고개를 저었다.

“죽이려고 한 건 맞지만 제가 막았어요. 팀장님은 아이들 죽인 적 없습니다.”

“뭐?”

신영웅이 미간을 좁혔다.

“그 말은, 이곳에 아이들이 있단 소리야?”

“아니요.”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신영웅이 잡고있던 ‘지화자’의 손을 풀어줬다.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은영 씨, 왜 이렇게 늦었어? 수현 형님은 어디 가고?”

“여기 있습니다.”

조수현이 품에 아이를 안아 든 채 나타났다.

“웬 아이에요?”

신영웅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일단, 상황을 정리한 후…….”

“지후야!”

다급한 목소리에 조수현이 입을 다물었다.

가하성이 조수현의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보고는 서글프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어떻게, 네가. 도대체 어떻게.”

“가하성 씨, 아는 아이입니까?”

“네? 네, 아는 아이예요. 제가 나온 고아원에 있던 아이인데, 입양을 간 후 연락이 끊겼다고 해서, 그래서 찾으러 왔는데.”

가하성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후야…….”

가하성이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그것을 ‘유은영’이 막았다.

“그 팔로 애를 안으려고요?”

가하성이 황급히 손을 내렸다.

뼈가 드러날만큼 중상을 입은 팔로 아이를 안아갔다는 분명 큰 일이 날 터.

가하성이 우물쭈물거렸다.

불안한 듯 초조하게 구는 모습에 ‘유은영’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에게 힐을 시전했다.

“좀 쉬고 계세요. 조수현 팀장님, 아이를 부탁하겠습니다.”

“네.”

조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은영’은 그대로 ‘지화자’를 향해 걸어갔다.

“지화자 팀장님.”

“이 여자예요.”

유은영이 눈앞의 여자를 향해 날 선 시선을 내뿜으며 말했다.

“이 여자가 아이들을 그 꼴로 만들었어요.”

“그래, 맞아.”

지화자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말에 여자가 휙 고개를 들며 외쳤다.

“네가 뭘 안다고!”

“아니까 이러지.”

지화자가 가볍게 다리를 들고는.

“아악!”

여자를 걷어차버렸다.

유은영이 놀란 눈으로 지화자를 쳐다봤다.

“왜? 이렇게 해주고 싶은 거 아니었어?”

지화자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곤 그녀에게 속삭이며 물었따.

“아님, 죽여줄까?”

“지……!”

지화자의 이름을 소리높여 부르려던 유은영이 입을 다물었다.

“잘 생각해, 언니. 죽일 수 있는 건 지금뿐이야. 센터로 데리고 가는 순간, 저 여자는 건드릴 수 없게 될 거라고.”

직접 심문을 맡지 않는한 그럴 수 없을 거다.

“내가 죽여줄게. 언니 손에 피를 묻힐 필요 없어.”

유은영이 입매를 비틀었다.

“그렇게 말해봤자 제 손에는 이미 피가 많이 묻었어요.”

그러니 상관없다.

“꺄아아악!”

눈 앞의 여자를 죽여도 말이다.

하지만 유은영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높게 치켜 들었던 무기를 여자의 바로 옆에 꽂아버린 유은영이 몸을 일으켰다.

“안 죽여요.”

유은영이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죽어도 받을 수 있는 고통은 모두 받고 죽어야해요.”

눈 앞의 여자는 그래야했다.

“신영웅 팀장님, 신호걸 팀장님. 저 여자의 구속을 맡기겠습니다.”

영웅호걸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보다 지 팀장, 다시 친절 모드로 돌아온 거야?”

“친절 모드 꺼주면 안 되나? 너무 불쾌한데.”

“불쾌하다니, 영웅.”

‘지화자’는 너스레를 떠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

“으아아앙! 지화자야!”

“지화자 누님! 괜찮아요?!”

“팀장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지화자야, 다친 곳 없어?”

“부러진 곳도 없어요?!”

센터에 돌아오자마자 팀원들이 ‘지화자’를 격하게 반겼다.

유은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다친 곳도 부러진 곳도 없어요. 다들 걱정 많았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가하성 씨의 일을 도와 주려고 잠시 자리를 비웠던 건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네요.”

가하성의 일은 오는 길에 지화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는데? 그보다 하성이 오빠는?”

리아가 걱정스레 물었다.

금방에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에 유은영이 애써 미소를 그렸다.

리아의 얼굴에서 자신이 죽인 어린 키메라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리아 역시 키메라와 비슷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니야.’

리아는 리아일 뿐이다.

유은영이 아이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지화자야?”

리아가 두 눈을 데굴 굴리다가 배시시 웃었다.

“뭐야! 나도 안아줘요!”

라이가 달려들었다.

유은영은 라이도 꼭 끌어 안아줬다.

자신이 구하지 못한 키메라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있잖아, 지화자야. 유은영이 엄청 걱정했어!”

“맞아요! 은영 누님이 지화자 누님 엄청 많이 걱정했어요!”

유은영이 고개를 들어 지화자를 쳐다봤다. 지화자가 그렇냐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유은영이 콧잔등을 찡그리며 그녀한테서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 잔소리 엄청 들었어요.”

그렇냐면서 리아와 라이가 입술을 오므렸다.

“그보다 유승민 씨는요?”

“국장님께서 부르셔서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팀장님의 일로 부른 것 같았습니다.”

“그렇군요. 저 때문에 고생 많았어요, 하태균 씨.”

하태균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보다 하성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가하성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어요. 부상을 입어서요.”

‘유은영’의 말에 하태균이 놀라 외쳤다.

“부상이라니요! 얼마나 다쳤길래 그럽니까?”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화자의 말에 유은영이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심하게 다친 게 아니라니.

‘뼈가 드러날 정도로 엄청 심한 상처를 입으셨던데!’

잘못하면 왼손을 영영 사용하게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소리도 들은 것 같다.

가하성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지화자 팀장님.”

유승민이 돌아온 건 그때였다.

그는 잠시 ‘지화자’를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빠르게 표정을 갈무 하곤 말했다.

“돌아오셨군요? 걱정 많이 했습니다.”

“네에, 뭐.”

유은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동생에게 유승민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정말 괜찮습니까?”

거듭해서 묻는 목소리에 유은영이 입을 다물었다.

괜히 혈육이 아닌 모양이다.

어떻게 자신의 썩어 문드러진 속을 알아차렸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유은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괜찮아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유승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생이 전혀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편하게 속을 털어놓아도 된다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동생은 ‘지화자’였다. 유승민이 ‘유은영’을 향해 날선 시선을 보냈다.

지화자는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뿐.

유승민은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화자와 제 동생이 운명공동체로 묶여있다는 걸 알지 않았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거다.

‘내가 먼저 죽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유승민이 짧게 혀를 찰 때, 조수현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지화자 팀장님, 유은영 씨. 계십니까? 아이의 처분에 대해 급히 논의를 해야 할 것 찾아왔습니다.”

조수현이 가리키는 아이야 한 명뿐이었다.

김지후.

가하성이 그토록 구하고자 했던 아이. 그리고 유은영이 끝내 구한 아이.

그런데 처분이라니?

유은영과 지화자가 살포시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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