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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57화 (157/200)

제157화.

22. 남매

어쨌든간에 유은영은 유승민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그녀는 유승민을 데리고 곧바로 지화자가 가르쳐준 비밀 장소로 향했다.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온 건 처음이네.’

지화자라면 상관 없어할 거다.

유승민은 자신들의 비밀을 알고 있으니.

유승민은 센터내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오빠.”

유은영이 부르기 무섭게 그녀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지만 말이다.

“응, 은영아. 왜?”

유승민이 부드럽게 물었다. 유은영은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나화진 국장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어?”

“그냥…….”

유승민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지화자 팀장님께 대답해드린 것과 똑같아. 센터에 잘 적응하고 있냐, 팀원들이 잘해주고 있냐. 뭐, 이런 대화밖에 안 나눴어.”

“정말이야?”

유은영이 표정을 굳혔다. 유승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눈 앞의 여자가 알맹이까지 지화자였다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했을 거다.

하지만 제게 질문을 던지는 여자는 다름아닌 유은영.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어쩌면 좋지?’

마음 같아서는 나화진과의 만남에서 지유화를 만났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지화자’로 이것저것 신경쓸 게 많은 동생이었다. 여기에 짐을 하나 더 얹어주고 싶은 마음따위 절대로 없었다.

그렇기에 유승민은 계속 거짓말을 이어가기로 했다.

“나, 지유화를 만났어.”

유은영이 내뱉은 청천벽력같은 말만 아니었더라면 그랬을 거다.

“뭐?!”

유승민이 놀라 물었다.

“누구를 만났다고?!”

“지유화 씨.”

유은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지화자 씨의 언니되는.”

그리고.

“지화자 씨가 죽인 지유화 씨를 만났다고.”

유승민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도대체 어디에서?! 아니, 언제! 그보다 다친 곳은? 다친 곳은 없어?! 괜찮아?”

격렬한 반응에 유은영이 픽 웃음을 흘렸다.

“오빠도 지유화 씨 만났구나?”

“그게.”

유승민이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다급하게 물었다.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줘, 은영아. 다친 곳은?”

“보다시피 없어.”

유은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지유화를 만난 건, 내 몸에 있는 지화자 씨였으니까.”

“뭐……?”

유승민이 얼빠진 얼굴로 두 눈을 끔뻑였다. 그에 유은영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어쨌든, 이제 오빠 차례야.”

유은영이 비딱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지유화, 만났지?”

유승민이 곤란한 듯 난처한 얼굴을 보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났어.”

“지유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유승민이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게 그렇게 인사를 건넨 지유화는 곧장 본론을 꺼내들었었다.

“너를 설득시켜달라고 했어.”

“나를?”

유승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지화자 팀장님께서 차지 중인 네 몸을 말이야.”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그걸 듣고 알았지. 지화자 팀장님께서도 지유화 씨를 만났구나.”

그런데 그 몸을 차지하고 있는 제 동생도 지유화를 만났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지유화는 절대로 ‘지화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테니.

그야, 자신을 죽인 사람이지 않는가?

지화자가 왜 그녀를 죽였는지 몰라도, 저를 죽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인간따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쨌든 다행이지.’

눈 앞의 동생은 그 불길하기 짝이 없는 여자를 만나지 않았으니.

유승민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동생을 설득시켜보겠다고 대답했어.”

“지유화가 그 말을 믿든?”

“믿는 눈치던데?”

“정말?”

“응, 정말로.”

유승민이 배시시 웃었다.

“지유화 씨의 열렬한 추종자인 척, 엄청 치켜세웠었거든.”

“하긴, 지유화는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으니까. ‘더 완즈 인 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구조했기도 하고.”

더 완즈 인 더 서울.

수 년도 전에 붕괴됐던 건물의 이름이 나오자 유승민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동생은 알까?

그 건물을 붕괴시켰던 장본인이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했던 지유화라는 것을.

‘모르겠지.’

유승민이 입 안을 맴도는 씁쓸한 감정을 집어 삼키고는 말했다.

“지유화 씨와 나눈 이야기는 그게 다야.”

“다시 보자고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그런 말을 하기는 했는데, 예의 상 그렇게 말한 것 같았어.”

아니다.

지유화라면 진심을 담아 그런 말을 했을 거다.

‘유은영’을 노리기 위해.

유은영이 말갛게 웃고 있는 제 오빠를 물끄러미 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분간 조심해.”

“은영아, 지금 오빠 걱정해주는 거야?”

“걱정이고 자시고 조심하라고. 지유화는 위험한 인간이니까.”

“나도 알아.”

“응?”

“지유화 씨 위험한 거, 나도 알고 있다고.”

유승민이 미소를 그렸다.

“걱정마.”

지유화가 한 번 더 자신을 찾아 온다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버지의 복수를 할 작정이었다.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물어보고 싶었다.

‘더 완즈 인 더 서울’을 붕괴시킨 이유에 대해서.

평화롭게 쇼핑을 하던 많은 사람을 그런 식으로 죽여버린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유은영이 애틋한 얼굴로 미소를 그리고 있는 제 오빠의 얼굴에 미간을 좁혔다가 말했다.

“돌아가자.”

“벌써? 오랜만에 단 둘이인데 같이 카페 좀 가고 그러자.”

“그럴 시간 없어.”

“너무해!”

“징그럽게 굴지마!”

유은영이 와락 얼굴을 찌푸리고는 성큼성큼 먼저 걸음을 옮겼다.

유승민이 그런 동생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다리를 움직였다.

* * *

다사다난했던 직장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저녁 6시가 되자마자 하태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내일 봐요.”

유은영이 웃는 낯으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태균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는 곧장 한국 종합 병원으로 갈 작정이었다.

가하성의 병문안을 위해서다.

“유은영 씨께서는 리아 씨랑 라이 씨와 함께 지후 좀 데리러 가주실래요?”

“팀장님은요?”

“저는 유승민 씨와 잠깐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 말에 유승민이 가방을 챙기다 말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랑, 또?

유승민은 마치 그렇게 묻는 것처럼 보였다.

지화자는 유승민과 유은영을 한 번씩 번갈아가며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가자, 얘들아.”

“네에!”

리아와 라이가 힘차게 대답하며 지화자와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그렇게 남매만 남게 됐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은영아? 개인적인 일? 사적인 일?”

유승민이 밝은 얼굴로 물었다. 유은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개인적인 일이 곧 사적인 일이지 않나?

‘하여튼 간에.’

유은영이 짧게 혀를 차고는 입을 열었다.

“자, 여기.”

“응? 이게 뭐야?”

유승민이 웬 호루라기를 받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술 관리 부서에서 받아온 거야. 아직 시제품이라고는 하는데, 그래도 들고다녀.”

“뭐하는 용도로?”

“오빠 지켜줄 용도로!”

유은영이 빼액 소리 질렀다.

“위험한 상황에서 그거 부르면, 원하는 대상을 그 자리에 불러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 일이 가능해?”

“가능하던데? 다만, 게이트 공략 중에는 불가능해. 비각성자를 불러오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래?”

동생의 설명에 유승민이 두 눈을 끔뻑거리다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이―!

갑작스러운 소음에 유은영이 얼굴을 구겼다.

“그걸 지금 불면 어떻게 해?!”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사람은 바로 앞에 있으니까 상관 없잖아.”

헤실거리며 웃는 말에 유은영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또한.

“뭐야, 갑자기.”

느닷없는 ‘유은영’의 등장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유승민 역시 동생과 똑같이 입을 벌렸다. 저러다 턱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말이다.

‘유은영’은 당황스러웠다.

리아와 라이, 그리고 지후와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정신 차리니 이곳이었다.

다행인 건, 이곳이 어디인지 안다는 것.

지화자가 자신의 비밀 장소에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있는 유은영에게 날카롭게 물었다.

“언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지금 언니가 나 부른 거야?”

“네, 아니, 그게.”

유은영이 말을 더듬으며 유승민을 쳐다봤다. 유승민이 그 시선에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제가 부른 것 같습니다만.”

“유승민 씨가?”

지화자가 미간을 좁혔다. 제대로 설명해보라는 듯이 말이다.

유승민이 머리를 긁고는 말했다.

“은영이가 제게 선물을 줬거든요.”

“무슨 선물?”

“이거요.”

유승민이 조금 전에 불었던 호루라기를 지화자의 앞에 내보였다.

지화자가 눈가를 찡그렸다.

“웬 호루라기?”

“기술 관리 부서에서 만들고 있는 아이템이에요. 위험한 상황에 들이닥쳤을 때, 이걸 불면 원하는 대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별 걸 다 만드네.”

세금 낭비도 참 다양한 방법으로 한다면서 지화자가 구시렁거렸다.

“그보다, 원하는 대상이라고?”

지화자가 픽 웃었다.

“유승민 씨께서는 아닌 척, 나를 원하고 있나봐?”

“그게 무슨 끔찍한 소리입니까!”

유승민이 빼액 소리 질렀다.

“제가 원하던 사람은 은영이었습니다! 당신이 아니라요!”

“지금은 내가 유승민 씨의 은영이인데?”

“아악!”

유승민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지화자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유은영은 못 말린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쨌거나 효과는 확실했다.

“오빠, 그거 들고다녀야해.”

“알겠어.”

유승민이 기진맥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은영아.”

그 인사에 유은영이 웃었다.

이것으로 유승민의 안전은 어느정도 보장됐다.

‘부디 오빠가 저걸 사용할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유은영은 그리 바라며 지화자와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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