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힐러가 랭킹 1위가 되어 버렸다-184화 (184/200)

제183화

“자, 정신 차렸으면 어서 움직이세요.”

유은영이 지화자의 손을 잡고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 지화자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죽다 살아난 사람에게 그게 할 말이야?”

“안 죽었으니 됐잖아요?”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지화자가 구시렁거렸다.

“언니 너무 변했어.”

“누구 덕분이죠.”

유은영이 헤실거리며 웃었다.

그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서이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저기, 잠깐만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지화자와 유은영이 사이좋게 그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서이안이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뭐가?”

“유은영 씨 말이야!”

서이안이 빼액 소리 질렀다.

“유은영 씨는 분명 폐급, 아니. C급 힐러였잖아? 아닌가? B급이었나? 일단은 처음은 폐급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서이안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어쨌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묻는 목소리에 지화자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나도 몰라.”

“뭐?”

“모른다고.”

지화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한 건, 언니는 이제 폐급도 C급도 B급도 아니란 거지.”

애초에 F급에서는 진작 벗어났던 유은영이었다.

지화자가 그렇지 않냐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유은영이 멋쩍게 웃었다.

“S급이에요.”

서이안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S, S급이라고? 지금 네가 S급 힐러라는 거야?!”

서이안이 유은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 질렀다. 유은영은 그것이 기분 나쁘지도 않은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어떻게?!”

“서이안 씨 덕분이에요.”

유은영이 방긋 웃었다.

“서이안 씨의 독이 저를 이렇게 만들어줬거든요.”

“내 독이?”

서이안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유은영은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감사하기는 뭘 감사해?”

지화자가 뾰족하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서이안의 독이 유은영의 몸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망할.’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찼다.

유은영에게 부여된 성언, 상처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건 유은영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성장했겠지.’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말이다.

유은영이 도대체 얼마만큼의 고통을 겪었을지, 지화자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이안에게 감사하다니 뭐니 그런 인사를 하다니.

“바보.”

지화자가 입술을 삐죽였다.

유은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저한테 바보라고 하신 거예요?”

“그래.”

지화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바보한테 바보라고 한 것뿐인데 불만이야?”

“당연히 불만이죠!”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왔는데!

유은영이 발끈해서 지화자를 향해 한 마디 하려던 순간이었다.

―끼아아아!

째질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지화자, 너희 팀원들이 그 키메라를 막는데 실패한 모양인데?”

지화자가 짧게 혀를 찼다.

“언니는 여기 있어.”

“안 그래도 그럴 거예요.”

유은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부상을 입은채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키메라가 이곳까지 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지화자가 그 말을 남겨두고서 땅을 박찼다.

유은영에게 몸 조심히 있으라는 그런 말은 한 마디도 남겨두지 않고서 말이다.

서이안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가만보면 저 자식, 바뀐 것 같으면서도 안 바뀐 것 같단 말이야. 안 그래, 유은영 씨?”

묻는 말에 유은영은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헤실거리며 웃는 낯으로 말이다.

뭐가 좋아서 저렇게 웃는 건지 모르겠다.

서이안이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센터에서의 대우가 시원찮으면 우리 길드로 와. 원하는 조건 모두 맞춰줄 테니.”

S급 힐러는 전 세계적으로 귀한 자원이었다.

더욱이 대한민국에서 S급 힐러는 유은영이 최초였다.

서이안의 말에 유은영이 입꼬리를 올렸다.

“생각해볼게요.”

“생각만 하지 말고 꼭 와.”

“어서 가기나 하세요.”

유은영의 재촉에 서이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메라가 내지리는 비명이 다시금 들려왔다.

―끼이이잇!

그것이 꼭 울부짖는 목소리처럼 들려 유은영은 주먹을 꼭 쥐었다.

“저, 저기…….”

건물 안쪽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낸 건 그때였다.

아이를 안고 있던 여인이 눈물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애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조금 전에 보니까 힐러신 것 같던데, 저희 애가 많이 다쳤거든요. 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여인의 말대로 아이의 상태는 꽤 심각해보였다.

정신을 잃은 채 축 늘어져있는 작은 몸에 유은영이 손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여인을 향해 미소를 그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파아앗!

빛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아이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아아!”

여인이 탄식하듯 감탄하고선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 뒤로 모여있던 사람들이 유은영에게 하나같이 빌기 시작했다.

“저, 저희 아이도!”

“저도 좀 봐주세요!”

유은영은 몰려든 사람들에게 제 힘을 마음껏 내보였다.

지칠만도 하건만 그녀는 그런 기색이라고는 없이 계속해서 사람들을 봐줬다.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은 이제 피하도록 하세요. 곧 싸움의 여파가 이곳까지 올 테니까요.”

그 말에 상처가 치료된 사람들이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저기.”

도망치다 말고 누군가 유은영을 불렀다. 처음, 아이를 봐달라고 했던 여인이었다.

여인이 걱정 가득한 눈으로 유은영에게 물었다.

“힐러 분은 안 피하시나요?”

유은영이 싱긋 웃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은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 여인이 우물쭈물했다.

유은영이 그 마음을 달래줬다.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지화자 씨께서 그 괴물과 싸우고 있는 중이거든요.”

또 다쳤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녀라면 분명 자신이 입은 상처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전투를 이어갈 거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화자를 지켜봐온 유은영은 그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있어야해요.”

여인이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세요.”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유은영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여인의 뒷모습을 향해 인사를 전했다.

―끼아아아!

바로 그때, 반파된 건물 사이로 키메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은영아!”

키메라를 향해 거미줄을 내뿜고 있던 리아가 그녀를 발견하고서 소리 질렀다.

“피해!”

유은영이 그 말에 날래게 몸을 움직였다.

쿠구구궁―!

키메라의 거대한 몸이 바닥과 부딪치며 긴 상흔을 만들어냈다.

유은영이 꿀꺽 침을 삼켰다.

조금 전, 자신이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던 곳이 처참하게 무너진 까닭이다.

“은영 누님, 괜찮아요?!”

“라이 씨!”

유은영이 황급히 대답했다.

“저는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은요? 하태균 씨랑 가하성 씨는 어디 계세요?”

“여기 있습니다.”

가하성이 유은영의 옆에 가볍게 착지하고는 물었다.

“여기에서 뭐하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었죠.”

“누구를요?”

가하성이 그렇게 묻기 무섭게 바닥에 쓰러져있던 키메라의 몸에 불이 붙었다.

―끼이아아아아!

키메라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유은영 씨,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하태균이 유은영을 안아 들고선 멀리 뛰었다.

“라이, 리아. 너희도 어서 피해.”

“네엡!”

가하성이 말에 라이와 리아 역시 몸을 피했다.

“가하성 씨는요?!”

유은영이 하태균에게 안겨가는 와중에 걱정을 내비쳤다.

“하성이는 혼자서 잘 피할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태균의 말대로 가하성은 진작 모습을 감춘 뒤였다.

“어……?”

웬 폭탄을 자신이 있던 자리에 두고서 말이다. 유은영이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일 때.

퍼엉!

폭탄이 터졌다.

―끼아아아!

불에 붙은 몸으로 바닥을 뒹굴고 있던 키메라의 몸 곳곳이 뜯겨져 나갔다.

끔찍하기 그지 없는 광경이었다.

유은영이 황망하게 흩뿌려지는 살덩이를 쳐다봤다. 그러는 사이 하태균은 제자리에 멈춰섰다.

라이와 리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쟤 너무 끈질겨! 저 정도면 죽어야하는데!”

“그러게. 진짜 끈질기네.”

라이가 리아의 말에 공감하며 미간을 좁혔다.

“태균 형님, 어쩌죠?”

“우리는 일단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하자.”

하태균이 유은영을 내려주고는 말했다.

“나머지는 팀장님과 서이안 길드장님께서 처리하실 것 같으니.”

화르륵!

폭발의 여파로 거세게 일어난 불길 속으로 누군가 모습을 보였다.

“지화자다!”

지화자였다.

지화자는 상처 입은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말끔한 모습이었다.

애초에 지유화가 풀어놓았던 키메라에 부상만 입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위독한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거다.

어쨌거나 유은영은 서이안과 함께 나타난 그녀를 물끄러미 보다 이내 결심한 듯 몸을 움직였다.

“유은영 씨, 어디 가십니까!”

하태균이 뒤늦게 그녀를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지만.

“죄송해요, 하태균 씨!”

유은영은 그 손을 피해 달아났다. 아니, 지화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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