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이지아 (2)
* * *
늦은 밤. 선글라스를 낀 수상쩍은 여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중얼거리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거 진짜 미친년인가?
조심스레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갔다.
까득. 까드득.
손톱을 물어뜯는 소리가 소름 끼쳤다. 자세히 보니 손톱이 뜯겨져 피가 질질 흐르고 있었다.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여자다. 빨리 돌려보내야겠다.
“저, 손님?”
홱!
여자의 고개가 돌아갔다. 가까이서 보니 상당히 초췌한 안색이었다.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이, 이제 마감 시간이라서요. 슬슬 돌아가 주셔야…….”
“…….”
여자는 말이 없었다. 선글라스 때문에 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멍한 기색이었다. 침묵이 길었다. 불안해진 내가 다급히 덧붙였다.
“하, 하핫. 생각해보니 십 분 정도는 편의를 봐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
“그럼 삼십 분……?”
“…….”
“하, 한 시간……?”
“…….”
경찰서 번호가 뭐였지?
114에 한 번 물어보자. 이런 시간에도 전화를 받나? 아니다 112에 물어보면 되잖아. 소방관 아저씨들은 친절하니까.
어색하게 웃으며 등 뒤로 핸드폰을 꺼낼 때였다. 여자의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
당황하여 쳐다보고 있으려니 여자가 조심스레 눈물을 닦았다. 그걸 기점으로 여자의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상하다. 내가 왜 이렇지?”
여자는 눈물이 주체가 안 되자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녀가 손등으로 눈두덩이를 가리고 흐느꼈다.
좀 전의 위험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물쩍 거리던 나는 그녀의 반응이 오전의 손님과 비슷하단 걸 깨달았다.
내 능력은 화난 사람을 진정시킬 때만 쓸수 있는 게 아니다. 분노뿐만이 아니라 걱정, 우울, 슬픔 등 감정이 격해진 사람들에게 모두 통용됐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 감정의 변화가 큰 사람은 처음인지라 상당히 놀랐다. 금방이라도 초상 치를 거 같던 사람이 후련하게 울어 재끼고 있었다.
성능 확실하구만. 헌터가 안 되면 상담 관련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괜찮으세요?”
근처의 티슈를 쫙쫙 뽑아 여자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여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티슈를 받았다. 그리고 코를 풀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어어?
맙소사. 거울을 안 봐도 알 수 있다. 내 눈이 지금 얼마나 커져 있을지.
지그시 눈을 마주치던 여자가 눈꺼풀을 마구 깜빡거렸다. 그녀가 아차 싶더니 급하게 선글라스를 코 위에 걸치고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얼굴 봤어요…?”
“네, 넵!!”
안 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10초는 눈 마주치고 있었는데.
“저 누군지 아세요?”
“넵!”
“저 봤다고 신고하실 거에요?”
“넵!”
잠깐의 침묵.
왜지?
기억을 더듬었다.
헉!
오해하지 않게 다급히 덧붙였다.
“아, 아니요!”
머리가 빙빙 돌았다. 내 꿈은 헌터다. 그리고 국내 헌터들의 정점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여자의 정체는 이지아, 현재 잠수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헌터였다.
이거 꿈이야, 생시야?
이지아가 내 눈앞에서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초췌한 안색이지만 눈빛에 활기가 감돌고 있었다.
“도망가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네요. 마침 대화 상대가 필요해졌는데 혹시……. 아, 맞다. 마감 시간이라고 하셨죠?”
이지아가 아쉬운 얼굴로 물었다.
“마감 시간이요?”
시계를 봤다. 퇴근 시간은 진즉에 넘어섰다.
지금 그딴 게 중요해? 내 눈앞에 이지아가 있는데.
아마추어 축구 선수 앞에 메시가 등장한 격이었다. 메시하고 커피 마시면서 대화할 기회가 왔는데 퇴근하겠다고 집 가는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나는 표정을 싹 굳히며 말했다.
“제가 그런 말을 했던가요?”
“방금 분명 마감 시간이라 하지 않았나요?”
“잘 못 들으셨나 보네요. 새벽까지 영업합니다.”
“하지만 분명 밖에 걸린 영업시간이…….”
“영업시간 바뀐 게 어제라서요.”
“아.”
이게 개소리인 건 이지아도 알겠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스탠바이하고 오겠습니다.”
밖으로 나간 나는 영업 종료 푯말을 문손잡이에 걸어뒀다. 커피는 가장 빠르게 뽑을 수 있는 아메리카노.
일분일초 마음이 급했다.
자리로 가니 이지아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재밌는 거 보세요?”
탑랭커는 평소에 뭘 하고 살까? 너무 궁금했다. 이번에 공략 실패한 던전에 대해 연구하는 걸까? 아니면 클래식 같은 거라도 보나?
이지아가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입을 뗐다.
“……알고 싶으세요?”
“…?”
당연히 궁금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처하게 웃던 이지아가 핸드폰을 보여줬다.
인터넷 기사였다. 그것도 이지아에 관한 기사. 의외였다. 유명인들도 인터넷 기사를 보는구나.
“인터넷 기사네요?”
“그거 말고 아래에요.”
“아래요?”
이지아가 손가락을 위로 쭉 밀었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보였다. 호기심에 읽던 내 눈이 당황으로 흔들렀다.
이지아 잠수탄 게 아니라 직업 전향한 거 아님? 성매매 쪽으로ㅋ
고등학교 동창인데 얘 학창 시절 때 장난 아니었음
봐라 얘는 탑랭커 클래스가 아니라니까 이지아 옹호하던 새끼들 다 어디 갔냐
그 밑으로 잘리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 수위의 욕설들이 적혀있었다. 여태까지 보고 있던 게 악플들인 모양이었다.
“…….”
말문이 턱 막혔다.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이지아는 커피를 마셨다. 어딘가 달관한 얼굴이었다.
“웃기지 않아요? 사람들은 공략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게 아니라 즐거워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지아의 말을 듣고 눈치챘다. 그녀가 갑자기 잠수를 탄 건 공략 실패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악플들 때문이란 것을.
“계속 안 좋은 생각만 들었었는데…….”
이지아가 빙긋 웃었다.
“갑자기 마음이 아주 편해지네요.”
이지아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그녀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이지아는 의외로 내 또래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 * *
이지아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헌터였다. 그런 그녀는 어릴 때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지아는 천성적으로 연예인 스타일은 아니었다. 남들 눈치 보기 급급한 소시민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유망주부터 정상급 헌터가 되기까지. 이지아는 온갖 악플들에 집착했다. 신경을 안 쓰면 되건만 성격상 말처럼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부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겼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악플의 개수만큼 손목의 자상이 늘어났다.
그리고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드디어 폭발해버렸다. 이지아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녀는 자살을 결심했다. 그러던 때 이지아가 카페 바스타드를 찾은 것은 정말 우연찮은 일이었다.
‘죽기 전에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 아주 보잘것없는 사소한 일상이 그녀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그리고 이지아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 감정의 기복이 잔잔해지는 것을 느꼈다.
신기한 일이었다.
지난 이십 년간의 걱정과 불안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자살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이지아가 시계를 봤다. 벌써 새벽이었다. 눈앞의 카페 직원, 김현우라는 남자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길게 붙잡고 있었죠?”
이지아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처음에는 초롱초롱했던 김현우의 눈가도 퀭하니 거뭇거뭇해졌다.
김현우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뭘요, 연예인 만난 기분이라 저도 재밌었는데요.”
이지아는 김현우와 함께 카페를 나왔다. 김현우가 물었다.
“어디 가세요?”
“집이요.”
“방황은 끝나셨나 보네요.”
이지아는 김현우의 말에 피식 웃었다. 방황이란 말이 어째 우스웠던 탓이다.
“지금이라도 정리해야죠. 책임감 있게.”
카페에서 한바탕 눈물을 흘린 이후.
이지아는 본인이 생각해도 어딘가 활력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변한 거 같다고 생각했다.
“뉴스에 이지아 씨 복귀했단 소식 나오면 자랑해도 돼요?”
이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물었다.
“뭘 자랑하시게요?”
“S급 헌터를 집에 돌려보낸 게 저라고요.”
김현우의 뻔뻔한 말에 이지아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나중에 자서전이라도 쓰게 되면 이름 넣어드릴까요?”
“저야 좋죠! 멋있고 잘생긴 사람이었다고 꼭 적어주세요.”
김현우는 이지아와 악수를 하고는 미련 없이 떠났다. 이지아도 김현우와는 반대 방향으로 홀가분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협회장한테 먼저 전화하자. 잠수탄 거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지. 아, 맞다. 어비스 공략대한테도 연락해야지. 걱정 많았을 텐데.’
이지아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사건을 뒷수습하고 걱정한 사람들에게 연락할 것이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미래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변화였다.
그리고 변화는 다시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한 걸음, 두 걸음.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세 걸음, 네 걸음.
잡생각이 났다.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기사들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거기에 댓글들도 달렸겠지.
다섯 걸음.
결국 이지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엄지손톱에서 굵은 핏줄기가 주륵 흘러내렸다.
어느새 이지아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으득. 으드득.
그녀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퀭한 눈동자로 악플들을 읽어내려갔다.
아까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생기 넘치던 얼굴이 다시 초췌하게 변했다.
이지아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의 악플에 집중했다. 또다시 머릿속을 극단적인 생각들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지아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내가 문제인 거야?”
“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 * *
점심까지 냅다 퍼질러 자다 일어난 나는 뉴스부터 틀었다.
랭커 이지아가 갑자기 사라진 원인은?
비밀단체의 음모?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와 떠들었다. 대부분 개소리였다. 뉴스 꼴을 보아하니 이지아는 아직 돌아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바로 복귀할 줄 알았는데?
뭐, 헤어질 때 얼굴도 좋아 보였으니 때 되면 알아서 하겠지.
이지아에 대한 생각은 털어내고 당초의 계획대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내가 버는 알바비는 전부 훈련장 대여비, 트레이너 PT 비용으로 쓰였다.
“현우 씨 오셨네요…?”
훈련장에 도착하니 전담 트레이너가 어정쩡하게 인사했다.
“넵. 안녕하세요. 강훈 씨. 바로 시작하죠.”
트레이너는 현직 시절 C급 헌터였다. 나름 입소문을 탄 트레이너였는데, 가르치는 능력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양심적이었다.
그리고 그 양심적인 트레이너가 훈련이 끝나고 내게 말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현우 씨, 저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네?”
옷을 갈아입던 나는 그 자세 그대로 우뚝 멈춰 섰다.
잘 못 들었나? 뭔 말인지 이해가 안 가 트레이너를 쳐다보니 그가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했다.
“저는 못 가르치겠습니다. 남은 PT는 전부 환불해드릴 테니 다음부터는 나오지 마세요.”
제 말만 하고 떠나려는 트레이너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았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유는 말해주셔야죠.”
뭐지? 내가 진상이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데.
머뭇거리던 트레이너가 입을 열었다.
“현우 씨한테는 재능이 없습니다.”
“그야 각성 능력이 이따위니까 재능 없는 건 저도 알죠! 지금 그게 이유에요?”
“아니요, 각성 능력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트레이너는 헌터의 보편적인 이론에 대해 떠들었다.
“헌터의 각성 능력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헌터들이 무조건적으로 능력에 의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각성자들의 능력은 천차만별이었다. 원소를 다루는 능력부터 나처럼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능력까지.
둘 중 전투에 뭐가 더 도움이 되는지는 말해 입 아프다.
하지만 헌터들이 각성 능력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초창기 때뿐이었다. 시대는 변했다.
“정권 찌르기 하나만으로 랭커가 된 사람도 존재하고, 청소의 대가라는 희대의 쓰레기 능력으로 A급이 된 헌터도 있죠.”
청소의 대가.
청소를 잘하는 능력이다. 정말 그게 끝이었다. 본인의 말로는 걸레질만 해도 바닥이 광택제를 바른듯 반딱반딱하다고.
“각성의 의의는 초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넘는 것에 있습니다.”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결정적인 요인은 초능력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한계의 차이.
각성자는 훈련을 통해 일반인과 다르게 끝도 없이 강해질 수 있었다. 각성 능력은 부가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전투에 하등 도움 안 되는 능력을 가진 나도 헌터를 노리는 거였다.
“그런데, 현우 씨는 각성 능력 이전에 성장치가 너무 낮습니다.”
성장치. 다른 말로는 재능, 잠재력이라고도 표현한다.
“각성한 지 1년이 지나셨죠? 바로 절 찾아오셨고요.”
“…….”
“허투루 가르친 적은 없습니다. 현우 씨도 항상 최선을 다하셨죠. 그리고 1년의 결과물이 이겁니다.”
빈말로도 좋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한 달 전 수강한 교육생이 1년간 훈련한 날 뛰어넘었으니까.
“1년간 현우 씨가 얼마나 노력한 지 알기 때문에, 양심상 도저히 가르치지 못하겠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현우 씨의 인생에서 귀중한 시간이 헛된 희망 때문에 낭비되고 있다고요.”
미안해하는 것과 다르게 제법 말이 신랄한걸. 트레이너는 이 기회에 내게 헌터의 꿈을 포기시킬 계획인가보다.
“그러면!”
입을 열었다 뗐다, 입안이 꺼끌꺼끌했다. 무언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현직자로부터 꿈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잠깐의 기다림 끝에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환불은 할인가 기준인가요?”
심각한 얼굴로 내 대답을 기다리던 트레이너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현우 씨 답네요.”
나다운 게 뭔데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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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