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들이 내게 집착한다-29화 (29/112)

〈 29화 〉 한유정 (8)

* * *

이지혜가 방패로 괴물의 공격을 막았다. 손톱과 쇠가 부딪쳤다.

깡!

충격으로 몸이 뒤로 쭉 밀려났다. 방패를 든 손이 덜덜 떨린다. 벌써 열 마리째였다. 풀숲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이 침을 뚝뚝 흘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휘릭!

이지혜가 신경질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괴물의 머리가 뎅겅 잘려 나갔다. 힘을 잃은 몸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키에에에엑!

흥분한 괴물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웅크리고 있던 녀석들이 나무를 옮겨타며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퉤.”

이지혜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한 마리 한 마리는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칼로 쑤시면 죽는다. 여러 마리가 뭉쳐 있어서 성가셨지.

시험은 기준 점수만 따면 되는 절대 평가가 아니었다. 수험생들끼리 점수를 겨루는 경쟁전이다. 물론, 시험에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재능있는 유망주들 모두 그랬다. 자격시험은 최종 목적지가 아닌 관문에 불과했다. 길드의 지원으로 더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유망주로 불리는 것이다.

유망주들이 가장 집중하는 건 단 하나.

얼마나 높은 점수로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데뷔하는가.

그게 중요했다.

결국, 상위권은 유망주들끼리의 싸움이었다. 그곳에서 두각을 드러낼수록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게 된다. 그만큼 길드의 지원을 받아 빠른 성장을 한다. 처음 매겨진 순위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시간을 길게 끌 필요는 없었다. 주위에 남은 괴물은 열 마리 남짓.

이 정도까지 줄여놨으면 떼로 덤비더라도 충분했다.

이지혜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후웁!”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이지혜가 함성을 질렀다.

“덤벼라──!!”

숲이 쩌렁쩌렁 울렸다. 괴물들의 눈에서 이성이 사라진다.

“께에에에엑!!”

괴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마구 달려들었다. 이지혜가 방패를 크게 휘둘렀다. 모서리에 찍힌 머리가 터져나갔다.

콰직!

전투는 투박했다. 방패로 공격을 막고 검을 내찌른다. 그게 전부였다. 정석적인 전사의 전투. 이지혜는 차근차근 하나씩 처치하며 스코어를 쌓았다.

서걱!

마지막 괴물이 바닥에 쓰러졌다. 핏줄기가 솟구친다. 이지혜가 셔츠로 얼굴에 묻은 피와 땀을 훔쳤다. 시야 한구석에 창이 떠올랐다.

[SCORE: 0 ­> 152]

[18위]

18위. 이지혜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스타트가 좋았다. 초반에 살짝 밀리는 건 얼추 예상했다. 전사인 만큼 체력은 월등했다. 기록은 꾸준히 좁혀질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한유정은 몇 등일까.’

이지혜가 까득 이를 깨물었다. 각성한 지 한 달. 1년 차인 그녀를 완전히 짓이겨놨다.

‘신체 능력 강화겠지.’

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됐다. 육체를 단련하는 데는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신체를 강화 능력이라면 시간의 간극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초기 각성의 위력이 정도라면, 재능도 월등하다 못해 저 하늘 위에서 노는 수준이었다.

어쩌면, 이지아만큼.

“…시발.”

이지혜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열등감을 꾹 눌러 앉혔다. 아직은 터트릴 때가 아니다. 공격할 방법은 많았다.

한유정은 중학교 3학년 때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가 일 년간 어떻게 지냈을지, 충분히 짐작 갔다.

한유정은 얼마 안 가 주목받을 것이다. 경험이 미천해 이번 시험을 죽 쓰더라도 반드시 올라온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1년간의 공백은 대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지혜는 한유정과 중학교 동창이다. 살짝, 아주 살짝 조미료만 더 해주면 된다. 공백기 동안 몸을 굴렸다는, 그런 소문을. 거짓은 신빙성을 얻고 날아오를 게 분명했다.

이지혜가 비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먼 미래에 추락할 한유정을 상상했다. 속이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쿡쿡 쑤시던 볼의 아픔도 어느 사이에 가셨다.

철컥!

이지혜가 칼과 방패를 고쳐잡았다. 일단 지금은 시험에 집중할 때였다. 그녀가 풀숲을 헤치며 걸었다.

점수가 얼마 안 되는 몬스터는 피하고,

“키에에에엑!”

“뒤져!”

점수를 많이 주는 몬스터만 골라잡았다. 스코어는 빠르게 올라 10위권 안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이지혜는 거대한 괴수와 마주쳤다. 거북이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자이언트 터틀. 잡기는 힘들지만 점수 획득량이 무척 높았다.

전사의 공략 방법은 단 하나. 등껍질에 올라타 부서질 때까지 두들기는 것. 시간은 꽤 걸릴 것이다. 그래도 획득 점수를 생각하면 이득이다.

그녀가 호전적인 웃음을 지었다.

“잡으면 등수 하나 더 올리겠는데!”

이지혜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햇빛에 반사된 검이 번쩍 빛났다. 검과 등딱지가 부딪히려는 찰나였다.

쌔에에에엑─!

바람을 찢는 소리가 들렸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것 같기도, 거대한 포탄이 날아가는 것 같기도 했다. 굉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고개를 돌린 이지혜가 눈을 크게 떴다. 저 멀리, 검붉은 색의 유성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쌔에에에에에엑──!

“어어…?”

이지혜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콰드득!

거대한 빛줄기가 괴수를 관통했다. 등딱지가 박살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관성을 이기지 못한 거체가 나무들을 부수며 뒤로 튕겨 나갔다.

“으아아아!”

이지혜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녀가 헛구역질하며 고개를 들었다.

“뭐, 뭐야?!”

괴수의 시체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뿌연 먼지 속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데 묘하게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지척까지 다가왔을 때.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익숙한 얼굴이다.

이지혜가 경악하며 외쳤다.

“한유정?!”

한유정이 짜증스레 피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녀가 끈적한 눈빛으로 이지혜를 노려봤다.

“여깄었구나?”

“너, 너 뭐야! 방금 그거 어떻게 했어!”

이지혜가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넘실거리는 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입 찢어버린다고 했지.”

주저앉은 이지혜가 바닥을 기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울먹이며 외쳤다.

“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미친년아! 아까는 나한테 미안하다며?!”

한유정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이지혜가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

“너무 심하게 반응해서 미안하다고 니가 사과했었잖아! 사탕 주면서! 시험장까지 찾아와서 나한테 왜 지랄하는 건데?!”

한유정이 검지로 입꼬리를 꾹꾹 눌렀다. 그녀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화나니까.”

“뭐?”

“너가 아저씨한테 했던 말들이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짜증 나니까. 그런 이유면 안 돼?”

“이런 시발…….”

이지혜가 허탈하게 욕을 내뱉었다. 한유정이 그녀의 입안에다가 검지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갈고리에 걸린 물고기처럼 볼이 길게 늘어났다.

“어으어!”

이지혜의 눈동자에 공포가 깃들었다. 곧 이어질 한유정의 행동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입을 찢겠다는 말은 분명 허언이 아닐 것이다. 그녀가 몸을 덜덜 떨었다.

그때, 둘의 눈앞에 화면이 떠올랐다.

[warning!][warning!][warning!]

[필요 이상의 신체적 접촉이 감지됐습니다.]

[해당 수험생들은 행동을 멈추고 속히 시험을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본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할 시 규칙을 어긴 수험생에게 페널티가 가해집니다.]

현실감 없는 메시지창.

이곳이 가상현실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해줬다.

살의에 억눌려 떨던 이지혜가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가 한유정의 손가락을 퉤 뱉었다.

“하!”

이지혜가 조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기세등등해진 모습이었다.

“그래? 그럼 죽여봐! 어디 한번 입 찢어보라고!”

“…….”

“왜? 갑자기 못 하겠어? 건드렸다가 너 혼자 탈락하면 억울해 뒤지겠지?”

이지혜가 나뒹구는 무구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녀가 한유정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작게 속삭였다.

“시발년이.”

한유정이 가라앉은 눈으로 이지혜의 등을 응시했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입에 쏙 넣었다. 볼을 우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할까. 처치해봤자 재시험의 기회를 줄 뿐이다. 김현우가 난처해지겠지. 다음 시험은 반년 뒤다. 의미 없는 공백 기간이 생긴다.

─이런 건 미리 정해진 루트로 가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패턴들이 있어.

골똘히 고민하던 한유정이 김현우를 떠올리며 웃었다.

결국, 규칙을 지키면 된다.

그녀의 몸이 환영처럼 사르르 사라졌다.

*

매니저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데 그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한유정이요.”

한유정이 왜?

“이번 시험은 경험으로 도전하는 건가요?”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

나중에 시험장 가서 얼타지 말라고 한 번 경험시켜주는 것이다.

“합격할 생각으로 왔죠.”

당연하지만, 한유정이 떨어질 거라고는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매니저가 목덜미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아니, 재능도 충분해 보이던데 너무 마음이 급한 거 아닌가요? 반년만 기다리면 상위권으로도 충분히 합격할 텐데.”

“하하.”

커피를 쭉 들이켰다.

이 양반이 뭘 모르시네.

“유정이가 금메달 딸걸요.”

“네?”

“1등 한다구요. 우리 유정이가.”

내 장담을 들은 매니저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웃기지? 마음껏 웃어라.

그래도 좀 욱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걸로 도박이 가능하면 마음 같아서는 전 재산을 넣고 싶은데요.”

“그럼 현우 씨, 저하고 내기하실래요?”

“내기요?”

“네.”

양손을 비비며 물었다.

“얼마빵…?”

“눈빛이 확 돌아가시네. 서로 감정 상하지 말고 가볍게 하죠. 가볍게.”

“그럼 가볍게 20만 원 어때요?”

지갑을 꺼내던 매니저의 손이 움찔 떨렸다.

직장인한테 20만 원은 좀 컸나?

금액을 바꿀까 했는데, 매니저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1등까지는 뭐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니까, 조건 완화하죠. 한유정이 지혜보다 순위 높으면 제가 진 거로 해드리겠습니다. 콜?”

“콜! 좋습니다.”

매니저가 지갑에서 황색 지폐를 꺼내 테이블에 탁하고 내려놨다. 나도 그 위에 지폐를 겹쳐 올렸다.

이게 웬 떡이야? 공짜 고기 먹게 생겼네.

싱글벙글 웃으며 핸드폰으로 식당을 예약할까 하는데, 매니저가 헛기침하며 물었다.

“그런데, 한유정이요. 혹시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세요? 가족 관계라던가. 얼핏 봐도 현우 씨를 많이 따르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유정이가요? 저를요?”

그런가?

“유정이하고는 얼굴 본 지 얼마 안됐어요.”

“아이고. 그 성격이 천성이구나.”

내 대답에 매니저가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린다.

“전생에 나라 구했어요? 부러워 죽겠네. 누군 맡은 헌터마다 성격 지랄맞아서 죽을 둥 살 둥 하는데.”

“아, 이지혜….”

그래, 잠깐 봤는데도 성격 맞춰주기 피곤해 보이더라.

그런데 매니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다른 한 명이 더 문제에요. 지혜는 그래봤자 아직 유망주고 나이도 어려서 컨트롤이 되는데, 한쪽은 경력도 오래됐고 실력도 좋아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방법이 없거든요.”

매니저가 아련한 눈빛으로 커피를 홀짝인다.

그의 한탄에 이지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 번도 불편 불만한 적 없었지.

신입 매니저가 담당이면 답답한 게 많을 텐데.

“헌터들이 그래요. 각성하고 나면 보이는 세상이 달라 보이거든요. 거기에 재능까지 있으면, 주인공이 된 기분일 테고. 안 그러던 사람도 안하무인으로 바뀌고.”

“유정이는 안 그러던데요.”

이지아도.

둘 다 거들먹거리는 것과는 백만 광년쯤 떨어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부러워하는 거죠. 저하고 담당 바꿀래요?”

매니저의 농담에 웃음을 터트렸다.

시계를 확인했다. 3시 30분. 이제 슬슬 시험이 끝날 시간이다. 문자로 한유정에게 카페로 오라고 보냈다.

“그런데, 각성한지 얼마 안됐다면서 무슨 자신감이시래?”

“새끼 호랑이가 사마귀한테 지는거 봤습니까?”

“한유정이 새끼 호랑이라구요?”

“아뇨. 그건 그냥 비유고.”

“…?”

“유정이는 용이죠. 드래곤. 크와앙.”

매니저와 눈을 마주치며 서로 하하, 마른 웃음을 지었다.

자신감 넘치는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이긴다니까. 이 양반아.

*

이지혜가 씩씩거리며 풀숲을 걸었다.

[score: 397]

[19위]

처음보다도 등수가 더 내려가 있었다. 한유정과 입씨름하는 사이에 경쟁자들한테 따라잡힌 것이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시험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생각도 못 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옛날부터 도움 되는 꼴이 없네. 진짜.’

이지혜가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렸다. 그녀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몬스터를 찾았다.

키에에에에엑!

때마침 괴물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이지혜가 숨을 크게 들이키고는 외쳤다.

“덤벼라──!!”

함성에 나뭇잎이 흔들리며 우수수 떨어진다. 괴물들이 발작하며 달려들었다. 이지혜도 칼과 방패를 고쳐잡았다.

그녀가 몸을 웅크리고 곧 있을 충격에 대비했다.

께에에엑!

괴물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섬광이 그어졌다.

서걱!

괴물의 목이 잘렸다. 이지혜가 분리돼서 떨어지는 시체를 어벙한 얼굴로 쳐다봤다. 그녀가 한 게 아니었다. 이렇게 빨리 칼을 휘두를 수 없었다.

번쩍!

섬광이 연이어 그어진다. 가느다란 빛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괴물들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괴물들이 모조리 시체로 변해 쓰러졌다.

이지혜는 치밀어오르는 불안감을 가라앉혔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녀가 등 뒤를 돌아봤다. 한유정이 대거에 묻은 피를 털며 걸어오고 있었다.

“…너 뭐 하는 거야.”

“옛날에 RPG 게임을 한 적이 있어.”

한유정이 이지혜의 질문을 무시하며 혼잣말을 했다.

“슬라임 굴에서 도적으로 사냥을 하는데, 2차 전직까지 끝낸 마법사가 찾아왔어. 거기서 드랍 가능한 레어 장비가 있었거든.”

“…뭐?”

“사냥 중인 자리니까 가달라고 부탁했어. 그랬더니 마법사는 내 말을 무시하고 사냥하더라고. 하필이면 몰이 사냥에 특화된 마법사라 나는 꼼짝없이 사냥감들을 다 뺏겼었고.”

“뭔 개소리 하는 거야! 시발!”

“결국 내가 어떻게 했을 거 같아?”

한유정이 대거를 던졌다. 빠르게 날아간 대거가 이지혜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께엑!”

바닥을 기며 도망가던 괴물이 비명을 질렀다.

“아무것도 못 했어. 슬라임 굴에서만큼은 2차 전직한 마법사가 최고였으니까.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잡지 못하고 채널을 옮겼어야 했지.”

“….”

“근데, 내가 실수 하나 한 거 있지. 채널을 옮기기 전에 욕을 했거든. 그 마법사가 날 쫓아 오면서 사냥을 방해했고, 난 결국 울면서 컴퓨터를 끌 수밖에 없었어.”

이지혜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했다.

투명한 창이 허공에 떠오른다.

[score: 397]

[19­>20위]

점수는 그대로지만 순위는 떨어졌다. 다른 경쟁자들은 계속 사냥 중이었다. 멈춰있는 건 퇴보를 의미했다. 이지혜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러니까… 너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뭐 하는 거냐고?”

한유정이 허공을 바라봤다. 창이 떠오른다.

[score: 533­>731]

[11위­>7위]

한유정이 싱그럽게 웃으며 말했다.

“스틸.”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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