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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36화 (36/150)

〈 36화 〉 마족 군단장의 기습?

* * *

눈앞에서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마족 여성.

그녀가 나와 함께 일했었던 엘리사의 어머니이자,

원작에서 용사파티와 접전을 벌였던 일라이어스라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난 여러 의미에서 상당히 복잡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원작에선 그냥 엄청 유능한 마족 군단장 정도였는데...’

솔직히 일라이어스 때문에 YOUDIE를 상당히 여러 번 봐오면서, 난 자동적으로 그 붉은 갑주로 전신을 가리고 있는 존재의 정체가 당연히 우락부락한 외형의… 혹은 상당히 차가운 인상의 남성 마족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변조된 목소리부터가 남성에 가까웠던 것을 시작으로.

작중 일라이어스라는 존재의 묘사에는 여성적인 면모는 거의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피처럼 붉은 말을 탄 채, 거의 창과 같은 느낌이 드는 거대한 도끼를 어마어마한 기세로 휘두르던 그 무시무시하기 그지 없는 위용.

그리고, 처절하기 까지 했던 최후의 항전과.. 지반의 붕괴라는 우연히 발생한 탈출의 순간까지도 복수를 다짐하며 사라졌던 존재,

비록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지만, 그 인상적인 붉은 기사의 모습은 소위 말하는 남자의 로망이라는 것을 물씬 자극했다.

나 역시 공략이 까다로웠다는 점과 별개로 그런 일라이어스의 모습에서 약간의 전율과 같은 감정을 느꼈던 상황.

그러나..

이처럼 나에게 남자의 로망을 느끼게 해주었던 존재가 무려 여자…

그것도 애 딸린 애 엄마였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나에게 묵직한 충격을 안겨 주고 있었다.

‘아니 앞서 마왕도 그렇고… 이번에 일라이어스도 그렇고. 이놈의 세계에는 이런 식으로 반전이 있는 녀석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데?”

그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의 결과 난 상당히 멍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으며.

그렇게 나를 향해서 그 마마… 아니 일라이어스는 또렷한 적대감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용사 네놈이 여기엔 뭐 하러 나타난 것이지? 제 아무리 네가 마왕님께 굴복했다 하지만 넌 엄연히 인간이지 않은가.”

비록 엘리사의 중재 덕분에 조금은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날을 세우고 있는 그녀의 모습.

이에 대해서, 난 짙은 혼란을 느끼면서도 일단은 이 어색하기 그지 없는 기분을 억누르며 최대한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은 뒤 대답을 했다.

“나 역시, 그 마왕님의 호출을 받고 이 자리에 참여했을 뿐이다. 네가 생각하는 수상한 이유는 없으니 안심 하도록.”

솔직한 심정으로는 진짜 당신이 일라이어스가 맞느니. 엘리사가 정말 네 딸이 맞느니 같은 것들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당장 그런 것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일단 눈앞에 있는 그녀의…

과거의 ‘게이머’로서, 그리고 현재의 ‘용사’로서, 나와 싸웠던 이 군단장의 의심을 풀어주고 최대한 유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공연한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마왕님 께서 말인가.”

“….”

나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반응을 보이며 슬쩍 엘리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일라이어스.

이에 대해서, 엘리사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 시켜 주었다.

“마왕님께서 그러셨다면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명심하도록, 제아무리 마왕님께서 네놈을 신용하신다 해도 난 계속해서 너를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내 앞을 지나친 뒤 복도를 따라 사라지는 일라이어스.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난 문득 내 옆에서 아쉬움이 담긴 표정으로 자신의 ‘마마’를 바라보고 있는 엘리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처음 임무를 함께 나갔을 때 엘리사도 비슷한 소리를 했었지? 이런 점에서 보면… 역시 그 어미에 그 딸이라는 걸까?’

지금이야 조금 유해지긴 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줄곧 나에게 경계심을 내보였던 엘리사.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당장 나를 보면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일라이어스도 언젠가는 조금 편안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직후에 살짝 늦게 떠오른 또 한가지 사실.

이에 대해서, 난 당시 상황과 별개로 일단은 옆에 있는 엘리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응? 뭐가 말인가?”

갑작스러운 나의 사과에 의문의 감정을 내보이는 엘리사.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난 진심을 담아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쨌든 과거에 난 너의 어머니를 죽일 뻔 했다. 당시에는 적이었다지만 지금은 일단 아군이 된 만큼, 그 점에 대해선 사과를 하고 싶다.”

“아…”

나의 말에 그제서야 그 의미를 인식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엘리사.

그러나, 의외로 이런 나의 사과에 대해서 그녀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런 사과라면 필요 없다.”

“어…어째서?”

생각 이상으로 너무나도 평온하게 대답을 하는 엘리사의 모습

이에 대해서 난 그녀가 화를 내는 것 이상으로 당혹감을 느꼈으며…

그런 나를 향해서 엘리사는 진지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 당시의 용사 넌 우리들의 적이었다, 우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어야만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는 존재. 그런 너의 입장에서 마마는 엄연히 쓰러뜨려야 하는 자였으며, 넌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뿐이다.”

“그야… 그렇지만.”

어린 소녀의 외모를 하고 있으면서도 똑 부러지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는 엘리사.

그 모습에서 약간의 귀여움을 느끼며, 난 일단 그녀의 말을 계속해서 경청하였다.

“물론, 그런 네가 갑자기 아군이 된 지금은 나도 마마도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군이기 때문에, 신뢰라는 것을 지녀야 하는 관계까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 적이었을 당시 너의 행동에 대해서 불만이나 원한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으음…”

생긴 것과는 달리 상당히 어른스러운… 그러면서도 친위대라는 높은 자리에 있는 만큼 상당히 초연하면서도 고고한 느낌을 안겨주는 엘리사의 말.

이에 대해서 난 자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그 말을 끝으로 우리들의 시선은 다시금 회의장이 있는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우리도 서둘러 가도록 하지. 마왕폐하와 다른 이들을 기다리게 해선 안되니까.”

“알았다.”

*

마왕성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대 회의장.

거대한 타원형의 탁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그 공간에는 나와 마왕, 그리고 4명이 친위대원들과 5명의 군단장들 중 3명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마왕폐하의 명에 따라 전략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주요 골자는 현재 우리 마왕국 내부에 들어와 있는 종족 연합군을 어떻게 몰아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마왕국의 재상 벨제뷰티의 말에 시선을 집중하는 마왕국의 간부들.

이어진 벨제뷰티의 말에는 내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내용들,

병참기지의 손실과 내분으로 인한 종족 연합의 약화에 대한 보다 상세한 사안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이야기가 끝난 직후,

우리들의 귓가에는 발성만으로도 우렁차다는 느낌이 드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은 기회라면, 지금 당장 진격을 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회의장 한쪽에서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한 남성 마족.

체구만 거의 3m에 달하고 온 몸은 두꺼운 근육으로 덥혀 있으며, 얼굴에는 수염이 수북하게 자라 있는.. 말 그대로 상 마초 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는 마족 전사는 타오르는 듯 한 진한 호전성을 발산하며 말을 하였다.

“소장 삼손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폐하 지금 즉시 저 더러운 종족 연합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도록 명을 내려 주십시오!”

“소장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저들은 굶주림과 내분으로 지치고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적들을 몰아낼 적기라 판단됩니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즉각적으로 전투를 실행할 것을 종용하는 두 명의 군단장들.

그들의 호전적이면서 열정이 느껴지는 발언을 들으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전투에 대한 열의로 인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소장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말을 가로 막는 차분하면서도 또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마치 찬 물을 끼얹는 듯한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은 그대로 그쪽으로…

일라이어스 에게로 쏠리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자신이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저 역시, 가능한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선 동의하는 바 입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지치고 굶주린 적이라 해도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무언가 수를 생각해 두었을 터. 약간의 여유를 두고 보다 치밀한 작전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신중론을 펴는 일라이어스. 이에 대해서 당장이라도 군마를 몰고 달려나갈 기세를 보이고 군단장, 삼손은 애가 타는 듯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일라이어스! 그렇게 뜸을 들이다가 호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허약해진 적들을 상대하는데 우리 마왕국의 용맹스러운 전사들이 당할 리가 없지 않은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신중함을 잃지 못하면 오히려 패배의 고배를 마실 수도 있는 법입니다.”

“하! 그래서, 그렇게 잘나신 분이 용사파티를 막지 못하고 꼴사납게 패퇴하신 건가? 아무리 폐하께서 용서를 해주셨다 하지만 자네가 패전지장이라는 걸 잊지는 않았겠지?”

“그때랑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만?”

삼손의 말에 살짝 이마에 핏대가 솟는 일라이어스의 모습.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실상 또다른 당사자인 나는 솔직히 삼손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을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원작에서 단순히 힘만 강한 것이 아니라, 교묘한 계략을 써서 용사파티를 뿔뿔이 흩어놓고 각종 함정을 사용해 각계격파를 시도하는 용의주도한 모습까지 보였던 일라이어스.

만약 용사파티는 개개인의 역량이 조금만 더 약했다면, 혹은 용사의 전투력이 워낙 압도적이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들은 일라이어스의 계략에 휘말려 역으로 당해버렸을 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이런걸 모르고 떠드는 인간들이 꼭 있지, 특히 저렇게 힘만 세고 무식한 것들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난 일단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유일한 인간 이자, 사실상 신참으로서 조용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 자리에 그 용사가 있으니 묻고 싶군, 용사여. 그대의 생각은 어떻지? 지금 상황에서 저 허약한 인간들을 상대로 우리가 패배할 이유가 있다 보는가?”

‘엥?’

갑작스럽게 나를 향해 화살을 돌리는 삼손.

이에 난 마치 기습이라도 당한 기분을 맛보며 회의장 안에있는 이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모이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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