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51화 (51/150)

〈 51화 〉 완벽이라 여겨지는 사랑의 형태

* * *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말해보거라.”

용사의 말에 짐짓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마왕.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일전에 벨제뷰티가 이야기 했던 것들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눈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원하는 대로 그를 유혹하여, 이를 통해 이 강인한 자의 몸과 마음을 완벽하게 자신의 포로로 만드는 것.

비록 이익을 위해서 한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이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것에 대한 거리낌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에 남아 있었으며, 이는 그녀로 하여금 약간의 주저함 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금까지의 전적을 통해 용사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된 만큼, 마왕은 자신이 이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용사가 원하는 것을 내어 줄 준비를 하는 마왕.

그런 그녀를 향해서,

용사는 진지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마왕 폐하, 혹 지금부터 소신이 질문에 거짓 없이 대답해 주실 것을 요단의 강에 걸고 맹세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질문?”

생각했던 것과는 무언가 사뭇 다른 요청을 하는 용사.

그녀가 예상했던 애정의 표현들이 아닌,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요단의 강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 진실을 말해 달라는 그의 말.

이에 마왕은, 자동적으로 짙은 의문의 감정을 느끼면서 일단은 그의 요청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것이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그리 해주겠다.”

어떠한 물음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선언을 한 입장에서 이를 거절할 수는 없는 일.

그렇게, 마왕은 사실상 용사의 질문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는 않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감사합니다 폐하. 허면… 폐하께 감히 여쭙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대로 마왕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용사.

요단의 강을 언급할 때부터 느껴져 왔던 무언가 굳건한 의지에 마왕은 약간의 긴장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마왕을 향해서.

용사는 진지함과 간절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질문을 하였다.

“폐하께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소신을… 엘런 세이비어라는 이름을 지닌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

생각지도 못한,

동시에 그녀의 속마음을 크게 뒤흔드는 듯 한 용사의 물음.

이에 마왕은 한 순간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을 지은 채 어떤 답변을 해야 할 지 망설이기 시작했다.

요단의 강에 서약을 한 이상 거짓을 말 할 수는 없다.

그러한 대단한 서약을 걸고 이런 질문을 하는 용사의 행동은 얼핏 이해하기 힘든 것일 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순간.

마왕은 알 수 있었다.

이 질문 안에 담겨 있는, 현재 용사의 속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말이다.

‘용사가 이 상황에서 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역시 아직 용사파티에게서 받은 상처의 영향이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

한 번 마음에 상처를 입은 자는 다시금 누군가를 믿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마왕은 이 순간 자신에게 ‘호의’를 받는 것에 용사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의 마음 속에서 자라고 있는 믿음이라는 싹이 또다시 짓밟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는 마치 학대를 받던 강아지는 앞에서 누군가가 손을 올릴 경우 반사적으로 몸을 떠는 것과 같은 원리라 할 수 있으리라.

그 사실에 다시 한번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마왕은 순수한 호의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용사의 이런 가여운 모습에, 다시 한 번 연민의 감정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의 이러한 모습에서,

과거의 그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조심스럽게, 이 순간 자신이 답해야 할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비록 국익을 위해서 라는 요소가 껴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여운 남자를 향한 그녀의 공감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러한 진심을 담아서 이 남자에게 위로의 말을 해 줄 수 있다면,

이는 요단의 강의 규율에 어긋나지 않는 답변이 될 수 있을 터.

그렇게,

마왕은 사랑을 받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아기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느낌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용사를 향해 따스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짐의 표현이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묘사를 하자면.”

그 말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살짝 얼굴을 붉히기 시작한 마왕.

과거에도 어디에 선가 경험한 듯 한 감정을 느끼면서,

마왕은 그대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용사를 보며 말했다.

“소중한 사람… 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

나의 눈 앞에서 나와 손을 맞잡고 있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의 마음속은 한 순간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짙은 욕망에 사로 잡혔었다.

지금까지 내가 봐온 그 어떠한 여인보다도 아름답기 그지 없는 모습을 지니고 있는 마왕.

이 순간,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난 정말로 그녀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의 입술을 빼앗고 몸을 탐닉하며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육욕을 그녀의 안에 쏟아 넣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것이 일전에 그녀와 나 사이에 있었던 거래였으며,

이 순간 거래 조건을 완벽하게 이행한 나에게는,

이것을 요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난 한 순간 인식하게 된 중대한 사실로 인해 흥분에서 벗어나 약간의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나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떨림 이라는 감각.

무언가 거리낌이 있는 듯, 미세하게 떨고 있는 마왕의 손.

그 안에는 비록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감추어지지 못하고 있는 주저함 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꺼려.. 하고 있어? 마왕이.. 지금… 이 상황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는 그저 단순한 긴장으로 인해 생겨나는 가벼운 떨림 같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이런 꺼림찍한 감정을 느낀 이 순간,

난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 순간, 나의 손을 잡고 있는 그녀의 본심은 과연 어떠한 것인지 말이다.

‘지금까지 마왕은 얼핏 나에게 애정을 표하는 듯 했지만… 과연 그것이 마왕의 본심일까?’

한 쌍의 남녀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쌓아 간다.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일을 경험하고, 때로는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끝내 이를 이겨내고,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상대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며 마지막에 가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서 하나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간다.

순애.

순수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랑.

깨끗하면서도 단순한 물과 같이, 어떻게 보면 흔하디 흔하다 여겨질 수 도 있는 사랑의 방식.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순수함을 동경하는 것으로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완벽이라 여겨지는 사랑의 형태이자,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사랑의 모습.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의 마음 속에는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이 사랑이 과연 순애라 할 수 있는 것 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현재 마왕을 향한 나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나 스스로도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는 그녀를 향한 애정.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싶은 이 마음은 분명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마음과 별개로, 난 한가지 사실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현재 내 눈앞에 있는 그녀의 진심은 어떠한 지에 대해서.

마왕에게 있어서, 지금의 이 상황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쩌면 마왕은 날 싫어하고 있지만, 그래도 군주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선 다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상대라면 설령 마음 속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터.

그 결과.

난 혹 마왕이 싫어하고 있는 일을 단순히 계약이라는 조건 때문에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다.

‘아무리 계약이 있다고 하지만… 여자가 싫어하는 일을 내 욕심 때문에 억지로 밀어 붙일 수는 없어.’

다른 것도 아니고 남녀간의 정을 나누는 일이었다.

애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것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사실상 강간이나 다름 없는 일.

그 결과.

이러한 사실과 관련하여 난 내 눈앞에 있는 마왕에게 솔직한 답변을 질문을…

나에 대한 그녀의 호감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요단의 강이라는 이 세계의 서약의 의미가 담겨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마왕은 나에게 살짝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해주었다.

‘소중한 사람’ 이라는…

나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불안의 감정을 덜어주는 듯한 발언을 말이다.

*

스스로가 말을 하면서도 어쩐지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답변.

이에 마왕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을 맛보면서,

최대한 이를 억누르기 위해 애쓰며 눈 앞에 있는 용사에게 말했다.

“그… 그대가 원하는 것은 이 질문으로 끝인가? 물론 요단의 강이 걸려 있는 질문을 짐에게 한 것은 제법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대의 공적에 보답을 해주려면 아직 멀었다.”

아무리 그래도 역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안겨 준 용사에게 답변 하나를 해준 것으로 퉁칠 수는 없는 법.

그렇게 마왕은 다시금 차분함을 되찾으며, 눈 앞에 있는 용사에게 말했다.

“자, 어서 그대가 원하는 것을 말 해 보도록 하라. 짐이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 주마.”

군주로서의 위엄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마왕.

그녀의 이런 말에 용사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무언가 주저하는 듯 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결심을 한 듯 한용사의 입에서 나온 말.

그것은…

“폐하, 저와… 연인부터 시작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