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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62화 (62/150)

〈 62화 〉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어...

* * *

“허어어억… 허어어억…”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아멜다.

이 순간, 이미 그녀의 손끝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마족들의 검은 마력에 침식된 육체는 더 이상 정상적인 마법의 사용이 불가능 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동시에, 온 몸을 파먹는 듯이 느껴지는 또렷하기 그지 없는 고통은 지금 이 순간 도 끊임없이 그녀의 마음을 충돌질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일 것을.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두고 이제 그만 평온함을 찾을 것을 말이다.

그러나,

이 순간.

그러한 강렬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아멜다는 지금도 끊임 없이 그녀의 몸을 집어 삼키려는 이 끔찍하기 그지 없는 기운을 억누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난… 굴복하지… 않아... 절…대로… 그런 것 따위… 다크엘프 따위… 될까 보냐…’

설령 이대로 온몸이 갈갈이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타락만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아멜다.

그렇게 마음 속에서 요동치고 있는 끔찍한 감각을 최대한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아멜다는 힘겹게 두 손을 모으며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부디 자신이 마지막까지 버텨낼 수 있기를..

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엘프로서의 정조를 잃지 않을 수 있기를.

아멜다는 신에게…

그리고 저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용사에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였다.

그때…

­끼이이이익

“!”

다음 순간,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문이 열리는 소리.

이에 아멜다는, 다시금 그 추악하고 끔찍하기 그지 없는 마족 엘리사가 그녀를 타락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큭… 쓸데없는 짓은 이제 그만하는 게 좋을 거다. 난 엘프 교국의 성기사 아멜다… 너 까짓 마족 따위에게 굴복할 내가 아니야!”

온몸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으며, 정신 또한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아멜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멜다는 방안으로 들어온 대상이 엘리사가 아닌,

처음 보는 누군가 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검은 갑주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마족 전사.

거대한 대검을 든 채 한눈에 봐도 느낄 수 있는 불길한 기운을 방출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아멜다는 혹 그 더러운 마족년이 드디어 자신을 타락시키려는 것을 포기한게 아닐까 하는 희망을 지니기 시작했다.

‘결국 이렇게 날 죽이기로 작정한 것인가? 그렇다면 잘 되었어… 어차피 더 이상 살아있을 이유도 없는 몸. 이대로 고귀한 엘프 전사로서 깨끗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렇게 속죄와 더불어 최소한의 명예는 지킨 채 죽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아멜다.

그때…

“호오, 정말이네? 진짜로 아멜다잖아?”

“!”

다음 순간.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아멜다의 얼굴은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갑주 차림의 마족 전사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은…

그녀가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바로 그 사람의 목소리였다.

꿈에서도 그리워해왔으나, 지금의 이 상황을 고려하면 절대로 반갑게 느낄 수 없는 그 목소리.

그 사실에 대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멜다는 자동적으로 온 몸이 떨려 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이 목소리는? 서… 설마? 아… 아니… 아니야… 그럴.. 그럴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

뒤통수를 강타하는 충격에 사로잡힌 채 현실을 부정하려 드는 아멜다.

그러나, 이 순간…

그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멜다의 머릿속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또렷한 진실이 빠르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 그 동안 잘 지냈어?”

다시 한번 그녀의 귓가를 후려치는,

싸늘한 한기가 담겨 있는 그 사람의 인사.

이에 아멜다는, 끔찍하기 그지 없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대로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직후…

그녀의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투구를 벗는 남성의 모습.

그 장면은,

아멜다에게 있어서.

마치 검으로 그녀의 두 눈을 후벼파는 것 같은 끔찍한 감각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요…용… 사님?”

마족들의 더러운 무구를 착용한 채 사악한 기운을 방출하고 있는 용사.

이 순간 그의 입가에 서려있는 차가운 미소에서는 더 이상 과거의 숭고한 의지 같은 것은 손톱만큼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용사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멜다는 억지로 목소리를 토해내면서 필사적으로 이를 부인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그럴 리가 없잖아. 분명 용사님을 그때 돌아가셨어! 마왕의 칼을 맞고 고귀한 죽음을 맞이하셨다고! 너… 넌 대체 정체가 뭐야! 네까짓 녀석이 거짓으로 모습을 꾸며낸다 해도 난 속지 않아!”

“하아…”

아멜다의 일갈에 그대로 짙은 한숨을 내쉬는 용사.

이어서 그는, 그대로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인 채 눈 앞에 있는 아멜다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유감이지만, 이건 거짓도 속임수도 아니야.”

“아..아니야.. 그럴..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입으로는 그렇게 떠들고 있어도… 이미 알고 있잖아? 내가 바로 용사라는 거.”

“아니야! 아니라고!!!”

눈가서 눈물을 쏟아내며 필사적으로 이를 부정하려 드는 아멜다.

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입으로는 부정을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으로는 이미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서서히 마족들의 마력에 먹혀가고 있는 아멜다.

그런 상황에 처해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눈 앞에 서 있는 타락한 용사의 모습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와 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배신의 결과.

용사는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 채, 그녀보다 한 발 앞서서 타락해 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나…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내가… 내가 용사님을 배신해서 이런?”

그렇게 그녀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더럽혀진 용사의 존재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아멜다는 마음 한구석에 유지되고 있던 무언가가 깨져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라는 존재가 감당할 수 없는 잔혹하기 그지 없는 사실.

이에…

안 그래도 아슬아슬하기 그지 없던 아멜다의 정신은 그대로 산산이 부숴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 아아…”

공허함과 슬픔, 그리고 진하디 진한 후회의 감정을 담은 단말마를 토해내는 아멜다.

그리고 그 직후…

진한 갈색으로 물들여져 있던 아멜다의 손끝의 피부는.

그대로 빠르게 그녀의 온 몸으로 펴져나가면서 그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강제로 억눌렸던 엘리사의 마력은 그대로 그녀의 몸을 빠르게 집어삼켜 갔으며,

이어서 그것은 아멜다의 몸과 마음을 철저하게 뒤틀어 가기 시작했다.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어… 더 이상… 나 같은 건 어떻게 되든…’

밑바닥을 알 수 없는 극도의 죄책감 속에서 엘프로서의 긍지도, 다크엘프에 대한 혐오감도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게 된 아멜다.

순백의 구름과 같이 반짝이고 있던 아멜다의 피부와 그녀의 마음은 그대로 바닥의 흙과 같이 검게 물들여졌다.

그리고 그 결과…

전 용사파티의 일원이자 고귀한 엘프 성기사였던 아멜다라는 존재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그저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칼을 지니고 있는… 한 명의 다크엘프 여인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변이가 끝난 직후.

한때 아멜다라 불렸던 그 다크엘프 여성은.

그대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어느 틈엔가 용사의 뒤쪽에서 앞으로 걸어 나와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그녀의 주인을 향해서.

엘리사를 향해서,

그대로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위대하신 저의 주인 엘리사님… 부디 소녀의 보잘것없는 충성을 받아주시옵소서.”

*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다크엘프가 되어버린 전 용사파티의 엘프 성기사 아멜다.

그녀의 이런 모습을 지켜 보면서,

난 일전에 테라를 개로 만들 때와 비슷한 후련함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꼴 좋네. 설마 쓸데없이 콧대만 높던 년이 이렇게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입으로는 늘 고귀한 엘프를 운운해 왔으나 결국 토라레의 개가 되어 용사의 뒤통수를 후려 갈긴 배신자 아멜다.

본래라면 제법 시간을 들여서야 마주하게 될 것이라 여겼던 존재였으나, 그녀는 이처럼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자신의 업보를 받게 되었다.

그것도… 그녀 스스로가 가장 치욕스럽게 여겨왔던 다크엘프가 되는 것으로서 말이다.

엘프가 마족의 노예로 타락한 존재인 다크엘프.

원작의 내용에 따르면 다크엘프가 된 엘프는 비록 과거의 기억은 온전히 지니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을 ‘만들어낸’ 마족 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지니게 된다고 하였다.

설령 그 대상이 불과 수 시간 전까지만 해도 칼을 겨눈 채 죽이려 들었던 대상이라 해도, 일단 다크엘프화가 완성되고 나면 그걸로 영원한 노예 확정.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난 지금 이 순간 엘리사의 앞에서 엎드려 있는 아멜다를 통해 아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뭐라고 할까… 역시 기분은 통쾌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조금 신기하군요. 설마 그 자존심 강한 아멜다가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다크엘프란 원래 이런 것이다. 어느 정도 지능도 있고 자유 의사도 있지만 주인의 명령에는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존재. 그런 점에서 믿을 수 있는 노예로서는 제법 쓸만한 녀석들이라 할 수 있지.”

현재 엘리사의 명령에 따라 말 그대로 그녀의 발을 핥고 있는 다크엘프 아멜다.

언 듯 보면 그 모습은 지금도 마왕성 구석에서 내 방을 지키는 개 노릇을 하고 있는 테라와 비슷한 면모가 있었으나 테라와 지금의 이 경우에는 제법 큰 차이가 있었다.

오직 짐승의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며, 기본적으로 내면 어딘가에 간섬 불가능한 위치에서 의식이 살아 있는 테라.

그녀와는 달리, 이 순간 아멜다의 경우는 온전히 그녀의 정신과 그녀의 의지대로 엘리사의 발을 핥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테라에 비해선 그래도 진심으로 ‘행복’이란 것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은 나은 처치라 볼 수도 있는 상황.

어쨌든 그렇게, 내가 주인의 명령에 완전하게 복종하는 그녀의 이 개 같은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였다.

“저기.. 용사? 그래서 어떤가?... 나의 이 선물은… 마음에 드는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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