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85화 (85/150)

〈 85화 〉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치열한 대결?

* * *

어찌어찌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금 중단되었던 대결을 시작하게 된 마왕과 용사.

그러나 이 순간, 두 사람은 여기까지 오면서 손을 잡고 온 여파인지 아무래도 진지하게 대결에 임하기가 여러모로 껄끄러웠다.

‘제길… 아무리 시합이라지만 기분이 영 이상하잖아… 애인에게 전력을 다해서 검을 휘두르라니. 그것도 방금 전까지 손을 잡고 있었던 사람에게 그런건…’

‘어째서인가… 이 기분은 영 마음에 걸리는 구나. 분명 짐은 용사와 한번 정식으로 검을 맞대보고 싶어 이 자리에 참여한 것이거늘… 대체 왜 이제 와서 이런 주저함을 느끼는 것인가.’

지금 이 순간도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금 방금 전과 같이 손을 꼭 잡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대결을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 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이제와 대결을 중단하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

그 결과.

용사의 머릿속에는 자동적으로 한가지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긴 뭐… 솔직히 이쯤 했으면 됐잖아? 친위대중 한 명을 가볍게 꺾는 것으로 충분히 강함을 보여주었다 할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마왕님이라면 분명 별 무리 없이 우승을 차지하실 테니까.’

어차피 대외적으로 자신이 마왕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썩 좋지만은 않았다.

당장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벨제뷰티가 용사를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만으로 알 수 있는 사살.

그 결과, 용사는 이 순간 적당히 마왕을 상대하다 지는 것으로 생각을 굳혔고…

이는, 마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용사가 우승을 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 짐이 나르실에 욕심을 낼 이유도 없는 만큼 여기서 굳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겠구나.’

그렇게 대충 상대방에게 져주자는 것으로 결말을 지은 두 사람.

그리고 그 결과…

­깡!!!!!

대결이 시작됨과 동시에 적당히 힘을 담은 채 그대로 검을 맞부딛힌 두 사람.

그러나 그 순간.

무의 극한까지 단련되어 있는 두 사람은 단번에 인지할 수 있었다.

‘!.. 이… 이건…’

‘마왕님… 설마?’

검을 마주댄 그 순간 인식할 수 있었던 사실.

그것은… 지금 상대방의 검에는 전의나 승부욕 같은 감정이 아닌, 상대를 공격하고 싶지 않다는 명확한 의지가 느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두 사람의 근본적인 전투력이 워낙 엄청났던 지라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만으로 마력의 충격파가 느껴질 정도로 강력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는 별개로.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은 상대방의 이런 ‘마음’이 담긴 검격을 통해 한가지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니라 마왕님도…’

‘역시 마찬가지였단 말인가… 용사. 그대도…’

겉보기엔 검을 마주한 채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 순간 투구로 가려진 얼굴을 붉히며 진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마음 깊이 호감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려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이 이어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적당히 균형을 유지한 채 거의 완벽하게 정지된 상태를 보이고 있는 두 사람의 검.

그 속에서 전달되는 상대방의 힘은, 그 자체만으로 달콤한 사랑의 표현과 같은 감각을 안겨주고 있었다.

‘뭔가… 이 느낌은… 검을 맞대고 있을 뿐임에도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 있다니…’

‘전사들 간에 전투를 벌일 때면 영혼의 교감을 느끼게 된다더니… 어쩌면 그것하고도 연관이 있을 지도.’

그렇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두 사람.

이에 그들은 약 10여분 동안 힘겨루기라 쓰고 꽁냥꽁냥한 스킨쉽이라 부를 수 있는 행동을 이어 나갔으며…

그렇게 약 10여분 간 ‘전사간의 자존심이 걸린 팽팽한 힘과 힘의 결전’을 이어간 두 사람을 보면서 관중들은 자동적으로 손에 땀을 쥐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엄청난 기백이군요… 설마 이정도 힘을 발산하면서 10분 이상 버티고 있다니…”

“그 사천왕의 일각인 냐단조차 이긴 용사다. 거기다 상대하는 쪽의 힘이 비등하다면 이 정도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경기장 한쪽에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는 두 명의 군단장.

일라이어스와 삼손.

그들은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게 이어지는 두 강자의 격돌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순히 두 사람의 힘의 충돌에 대한 감상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마족들과는 달리 좀 더 상황을 심도 있게 볼 수 있는 시선을 지니고 있는 두 사람.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 경기장 안에 있는 수많은 이들 중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담겨 있었다.

“무장과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저만한 힘을 지니고 있는 강자라면 역시 그분이겠지요?”

“그분 이외엔 생각할 수 없겠지. 우리들 조차 무리라 여겨지는 일을 우습게 할 수 있는 실력자는 이 마왕국에 단 한 분 뿐이니까.”

“나 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이런 장난을 치실 줄은.”

삼속의 확인이 담긴 말을 들은 직후, 그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고개를 젓는 일라이어스.

그런 그녀를 향해 삼손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단순한 장난으로 볼 수는 없는 일이겠지. 저래 보여도 그분 또한 한 나라의 군주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전사이시다.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천성이 아니겠느냐.”

“…뭐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하는 게 정답이겠지요…하지만 솔직히 전 걱정입니다. 저분의 몸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 말이지요.”

“그런걸 과보호 라고 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어릴 때부터 폐ㅎ… 음음… 그분을 봐왔다 하지만 넌 언제나 걱정이 너무 심하다. 냉정히 말해서 그분의 실력은 이제 너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르지 않았는가.”

“하아…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삼손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여전히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눈 앞에 보이는 치열한 대결을 주시하는 일라이어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삼손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뭐… 개인 적으로는 그대의 그런 점을 제법 좋아하고 있지만 말이지. 세간에선 그런 걸 자상함 이라고도 부르니까.’

*

마왕과 이어진 힘겨루기를 빙자한 교감의 시간.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달콤하게 느껴지는 이 시간에 대해 난 할 수 있다면 이것을 쭉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나갔다.

실제로 이에 응하듯 마왕 역시 시간이 흐르는 내내 힘 조절을 해주고 있는 만큼, 난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것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그래서 결국은 이 대결이 어떻게 끝나는 것이냐’ 하는 부분은 약간 미궁으로 빠진 감이 있었지만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것을 끝으로 생각하는 것을 멈춘 상황.

그렇게, 승부는 완전히 뒷전으로 미룬 채 나와 그녀가 무기를 맞댄 겨루기를 이어나가고 있던 그때였다.

­카득!

“응?”

“어?”

한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귓가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

이에 나와 마왕은 순간적으로 약간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일단은 여기서 잠시 행동을 중단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쨍그랑!!!

“앗!...”

“아….”

갑작스럽게 발생한 예상치 못한 사태.

그것은 마왕이 들고 있던 검이 그대로 허망하게 깨져버린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생각지 못한 사태에 난 그대로 당혹감을 내보였으나, 이내 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었다.

현재 내가 들고 있는 이 검은 마왕이 나에게 선물해준 바로 그 명검이었다.

어지간한 강철조차 두부 썰듯 갈라버릴 수 있으며, 나의 어마어마한 마력을 담아도 끄떡 없을 정도의 강도 또한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대검이라는 무기의 특성상 내구도가 잘 달지도 않는 것은 덤.

반면, 이런 대검을 상대하고 있던 마왕의 무기는 그리 대단한 명검이 아닌 지극히 단순한 철검에 지나지 않았다.

위장을 하고 있는 몸으로서 지금의 마왕은 평소 사용하던 최강의 무구가 아닌 비교적 저렴한 장비들로 무장을 해야 했던 만큼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어느 정도 봐주고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일반인들을 아득히 뛰어 넘는 힘을 지니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의 공격을 사이에서 받은 철검이 오래 버틸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승자는 검은 용사!”­

그렇게, 생각했던 것 보다 진한 아쉬움을 남기면서 끝나버린 나와 마왕의 대결.

그러나 그 직후,

마왕은 경기장에서 내려가면서 나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혹 괜찮다면… 추후에 또 하자꾸나…”

“!... 아…네. 알…겠습니다.”

“후훗…”

그렇게 작은 웃음소리를 끝으로 마왕은 경기장을 빠져 나갔고, 그녀의 이런 뒷모습을 보면서 난 잠시 얼굴을 붉힌 채 멍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방금 전 대결에서 패배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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