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반드시 당신을 구해내고 말겠습니다!
* * *
세상이 뒤집히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말.
그녀는 본래 이 말을 믿지 않았으나, 지금 그녀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엔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없었다.
일주일간 이어진 출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대신관 에일린.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평소의 침착함이나 돌아 왔다는 안도감 따위는 일절 지니지 않은 채 그대로 다급하게 집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출장을 떠난 사이에 테베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마족들의 습격.
그 여파로 인해 이곳 테베의 물자를 저장하던 창고 구역은 완벽하게 잿더미가 되었으며 동시에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이곳 테베에서 지금까지 사랑하는 토라레와 함께 부족함이 없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 왔던 에일린의 입장에서 이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소식.
그렇게, 혹여 이 일에 휘말린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았을까 하는 우려에 사로잡힌 채 에일린은 한시라도 빨리 그 남자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을 밀치며 마침내 집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그 직후…
“!....아….아아…”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장면에 에일린은 그대로 절망의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깔끔하게 불에 탄 채 완벽하게 사라져 버린 그녀의 보금자리의 모습이었다.
벽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 버렸으며 불에 타고 부숴진 가구들 중에서 멀쩡해 보이는 것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동시에 바닥에는 보이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피와 내장으로 여겨지는 것의 잔해들.
그 끔찍하기 그지 없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에일린의 머릿속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녀가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잔혹한 현실에 대한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그럴… 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입으로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을 부정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희망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에일린.
그러나, 이런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조사를 진행하면 진행 할수록 희망은커녕 오히려 더욱 냉혹하기 그지 없는 현실에 직면하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 일대의 다른 장소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는 그녀의 집.
거기다 바닥에 보이는 사체의 잔해들은 이곳에서 누군가가 죽임을 당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오기 전까지 이곳에 토라레 이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 왔을 리 없는 만큼 이 시체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터.
그렇게 거듭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절망 속에서 에일린은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감정과 함께 그대로 제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아아.. 토라레님… 토라레님…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당신에게 이런 불행한 일이…”
서로간에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의 허망하기 그지 없는 죽음.
그것이 안겨주는 참담하기 그지 없는 슬픔의 늪에 빠진 채, 에일린은 그대로 모든 희망과 의욕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그때…
“더러운 마족 녀석들… 대체 어디서 나타나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나도 몰라, 하지만 너도 봤잖아. 녀석들이 마법을 사용해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죽이거나 납치해 간 거.”
“응? 납치? 그런 사람도 있어?”
“아, 넌 모르고 있었나? 어제 밤 소동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긴 했지만 그 중에는 납치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해. 당장 나만해도 여기 있던 집주인이 잡혀가는 걸 똑똑히 보았는걸?”
“….!”
뒤쪽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잡담.
그러나, 이를 듣는 순간 에일린의 머릿속에는 자동적으로 불이 켜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납치… 당했다고? 토라레님이? 죽은 게 아니고?”
솔직히 전체적인 정황상 믿기는 힘들 이야기이긴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급하게 질문을 하였다.
“저… 저기. 방금 그말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네? 아… 네.”
대신관인 그녀의 물음에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면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주민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제 밤 이곳에 불아 오르던 때 마족인지 아닌지 모를 한 사람이 이곳의 집주인인 토라레를 어깨에 들쳐 맨 채 사라지는 것을 봤다는 것이었다.
“그… 그게 정말 입니까? 그… 그런 혹 괜찮다면 그 사람의 인상착의를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에일린의 간절한 부탁에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가며 대답을 해주는 사람들.
이에 대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은 채 질문을 시작했던 그녀의 얼굴에는 점차 진한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틀림 없어… 이자들의 말이 맞다 면 분명 잡혀간 사람은 토라레님 일거야. 아직 살아있어 살아 있다고!’
그렇게 잃어버렸던 희망을 다시 찾으며 진심으로 기뻐하기 시작하는 에일린.
그와 동시에, 그녀의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절망이라는 감정은 그대로 어떻게 해서든 토라레를… 마족들에게 사로잡혀간 그 사람을 되찾아 오고야 말겠다는 열망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이 더러운 마족 놈들… 설마 이런 식으로 또 나의 사랑을 방해할 줄은 몰랐어. 하지만 조그만 기다리라고 이 에일린님 께서 곧바로 응징을 가해 줄 테니까.’
그렇게 결정을 내린 직후 곧바로 신성력을 방출하기 시작하는 에일린.
이어서 그녀는 그대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현재 토라레가…
정확히는 이 일대에 존재하는 강력한 마력을 보유한 자를 탐지하기 시작했다.
’이정도 화력을 낼 정도면 분명 상대방은 만만치 않은 실력자. 그런 자를 찾는 일은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이어서 그녀의 감지망에 걸리기 시작한 강력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존재.
이곳에서부터 북쪽으로 이틀 거리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잠시 정지해 있는 그자의 기척을 인지하며 에일린은 그대로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좋아 찾았어… 다행히 이 정도면 그럭저럭 추적 할만해!’
그렇게 마법으로 상대방의 위치를 특정 지은 직후, 에일린은 그대로 ‘마족’이 머무르고 있는 그곳을 향해 이동을 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단신으로라도 최대한 빨리 움직이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족들의 수가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홀로 움직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
이에 에일린은 그녀의 직속 부하들과 상황을 조사하고 있던 병사들을 급하게 끌어 모아 최대한 빨리 토벌대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명목상으로는 이런 짓을 저지른 마족들에게 확실하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그러나 실제로 에일린의 입장에선 복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토라레를 안전하게 구출해 내기 위한 토벌대를 말이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토라레님… 이 에일린이 반드시.. 반드시 당신을 구해내고 말겠습니다!’
*
“으….으윽….”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천천히 눈을 뜨는 토라레.
그 직후, 그의 눈에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슈드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어났군… 토라레님.”
“웁!웁!웁!”
정신을 차린 그를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슈드.
이에 토라레는 그녀를 보면서 급하게 말을 하려 하였으나 이 순간 그는 도저히 자신이 원하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의 입에 단단히 물려 있는 제갈.
거기다 단순히 입뿐만이 아닌 팔다리까지 단단하게 묶여 있는 지금의 이 상황은,
토라레로 하여금 지금의 이 사태의 심각성을 한층 더 강하게 와 닿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얌전히 있으라고… 너무 심하게 날뛰지만 않으면 문제 없이 끝날 테니까.”
잔잔한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슈드.
이어서 그녀는 그대로 손에 들려 있는 마도서를 내려 놓은 뒤, 손 끝에 마력을 담은 채 천천히 토라레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너무 그렇게 날뛰지 말라고.이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감히 우리와의 약속을 깨고 그딴 여자랑 바람을 피워? 안돼 안돼 안돼 안돼…당연히 안되고 말고.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딴 일이 벌어져선 곤란해… 내가 다른 남자를 안는 한이 있어도 네 녀석은 그러면 안되지. 에일린 그년하고 공유하고 있는 것도 열불이 터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벌레가 꼬이는 건 용서 못해.”
광기가 서려있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슈드.
이 순간 안광이 사라진 채 반쯤 맛이 가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토라레는 태어난 이래 가장 극심하기 그지 없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 웁! 웁! 우우우웁!!!”
다음 순간, 토라레의 소중한 ‘그곳’에 마력이 담긴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슈드.
그 직후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격통에 토레레는 재갈이 입에 물려 있는 상태에서 거친 비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치 남성의 그곳을 생으로 불로 지지는 것 같은 끔찍하면서도 괴롭기 그지 없는 감각.
그 속에서 몸을 비트는 토라레를 바라보면서 슈드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때? 마법으로 만들어낸 정조대. 이걸로 토라레님은 나 이외에 다른 여자를 품에 안을 때마다 지금과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아 물론 고통과는 별개로 실제적으로 몸에 이상은 없지만 말이지. 이래보여도 난 상당히 자비로운 성격이라서 아무리 화가난다 해도 토라레님의 신변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웁!!!!!!우우우웁!!!!!”
섬뜩할 정도로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끔찍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를 하는 슈드.
이에 토라레는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인지하면서 그대로 절망에 찬 울음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때…
“!...칫…”
콰과과광!!!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들려오기 시작하는 요란한 폭발음.
이에 슈드는 그대로 작게 혀를 찬 뒤 곧바로 온 몸에 마력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후, 거칠게 그녀가 있던 방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한 사람.
그자의 얼굴을 확인함과 동시에 슈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일린…”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 네 년이었구나… 슈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