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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00화 (100/150)

〈 100화 〉 더럽고 사악한 인간놈들!!!

* * *

숲을 뒤덮기 시작하는 검은 불꽃.

시작은 작은 병 안에 담겨 있는 메추리 알 만한 크기였던 그것은,

병이 깨지고 그 씨앗이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 화려하면서도 끔찍하기 그지 없는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시작으로 하여 근처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킨 뒤, 더욱 빠른 속도로 근처에 있는 모든 나무들에서 그 검은 죽음의 꽃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불꽃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검은 죽음의 꽃들이 세상을 검은 재로 물들여 감과 동시에 자신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지옥도의 1차적인 피해자인 존재들.

엘프들은 절망과 경악으로 물든 표정을 지은 채 어떻게 해서든 저 끔찍한 검은 불꽃을 막아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제길! 대체 뭐야 이 불꽃은?”

“어떻게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는 거지? 아니… 오히려 더 크게 타오르고 있는 것 같잖아?”

마법을 사용하거나, 혹 그것이 안 된다면 물이라도 퍼 나르면서 어떻게 해서든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엘프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그들의 눈 앞에 있는 불꽃은 전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오히려, 불을 끄기 위해 들이부은 물을 마치 기름마냥 연료로 삼으며 더더욱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는 검은 불꽃.

그렇게 일반적인 상식을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그것을 보면서 선두에서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엘프들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운 나쁘게 화염에 휩싸여 죽은 자들만 수 십 명.

한편, 그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후방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있던 교황과 원로들은 시시각각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검은 화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해 나갔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 검은 화염은 일단 기존에 알려져 있는 악마의 화염과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번지는 속도가 지나칠 정도로 빠르고, 무엇보다 물에 대해 거의 완벽한 내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다른 마법이 결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단 느낌상 흑마법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는 없는가?”

“죄송합니다. 아직 그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으음…”

“제국 녀석들… 저자들은 대체 무엇을 만들어낸 것인가. 아무리 숲이 우리 엘프들의 터전이라 해도 그렇지, 저 성스러운 장소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정녕 모르고 있단 말인가?”

태초의 생명이 탄생한 곳이라 여겨지는 신성한 성지이자, 생명과 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칸나 숲.

이곳은 비단 엘프들 뿐만이 아니라 대륙의 인간들과 수인들 에게도 매우 중요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특히, 숲의 중심부이자 이곳 엘프 교국의 심장부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세계수.

유피테르는 사실상 대륙 전체의 신성력의 근원이자 세계를 수호하고 있는 신이 남긴 최고의 유산이었다.

만약 이대로 칸나 숲 전체가 잿더미로 변해버리고 그 여파로 인해 유피테르 마저 소멸해 버린다면. 신의 가호가 사라진 이 세상에는 그대로 끔찍하기 그지 없는 재앙이 닥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은 단순히 전쟁의 승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만용을 부리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서 엘프들은 진한 분노와 더불어 갈수록 커져만 가는 우려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중이었다.

“설령 칸나 숲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다 해도 반드시 유피테르 만은 지켜 내야 합니다.”

“신께서 주신 평화와 수호의 상징을 지키는 것은 우리 엘프들의 절대적인 임무.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를 막아낼 방법을 찾아 내야 합니다.”

그렇게, 전전긍긍한 태도를 보이며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 끝없는 논의를 이어 나가는 엘프들.

그때.

그런 그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드는 한 사람이 있었다.

“실례지만…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굴에는 화상 자국으로 인해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 동시에 검은 상복을 입은 채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여성 엘프.

그녀는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엘프들에 비해 상당히 젊은 나이를 지니고 있었으나,

이 순간 그녀의 발언 신청에 그곳에 있던 원로들은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아가씨.”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지금 이 자리는 단 한 명의 지혜조차도 아쉬운 장소. 교황 성하의 따님이신 아가씨의 의견이라면 경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별 문제 없이 허가가 떨어진 뒤, 발언을 시작하는 의미에서 조심스럽게 쓰고 있던 로브를 벗기 시작하는 엘프 여성.

그 직후,

그녀는…

불과 이틀 전.

저 검은 화염으로 인해 스승과 친우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채, 홀로만 간신히 살아 남는 최악의 경험을 했던 그녀…

옥타비아는.

방금 전보다 한 층 더 또렷하게 보이는 화상 자국을 내 보인 채,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원로들을 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허면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현재 저희로선 저 검은 화염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불을 끄는 방법은 물론이고 근본적인 성질조차도 말이지요.”

그 말과 함께, 일 순간 그녀의 눈 앞에서 죽음을 당한 스승의 모습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리는 옥타비아.

그러나 그 직후, 옥타비아는 그런 감정을 일 순간 죽인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여 전, 이 일과 관련하여 보다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자들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자?”

“그런 자가 있단 말인가? 엘프 교국 내에 흑마술에 정통한 자들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만..”

“네, 물론입니다. 저희 엘프 교국에 그런 자는 없습니다. 사악한 이단의 마법인 흑마법을 익힌 자가 이 나라에서 숨쉬고 있을 리가 없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도움을 청해 볼 시도를 할 수 있는 흑마법의 대가들을..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흑마법의 대가라니… 그런 끔찍한 마법을 사용하는 자를 내가 알고 있을리가….!”

그 순간, 갑작스럽게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존재들.

이에 원로들과 고위 엘프들은 진한 당혹감을 내보이며 힘겹게 말했다.

“서… 설마…”

“아가씨 설마 지금 아가씨께서 말씀하고 계신 그 자들의 정체가....”

차마 말을 하면서도 내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엘프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서, 옥타비아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맞습니다. 저 바다 건너에 있는 마왕국의 마족들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

“아…아니.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것입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마족이라니! 신의 뜻을 받드는 저희 엘프 교국이 저 사악한 악마의 자식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이 말씀이십니까?”

“차라리 저의 목을 치십시오 아가씨!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 사악한 악의 세력과 손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격렬반발을 토로하면서 결사적으로 이를 반대하는 엘프들.

그러나.

그들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옥타비아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악의 세력이라고 하셨습니까? 허면 여러분들의 눈에는 성지를 불태우고 유피테르마저 불사르려 드는 저 추악하고 더러운 인간들은 정의의 편으로 보인다 그런 뜻입니까?”

“아..아닙니다. 제 말뜻은 그런게 아니라…”

“정신 차리십시오! 지금 우리들은 엘프 교국 2000년의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악마의 자식이 아닌 악마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사악한 제국 놈들을 막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도 저 밖에선 무고한 백성들과 순수한 생명체들이 검은 화염에 삼켜져 죽어가고 있다 이 말입니다!”

“큭!....”

“으음….”

핏대를 세운 채 진심으로 분노와 격정을 담아서 소리치는 옥타비아의 말.

이에 엘프들 중에선 더 이상 그녀의 말에 쉽게 반발을 할 수 있는 자들이 없었다.

앞서 줄곧 논의한 것이지만, 현재 그들에게 급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칸나 숲을..

최소한 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세계수 유피테르 만이라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정말로 내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단은 조금씩 굳어져 가고 있는 그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옥타비아의 아버지이자, 현 엘프 교국을 다스리는 교황.

율리우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허면, 결정이 난 것 같군. 그대들의 뜻에 따라 일단은 마족들에게 이 문제의 해결책을 요청하는 쪽으로 일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허면 이 임무를 누가 맡아서 진행하겠는가?”

“예 교황 성하. 소신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

“아… 아니, 옥타비아 아가씨가 직접 말입니까?”

제법 심한 부상을 입은 그녀가…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교황의 딸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접 나서겠다는 말에 엘프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짙은 당혹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보면서.

옥타비아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이 정도 일을 해결하고 상황에 따라선 지난 전쟁의 책임에 대한 부분까지 이야기 해야 할 경우 어느 정도 이상의 지위와 권한을 지니고 있는 자가 가야만 합니다. 거기다 전 교황 성하의 피가 흐르는 몸. 만약 협상이 잘못 되더라도 저들도 함부로 저를 구금하거나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옥타비아의 말에 여전히 내키지 않는 기색을 보이는 엘프들.

하지만, 이들의 이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은 옥타비아가 마왕국에 사신으로 가는 것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이 난 직후.

옥타비아는 다시 한번 마음 속에 맺혀 있는 뜨거운 증오의 불길을 태우며,

눈 앞에서 죽어간 스승 술라와 동료들의 복수를 다짐하기 시작했다.

‘더러운 인간놈들… 그리고 카산드라… 내 반드시 네놈들을 끝장내고 말 것이야. 설령 그 과정에서 악마와 계약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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