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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1화 (11/182)

11화

새로운 스킬과 장비 하나가 들어온 태정은 먼저 장비부터 확인에 들어갔다.

화염방사기 [양손형]

분사제: 화염계 원소

분사 범위: [3m]

사정거리: [8m]

기본 파괴력 - 450

[안전 바 후퇴 고정 후 방아쇠를 잡아당기십시오.]

“파괴력 준수하고… 분사 범위는 뭐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는 인벤토리에서 장비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지금까지의 무기와는 다른 묵직한 무게가 전해졌다.

“어우. 이건… 진짜 무겁네. 이렇게 잡는 건가?”

몇 번의 시도 끝에 가장 편한 자세가 나오자 그는 안전 바를 고정시킨 뒤, 오른손 검지를 잡아당겼다.

동시에 무시무시한 화염이 전방을 쓸며 뻗어 나갔다.

화아아아아아-!

“우왓!”

순간적으로 엄청난 불길이 치솟자 태정은 깜짝 놀라며 방아쇠를 잡은 손을 급히 풀었다.

불이 나갈 것은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그 범위가 굉장히 넓었던 것이다.

“미쳤는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잠시.

다시 한번 그가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시뻘건 불길이 시야 절반을 가리며 끝없이 뻗어 나간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화려한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태정이었다.

“대박이다, 이건 진짜 대박이야.”

너무 흥분한 나머지 혼잣말을 줄줄 내뱉던 그는 겨우 진정을 한 뒤, 이번엔 스킬을 확인했다.

[원소 분사제] [양손형]

화염계 원소 에너지

초당 200mp

*스탯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짐.

[에너지 고폭탄] [범위형]

1탄: 1,000mp

*스탯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짐.

[휴대용 유탄 발사기]

봉인된 속도 [250km/h]

탄환: 40mm 에너지 고폭탄

사정거리: [50m]

살상범위: [10m]

기본 파괴력 - 1,200

“뭔 놈의 파괴력이…….”

기존에 있던 무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에 그는 바로 스킬을 활성화시켜 봤다.

그러자 반투명한 메시지 창 하나가 떠올랐다.

[착장할 부위를 선택하십시오.]

[오른쪽/왼쪽] [부위: 팔]

“오른팔은 발칸을 써야 하니까 왼팔에 넣을까.”

생각과 동시에 그가 왼쪽을 터치했다.

그러자 홀로그램 같은 것이 형성되더니, 이내 색을 갖추며 무언가가 태정의 팔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완성된 무기의 모습은 지금까지 봤던 것들과는 생김새가 전혀 달랐다.

“무슨 파이프 같기도 하고… 어떻게 쓰는 거냐, 이건.”

태정은 발칸을 사용하는 식으로 유탄 발사기를 활성화시켰다.

동시에 알림음 하나가 들려왔다.

[45도 이상에서만 격발됩니다.]

“45도라. 이렇게 들고 쏘면 되는 건가?”

태정은 팔을 들어 대충 각도를 만들어 봤다.

그러자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파이프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튀어 나갔다.

그것은 포물선을 그리며 꽤 멀리까지 날아갔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며 큰 폭발음을 만들어 냈다.

쾅!

“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순 없었지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로 봐선 뭔가 터지긴 터진 모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시커먼 흔적과 함께 주변의 풀들이 재가 되어 죽어 있는 것이 보인다.

대충 봐도 반경 10미터는 초토화가 돼 버린 상황.

“정확한 곳에 타격할 수만 있으면 이것도 괜찮겠는데. 사거리도 준수하고 몰이사냥에 제격이겠어.”

태정은 몇 번 더 사용해 감을 잡고 싶었지만 오늘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사용을 하기엔 마나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마친 그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또다시 그의 눈앞에 트롤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모습에 태정은 지체 없이 화염방사기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그의 방사기에서 무시무시한 화염이 뿜어졌다.

화아아아아아-!

쿠에에엑!

전신을 화염으로 물들인 트롤이 괴성을 뿌리며 펄쩍펄쩍 뛰어 댔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바로 눈앞에 있는 그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쾅쾅 날뛰던 트롤은 이내 풀썩 주저앉으며 시커먼 대가리를 땅에 처박았다.

[트롤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200을 획득합니다.]

“햐. 죽이는구만.”

트롤 하나를 통구이로 만들어 버린 태정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나 두 통을 전부 쓰고도 겨우겨우 잡았던 놈.

그런 괴물을 단 몇 초 새에 태워 죽였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후의 사냥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떨거지들은 총으로, 트롤은 화염방사기로.

가끔 무리 지어 등장한 놈들에게도 화염방사기는 가히 발군의 위력을 보여 줬다.

그렇게 시간 가는지 모르고 사냥을 이어 가던 태정은 어느새 산맥의 중간 지점까지 들어와 있었다.

“좀 쉬자.”

아침에 사 온 김밥과 생수로 허기를 채운 그는 지금까지 얻은 수확물을 확인했다.

[오크의 발톱×48]

[고블린의 귀×201]

[오크의 가죽×17]

[트롤의 심장×1]

어제와는 감히 비교도 안 될 물량이었다.

전부 다 판다면 족히 4천은 나오고도 남을 양.

더군다나 아직 쓸 수 있는 포션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오늘은 뿔도 없는데, 벌써 이만큼이야?”

태정은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생긴 일이 꿈만 같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포터였고, 일주일 전만 해도 울프의 가죽을 해체하며 하루에 천만 원을 번다며 좋아라 하지 않았던가.

한데, 며칠이 지나고 지금은 그 몇 배에 달하는 돈을 벌고 있었다.

“이대로면 진짜 부자 되는 거 일도 아니겠다.”

어려서부터 돈에 치이며 살던 그였다.

부모님 없이 동생과 단둘.

찢어질 듯 가난한 환경에서 오직 먹고사는 것에만 집중했다.

당연히 꿈도 미래도 태정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그에겐 부모님 대신 자신이 돌봐야 할 어린 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 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동생의 뒷바라지도, 자신의 미래도 둘 모두 챙길 수가 있었다.

헌터가 됨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의 길이 열린 것이다.

‘오늘은 끝나고 소영이한테 한번 다녀와야겠다.’

사냥은 포션이 거덜 날 때까지 계속됐다.

덕분에 그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등산로를 내려와 차에 올라탄 태정은 휴대폰을 이용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오빠?

“어. 나다. 뭐 하냐.”

-나? 집인데?

“그래?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까?”

-오늘 오려구?

“어. 왜? 누구 있냐.”

-아니, 있긴 누가 있어. 밥은 먹고 올 거야?

“봐서. 한… 한 시간 이상 걸릴 거야.”

-응, 알았어. 조심히 와.

전화를 끊은 태정은 마켓으로 향했다.

[8,300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햐. 진짜 많이도 먹었네.”

돈도 생겼겠다, 당당한 걸음으로 마켓에 입성한 태정은 포션 상점으로 향했다.

“중급 포션 50개 주세요. 일시불이요.”

“여기 있습니다, 고객님.”

포션을 수천만 원어치나 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 반응이 없는 직원이었다.

다른 곳에서 이 정도 썼으면 바로 vip고객이 되는 건데.

확실히 헌터들 세계에서 몇천쯤은 푼돈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포션까지 두둑이 챙긴 그는 차를 몰아 동생 소영이 있는 의정부로 향했다.

유소영. 그의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자 동생이었다.

살림에 보탬이 되겠다며 일을 하겠다는 그녀를 억지로 독립시켜 대학을 보낸 것이 벌써 1년.

‘혹시 자신이 괜한 욕심을 부리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입학식 때 환히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곤 역시 잘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뒷바라지가 전혀 고되지 않았다.

동생만큼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주차할 때가…….’

소영이 사는 원룸에 도착한 태정은 주차장 한편에 차를 세우고 입구의 호출 버튼을 눌렀다.

“네. 누구세요?”

“나.”

“앗. 잠깐만.”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며 반바지 차림의 여자가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오빠.”

“뭐 하러 내려 오냐, 어차피 올라갈 텐데.”

“반가워서 그러지.”

“저번 달에 보지 않았나?”

“봄에 보고 처음이거든여?”

“아무튼.”

“오빠, 밥 안 먹었지? 오늘 기대해도 좋아, 오빠 온다고 실력 발휘 좀 했거든.”

“뭐? 라면?”

“치. 내가 아직도 앤 줄 알어? 얼른 들어가자.”

그녀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온 태정은 손을 씻고 상 앞에 앉았다.

그러자 하나둘 반찬 그릇이 생기더니, 마지막 찌개를 끝으로 그녀가 맞은편에 앉아 태정을 바라봤다.

“먹어 봐, 오빠. 전부 내가 다 한 거야.”

“야… 오늘 무슨 날이냐. 뭐가 이렇게 많아? 넌 안 먹어?”

“아까 먹었다 했잖아. 얼른 먹어 봐. 응?”

그녀의 채근에 태정이 숟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맛은 의외로 평균 이상이었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엄마의 손맛이 살짝 느껴진다고나 할까.

“야. 맛있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식당보다 맛있어.”

“역시 오빠랑 나는 입맛이 똑같아. 좋아할 줄 알았어.”

“그럼 피가 어디 가겠냐.”

그렇게 화기애애한 식사 시간이 끝나고, 커피를 타 주겠다는 그녀를 뒤로하고 거실을 빙 둘러봤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태정의 손이 서랍장 구석을 향했다.

“야. 소영아, 이거 뭐냐. 이거 쇼핑백 아니야?”

“어? 응. 그거 그냥 아무것도 아냐.”

“근데 왜 수백 개나 되냐. 너 혹시 이거 알바 하는 거 아냐?”

태정의 말에 소영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냥 공부 안 될 때 잠깐 하는 거야.”

소영이 그리 나오자 태정이 종이 뭉치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너 생활비 떨어졌어?”

“아니? 아직 있는데?”

“근데 무슨 알바를 해, 공부하라니까. 돈 부족하면 말하라고 했잖아.”

그의 진지한 말에 그녀는 별수 없다는 듯 속에 있는 말을 터놓았다.

“미안하잖아. 나도 이젠 성인인데, 언제까지 오빠한테 용돈 받으면서 살아. 우리 형편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 오빠도 곧 있으면 서른인데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도 해야지. 요새 돈 없으면 결혼도 못 한다더라.”

그녀의 대답에 태정은 순간 할 말을 잃어 버렸다.

꼬맹이가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제 이렇게 큰 걸까.

한동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까불지 말라며 잔소리를 해야 할까.

아니면 다 컸다며 기특하다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고민을 하던 태정은 이내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소영아.”

“응?”

“아버지 돌아가실 때 오빠는 뭐라고 했지?”

“음… 부모님?”

“그래. 내가 좀 부족할진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나한테 그랬거든. 네가 이제 이집 가장이니, 어린 동생 잘 챙기고 부모의 그늘이 되어 주라고.”

“그때 오빠도 어렸잖아.”

“너보단 컸지.”

“오빠, 나 땜에 아무것도 못 했잖아. 나한테 옷 하나 더 사 주려고 자긴 3년 내내 교복도 하나 못 사 입고 얻어 입었으면서. 그거뿐이야? 아르바이트한다고 공부도 제대로 못 했잖아.”

“야. 나 때는 다 얻어 입고 돌려 입고 그랬어. 그게 유행이었는데, 바보가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공부 머리 아니라 공부했어도 어차피 지금이랑 크게 달라질 것도 없어.”

“나 바보 아니야, 오빠.”

“알지. 근데 소영아.”

“응?”

“나 한 번도 너 때문에 내 인생 힘들다 생각한 적 없어. 오히려 너 때문에 잘못 된 길로 빠지지 않고 이만큼이나 올 수 있었던 거지. 그러니까 아직은 좀 더 의지해도 돼. 오빠가 괜히 오빠겠냐. 어차피 나이 먹어서 나중에 골골대면 이렇게 해 주지도 못해.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팔팔할 때 맘껏 이용하라고. 그리고 이제는 사실 걱정할 게 없는 게 이번에 내가 헌…….”

순간적으로 각성에 대한 얘기를 하려 했던 태정은 멈칫하며 말끝을 흐렸다.

포터 일도 걱정을 할까 숨기며 말을 안했는데, 직접 사냥을 한다고 하면 더 걱정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왜 말을 하다 말아?”

“아. 딴건 아니고 나 이번에 대기업 스카웃 돼서 연봉 엄청 올라갔거든. 그래서 이제 돈 걱정 같은 건 안 해도 된다고.”

“진짜? 어디로?”

“있어. 헌터 관련된 곳.”

“아, 그때 가고 싶다고 했던 거기? 와. 축하해, 오빠. 잘됐다.”

“그래. 아무튼 시간 너무 늦었네. 이만 가야겠다. 이건 용돈. 나오지 마라.”

미리 찾아온 백만 원짜리 봉투를 던진 태정은 서둘러 집을 빠져나왔다.

그런 그의 뒤로 소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돈이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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