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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6화 (16/182)

16화

태정은 먼저 L타입 곡사포를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등 뒤로 홀로그램이 형성되더니, 이내 좌측 어깨에 제법 큰 포신 하나가 형성됐다.

“오. 뭔가 멋있는데.”

정확한 모습을 눈에 담을 순 없었지만, 무언가 커다란 철덩이 하나가 어깨에 올라간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연신 포신을 만져 보던 태정은 좌측 상단에 조그맣게 뜬 각도 설정창을 바라봤다.

[최저 40 최대 85도 단계별 조정]

[명령어 - 고각 00도]

“햐. 이제 음성으로 조작을 하네.”

말로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무기를 사용함에 있어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즉. 동시 공격이 가능하다는 뜻.

게다가 사거리도 이 정도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그럼 어디… 고각 60도?”

태정이 명령을 하자마자 어깨 위 포신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추더니, 이내 무언가가 툭 하고 튀어 나갔다.

생각보다 맥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잠시.

곧 전방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쾅!

“와!”

마치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에 태정의 입이 자동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보이는 시커먼 연기들.

그 규모가 유탄발사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재사용 시간까지 59초 남았습니다.]

“최대 1발이 이런 뜻이구나.”

메시지 창을 보니 1분에 한 발씩 쏠 수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고폭탄이기 때문에 소비 마나는 유탄과 동일하게 1,000.

쿨 타임이 있어서 그렇지 가성비는 끝내 주는 편이었다.

이 즈음되니 직사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R타입 직사포]

스킬을 활성화시키자, 마찬가지로 그의 오른쪽 어깨에 홀로그램이 형성되며 전방을 향해 뻗은 길쭉한 포신이 하나 생성됐다.

[최저 1도에서 최대 90도]

[명령어 - 확정 00도]

“이건 명령어가 좀 다르네… 확정 60도.”

태정이 명령을 하자마자 포신이 60도 각까지 올라갔다.

여기까진 곡사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퍽!

제법 묵직한 충격과 함께 날아간 탄두가 하늘 높이 쏘아졌다.

이후 차이점이 드러났다.

날아간 탄두가 직선을 그리더니 허공 끝에서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쾅!

“오호. 궤적이 직선이라 직사포인 모양인데.”

두 스킬의 차이점은 궤적이었다.

곡사포의 경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바닥에 충돌 후 폭발을 하지만, 직사포는 직선으로 날아가 사거리 끝에 닿아 폭발을 일으킨다.

즉. 장애물이 있어 보이지 않는 타깃을 노릴 땐 곡사포가, 시야에 확연히 들어오는 타깃엔 직사포가 제격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두 개의 무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거리랑 각도에 대한 감만 익히면 엄청나겠는데?”

생각지도 못한 스킬을 3개나 얻어 기분이 좋아진 태정은, 사냥을 마무리하고 던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일단의 무리들이 포착됐다.

무장을 하고 있는 사내들.

한눈에 봐도 헌터들이 분명했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해 오는 무리의 리더.

태정 역시 자연스레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사냥 다녀오시는 길인가 봐요?”

사내의 물음에 태정은 순간 멈칫하며 고민에 빠졌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직업을 들킬 것 같고, 거짓말을 하자니 이미 게이트에서 나온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네.”

그의 대답에 사내는 짐짓 놀란 표정을 하며 되물었다.

“혼자서요? 레벨이 높으신가 봐요?”

“높긴요. 그냥 지나가다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한번 와 봤는데, 무서워서 도로 나왔어요.”

“아. 그러시구나. 레벨이 몇이신데요?”

“딱 70이요.”

“어? 그럼 저희 팀이랑 한번 해 보실래요? 법사 계열만 아니면 자리가 남는데.”

사내의 제안에 태정이 배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제가 오늘 하루 종일 먹은 게 없어 가지구요. 집 가는 길에 정말 구경차 잠깐 들른 거거든요.”

“아아. 그럼 할 수 없죠. 조심히 가세요.”

“네. 수고하세요.”

그들이 차례대로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자, 태정은 뭔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찝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던전 안은 그가 모두 쓸어놔 버린 상태였다.

재수가 없으면 자신의 클래스가 노출이 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런 불안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뭐, 어떻게 알 거야, 직접 본 것도 아닌데.”

* * *

레인저 길드 본부 소회의실.

몇몇 사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앙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길드의 고위급 간부들로, 야간 사냥을 나갔던 팀이 찍어 온 영상 하나 때문에 급히 소집된 것이었다.

대체 이것이 무엇이기에 이 새벽에 이들을 모이게 한 것일까.

한참을 말없이 영상을 보고 있던 부길드장 최철우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나.”

그의 물음에 왼편에 앉아 있던 훈련대장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흥미롭습니다.”

“어떤 점이?”

“사체의 상태를 보면 적어도 수십 번, 아니 그 이상을 가격 당했다 봐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한데 신기한 건 그게 한 놈이 아니라 무려 백여 마리가 넘습니다. 게다가 집단을 이뤄서 죽었죠. 이는 일시에 당했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런 경우는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드문 일 입니다.”

“맞아.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수많은 이와 사냥을 해 봤지만 이런 기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어. 정말 놀라울 정도의 화력이야. 대체 누굴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가. 혹 다들 짐작 가는 거 좀 없나.”

최철우의 물음에 훈련대장이 답했다.

“어렵군요. 하지만 굳이 억지로 꼽자면 궁술사 정도가 아니겠습니까.”

“음. 궁술사라.”

훈련대장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이렇게 작은 상처와 고속 연사가 가능한 직업은 전 클래스를 통틀어 궁술사가 거의 유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술사의 정보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세계에 단 두 명.

그것도 한국과는 교류가 없는 나라였다.

그들이 궁술사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건너편에 앉아 있던 정보과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부길드장님, 제가 보기엔 궁술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말해 보게.”

“저도 처음엔 궁술사가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력만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저 정도 연사가 가능하려면 아무리 궁술사라 해도 레벨이 A급은 돼야 할 겁니다. 굳이 그런 자가 이곳을 갈 필요는 없겠죠. 게다가 놈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잘 보십시오. 전체적으로 원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건 불시에 기습 따위를 당한 것이 아닙니다. 이 바로 중심부에 누군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여, 이 모든 건 상당히 근접 거리에서 행해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빙빙 돌리지 말고 자네 생각을 말해 봐.”

“근접에서 저 정도 관통상을 줄 수 있는 건 무인이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인? 무인은 검을 사용하는 클래스인데, 어떻게 저런 상처를 낼 수 있단 말인가.”

“지풍이면 가능합니다.”

“지풍이라. 한데, 그건 보조 기술이 아닌가. 무인은 히든이야. 그리고 검을 주력으로 사용하지. 저 정도 화력이 나오려면 지풍을 극한까지 찍어야 하는데, 어떤 무인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한단 말인가.”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그가 각성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레벨도 궁술사의 연시보단 납득이 갑니다. 지풍의 경우 F등급에 오픈이 되니까요.”

“음. 각성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 국내에서 또 한 번 히든 클래스가 탄생을 했단 말인가.”

다시 침묵이 이어지려는데.

지금까지 쭉 대화 내용만 듣고 있던 한 사내가 손을 들었다.

그는 길드의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인사참모였다.

직급상 부길드장의 아래지만, 길드 원년 멤버이자 최고 연장자로 길드장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인물.

“내가 보기엔 궁술사도 무인도 아니야.”

“그럼 따로 생각하고 계신 것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총상이네.”

“예?”

“저 상처는 총상이란 말일세.”

인사참모의 말에 좌중이 술렁였다.

클래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총상이라니?

하지만 그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저건 백 퍼센트 총기에 의한 상처가 맞아.”

“어떻게 그걸 확신하십니까?”

“나의 증조할아버님은 군인이셨네. 그것도 첨단 기계 과학 특수부대에서 근무를 하셨지. 자네들도 알다시피 천 년 회귀가 있던 그날, 모든 화기는 사라졌네. 거기에 대한 자료들도 대부분이 파기 되거나 없어졌지. 하지만 내게는 수기로 작성된 자료가 하나 남아 있어. 증조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거지. 그 책에는 몬스터에 대한 갖가지 실험들이 나와 있는데, 총상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어.”

“지금 그 말씀은 다시 세상에 무기가 등장을 했단 말씀이십니까.”

“그것까진 확신할 수 없네. 하지만 혹시 아나 정부가 개발을 해 놓고 숨기고 있는 걸지도.”

“그런데 저곳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게이트가 아닙니까.”

“각성자가 들고 들어갔다면 충분히 말이 되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총이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자네는 역사 공부를 소홀히 했군. 현대 화기가 있을 때 몬스터는 인간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어. 온갖 실험에 이용이 되는 것은 물론, 연구 과제로도 활발히 이용이 됐지. 오히려 각성자가 등장한 이후 사정이 나빠진 거야.”

“미사일 같은 게 굉장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낱 총 따위가…….”

그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천 년 회귀란 기이한 현상을 겪고 현대 화기가 사라진 지 어언 100년.

인류의 찬란했던 문명이 삭제된 시기이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인류의 전성기라 부르고 있었지만, 그것은 회귀 전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이들이 떠드는 소리였다.

문명 회귀 이전에 삶을 살았던 이들은 모두 죽었으니까.

그사이 각성자들은 무려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이끌어 왔고, 그중 절반인 50년은 대혼돈의 시대였다.

국토의 대부분이 초토화되고 제대로 된 건물조차 남아 있는 곳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찬란했던 옛 영광은 철저하게 잊혀졌다.

끊임없는 몬스터의 침공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황폐해진 땅.

믿을 것은 오직 각성자들뿐이었다.

온갖 선전과 선동이 난무하고 각성자의 위치는 단번에 신격화됐다.

그리해서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실체도 없는 옛 무기들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오직 각성자만이 인류의 미래가 된 것이다.

그런 최철우의 의문에 인사참모가 혀를 차며 설명했다.

“쯧쯧. 이래서 역사를 잊으면 안 돼, 이렇게도 모르다니. 자네, 문명 회귀 이전에도 유물이 되어 버린 소총의 속도가 얼만지는 아나? 평균 900m/s야. 시속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3천이 넘지. 현존 하는 헌터 중에 이 속도의 총알을 피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 거 같나? 고속 이동? 공간 이동? 시전하기 전에 이미 황천행 열차를 타고 있을 거야. 이게 바로 현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무기였네.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지.”

“그, 그렇군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혹시 정부에서 무슨 얘기가 나온 게 없나?”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참. 이곳에서 나온 이가 한 명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인사참모에게서 눈을 뗀 최철우가 정보과장을 향해 물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구경차 들른 E등급 헌터라 이 일과는 별 상관이…….”

“그건 그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예. 한데, 비무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더 수상하지. 어떻게 E등급인 헌터가 비무장으로 이곳을 들어갔다 나온단 말인가.”

“찾아볼까요.”

“당장 그래야겠어. 한라산이 요즘 수도권 내 게이트를 뒤지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고.”

“찾으면 데리고 옵니까.”

“일단 찾으면 어느 길드와 연이 닿아 있는지 그것부터 조사해 봐. 혹시 톱 텐과 연결이 되어 있으면 곤란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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