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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25화 (25/182)

25화

생에 처음으로 호텔에서 첫날을 보낸 태정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은 뒤 방으로 올라왔다.

왠지 모르게 여유가 느껴지는 아침.

커피를 마시며 창가에 앉은 그는 손에 든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다.

[헌터 커뮤니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태정은 오늘 하루 길드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었다.

강제적으로 성장이 막혀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는 상황.

우선은 국내에 존재하는 길드 중 가장 강한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될 수 있으면 조금이라도 좋은 곳에 들어가는 것이 이득일 테니까.

마침, 그의 흥미를 끌 만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현 대한민국 최강의 길드 TOP 10.]

“이런 거 좋지.”

게시글을 터치하자 목록이 뜨며 누군가가 평가를 한 내용이 보였다.

1. 한산도 2. 스카이 3. 아레나

4. 화랑 5. 빛서울 6. 금사자

7. 수도연합 8. 무적 9. 피앙새

10. 레인저

1-3 길드 종합 랭크: SSS

4-10 길드 종합 랭크:SS+

*본성이 존재하는 최상위 길드 순위.

링크를 클릭하시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한 번씩 들어 본 것 같긴 한데. 어디… 익숙한 것부터 볼까.”

태정은 가장 위에 랭크되어 있는 길드를 클릭했다.

한산도.

대한민국 국가기관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무력 단체.

한국에서 나온 첫 번째 길드이며, 가장 많은 히든 클래스와 각성자를 보유하고 있음.

길드 본성과 국가성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단체.

특징: 초창기 세를 불리기 위해 여러 길드가 합병됨.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 세력의 권력 다툼이 빈번하게 존재함. 내부 사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한 번씩 유출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기득권들의 추악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음.

외부에 알려진 가장 큰 사건은 원수청 점거 사건으로 무려 4개 부처의 장관이 살해…….

“역시. 노답이구만. 여긴 썩을 대로 썩었어.”

태정도 원수청 점거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온갖 대중매체와 언론이 그 사건 하나로 한 달 내내 도배가 되었으니, 한국인이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 어차피 여긴 길드라 하기엔 좀 그래.”

다음으로 본 것은 2위에 랭크되어 있는 스카이 길드였다.

이곳 역시 민간인이었던 태정이 잘 알고 있는 길드였다.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기업을 이곳에서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태정이 현재 쓰고 있는 네비게이션도 이곳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서비스도 좋고 소비자 만족도도 매년 1등을 하는 기업.

이후로도 그는 하나하나 전부 클릭해 보며, 길드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다 발견한 수상한 글 하나.

[솔직히 국내 최강은 초인클럽 아니냐? 한산도도 찍소리 못 하잖아.]

[초인클럽은 논외지. 어디 감히 삼등 헌터들이 귀족에 비빌려고 하냐.]

[거긴 천상계야 국내용이 아니라고 ㅋㅋ.]

[초인클럽은 인정이지.]

“초인클럽?”

태정은 처음 들어 보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검색창에 이름을 올려 봤다.

[초인클럽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초인클럽 정도면 공성 때 스페셜리스트 방어 쌉가능임?]

[근데 너희 초인클럽 실제로 본 적 있음?]

[요새 말 많은 초인클럽에 대해…….]

목록을 쭉 내리던 태정은 마지막 글을 터치했다.

편의상 음슴체로 쓰겠음.

일단 나는 소속은 밝힐 수 없고 스페셜리스트 중 하나임.

뭐 믿든 안 믿든 그건 님들 자유.

어쨌든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길드가 하나 있음.

최근에 제너럴리스트에 진입한 길드인데, 우리 간부들 얘기로는 그 길드를 초인클럽 멤버 중 한 명이 밀고 있다고 함.

예민한 문제라 길드명은 밝힐 수가 없음.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초인클럽은 히든 클래스들이 모여 만든 소수 정예 팀임.

외부에 다 같이 모습을 드러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들이 다 모이면 적어도 SS+급 길드 하나의 전력은 된다고 파악되고 있음.

한산도랑 비빈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건 잘못된 정보임.

냉정하게 보면 스카이나 아레나보다도 한 단계 아래임.

근데 왜 다른 단체가 건드리지 못하냐?

그들이 작정하고 움직이면 살아남을 수 있는 놈이 없기 때문임.

세는 밀리지만 이들이 목숨 걸고 쑤시면 반대 쪽 핵심 인사들 전부 목 내놔야 됨.

그래서 거대 단체 수장들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거임.

근데 중요한 건 이들도 이제 세력을 키우기 시작한 거 같음.

이게 진짜 사실이면 기존에 성 독점하던 길드들 이제 ㅈ 됐다고 봐야 됨.

길드전이고 공성이고 아마 판도가 많이 뒤바뀔 거임.

특히 공성 버프로 하이 던전 깽치고 다니는 그 만년 꼴등.

걔내들 울면서 손가락만 빨아야 될지도 모름.

내가 초인클럽이면 이놈들부터 조짐.

아무튼 내가 아는 정보는 여기까지임.

아마 스페셜 이상 급에 들어가 있는 간부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거임.

그럼 20000. 다음에 또 오겠음.

“음. 초인클럽이라.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한데.”

거대 단체들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소수 정예 클럽.

솔직히 멋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는 너무 빈약했다.

어디를 통해 연락을 해야 하는지, 또 어디에 존재하는지조차 나와 있지가 않았다.

이후 계속 검색을 해 봤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는 그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진짜 어딜 가야 하냐.”

상위 톱 텐의 평판은 딱히 좋지가 못했다.

워낙 유명하고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 꼭 하나씩 부정적인 글들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10위에 랭크된 레인저 길드는 최악 중 최악이었다.

살인 사건만 해도 셀 수가 없을 정도.

그 대부분이 길드 분쟁으로 일어난 일이라, 법의 심판도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간 사건들이었다.

솔직히 이런 곳은 아무리 좋아도 걸러야 한다.

저런 곳에 간다면 그 또한 그런 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너무 재는 건가. 아니지 한 번에 인생이 결정나는 건데…….”

이후에도 그는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며 길드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눈이 빠져라 검색에 몰두하던 그는 저녁이 되어서야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다.

그가 거르고 걸러 선택한 곳은 9위에 위치한 피앙새 길드였다.

사건 사고도 거의 없는 데다, 톱 텐에 있는 최상위 길드.

다른 후보는 생각지도 않았다.

어차피 클래스를 밝히는 순간 놔주지 않을 테니까.

“그럼 대충 결정이… 참. 근데 제닉스는 몇 위지?”

이제야 조용석의 길드가 생각나는 태정이었다.

그래도 어떤 곳인지는 한번 알아봐야 했기에 그는 검색창에 제닉스를 입력했다.

그리고 막 검색된 글들을 보려는데.

갑자기 탁상 위에 있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

계속 울리는 전화에 태정은 뭔가 잘못한 것이 있나 생각해 봤다.

차도 잘 댔고 조식을 먹고 나오며 계산도 일주일치를 미리 했다.

따로 시킨 것도, 부탁을 한 것도 없는 상황.

“여보세요?”

-네, 고객님, 프론트인데요.

“무슨 일이신가요?”

-아, 다름이 아니옵고, 고객님 옆 호실인 1805호 객실에 문제가 생겨서요. 안전 지침 때문에 전체적으로 층을 손봐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저희가 객실을 바꿔 드려도 될까요?

“지금요? 음… 어디로 가면 되죠?”

-방금 저희 직원분이 올라가셨으니까. 직원 안내받으시면 되시구요. 저희 실수이니 객실 업그레이드해서 로얄층으로 모실 거예요.

“로얄층이요?”

-네. 마침 비어 있는 객실이 거기밖에 남지 않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죄송은요. 옮기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태정은 몇 없는 짐을 챙겨 직원이 올라오길 기다렸다.

잘 쓰고 있는 방을 옮겨야 된다는 건 딱히 기분 좋은 일이 아니지만, 사정이 있다고 하니 별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자 남자 직원이 올라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깍듯이 인사를 하는 직원의 말에 태정이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는 듯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다른 객실도 구경할 수 있고 저야 좋죠.”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오늘 따라 객실에 문제가 많이 생기네요. 자, 이쪽으로.”

직원의 안내를 받아 그가 향한 곳은 펜스가 쳐져 있는 복도 끝에 자리한 승강기였다.

“이 엘리베이터는 뭔가요? 직원 전용인가요?”

“아. 이 승강기는 로얄층 전용 승강기입니다. 일반 승강기로는 50층 이상 올라갈 수가 없거든요.”

“아… 이런 것도 있구나. 그런데 로얄층에는 무슨 객실이 있죠?”

“로얄 프레지덴셜 객실이라고 저희 호텔에 딱 하나 있는 객실입니다. 보통 정재계 관련된 분들이 묵으시는 방이죠.”

“그런… 엄청난 객실을 저한테 준다구요? 요금도 꽤 비싸겠는데요.”

“비수기엔 8천만 원, 성수기에는 2억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원의 말에 태정은 순간 놀라 되물을 뻔했다.

아무리 호화 호텔이라지만 무슨 놈의 방이 1박에 수천씩이나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요즘 같이 vip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에, 이곳의 숙박비는 그나마 같은 성급에 비해 저렴한 편에 속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가장 마지막 층인 52층에 도달했다.

일반 엘리베이터에선 볼 수 없었던 층수.

내려서 보니 고급스러운 대리석 복도와 저 멀리 중앙에 문 하나가 자리해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거 설마 한 층 통이에요?”

“맞습니다. 복도 끝에서 끝까지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신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 이건 좀 놀라운데요?”

직원의 설명에 그는 더욱더 내부가 궁금해졌다.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뚫어, 하나의 객실로 사용하는 곳은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편으론 너무 과하단 생각도 들었다.

‘업그레이드 치고 너무 오바 아냐? 이렇게까지 해 준다고?’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문 앞에 선 태정이었다.

“들어가시죠.”

문이 열리고 객실 안으로 들어선 태정은 조금 전 의심이 싹 날아갈 정도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저히 하나의 객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내부가 굉장히 넓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넓다는 표현을 뛰어넘어 광활하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와.”

내부의 시설이나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움의 극치였다.

창밖을 바라보는 수영장이며, 백 명은 앉아도 될 것 같은 소파. 심지어는 거실 중앙에 분수대까지 마련이 되어 있었다.

“여기 정말 제가 써도 되나요?”

“네. 이쪽으로 오시면 침실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직원의 에스코트를 받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 태정은 이곳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 생각했다.

과연 이곳보다 좋은 곳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그렇게 한참 동안 돌아다니며 설명을 듣던 태정은 마지막 접객실로 향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그냥 뭐랄까.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데요?”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저희 길드에 들어오시면 이곳을 전용 객실로 내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매일매일 이 넓은 곳을 혼자 사용하시는 거죠.”

“아유. 말만 들어도 행복…….”

아무 생각 없이 대답을 하던 태정은 순간 자신이 귀를 의심했다.

조금 전 그 얘기는, 호텔 직원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태정이 직원을 돌아보며 묻자,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찰나.

접객실 밖으로 웬 무장을 한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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