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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33화 (33/182)

33화

“그러니까. 그쪽이 내 비서라고요?”

“네. 이태호 과장님께 듣지 못하셨어요?”

“그런 말은 전혀 들은 적이… 잠깐, 그러고 보니…….”

자신에게 비서가 있단 얘기는 듣지 못했다.

다만 이태호가 말끝마다 비서를 통해 얘기하라는 말은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태정은 그게 이태호의 비서일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그게 자신의 비서였을 줄이야.

“그런데 왜 안 가고 여기에 이렇게 귀신처럼 앉아 있어요? 지금 시간이 열한 시가 넘었는데.”

“엥? 몰랐어요?”

“뭐를요.”

“원래 담당 비서는 같이 지내는 거예요.”

“뭐요?”

황당한 그녀의 말에 태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상천지에 그런 비서가 있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태정에게 손을 건냈다.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오늘부터 보스를 모시게 될 담당 비서 박세아예요. 잘 부탁드릴게요.”

“보스? 뭐… 그렇다 치고. 그런데 비서가 왜 같이 여기서…….”

“원래 담당 비서는 vip의 모든 것을 책임져요. 이건 어느 길드를 가도 다 마찬가지예요.”

“그럼 이게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확실히 뭔가 달라도 다른 길드 시스템이었다.

“뭐 그렇게 되어 있다면 그런 거겠지만 출퇴근해도 상관없어요. 굳이 여기서 같이 지낼 필요는…….”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니, 그렇다기보단 여긴 방도 하나고 불편하지 않겠어요? 이게 무슨 투 룸도 아니고.”

“거실을 사용하면 돼요. 부탁드릴게요. 정말 열심히 할 테니, 내치지 말아 주세요. 저한텐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거참, 난감하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자요. 늦었으니 내일 다시 얘기하죠.”

태정은 그녀가 왜 이리도 간절한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시간이 늦어 재우고 보기로 했다.

박세아에게 여분의 이불을 건네준 그는 방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뉘였다.

‘정말 바쁜 하루였다.’

호텔에서의 일부터 한설아의 테스트.

동생의 이사와 길드의 정착까지.

정말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었다.

그 이틀간 태정은 제대로 눈 한번 붙이지 못했다.

호텔에서 나와 요트를 타러 갈 때 한설아의 차에서 잠깐 졸은 게 전부.

당연히 잠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저 여자는 어떻게 한다?’

* * *

다음 날 아침.

띠리리! 띠리리!

피곤에 절어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자고 있던 태정은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을 떴다.

여전히 잠이 쏟아져 죽을 맛이었지만,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있으려나?’

호기심에 슬며시 방문을 여는데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식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식탁 위, 거하게 차려진 한 상과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박세아의 모습.

태정이 나온 것을 본 그녀가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어났어요?”

“이게 다 뭐예요?”

“아침 식사요. 앉으세요.”

“뭐 이런 것까지…….”

“상사의 아침 식사는 담당 비서의 일 중 하나니까요. 많이 드세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하루를 힘 있게 시작할 수 있어요.”

“뭐 차린 거니 감사히 먹겠습니다만. 그래서 그 비서란 건 대충 하는 일이 뭐예요.”

“길드의 전반적인 정보 제공과 처리, 수행 및 상사 케어요.”

“그러니까. 길드에 관련된 건 전부 그쪽을 통해서 진행하면 된다는, 뭐 그런 건가요?

“네. 그 외에 심부름 같은 것도 편하게 시키시면 되세요.”

“음… 일단 알겠습니다. 먹죠. 식겠네요.”

아직도 뭔가 많이 어색한 태정이었지만, 길드 방침이라는데 굳이 쫓아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불편함이야 적응을 해 나가면 되는 거고.

‘그건 그렇고 밥은 좀 하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차려진 음식은 꿀맛이었다.

그렇게 두 공기를 후딱 해치운 그는 박세아가 내온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걱정하던 모든 것이 해결이 되었으니, 이제는 본업에 집중해야 할 때.

목표

초승달 대지 - 백작의 성

파티 사냥 클리어 0/1

보상 - 제트 블라스터

‘이걸 해결하려면 파티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린데. 누구랑… 참.’

생각을 하던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하고 떠올랐다.

이곳에 오면 가장 먼저 찾아보기로 했던 사람.

“이봐요, 비서님.”

“네?”

“사람을 좀 찾을까 하는데, 가능할까요?”

“물론이죠. 특정할 정보가 있나요?”

“음. 레벨은 150~200 사이고 서주아라는 사람입니다. 클래스가 팔라딘이었던가? 아무튼 검을 사용하는데, 지금 당장 좀 찾아 줄 수 있겠어요? 나이는 20대 중후반 정도.”

“저희 길드원이죠?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뭐 그건 차차…….”

박세아가 서주아를 찾으러 간 사이, 태정은 씻고 숙소를 빠져 나왔다.

그러자 저 멀리 대기하고 있던 박형식이 그를 향해 뛰어왔다.

“어디 나가십니까?”

“열람실이요.”

“모시겠습니다.”

“아뇨. 바로 요 앞인데, 걸어갈게요.”

“그래도 보는 눈들이 있는데 타고 가시는 것이…….”

“아유. 누가 알아본다구요. 전 어차피 직급도 없잖아요. 쉬고 계세요.”

몇 번이고 권유하는 그를 뒤로 하고 태정은 약 500미터 밖에 있는 통합 열람실을 찾았다.

통합 열람실은 모든 길드원이 이용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가 저장된 전자 도서관이었다.

커뮤니티보다 양질의 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곳.

곧장 내부로 들어간 그는 한 자리를 차지하곤, 초승달 대지에 대한 정보를 서치 했다.

그러자 중요도순으로 여러 글들이 떠올랐다.

태정은 그중 가장 조회 수가 많은 첫 번째 글을 클릭했다.

[초승달 대지 - 백작의 성.]

적정 레벨 150~250

파티 규모: 중소

키 클래스: 근딜

비선호 클래스: 위자드, 메이지

백작의 성은 필드가 아닌 인던으로 층층이 공간이 좁기 때문에 근접형 클래스에게 매우 유리한 던전입니다.

반대로 원딜형 클래스는 불규칙 패턴으로 인해 호위를 세워야 하며, 아군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스킬 사용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나오는 주력 몬스터로는…….

정보는 꽤나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커뮤니티의 글이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들어가 있는 일기 형식이었다면, 이곳의 글은 핵심만 딱 집어 나오는 교과서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적정 레벨 250에 중규모 파티라.”

태정은 최근 다녀온 리콜에서의 사냥을 떠올려 봤다.

조용석이 말하길 당시 리콜은 최소한 200레벨대의 정규 파티 하나가 있어야 깰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라고 했다.

정규 파티란 근딜과 원딜 그리고 회복 계열까지 해서 총 8명이 1개인 팀을 말한다.

그런 곳을 약간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클리어 한 그였으니, 현재 300레벨까지 올린 그에게 이곳은 그리 어려운 곳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제라드.”

-예. 주인님.

“백작의 성이란 곳 내가 충분히 깰 수 있겠지?”

-그건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다니? 벌써 한계야?”

-1세대 시스템으론 실시간 정보만 제한적으로 가능합니다. 해당 던전에 진입하시면 보다 나은 데이터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가 봐야 안다는 거네. 뭐, 좋아. 그래도 대충 정보는 챙겼으니까.”

원하는 것을 얻고 나온 태정은 다시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바로 옆집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그냥 들어가기가 뭣해 먼저 인사를 하려는데.

얼굴을 확인한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초인클럽 리더의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서주아.

태정이 찾고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 살아요?”

“네. 그럼 태정 씨도?”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하하.”

어색한 대화 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아차 싶었는지 그가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전 일은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큰일을 당하지 않았어요. 사실 어제 바로 찾아뵙고 인사드리려 했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생겨서…….”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 목숨 구해 주셨잖아요.”

“제가 혼자 한 것도 아니고 같이 힘 모아 한 건데요, 뭐.”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 봐도 저희가 숟가락 얹은 건데. 그보다 길드는 지낼 만해요?”

“이제 하루라서 아직까진 잘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만난 분들은 다 좋아 보여요.”

“다행이네요.”

“참. 그날 이후에 사냥은 좀 하셨어요?”

“아뇨. 계속 쉬었어요. 일행들 근무도 있고 그래서. 지금 시기가 한창 바쁜 달이거든요.”

“그럼 괜찮으시면 사냥이나 가실래요? 그때 팀원들 다 같이 해서요.”

뜬금없는 사냥 제안에 박세아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되물었다.

“갑자기요? 어디로요?”

“초승달 대지라고 백작의 성이랑 붙어 있는 곳요. 아시려나?”

“아. 알아요, 거기. 그런데 거기 난이도가 좀 있지 않나.”

“퀘스트 때문에요. 주아 씨도 어차피 해야 하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조금만 시간을 주실 수 있겠어요? 팀원들에게 물어보기도 해야 해서.”

“당연히 그래야죠. 그럼 바로 옆에 사니 연락 주세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두요.”

그녀와 헤어져 집으로 들어온 태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세아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 서주아라는 분, 같은 익스클루브 등급이시더라구요. 공교롭게도 같은 숙소, 같은 층에 사세요.

“방금 만났어요.”

-아. 좀 더 일찍 알아봐 드렸어야 되는데. 죄송해요.

“무슨 죄송까지나.”

-혹시 다른 시키실 일은 또 없으세요?

“지금은 딱히… 아. 이건 좀 개인적인 부탁이라 미안한데.”

-말씀하세요.

“동생이 FD-1 구역에 있는데, 어제 와서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대충 같이 둘러보긴 했는데, 좀 알려 주시면 어떨까 해서요. 학원도 알아봐야 하는데, 혼자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

-그런 거야 제 전문이죠. 주소랑 이름 알려 주시면 바로 가 볼게요.

“고마워요.”

박세아에게 소영의 주소를 알려 준 뒤, 태정은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그래. 그들이랑 가면 딱히 부담도 없을 거야. 빚을 갚을 기회기도 하고.’

사실 태정이 그들과 사냥을 갈 필요는 없었다.

단순 파티 사냥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레벨이 높은 이들과 가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니까.

하지만 한번 사냥을 해 봤던 이들과 다시 합을 맞춘다는 건 심리적으로 많은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클래스는 오픈이 되어 있고, 그것에 대해 굳이 계산을 하며 사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길드에 들어온 이상, 어차피 능력은 오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런 관심이 지금은 조금 부담스럽다는 것.

게다가 그들과 함께할 이유는 이것 외에 또 하나가 있었다.

그녀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다.

목숨을 구해 준 것은 리콜과 퉁을 친다 하더라도, 한설아를 만나 큰 성장을 하고 초인클럽과 연을 맺을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아니었다면 절대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한 번쯤은 도와줘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파티 사냥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건 그렇고. 빨리 새로 얻은 스킬이나 써 보고 싶다. 얼마나 대단한 것들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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