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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41화 (41/182)

41화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친 태정은 박세아와 함께 현관을 나섰다.

“밑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굳이 안 따라와도 된다니까. 오늘은 그냥 어디 놀러라도 가요.”

“보스의 첫 사냥인데, 그럴 순 없죠. 제가 가야 보스 체면도 서구요.”

“무슨 체면씩이나… 뭐 그래요, 그럼. 바람 한번 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으니.”

이태호에게 비서에 대한 내막을 전해 들은 태정은 두 번 거절하지 않았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평가에 반영이 된다고 하니, 자신이 베푼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가 3층에 이르자, 그가 내리며 그녀에게 눈짓했다.

“이따 봐요, 그럼.”

그렇게 박세아를 내려보낸 태정은 서주아가 알려 준 커뮤니티로 향했다.

‘1-3. 1-3… 여기구나.’

내부로 들어가자 그녀를 비롯한 낯익은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이렇게 또 보네요. 신지수 씨 였던가요?”

“맞아요. 기억하고 있네요?”

“얼마나 됐다구요. 다른 분들은 아직이신가 보네요.”

“곧 도착할 거예요. 그보다 이렇게 같은 길드원으로 만나니까 더 반갑네요. 그날 이후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어떻게 들어오게 된 거예요? 용석 오빠는 연락받은 적 없다고 하던데.”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조용석과 이성호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또 뵙네요, 태정 씨.”

“거봐, 내가 올 거라고 했지? 딱 느낌이 왔었다니까. 반가워요. 리콜의 영웅, 박태정 씨.”

“유태정 씨야.”

“아, 진짜? 미안합니다. 제 주변에 박씨가 워낙 많아서…….”

소란스러운 인사에 멋쩍게 웃기도 잠시.

그들은 곧 테이블 위에 둘러앉아 서주아가 준비해 온 자료를 숙지했다.

이미 박세아를 통해 한 번씩 본 내용들이었지만, 그는 혹시나 놓친 것이 있나 제법 꼼꼼히 내용을 훑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입식 설명을 하던 서주아가 팀원들을 보며 물었다.

“자. 다들 주의해야 할 점 숙지하셨나요? 출발해도 될까요?”

그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까부터 의문에 잠겨 있던 태정이 손을 들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네. 어떤 부분이요?”

“여기 보면 각자 포지션이 나와 있는데, 왜 저희는 아무것도 없나요. 대열만 봐도 여기 중앙은 전투를 하기가 힘든…….”

“아. 깜빡했다. 저희는 오늘 예비로 가는 거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전투를 할 일은 없을 거예요. 이미 완비된 팀에 들어가는 거라, 조정이 힘들다고 해서요.”

“아. 그럼 업혀 가는? 뭐 그런 건가요?”

“네. 제가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어 가지고. 혹시 언짢으시면…….”

“아뇨. 언짢을 게 뭐가 있나요. 업혀 가면 완전 땡큐죠. 포션값 벌었네요. 하하.”

태정은 사냥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팀이 끼어 버린 순간 목표는 오직 퀘스트였기 때문에, 업혀 가든 실려 가든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약값도 줄이고 관심도 받지 않게 되니, 그로서는 더 잘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들 출발해 볼까요?”

가벼운 회의를 마치고 그들은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대기를 하고 있던 박세아가 다가와 태정을 향해 물었다.

“이동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총 일곱 명이니까. 한 차로 가면 될 것 같은데, 다들 어떠세요.”

태정의 제안에 서주아가 사양을 하려는데, 이성호가 불쑥 끼어들었다.

“저희야 완전 땡큐죠. 야. 이런 차 또 언제 타 보겠냐. 가자. 어?”

이성호가 그리 말하자 마지못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탑승을 한 그들의 차가 길드를 빠져나갔다.

목적지는 강원도 홍천이었다.

길드에서는 약 두 시간 거리.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를 둘러보던 조용석이 부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역시. 히든이라 그런지 저희와는 많이 다르십니다. 이런 차는 처음 타 보네요. 시중에 나오는 일반 자가용은 아닌 것 같은데.”

“운이 좋아서 과한 대우를 받고 있네요.”

“직급은 받으셨나요?”

“아뇨. 예우 등급만 받고, 직급은 똑같은 일반 길드원이에요.”

“아. 주아랑 같은 과시구나. 아무튼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해 보네요.”

태정과 조용석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이성호는 박세아에게 껄떡거리는 중이었다.

“세아 씨라고 했나요?”

“네.”

“전 이성호라고 합니다. 태정 씨와는 생사를 함께한 동료라 할 수 있죠. 사실 제가 이런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아닌데, 솔직히 세아 씨처럼 예쁘신 분은 처음 봤습니다. 혹시 따로 만나시는 분이 계실까요?”

“…….”

“없으시다면 혹 저는 어떨… 악!”

추파를 보내던 이성호가 표정을 찡그리며 팔을 부여잡았다.

그리곤 옆에 있던 신지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왜 꼬집어!?”

“제발 가만히 좀 있어, 창피하게 하지 말고.”

“내가 뭘?”

“여기서까지 그러고 싶냐? 제발 철 좀 들어라.”

신지수의 핀잔에 이성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오호라. 이제 보니 너, 혹시 질투하는 거냐? 맞네. 질투하네, 지금. 이야. 그렇게 싫다고 할 땐 언제고.”

“좋은 말로 할 때 조용히 가자? 응?”

“하여간 여자들이란,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할 것이… 억! 그만 좀 꼬집어! 피 나잖아.”

“그러라고 한 거야.”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차는 달리고 달려 어느덧 홍천으로 진입을 하고 있었다.

“곧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김형식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고, 서주아를 비롯한 인원들이 하차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이십여 분이 더 흐르자, 차가 한적한 공터에 이르렀다.

그리고 보이는 여러 대의 차량과 수십 명의 헌터들.

“좀 늦은 모양이네요.”

태정이 그리 말하자 서주아가 시간을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집합 시간에서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요.”

“내리죠.”

하나둘 하차를 하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하고 있던 태정은 박세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늦을지도 모르니까, 기사님 데리고 어디라도 가 있어요.”

태정의 배려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세요. 그리고 이거 간단하게 챙겼는데, 굶지 마시구요. 도시락이에요.”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어요?”

“너무 늦어서 있는 걸로 대충 준비했어요. 기대는 마시구요.”

“아무튼 잘 먹을게요.”

도시락 통까지 챙긴 그는 작별 인사와 함께 차에서 내려섰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수십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로 쏟아졌다.

그중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태정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왔어? 차 또 바뀌었네?”

사내의 말에 서주아가 앞을 나서며 대답했다.

“고마워, 함께하게 해 줘서.”

“에이. 이거 또 왜 이러시나, 나도 도움 받은 게 있는데. 이런 거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지. 그런데 너희 꽤 오래 붙어 다닌다? 뭐 레벨도 맞추면서 다니는 거야?”

사내가 그리 말하자 조용석을 비롯해 모두가 한마디씩 인사를 건냈다.

“형, 안녕하세요.”

“같이 놀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성장했어요?”

“오빠, 오랜만.”

그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 듯했다.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사내가 태정을 향해 다가왔다.

“오늘 처음이시죠? 반갑습니다. 우경호라고 합니다.”

“유태정입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애들한테 큰 도움을 주셨다고요.”

“그냥 뭐 조금…….”

“이번엔 제가 제대로 한번 그 빚을 갚겠습니다. 저 아이들, 저한테는 친동생과도 같은 아이들이라. 오늘 부담 없이 즐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내가 그리 말하며 다시 무리로 사라지자 서주아가 태정을 향해 다가와 속삭였다.

“업혀 가는 거라 태정 씨가 히든이라는 건 말하지 않았어요. 혹시 불편하시면 지금이라도 정식으로 소개를…….”

“아뇨.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요. 그냥 이대로 갈게요. 그런데 친한 사이인가 봐요, 다들?”

“제닉스에 들어올 때 같이 가입한 동료에요. 처음부터 격차가 좀 있어서 길드에 들어온 뒤로 잘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태정 씨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됐네요.”

“레벨들이 상당한 것 같은데…….”

“세세히 알 수는 없지만 300 초중반대로 알고 있어요.”

“300 초중반이라.”

300 초중반이면 현재 그의 레벨대였다.

자신과 비교해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잠시 후 우경호가 손짓을 하며 그들을 불렀다.

그렇게 무리로 합류한 태정 등은 환영인사를 받으며 팀에 녹아들었다.

“그런데 좀 걸리는 게 있어. 저기 저 차들은 대체 뭘까.”

우경호의 시선이 좌측에 나란히 서 있는 여섯 대의 승합차를 바라봤다.

그러자 조용석이 눈치를 보다 슬며시 입을 뗐다.

“형네 팀 차 아니에요?”

“올 때부터 있던 차들이야. 우린 저쪽에 세웠지.”

“그럼 이미 사람이 있다는……?”

“그걸 모르겠네. 분명 우리 차례에 신고자도 어제까지 확인을 하고 왔는데.”

팀의 리더인 우경호는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사냥을 많이 다닌 그였지만,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매우 외진 공터.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본부와 연락을 하던 한 헌터가 우경호를 향해 다가왔다.

“그런 일 없다는데? 차 번호도 길드에 등록되지 않은 차야.”

“전부?”

“어.”

“이상하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뭐지?”

“뭐 등산 모임 같은 거 아냐? 여기 보니까 죄다 산이구만.”

남자의 말에 그가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산을 가려면 나름 이름 있는 곳을 가는 게 정상이지. 주변을 한번 둘러봐. 다 무너져 내려서 마땅히 올라갈 길도 안 보이잖아. 게다가 차를 세운 장소도 너무 이상해. 왜 하필 게이트 옆이지? 보통 피하지 않나?”

“그 말은 뭐 다른 길드 사람들이라도 된다는 거야?”

“그럴 확률이 높지 않을까.”

“에이, 길드 소유 게이트는 전부 통합 전산망에 등록이 되는데,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누가 타 길드가 소유한 던전에 발을 붙여. 말이 안 되지.”

사내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길드 게이트는 한산도를 통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소유권이 인정된다.

즉, 이를 위반할 시 최고 권위에 있는 한산도에서 제제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톱 티어 길드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는 분쟁이었다.

동급 길드에 한해서 일어나는 분쟁은 위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얼마 전 통과된 자유 경쟁법 때문인데, 구멍이 많다 하여 많은 사람의 원성을 사고 있는 법이었다.

“별일 있겠냐. 얼른 가자, 애들 기다려. 설사 있다 해도 어쩔 거야. 쫓아내면 그만이지, 엄연히 우리 길드 소유인데.”

“그게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그들이 규칙을 몰라서 달이 바뀌게 되면… 우리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어.”

우경호는 불청객 따위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던전에 숨겨진 법칙.

그걸 깨 버리는 순간, 더 이상 이곳은 블루 3급의 난이도가 아니게 된다.

계획이 틀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사내가 어깨를 툭 치며 입을 열었다.

“야. 누가 들어갔든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걸 모르겠냐. 그리고 우리 실력이면 설사 그런 일이 발생한다 해도 해 볼 만 해. 졸업반이잖아.”

“영 찜찜한데.”

“인마. 네가 이렇게 시간 끌면 애들 사기만 떨어진다니까?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갈래? 연차 뺀 애들은 어떡하고? 가자 좀. 어?”

결국 끈질긴 설득 끝에 출정이 확정됐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로 돌아가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1조부터 차례로 진입하겠습니다,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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