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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44화 (44/182)

44화

모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달이었다.

던전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초승달.

문제는 그 달이 조금 전까지완 다르게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단 것이다.

“왜 저게…….”

모두가 넋을 잃고 있는 가운데, 태정은 박세아가 가져다준 자료의 마지막 문구를 떠올렸다.

[초승달 대지의 금기사항]

-달의 신전의 수정을 건드리지 말 것.

-달이 붉은빛으로 변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올 것.

‘건드렸구나.’

태정이 달을 보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경호가 급히 달려와 인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대열 갖춰! 달이 바뀌었다. 서둘러 나가야 해.”

그의 명령에 헌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일어나 순식간에 대열을 정비했다.

신기한 것은 돌아간다는 말에도 누구하나 토를 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숲에서 자존심 운운하며 악착같이 퀘스트에 목을 매달던 것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

“자. 다들 준비됐으면 쉬지 않고 숲까지…….”

다급히 출발 명령을 내리려던 우경호는 말을 다 이을 수가 없었다.

전방의 지반이 요란하게 내려앉으며, 시뻘건 눈빛을 한 괴수가 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헌터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의 몬스터였다.

“뭐야? 거미야?”

“메뚜기야, 뭐야?”

“뱀 같은데?”

헌터들의 반응은 다들 제각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떼로 나온 괴수들의 종류는 구분을 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했다.

태정의 눈에 들어오는 것만 해도 최소 다섯 종.

그 대부분이 벌레를 연상케 했지만, 덩치는 사람 하나를 씹어 먹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모습이었다.

그중 몇 마리가 대열을 향해 돌진했다.

“막아!”

채앵-!

깡! 깡!

우측으로 들어온 세 마리의 괴수에 맞서 2조가 스킬을 뿌리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르게 그들의 검은 놈들의 목을 단번에 베어 낼 수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수적 우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치명타를 줄 수가 없자, 1조에 있던 몇몇이 합세해 겨우 놈들을 잡아 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우경호의 낯빛이 더욱 굳어졌다.

‘예상대로야. 이놈들은 우리 상대가 아니야.’

한 번도 경험을 해 보진 않았지만 달이 변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우경호였다.

아카데미에서 괜히 돈 써 가며 이론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염두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질 확률이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금기를 깬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니까.

그럼 대체 이 상황은 어떻게 된 일일까?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 미친놈들이 기어이…….”

던전에 들어온 파티는 두 팀이었다.

우경호의 팀이 이곳에 있으니, 당연히 용의자는 다른 한 팀이 될 것이다.

블루 라이언.

그들이 아니고서는 이 미친 짓을 할 자들이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우경호는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론적으론 도망이 답이지만, 유일한 퇴로인 후방은 거대한 오아시스에 완전히 막혀 버렸다.

이렇게 되면 돌파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 병력 가지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반을 뚫고 올라온 괴수들이 자기들끼리 물고 뜯고 있다는 점.

혹시 이걸 이용한다면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정리한 우경호가 팀원들을 향해 지시했다.

“다들 우측으로 조용히 빠져나간다. 오아시스가 끝이 나면 전력을 다해 뛰는 거야.”

그의 지시에 맞춰 파티원들이 조심스레 발을 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몬스터들이 대거 달려들기 시작했다.

“오, 온다.”

일개 부대급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돌진하자, 헌터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절망으로 물들었다.

일 대 일도 제대로 커버가 안 되는 상황에서, 병력의 몇 배에 달하는 물량이라니.

죽음의 그림자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타타타탕! 타탕! 타타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르는 수백 개의 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 빛은 마주 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직선으로 쏘아졌고, 빛에 강타당한 놈들의 신형이 앞에서부터 벌집이 되어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화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당장이라도 덮쳐들 것 같던 몬스터들은 고작 10여 미터를 남겨 두고 한 발짝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이 마법은? 대체 누가 이런…….’

자연스레 헌터들의 시선이 빛의 진원지로 향했다.

그러자 양손으로 무언가를 들고 있는 태정의 모습이 포착됐다.

빛은 그곳으로부터 뿜어지고 있었다.

“뭐야? 저건?”

“총 아니야?”

“총이 어떻게…….”

헌터들의 반응은 대부분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총을 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그 총이란 것이 이렇게까지 강력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버스를 타러 온 초심자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있을 일에 비해선 놀라운 축에도 끼지 못했다.

갑자기 그의 어깨 위로 생겨난 두 개의 대포.

쾅!

굉음과 함께 날아간 탄두가 몬스터의 진원지에 그대로 때려 박혔다.

그러자 두 차례 폭발이 일며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알림음이 고막이 터져라 울리기 시작했다.

[경험치…….]

[경험치…….]

[경험…….]

“뭐야? 대체 몇 마리가 죽은 거야?”

끝도 없이 울려 퍼지는 알림음에 정신이 없기도 잠시.

그들은 곧 엄청난 속도로 앞을 치고 나가는 한 사내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당연하게도 태정이었다.

부스터를 활성화시켜 전방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태정은 가지고 있는 무기를 총동원해 몬스터를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기체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쏘는 족족 걸레가 되어 터져 버리는 몬스터들.

확실히 몇 마리에도 고전을 하고 있던 동렙의 헌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달이고 뭐고, 완전 밥인데?’

태정이 몬스터들을 불쌍하다 싶을 정도로 족치고 있을 때,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단 눈치였다.

아무리 직업이 좋아도 그렇지 일개 파티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걸 혼자서 하고 있다니.

이건 그들의 상식적으론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이성호가 자랑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게 바로 리콜의 영웅이지.”

“리콜의 영웅?”

“형은 몰라, 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근데 왜 버스를…….”

우경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이번엔 옆에 있던 신지수가 입을 열었다.

“원래 태정 씨가 우리 버스 태워 주는 거였거든. 그런데 방이 없어서 오빠한테 말을 한 거고.”

“아니, 그럼 말이라도 해 줘야 할 거 아냐?”

“그거야 오빠가 자신만만했었잖아. 가만히 있으라고. 알아서 다 해 준다고. 잊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들이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 전투는 벌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잡은 놈들만 해도 대략 천 마리.

걸린 시간은 고작 5분에 불과했다.

[붉게 묽든 타라스를 처치하셨습니다.]

마지막 놈까지 깔끔하게 처리한 태정은 다시 무리로 복귀했다.

그러자 뜨거운 시선들이 그에게 집중됐다.

무언가 먼저 말을 해 주길 기다리는 눈치.

어색한 표정을 짓던 태정이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속일 마음은 없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라 가지고… 죄송하게 됐습니다. 진즉부터 거들려고 했는데, 너무 잘들 하셔서 틈이 안 보였어요.”

그의 사과에 이성호가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두둔했다.

“에헤이. 죄송은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태정 씨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난 아직도 내가 살아 있는 게 맞는 건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 다들 안 그래요?”

이성호가 그리 말하자 헌터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난 방금 죽는 줄 알았다고.”

“멋있었어요.”

“근데 메카닉 그거 죽이던데요? 기계 인간이라 해서 뭔가 했더니, 완전 개간지 클래스였잖아.”

태정의 예상과 다르게 끝도 없는 칭찬 세례가 이어졌다.

이런 힘을 가지고도 왜 놀고 있었냐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거기까지 생각을 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가고.

태정이 우경호를 향해 질문했다.

“저희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 퀘스트 말입니까.”

“네.”

“어… 그러니까, 달이 바뀌었다는 건, 누군가 신전의 수정을 활성화시켰다는 겁니다.”

“아마 아까 숲에서 봤던 그 사람들이겠죠?”

“네. 그런데 신전에 도달했다는 건, 성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뜻하거든요. 달이 바뀌었으니, 그들도 둘러는 가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금방 도착을 할 겁니다.”

“그럼. 따라잡기는 힘들겠군요. 그런데 돌아갈 때를 생각하면 저들도 똑같은 위기에 봉착할 텐데, 왜 굳이 수정을 건드린 걸까요.”

“아. 달은 4시간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일단은…….”

“저 태정 씨.”

“네?”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도와주셔야 되는 일이라.”

“물론이죠. 뭐든 말씀하세요.”

태정이 승낙을 하자 우경호가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백작의 성으로 향하는 길은 총 3갈래로 나뉩니다. 해변을 따라 둘러가는 길이 있고, 지금 이 사막을 정면으로 내려가는 길 그리고 산을 타고 성의 후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빠른 길은 여기 후문으로 빠지는 길인데, 이곳은 던전에서 가장 강한 몬스터들이 서식을 하고 있죠. 더군다나 지금은 달까지 변했으니, 평소보다 훨씬 더 돌파하기가 힘들 겁니다. 하지만 이곳을 빠르게 돌파할 수 있다면, 어쩌면 먼저 도착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당장 출발할까요?”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여기는 아까보다 더 강력한 놈들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라…….”

“괜찮습니다. 저도 여유가 꽤 있거든요. 믿어 보세요.”

그렇게 그들은 포기가 아닌 희망의 끈을 잡기로 했다.

이동을 하며 수많은 몬스터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 어떤 놈도 태정의 무지막지한 화력을 받아 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가장 난이도가 높다 알려진 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엔 이유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가 가진 스킬의 속성이 시리우스로부터 왔기 때문이었다.

신이었던 시리우스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에너지 탄은 마에 강력한 항마 작용을 하게 되는데, 붉은 달이 뜨면 몬스터의 속성이 마로 변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격에도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그게 바로 태정이 일반 무기를 쓰고도 이렇게 강력할 수 있는 이유였다.

덕분에 빠르게 정상까지 올라선 그들은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백작의 성을 눈에 담을 수가 있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저게 백작의 성입니다. 이제 한 5km만 가면… 아.”

희망에 찬 얼굴로 말을 내뱉던 우경호는 한차례 탄식을 내뱉었다.

성 앞 공터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블루 라이언의 헌터들이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렸건만,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그의 말에 다른 헌터들이 너도나도 앞을 나와 산 아래 공터를 바라봤다.

“이런, 바로 코앞에서 뺏기게 생겼네.”

“얼마나 달린 거야.”

“이게 여기서…….”

사람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웠는데, 다른 놈들도 아니고 저 재수 없는 놈들에게 뺏겨야 한다는 것이 그들은 분하고 또 원통했다.

“미안합니다, 태정 씨. 혼자 오셨으면 진즉에 도착하셨을 텐데, 괜히 저희 때문… 헉!”

태정에게 미안함을 표하려던 우경호는 뒤를 돌아보다 깜짝 놀라 나자빠졌다.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웬 거대한 물체가 하나 떡 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본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뭐, 뭐야!?”

“으악! 깜짝이야.”

“이게 무슨…….”

“x발?”

난생처음 보는 기괴한 물체에 넋이 나간 헌터들.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태정이 제라드를 호출했다.

“이봐, 제라드.”

-예, 주인님.

“몇 발이나 때려 박아야겠냐.”

-저들이 이들과 같은 수준이라 가정할 때, 한 발이면 전멸시킬 수 있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예?

“저거. 성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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