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메카닉 플레이어-56화 (56/182)

56화

남동 지구 최북단 제닉스 메인 본성.

여러 수뇌부가 원탁을 기준으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난감하게 됐군. 놈들이 연합을 맺을 줄이야. 우리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가.”

정찰대의 보고를 받은 제닉스 길드의 마스터 양태식의 말이었다.

그 말에 전략 참모 이기석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러기엔 이 지구 전체가 너무 핫한 곳입니다. 최소 아홉 개 단체가 스페셜을 눈앞에 둔 예비 길드들이니까요.”

“저들이 저렇게 나왔다는 건 우리 역시도 경쟁 그룹에 올렸다는 얘기가 되겠지. 그동안 몸을 사렸던 게 의미가 없어졌군.”

양태식은 지난 1년간 이곳에 틀어박혀 단 한 번도 출정을 하지 않았었다.

초기에 먹은 성 역시 9개로 같은 덩치의 세력을 가진 길드에 비하면 매우 약소한 편이었다.

그것은 매우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심리전의 일종이었는데, 저번 시즌까진 모두가 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제닉스는 오로지 방어에만 전념한다.

-현 랭킹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길드다.

-제닉스의 길드 마스터는 매우 소극적인 사람이다.

별의별 말이 다 돌았었다.

오죽했으면 이 바닥에서 수성 마스터란 별명이 붙었겠는가.

실제로 제닉스는 수성에 있어선 가히 스페셜리스트라 불릴 만했다.

가지고 있는 성이 몇 개 없기에, 마음먹고 막기로 작정한다면 이를 뚫을 수 있는 길드는 이 남동 지구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올인을 한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하이에나 같은 길드들이 그곳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해서 그 어떤 길드도 제닉스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 길드가 바로 오늘.

드디어 이빨을 드러냈다.

문제는 승급 시기에 맞춰 길드들의 연합이 형성되었다는 것.

적어도 세 그룹으로 나뉜 연합의 규모는 그룹당 병력만 2만.

애초에 생각하던 수에서 배로 뛰어 버린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밀어주기란 말인데. 대체 무슨 거래를 어떻게 했기에 승급을 앞둔 길드 9개가 하나의 자리를 놓고 연합을 맺은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4개의 그룹입니다. 저들 세 그룹과 저희와 연합인 워리어 길드까지 총 4개의 그룹 11개의 길드가 경쟁을 하게 되는 거죠.”

“연합 구성은 파악된 게 없나.”

“아직까진 1차 보고 때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정확한 건 좀 더 지켜봐야 압니다. 어디든 전쟁이 시작되면 그때서야 제대로 된 윤곽이 드러날 것 같습니다.”

“음. 그렇겠지… 뭐, 이 또한 예상을 못 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어? 첫 번째 예측이 틀어졌으니, 역시 두 번째 안으로 가는 건가?”

“아닙니다. 제가 판단하기론 그대로 진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세운 작전 그대로?”

“그렇습니다. 길드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앞으로 8시간이 지나면, 주요 성에 방어 포탑이 형성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성은 점령이 불가하다고 봐야겠지요. 즉. 그 전에 어떻게든 저희가 타깃으로 삼았던 주요 성들을 모두 먹어야 합니다. 플랜 b로 갈 경우 랭킹은 올릴 수 있겠지만, 결국 월드 워 입장 기준인 50위권은 매우 희박해집니다.”

“그거야 여기 있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네만. 저렇게 병력이 증원된 상황에서 다른 곳까지 견제를 하며 상대하기엔 무리가 좀 있지 않겠나.”

“수성 병력을 모두 빼면 가능합니다.”

“수성 병력을? 그건 안 돼. 북쪽 후방에 있는 놈들이야 거리가 있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스미스 연합은 고작해야 수십 마일이야. 언제든 우리 쪽에 문제가 생겼을 때 들어올 확률이 높다는 뜻이지.”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쪽으로 병력을 빼면 북쪽에 진을 치고 있는 화신이나 철인 길드 또한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겠죠.”

“그래도 이건 너무 도박인 것 같은데…….”

“지금은 도박이라도 해야 합니다. 작전이 실패해 랭킹이 떨어지는 건 나중에 다시 찾아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 입장권을 따내지 못하면 저희는 1년을 또 기다려야 됩니다.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길드장님.”

전략 참모의 푸시에 잠깐 고민을 하던 양태식은 주요 지휘관들을 보며 물었다.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저희 생각도 같습니다. 1년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일 수 있겠으나, 그동안 저희 길드가 받을 혜택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엔 무조건 밀어붙여야 합니다.”

“그럼 이걸로 의견은 통일됐군. 총대장.”

그의 부름에 상석 바로 옆에 자리해 있던 사내가 대답했다.

“예. 길드장님.”

“전략 참모와 상의해 회의가 끝나는 대로 병력을 재편성하게. 아무리 올인이라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최소한의 병력은 남겨 두어야 될 거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이번엔 왼쪽으로 향했다.

동맹인 워리어 길드의 인사들이 위치한 곳.

그중 첫 번째 자리에 있는 중년인을 향해 그가 입을 열었다.

“워리어 길드 마스터께서는 기존의 계획대로 저희 후방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남쪽에서는 단 한 놈도 기어 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안이 결정 나자, 양태식의 시선이 다시 참모에게로 돌아갔다.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세부적인 계획과 변동 사항은 실시간으로 보고받도록 하는 걸로 하지.”

“예. 길드장님.”

“그럼 이걸로 회의는…….”

막 회의 종료를 알리려는 그때.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왔다.

그는 조금 전 외부 상황을 보고하고 돌아갔던 컨트롤 타워의 책임실장이었다.

“무슨 일인가?”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문제라니? 설마, 침공인가?”

“아닙니다. 잠시 상황판 좀 올려도 되겠습니까.”

그의 말에 양태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곧 원탁 중앙에 반투명한 상황창이 크게 떠올랐다.

“이걸 좀 보십시오.”

“무얼 말… 음? 왜 성이 7개밖에… 잠깐, 화이트 라인?”

양태식의 눈이 헛것을 봤다는 듯 크게 감겼다 떠졌다.

이곳과 정반대인 남서 지구 화이트 라인에 자신들의 표식이 있는 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일곱 개씩이나.

“이게 뭐야? 어떻게 저곳에 우리 성이 있을 수 있는 거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쪽에 따로 빠진 병력이 있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까 보고 드린 대로 전원 입성해 있는 상태입니다.”

“본성 외, 다른 곳도?”

“예. 전부 확인했습니다.”

“그럼 저건 뭐야?”

양태식은 상황판에 보이는 것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자신이 확인했을 때도, 귀환을 탈 때 모든 인원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본성에 입성을 하고도 재차 확인을 했기 때문에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 저기 보이는 성들은 대체 누가 점령을 했단 말인가.

“설마 길드에 남아 있던 잔류 병력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저게 어떻게 설명이 되나? 이곳에서 저곳까지의 거리는 수백 마일이야. 도착하자마자 달렸다 해도 도달하는 게 불가능하단 말일세. 더군다나 이번 원정에 참가한 인원들은 3달 내내 혹독한 훈련을 거쳐 왔네. 명령을 불복하고 저런 행동을 할 인사들이 감히 있을 수 있다고 보는가.”

“그래서 추가로 들어온 인원이 있나 확인을 해 봤습니다.”

“해서?”

“기존 인원에서 한 명이 더 추가되었더군요.”

“뭐 한 명?”

그의 말에 양태식을 비롯한 좌중이 술렁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황당한 표정이 된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기존의 원정 멤버는 모두 여기에 있고 저곳엔 나중에 들어온 이가 있는데, 그게 달랑 한 명이다? 그 말인 건가 지금?”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저곳은 외곽 라인이긴 하지만 랭킹 굳히기 때문에 다수의 중견 길드가 포진을 하고 있는 곳이야. 그런 곳을 어떻게 단 한 명의 인간이, 그것도 이 빠른 시간 내에 일곱 개의 성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본성 시스템 창엔 저희 파티를 제외 길드원은 단 한 명만이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럴 리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양태식은 뭔가 시스템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의 수비로 남겨 놓은 잔류 병력 중 이 정도 일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헌터는 남아 있지 않았다.

알맹이란 알맹이는 모조리 뽑아 들어왔기에, 그것은 그가 제일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고개를 젓던 그가 다시 책임실장을 향해 물었다.

“랭킹 점수는 어떻게 나오지?”

“정확히 350점이 추가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나? 확인할 방법이 없냐 그 말이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라 통신이 닿지 않습니다. 직접 가 보는 수밖에는…….”

“답답하구만. 뭔가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무엇인지 알 수가 없으니 원.”

양태식의 중얼거림에 병참부 소속 간부 하나가 의견을 내밀었다.

“헌터 몇을 추려서 보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다. 위치를 보니 저희 포인트와 가까운 것 같은데 말입니다.”

“리스폰을 타잔 말이군.”

“예. 제가 보기엔 두 시간이면 가장 가까운 성엔 도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음.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하네만 의미가 없는 행동이야. 가다가 적을 만나게 되면 다시 원점이고 또 무사히 도착해 알아본다고 한들, 이곳에 연락을 취할 길이 없지 않은가.”

“아… 그렇겠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야. 나도 방금 그 생각을 잠깐 했으니까.”

리스폰을 타 도착을 하는 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남동 지구 북반부의 끝이고, 저곳은 남서 지구 남반부의 끝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향해 작전 참모 이기석이 입을 열었다.

“굳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황당해서 그러네, 황당해서. 자네들은 그렇지 않은가.”

“저희도 처음 있는 일인데 왜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이게 저희한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비록 소형 성이긴 하지만 저 의문의 헌터가 추가로 성을 더 점령하게 될 경우, 중형 성 하나 정도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공성에 신경을 더 쓸 수 있다는 뜻이 되겠죠.”

“그렇긴 하지만 저것도 말이 안 되는데, 추가로 점령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보험 정도로 생각을 한다면…….”

그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좌중이 소란스러워졌다.

동시에 책임실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양태식을 불렀다.

“길드장님.”

“왜?”

“저기 좀 보십시오. 새로운 성 하나가 더…….”

“음? 오. 정말 하나를 더 먹었군. 이거 잘하면 전략 참모 말대로 진짜… 잠깐, 저게 뭐지?”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던 그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미간을 힘껏 좁히며 상황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점령한 성의 모습이 달랐기 때문이다.

“중형이군.”

“맞습니다.”

“소형도 납득이 안 가는데, 이제는 중형이라? 허.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이거 정말 우리에겐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소형 7개에 중형 1개라. 시작도 전에 이런 복이 다 있나.”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문제?”

“저곳은 한라산이 3년 전부터 정찰 용도로 알박을 해 놓은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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