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메카닉 플레이어-59화 (59/182)

59화

중부 격전지의 메인 3지구.

영지전의 가장 핫한 격전지 중 하나인 이 3지구엔 동서를 가르는 거대한 강줄기가 하나 있었다.

과거엔 통곡의 강이라고도 불린 이곳은 수많은 헌터의 무덤이었으며, 중앙 진출에 있어선 반드시 넘어서야만 하는 관문 같은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폭이 100여 미터에 불과한 상류 줄기의 시작점엔 2개의 성이 강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이곳에 처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니 따분해 죽겠군. 뭐 특이 동향 같은 건 없나?”

컨트롤 타워에 처박혀 몸이 늘어질 대로 늘어진 김영호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는 서성의 총책임자이기도 했는데, 대한민국 공식 랭킹 8위에 빛나는 무적 길드의 일원이었다.

그런 그의 물음에 수하 하나가 기지개를 펴며 대답했다.

“항상 똑같죠, 뭐. 옛말로 이곳은 거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문제 아니겠냐.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고 노나 먹는 판인데, 매번 이렇게 의미 없이 끌려와야 한다는 게 말이야. 이 시간에 사냥을 갔으면 돈이 얼마야.”

“저희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윗분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요. 아니면 부대장께서 레벨을 올리시거나 무슨 성과를 내셔서 요직에 앉으셔야죠.”

“이럴 때 저 건너편 놈들이 미친 척 한번 건드려 주면 얼마나 좋아. 활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에이. 지켜 낼 자신은 있으시구요?”

“어허. 이놈 보게? 요새 풀어 줬더니 아주 제 상관을 물로 보고 있구만.”

“물이라니요. 상대가 그럴 만하니 그런 거죠. 명색이 그래도 랭킹 6위의 금사자 길드가 아닙니까.”

“금사자도 금사자 나름이지. 저곳에 있는 지휘관 놈 내가 알기로 600이 채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정도면 내가 해볼 만하지 않겠냐. 더군다나 놈은 팔라딘이고 나는 버서커인데.”

“뭐 일대일이라면 부대장님이 이길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 길드와 금사자 길드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실없는 얘기라 치부하려는 그때.

어디선과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쾅! 쾅!

“뭐, 뭐야!?”

깜짝 놀란 김영호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수하 역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동시에 눈을 마주친 그들은 밖을 뛰쳐나갔고, 내부에서 들었던 소리보다 훨씬 큰 굉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콰콰쾅! 쾅!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에 병력들이 동요했다.

그런 헌터들을 백인장들이 진정시켰고, 이내 한 명의 간부가 김영호를 향해 급하게 뛰어왔다.

“부대장님!”

“뭐야? 무슨 일이야?”

“저기 올라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간부를 따라 성벽 위에 오른 김영호는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물으려다, 전방의 불타고 있는 성에 시선을 빼앗겼다.

강 건너 금사자 길드의 성에서 진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성 하나를 집어 삼킬 정도였고,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저것들 뭐 하는 거야?”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폭음이 들리더니…….”

“설마… 공격을 받고 있는 건가?”

“예!? 그럴 리가요. 누가 감히 금사자 길드를 건드린단 말입니까. 톱 텐에 든 길드는 모두 메인 격전지에 있을 텐데요. 더군다나 여긴 저희 영역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럼 뭐 쇼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안되겠다. 지금 당장 가서 통신구 가지고 와. 본성에 보고를 해야…….”

“엇!? 저기 좀 보십시오!”

“어?”

간부의 손가락질에 김영호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무언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고 있는 정체불명의 발사체.

그들이 무어라 판단을 내리기도 전.

순식간에 도달한 물체들이 성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콰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들의 신형이 일순 섬광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동시에 연쇄적인 폭발이 일며 내부에 있던 병력들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 * *

금사가 길드 본성.

통곡의 강 상류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급보를 전달받은 금사자 길드의 마스터 최철호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말을 되물었다.

“정말, 놈들이 공격을 했단 말이야?”

“예. 불시에 닥친 기습이라 손도 못 쓰고 당했다고 하더군요.”

“놈들이 대체 왜……?”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당했다고 하는지라. 어떻게 조치를 취할까요? 정말 공격을 받은 게 맞다면 이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일 아닙니까.”

“으음. 일단 내 따로 지시가 있을 때까지 나가서 대기하고 있지.”

“예.”

사내가 빠져나간 뒤 최철호는 통신구를 열어 어딘가로 연락을 시도했다.

잠시 후, 구슬의 빛이 몇 번 빛나더니 이내 건너편에서 음성 하나가 들려왔다.

-오. 우리 금사자 수장께서 이 시간에 웬일인가.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혹시 통곡의 강 상류에서 무슨 소식 못 들었나.”

-소식이라니? 갑자기 그 무슨 뜬금없는 얘기야.

“우리 성 하나가 공격을 받은 것 같은데. 길드원들 말로는 그 주범이 너희라고 하더군.”

-뭐라고? 설마 그거 신종 개그인가?

“지금 농담 따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일개 중형 성의 책임자가 단독으로 일을 벌였을 리는 없을 테고. 왜 약속을 어긴 거지?”

-난 지금 네놈이 뭐라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군. 그곳이 어디라고?

“통곡의 강 상류 첫 번째 줄기 끝에 있는 마주 보고 있는 성이다.”

-기다려 봐.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연락할 테니.

“그게 실수든 뭐든 네놈은 책임을 져야 할 거다.”

-자꾸 긁을래? 알아본다고 하잖아.

갑작스러운 금사자 길드의 연락에 무적 길드의 마스터 조영민은 수하를 시켜 해당 사건에 대해 진의를 알아봤다.

“뭐라고 하던가.”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통신이 안 되다니? 수정구 분배 안 했어?”

“했습니다. 그래서 상황판을 봤는데…….”

“봤는데?”

“이미 누군가에게 빼앗긴 것 같습니다.”

“뭐? 감히 누가 대무적 길드의 성을…….”

“후방에 있는 성에 물어보니, 강 건너에서 공격이 날아든 것 같다고 확실하진 않지만 그래 보였다고 합니다.”

“뭐라고? 강 건너에 성이 몇 개나 되지?”

“그곳은 마주 보고 있는 금사자 길드의 성 하나입니다.”

수하의 보고에 조영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이 새끼가 지금 우리 성을 처먹어 놓고 되려 나한테 약을 팔았다? 이게 지금 누굴 꿔다 논 보릿자루로 아나.”

화가 있는 대로 난 조영민은 곧장 최철호를 향해 통신을 시도했다.

-그래. 알아는 봤나.

“야 이 새끼야, 지금 이게 재밌냐?”

-뭐? 새끼? 이게 뭘 잘못 처먹었나.

“개소리 집어치우고 우리 성 왜 건드렸어. 이 뻔뻔한 새끼. 네놈들이 와서 처먹어 놓고 뭐? 우리가 공격을 해? 이 새끼가 사람을 쉽게 봐도 정도가 있는 거지. 넌 어떻게 그 자리에 쳐 올라가서도 어릴 때 버릇을 못 고치냐. 이 한심한 놈아, 나잇값 좀 해라, 나잇값 좀.”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조영민의 말에 참고 있던 최철호가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정말 죽고 싶은 거냐. 아까도 말했지만 이거 장난 아니라고 했다. 그딴 식으로 어물쩡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야.

“그건 내가 할 말이고. 후방에서 네놈들이 공격하는 걸 본 애들만 수백이야. 자꾸 개소리할 거면 그냥 화끈하게 한번 하든가.”

-오호. 이놈 봐라?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내. 너희 우리 감당 가능하겠냐. 옛 친구라서 온갖 편의 다 봐줬더니, 이런 식으로 칼을 꽂아?

“아아, 그랬냐? 어디 이번에 한번 제대로 꽂혀 봐라. 그리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너희가 뭘 그렇게 볼 게 있냐. 성 몇 개 더 가지고 있다고 갖은 유세는 다 떨고. 그렇지 않아도 꼴 뵈기 싫었는데 잘됐다, 아주. 이번에 랭킹이나 한번 시원하게 올려 보자.”

-오냐. 이번에 톱 텐에서 내려가게 만들어 줄게. 개망신이나 한번 당해 봐라.

“끊어, 병신아.”

신경질적으로 통신을 종료한 조영민이 수하를 향해 지시했다.

“나가서 총대장 이하 참모들 전부 들어오라 그래.”

“설마 진짜 금사자와 전쟁을 하시려는 겁니까. 좀 더 전후 사정을 파악한 연후에…….”

“여기서 뭘 더 파악한단 말이야. 넌 톱 텐에 든 2개의 길드를 동시에 공격할 만한 미친놈이 있다고 보냐?”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아니. 저놈 저거. 콧대 한번 꺾어 줄 때 됐어. 건방진 새끼. 대우 좀 해 줬더니, 자기가 위인 줄 아나 본데. 이번 기회에 서열 정리 확실히 해야겠어. 빨리 소집해.”

“아. 예옛.”

* * *

[중부 지구 112,90 무적 길드 소유의 중형 성을 제닉스가 차지하셨습니다.]

“아까 거긴 6위, 여긴 8위라. 여기서 부터가 찐들의 영역인가. 이거 이제는 진짜 조심해야겠는데.”

명도 산맥을 넘어 쭉 일직선으로 성들을 점령해 온 태정은 강 상류에 중형 성 2개가 마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까지 날아오며 점령을 한 중간짜리 성이 고작 7개에 불과했으니, 한곳에 2개가 자리하고 있다는 건 정말이지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하나 남은 원 플러스 원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곧바로 근처 언덕에 숨어든 그는 차례로 성을 공략했고, 막상 들어와 점령을 해 보니 모두 톱 텐이 주둔을 하고 있던 곳이었다.

즉 이곳부터는 진짜 장난이 아니라는 소리.

더 이상의 점령은 본성 합류에 에로 사항이 있을 수 있었다.

“그래도 8위랑 6위를 밀어내고 먹다니. 진짜 나란 인간은…….”

이곳에 있던 병력이 주력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톱 텐이 주는 무게는 남달랐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초일류 길드들.

그중 2곳을 혼자 격파했다는 건 거의 해외 토픽 감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고작 400레벨의 헌터가 말이다.

“참. 이러고 있을 게 아니지. 얼른 빠져나가자. 괜히 있다가 경 치를라.”

태정은 굳이 이곳엔 지뢰를 깔지 않았다.

이 정도 길드에서 보내는 후속 병력이 지뢰 따위에 당할 것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창공으로 높이 오른 태정은 빠른 속도로 순항하기 시작했다.

놀 만큼 놀았으니, 이젠 길드와 합류를 해야 할 때.

보이는 모든 성을 무시하고 오직 직진을 고수하며 빠르게 동진해 나갔다.

바로 그때.

쿠오오오!

콰콰쾅! 쾅!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폭발음에 익숙해져 있는 그조차도 깜짝 놀라 비행을 멈출 정도였다.

“뭐냐 이 소리는.”

급히 주변을 둘러봤지만 당장 의심스러운 것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하늘을 찢는 굉음이 천지에 울려 퍼졌다.

콰콰쾅!

이번엔 정확히 좌측이었다.

그리고 바라본 지평선 너머.

거대한 흑색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호기심이 인 태정은 잠깐 고민을 하다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다가간 그곳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엄청난 크기의 성이 하나 있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대규모의 병력이 공성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 즈음 다시 한번 굉음이 일며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흑색 구름에서 수천 개의 섬광이 성으로 내리꽂혔다.

콰콰쾅!

빛이 번쩍이며 수비를 하고 있던 병력이 일시에 증발했다.

뿐만 아니라 외벽이 와르르 무너지더니, 뻥 뚫린 구멍 사이로 헌터들이 개떼처럼 돌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비 측도 만만치는 않았다.

굉장히 고렙으로 보이는 헌터 하나가 구멍을 막아서더니, 칼질 한 번에 수십 명의 헌터가 그 자리에서 나가떨어진다.

동시에 성의 꼭대기에선 전봇대만 한 빙 창 하나가 하늘로 쏘아졌고, 그것은 섬광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헌터를 향해 그대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사내를 죽이지 못했다.

지상에 있던 헌터 수십 명이 날아올라 실드를 전개하며 자폭을 했기 때문이다.

수십 명의 아군을 재물 삼아 겨우 살아남은 헌터가 다시 섬광을 소환하려는데, 갑자기 그의 후방에서 시커먼 게이트가 열리더니 빛의 거검을 든 기사 하나가 튀어나와 그대로 법사를 쪼개 버렸다.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잠시.

그런 기사를 향해 지상에서 수많은 마법이 날아들었고, 그것을 있는 대로 얻어맞은 그 역시 자신이 죽인 법사의 뒤를 따라 자취를 감추었다.

이 외에도 땅이 꺼지고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검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수백 명의 헌터들이 일시에 없어지는가 하면서 일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태정은 이 경이로운 전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게… 진짜들의 전쟁인가.”

이들이 어디 소속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감히 자신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큼 엄청난 이들이라는걸.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아니네. 화력의 규모 자체가 달라.”

태정은 놀라워하면서도 또 한 편으론 납득이 가는 눈치였다.

클럽의 고수인 한설아만 해도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레벨 차이를 감안한다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거의 반 넋을 잃고 바라보던 그의 주먹이 어느 순간 불끈 쥐어졌다.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치밀었기 때문이다.

‘그래. 고작 성 몇 개 먹은 거 가지고 들뜰 게 아니야. 더, 더 성장해서 더 강해져야 해. 적어도 저들 정도는 돼야, 내 한 몸 지키고 클럽에도 들어갈 자격이 생길 테니까.’

다시 한번 느슨해진 목표를 되새기는 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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