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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61화 (61/182)

61화

청명한 하늘.

멋들어진 비행운을 만들어 내며 빠르게 동진을 하고 있는 헌터의 모습이 보였다.

플라이 마법 따위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스피드로 멀어지고 있는 사내의 신형.

그의 정체는 바로 태정이었다.

통곡의 강을 지나 최대출력으로 쭉 날아가던 그는 지금 막 남동 지구의 경계선을 돌파했다.

중부 중앙에서 이곳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시간.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능히 경악을 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이들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각종 이속 아이템을 포함 하이 헤이스트 같은 초고속 이동 스킬을 사용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레벨이었다.

하이 헤이스트만 해도 700레벨대의 스킬.

더군다나 히든과 다르게 일반 클래스는 스킬 포인트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속 스킬을 하나 찍게 된다면 공격 스킬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해서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이속을 극한으로 챙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제라드, 앞으로 얼마나 남았지?”

-이대로 순항 시 30분 안에 도달하실 수 있습니다.

“30분이라. 그런데 가면 뭐라고 하지? 보탬이 되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좀 뜬금없을라나?”

따로 약속된 것이 아니라 뻘쭘한 것이 사실이었다.

들어오는 데 제한은 없다지만, 난데없이 등장을 하기도 좀 민망한 상황.

중간에 그냥 도로 나갈까도 생각을 해 봤지만, 그는 좀 더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비록 목숨이 달리지 않은 가상의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투는 전투고 전쟁은 전쟁이었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길드가 사이좋아 웃고는 있지만, 작은 것 하나로도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실전에 대비한 훈련에 이만한 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클럽의 리더 서진이 말하길 세계 무대엔 목숨을 내놓아야 할 일들이 부지기수라 했다.

그런 때를 위해 이런 경험과 관찰 분석은 필수였다.

밖에선 할 수가 없는 것들이니까.

그렇게 얼마나 많은 거리를 날았을까.

저 멀리 거대한 성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뿌연 흙먼지 아래로 굉장한 숫자의 병력이 성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여기저기로 난사 되는 수많은 마법과 처음 보는 갖가지 공성병기들.

이곳에 들어와서 두 번째로 보는 대규모 전투였다.

“스케일 장난 아닌데? 여기도 이런 대단한 길드들이 있었어?”

감탄 어린 그의 말에 제라드가 대답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성이 제닉스 본성입니다.

“뭐야? 우리 성이라고?”

편하게 보고 있던 그의 시선이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동시에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형세는 수성 측이 매우 불리했다.

어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벽 위에 보이는 병력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게다가 적들이 개미 떼처럼 벽을 타고 있는데, 그걸 막아 내고 있는 아군의 모습이 곧 넘어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던 태정은 곧장 성을 향해 쏘아졌다.

파팟! 팟!

서걱-!

“막아! 자폭을 해서라도 막아라!”

“저쪽 뚫렸잖아! 저쪽으로 좀 가라고 이놈들아!”

“궁수 부대 뭐 해!? 계속 붙잖아. 안 보여!?”

“쿨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마법이라도…….”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다급한 외침에 총지휘를 맡고 있던 이태호는 이제 한계에 봉착을 했음을 깨달았다.

없는 힘까지 끌어 분전을 했지만, 압도적인 물량 공세는 도저히 막아 낼 재간이 없었다.

벌써 병력의 반이 날아가 버린 상황.

성문에 걸어 놓은 공성 실드도 거의 내구도가 다 닳은 상태였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참모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분명 전방에서 대규모 전쟁이 시작됐고 빠져나가는 병력들까지 파악이 된 상황이었다.

약간 꺼림칙한 게 있다면 타깃으로 잡고 있는 동쪽에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서쪽에 자리 잡은 스미스 연합이 치고 내려왔다.

북쪽의 철인 길드와 본성 전쟁을 치르고 있어야 할 그들이 어떻게 이런 대규모 병력을 이곳에 파병할 수 있었을까.

언제든 치고 들어올 수 있는 동쪽의 사정을 감안해 볼 때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다.

더군다나 제닉스와 스미스 연합 사이의 거리는 다른 적들과의 거리보다 훨씬 멀었다.

여러 방면으로 생각을 해 봐도 이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제닉스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굳이 모든 이들이 적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저번 시즌까지만 해도 피터지게 싸워 왔던 서쪽과 동쪽은 이미 그들만의 거래를 마친 상태였다.

철인 길드가 잡고 있는 북쪽 연합과 조금 멀지만 남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제닉스 연합을 나눠 먹자는 것.

그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동쪽에서 비교적 적은 수의 병력이 출정을 한 것은 철저히 의도가 된 것이었다.

시즌 특성상 가까운 거리의 제닉스가 이번만큼은 움직일 수 있다 판단을 내렸고, 승급을 위해서라면 무리한 공격을 감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당연히 본성 방비는 허술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치러 가는 입장에서 동쪽은 당연히 수성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고, 남아 있는 것은 서쪽의 스미스 연합뿐인데 북 연합과의 전쟁을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그들이 내려올 것을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다.

실제로 제닉스 수뇌부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게다가 이번 작전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북 연합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

그 덕분에 북쪽을 견제해야 되는 스미스 연합의 병력이 모두 이쪽으로 내려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동쪽을 치러 간 제닉스의 본대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북쪽의 배신자들과 손을 잡은 동쪽은 빠져나간 병력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그들 역시 수성에 몰빵을 한 상황.

이대로 성을 점령하지 못한다면 본성을 빼앗기고 제너럴에서도 퇴출될 위기에 놓인 제닉스였다.

“이제 끝이야.”

빠른 속도로 무너지는 아군을 보며 희망도 뭣도 없는 반포기 상태에 이른 그때.

“과장님!”

누군가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든 이태호의 눈에 공중을 부유하는 무언가가 포착됐다.

“저게 뭐…….”

처음 보는 것이라 미간을 좁히기도 잠시.

곧 얼굴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이 여긴 왜?”

이태호가 본 것은 다름 아닌 태정이었다.

의아해하는 이태호의 옆으로 그가 사뿐히 내려섰다.

“과장님, 오랜만이네요.”

“아. 예. 뭐… 그런데 태정 님이 여긴 어떻게…….”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얘기할까요?”

태정은 그렇게 말하며 바로 기체를 소환했다.

그러자 거대한 프로텍터의 동체와 함께 부속 무기들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좌표 계산을 완료한 그가 몰려드는 적들을 향해 다연장 로켓포를 쏘기 시작했다.

슈아아악! 슈아악!

콰콰쾅! 콰쾅!

귀를 찢는 굉음이 일며 곳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무지막지한 화력에 고지를 코앞에 둔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지원 2대 사라졌습니다.”

“공격 5, 6, 7대 당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뭔가가 날아… 악! 이게 뭔!”

다 죽어 가던 제닉스의 반격에 스미스 연합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화력의 규모부터 폭발의 위력까지.

병력이고 공성 병기고 할 것 없이 맞는 족족 그 자리에서 증발을 해 버린다.

게다가 피어오른 흙먼지와 연기로 인해 시야까지 완전히 차단되어 버린 상태.

그 상황에서 지휘관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일밖에 없었다.

“붙어! 성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

“벗어나라! 당장 이곳을 벗어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아수라장.

그들이 내린 판단은 최대한 성에 가까이 붙는 것이었다.

이 정도 화력이라면 바로 코앞에서는 쏠 수가 없을 터.

일단 붙고 보자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어떤 직업인지를.

연기를 뚫고 나와 성에 붙으려는 이들이 막 수성 가이드라인에 들어섰을 때.

쾅! 콰쾅! 쾅! 콰쾅! 쾅!

도미노처럼 작은 폭발이 연이어 발생됐다.

그 여파에 휩쓸린 이들이 떼로 쓸려 나가고, 멋도 모르고 달려오던 후방의 병력들 역시 원인 모를 폭발에 개 떼처럼 박살이 나 허공으로 흩어진다.

지뢰.

이럴 것을 대비해 미리 깔아 놓은 대파종 대인지뢰였다.

물론 거기서도 살아남은 이들은 있었다.

악착같이 동료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성벽에 붙은 이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재앙은 빗겨 가지 않았다.

타타탕! 타타탕! 탕! 타탕!

분당 수백 발에 달하는 빛의 에너지 탄이 소나기처럼 내리며 헌터들을 수백 조각으로 쪼개기 시작했다.

그 화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드고 뭐고 소용이 없었다.

“대체 뭐야, 이 마법은!?”

“숨겨 둔 마법 부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장난해!? 저렇게 무한대로 쏘는 마법이 어딨어!?”

“이, 일단 퇴각을 하는 것이…….”

“멍청한 놈! 뒤에를 한번 봐라. 나갈 구멍이 있는가.”

“그럼 여기서 뭘 합니까!? 그냥 죽습니까?”

“아니, 근데 이 새끼 말투가 왜 이래?”

“어차피 직속도 아니지 않습니까.”

“야. 공대 새끼들 간부한테 말하는 싸가지 보소.”

답이 없는 상황에 분열이 일고 있었다.

스미스 연합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이태호는 마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거대한 철갑 기체와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무기들.

그때까지만 해도 이태호는 이게 무엇인가 하는 호기심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무기들이 개방됐을 때, 그는 진정 자신이 가진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전장 전체를 지배하는 압도적인 화력.

그렇게도 망가뜨릴 수 없던 골렘이 단 한 방에 박살이 났다.

온갖 궁수 부대와 마법 부대를 동원해 깨려고 했던 그 골렘이 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런 마법 같은 무기가 한 발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충 본 것만 30여 발.

골고루 퍼져 떨어진 그 30여 발의 결과는 참혹 그 자체였다.

지대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저 철갑 괴물의 손에서 나가는 정체불명의 마법.

쿨타임도 없는데 눈으론 감히 측정할 수도 없는 연사 속도를 자랑한다.

저런 것이 과연 현실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 그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것은 전투에서 손을 뗀 나머지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모여 넋이 나간 듯 관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꿈속을 헤매는 중이었다.

그런 그들과는 다르게 전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태정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 있게 나서긴 했지만, 혹시 통하지 않으면 어쩔까 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생각보다 적들의 능력은 형편이 없었다.

거의 모든 주력 무기가 통할 정도로.

하지만 한편으론 이 힘에 대한 묘한 두려움이 들었다.

‘이벤트 전장이라 별 느낌이 없는 거지. 이게 만약 밖이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해서 누가 그랬던가.

강한 힘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고.

언젠가 들은 그 말이 어쩐지 오늘 이해가 되는 태정이었다.

“물론. 지금은 즐기는 게 맞겠지.”

그의 총이 더욱 사정없이 빛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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